대선 끝난 다음 날, 새벽에 개표 방송을 하는데, 나중에는 좀 피곤했다. 나도 늙었다. 예전 100분 토론에서 끝장 토론한다고 할 때에도 긴장감이 잔뜩 서서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오늘 따라 오전에 동탄에 갈 일이 있고, 안양에도 가야 했다. 운전도 힘들고, 익수가지 않은 동탄에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것도 힘들고. 

저녁에 라디오 방송에서 나와 달라는 게 있었는데. 그 시간에는 도저히 서울에 갈 수 없어서 힘들다고 했다. 

내일은 또 병원에 두 군데나 가야 한다. 이젠 나도 나이를 먹어서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닌다. 그냥 하루에 한 군데만 가면 좋겠는데, 꼭 편하게 해준다고 하루에 몬다. 아버지 폐암 진단하는 시절의 예약이라, 연기를 몇 번 했다. 그랬더니 날자만 같고, 오전, 오후, 각패로 벌어졌다. 우와 돌아비리.. 더 연기하면 날자 잡기 더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가려고 한다. 

정작 큰 일은 텅텅 비어있던 둘째 방과후 교실에 전부 사람들이 몰려와서 추첨을 했는데, 둘째가 축구도 떨어지고, 로봇교실도 떨어져서 울상이 되어 있는. 

둘째일 해결해주는 게 사실 오늘 한 가장 큰 일이기는 한 것 같다. 둘째 얘기가 로봇 교실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에는 큰 애가 있어서 같이 있어서 가기 싫다는 거다. 괴롭히고 때리고.. 

내일 둘째가 큰 애한테 원하는 게, 예를 들면 때리지 않는다. 세 개 종이에다 적어오면 셋이 앉아서 계약서 쓰기로 했다. 서명도 하겠단다. 

둘째는 계약금으로 부페 혹은 돼지갈비집 두 번을 계약금으로 받고, 큰 애는 계약대로 이행하면 TV의 배트맨 영화 시리즈 소장용으로 구매하기로. 그리고 계약한 사이닝 보너스로 내가 만 원씩 용돈 주기로. 

그렇게 둘째가 큰 애랑 하는 로봇 교실 신청하는 걸로 계약 조건의 기본을 만들었다. 그 협상에 30분 걸렸다. 어쨌든 둘 다 계약에 대해서 만족하는.. 

오늘 어려운 일을 많이 했는데,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들과의 계약서를 쓰기 위한 사전 계약 교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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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개표 방송은 새벽 2시까지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조금만 더 있어 달라고 해서 3시까지 있었다. 


개표 방송에서 정권이 바뀌는 걸 눈 앞에서 보는 건 좀 감정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백건우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틀었다. 내일도 일이 많아서 자기는 해야 하는데, 아직은 감정이 너무 서 있어서 바로 자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내일부터는 격동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 마음이 정말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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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차관 상가. 참 인생 덧없다. 2주 전에 조만간 다 모여서 술 한 잔 마시자고 통화했었다..

아디오스, 오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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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산업부에 있던 오영호 차관이 어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한 십년은 더 있을 것 같았는데, 허망하다. 마지막 통화했던 게 열흘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가족들하고 사우나 가셨다가. 

그 양반 총리실 산업심의관 시절에 같이 일하기 시작해서, 그 후의 나머지 인생을 거의 같이 살았던. 워낙 많은 일을 같이 해서, 내 인생하고 거의 분리가 안 되는 양반이다. 내가 한 일은 오영호와 같이 한 일, 오영호와 같이 하지 않은 일, 그렇게 구분이 될 정도. 

내일부터 조문 시작한다고 해서, 저녁 때 가기로 했다. 

오영호 없는 인생은 이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이래저래 가슴만 먹먹하다. 

사는 게 뭔가 싶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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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만나면 이렇게 얘기한다. 제가 저를 위해서 하는 일은 음악 듣는 것과 수영, 두 가지 밖에 없더라구요. 

나머지 일들은 식구들과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사회를 위해서, 그렇다. 

음악은 좋아서 듣는 거고, 수영은 싫어도 참고 하는 거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가 움직이고 뭘 하는 건 아마 다음 정권이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 후에는 곧 환갑이 된다. 그때쯤 되면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을 조금 더 늘리려고 한다. 

40이 되면서 mb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박근혜, 이렇게 10년 동안 나의 40대가 지나가 버렸다. 40대는 나에게 암흑의 시간이 되었다. 

환갑이 넘어가는 순간에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이런저런 전망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20대가 대거 우파로 전환되는 한국의 미래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직도 좀 어색하지만 그런 한국이 오고야 말았다.

5년 후의 한국은 어떨까? 이제 좀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대선 끝나면 녹색당 당대표들하고 차 한 잔 하기로 했다. 찾아온다고 해서, 그러실 필요는 없고, 제가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그랬다. 전에도 가 본 적이 있다. 녹색당은 앞으로 5년, 무엇을 해야할까, 그런 고민을 진짜로 좀 해보려고 한다. 

피터 폴 앤 매리, 앨범을 들으면서 지금 이 시간에 이게 맞는 선곡인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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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병원에서 몇 주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이제 치매가 많이 진행되어서 약 먹고도 금방 또 약 달라고 하신다. 건보에서 실사 나왔을 때에 구구단을 물어봤는데.. 우와, 구구단은 정확하다. 

담당 의사 소견으로는 우울증이 너무 심해져서 그렇다고 한다. 다른 병원에도 갔었는데, 거기서도 우울증이 심해서 진단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는 한데.. 선거일 언제냐고 물어보신다. 집에서 어머니는 늘 TV조선 틀어놓고 계신다. 보궐 투표일자랑 자세히 알려 들었다. 어머니랑 같이 지내는 둘째는 못 본 척 한다. 보나마나 어머니는 윤석열 찍는다. 병원 간다고 몇 주만에 겨우겨우 집에서 나왔고, 오고 가는 거 둘째 동생이 혼자 못 하니까 나까지 온 건데.. 그 와중에 선거일 물어보신다. 어머니는 투표를 하러 가실 수 있을까? 차 없으면 집 밖으로 못 나가신다. 너무 오래 누워계셔서 이제 허리도 많이 아프시다. 병원에도 겨우겨우 오신.. 그래도 투표는 하시고 싶으시단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이번 대선에 관심이 아주 많다. 태권도장 앞에 이재명 유세차가 와서, 아주아주 신기하게 구경한 적이 있던. 둘이서 토론을 막 하더니, 큰 애는 이재명 지지한다고 했고, 둘째는 심상정 지지한다고 했다. 둘째한테 물어보니까 일 잘 할 것 같다고 한다. 얘들이 좀 더 커서 중학생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더 커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를 거역하면서 살았다. 우리 집 친가, 외가 다 털어서 내가 처음 나온 좌파다. 어머니의 큰 오빠는 6.25 때 학교에서 북으로 끌려갔다. 그 일로 외할아버지는 속상해 하시다가 어머니 고등학교 들어가시자마자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다. 외가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들 했다. 다른 건 아니고, 반곱슬인데, 외할아버지의 손자 중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반곱슬이다. 북에 끌려간 당신의 큰 아들을 생각하면서, 결국 오래 못 사시고 일찍 돌아가셨다. 

부모님하고는 정치 얘기는 거의 안 한다. 아니, 아무 얘기도 안 한다. 아버지는 딱 한 번 진보신당 시절 노회찬 서울 시장 나왔을 때 노회찬 찍으신 적이 있다. 특별히 찍으라고 한 적은 없는데, 내가 돈 손해를 너무 볼 것 같아서 찍으셨다고.. 그 후로는 평생 노회찬 욕 엄청 하신. 그 소리 듣기 싫어서, 집에는 일부러 안 갔다. 

생각하다 보니 다시 열 받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내가 유학 간다고 할 때 정말로 몇 번 우셨다. 그냥 공무원 하지,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아버지는 내가 학위 받기 전에는 학위 못 받고 국제 미아가 될 거라고 하셨고, 학위 받고 난 다음에는 취직 못 할 거라고 하셨다. 지금도 공무원 하지 않고 공부한 거를 평생의 한으로 생각하신다. 

이번 선거에는 정작은 내가 문제다. 윤석열과 안철수가 단일화한 이 시점에도 아직 누구 찍을지 못 정했다. 녹색당 당원이다. 녹색당에 후보 나오면 이번에는 군말 없이 찍을 생각이었는데, 녹색당 후보는 없다. 그 다음 순위로 미래당인데, 이 사람들이 초장에 김동연 캠프로 합류했다. 난감하네. 

그래서 별 명문도 없이, 적당히 누군가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냥 이백육 찍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너무 잘 모른다. 그리하여, 아직도 나는 누구 찍을지 잘 모르겠다. 복잡한데, 그냥 처음으로 투표 표기할까, 그런 생각도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오늘 오전의 고민도 끝, 점심을 뭐 먹을까 잠시 생각을 했다. 그 고민은 1분도 안 되어서 정리되었다. 해먹을까, 나갈까, 잠시 생각하다가 물냉면 먹고 싶다.. 결정 끝. 정치는 집밥과 냉면의 고민보다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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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된 하루다. 저녁 때 집에 돌아왔더니 단내가 입에서 풀풀 난다. 

원래 오늘은 이렇게 고된 날이 아니었다. 오후에 성남에서 주로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사람들과 좌파 에세이 모임을 하나 하면 되는 널널한 날이었다. 

몇 년간 어머니 담당했던 의사 선생님이 원래 약속된 날에 휴가를 가게 되면서, 급하게 새로 일정을 잡으면서 아침 일찍.. 

둘째가 4달에 한 번 약 타는 그런 늘 가던 것과 같은 거라고 정말로 몇 달만에 어렵게 병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오기는 했는데.. 오늘은 건보 요양등급 절차 중 하나인 의사 소견서 받기 위한 진료 보는 날이다. 병원에서 어머니를 만나기는 했는데, 내가 나타나는 순간, 어머니는 기분 확 안 좋아지셨다. 뭔가 있는 거야.. 

인지검사를 해야한다는데, 이런.. 그건 병원에서 하루에 세 명밖에 못한단다. 뭔가 있나, 신경 잔뜩 세운 어머니를 기만(!)하면서, 결국 의사가 소견서는 오늘 써주기로 했고, 인지검사는 세 달 후, 결과는 다시 그 한달 뒤. 한 시간 넘게 병원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의견 청취, 그런 거 한 뒤에 겨우 일정이 끝났다. 둘째 동생과 어머니 태우고 화곡동 집으로 모셔다 드린 후.. 

88로 서울을 죽 관통해서 다시 성남으로.. 요즘 먼 거리는 전기차 타다가, 간만에 모닝으로 긴 거리를 달렸더니, 아이고 액셀이 빡빡하다.. 엄청 밟아야 겨우 80키로 나오네. 

예전에는 성남에 이래저래 올 일이 많았는데, 언제 마지막 왔더라.. 곰곰 생각해보니까 이재명 성남 시장하던 시절, 시장실에 몇 번 온 적이 있었고, 그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 뒤에 한 번 더 왔었나, 아닌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작은 모임이라서, 정말 속닥하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성남에서 집에 오는 길이 이리 멀었나? 문정동 살던 때에는 정말 성남은 한걸음 거리였는데, 우와 수서부터 더럽게 막힌다. 오늘 같이 힘든 날은 더 막히는 것 같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노을이.. 이런 날엔? 딱 장현의 <석양>이 생각났다. LP를 가지고 있는데, 공간 형편상 턴테이블 돌릴 형편은 아니고. 게다가 고양이랑 같이 쓰는 방에 턴테이블 돌렸다가는 무슨 사단이 날지 모른다. 

집에 돌아와서 장현을 딱 트는 순간, 그래 이거야, 내가 사랑했던 날들.. 70년대의 그 끈적끈적하 소리. 나의 정서는 아직도 저 곳에 뿌리를 두고 있군, 가슴이 벅차 올랐다. 

참 고된 하루, 어머니랑 몇 달만에 벼르고 벼르다 병원에 갔는데, 진짜 진이 다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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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신학기가 시작된다.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학기가 시작되는데, 이런저런 복잡한 일이 생겨서 둘 다 돌봄 교실은 안 하고, 방과후만 하기로 했다. 

큰 애 또래에는 예원 갈 애들은 벌써 본격적인 입시에 들어갔다는 것 같고, 하나고 같은 데 들어가기로 맘 먹은 애들도 본격적인 입시에 들어가는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아직 먼 세상의 일이고, 나는 그냥 애들 데리고 오고, 간식 먹이고, 그런 것만으로도 허덕허덕.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데, 어느덧 사교육 길과 그렇지 않은 길이 갈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집에 놀러오는 큰 애 단짝 친구는 애당초 사립으로 갔다. 쟤들이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겨울 방학 때 애들 데리고 허걱허걱 했는데, 아버지, 어머니, 하여간 이 양반들 말년에 속 엄청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나를 어렵게 한 것은 애들 태권도 버스기사 확진이다. 내일부터는 버스 정상 운영된다고 하는데. 

내일은 아침 일찍 어머니 병원 가는 날이다. 담당 의사가 휴가 가게 되었다고, 날짜 바꾸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던.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닌데, 하다 보니까 막내 동생이 아버지를 맡고, 내가 어머니를 맡고.. 그렇게 몇 달을 버텼다. 

시내에 지나가면서 괜히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이럴 때 연락할 사람이 참 없다. 한참 돌아다니던 시절에는 동네마다 꼭 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겸사겸사 그랬드랬다. 이제 연락도 거의 안 했고, 만난 것도 오래 되는데, 지나가다가 커피 한 잔, 이렇게 얘기할 데가 정말 없어졌다. 하긴..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 높은 자리에 갔다. 대충 아무 때나 커피 한 잔 하기에는 좀 미안한, 며칠 전에 약속을 하지 않으면 욕 먹기 딱 좋은. 그렇다고 며칠 전에 차 마시기로 약속하기에는, 내 삶이 너무 들쑥날쑥. 

결국 일상에서 가장 큰 유희가 애들하고 햄버거집 가서 콜라 신나게 마시면서, 악마의 유혹을 만끽. 

오미크론 클라이막스로 올라가는 중에 학교 문 연다, 안 연다, 말이 많았다. 어쨌든 문이 열린다. 

이 아이들끼리 서로 협력하고 살라고 말하면 아주 어색한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늘 돕고, 심통부리지 말고, 친구 때리지 말고, 결국 이렇게 잔소리만 늘어놓게 된다. 큰 애는 힘이 넘쳐서, 자기도 부쩍 킨 키가 감당이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내내 작은 키였는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한 해에 9센치씩 3년을 커서, 성격도 많이 변하고 그러던 시절을 겪었었다. 어렸을 때에는 아주 작았다. 맨날 맞고 다녔다. 특히 여자 애들이, 우와 키도 너무 크고, 힘도 너무 세서, 엄청 맞고 살았다. 초등 5학년 때 내 뒷자리에서 맨날 때리던 여자 친구를 대학가서 우연히 만났다. 여전히 크고 강해 보였다. 내가 맞았던 게 당연하네! 연세문학회에 가입하려고 갔을 때, 그때 딱 나보다 잠시 먼저 와서.. 보자마자 허걱. 또 맞고 살 생각하니까,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바로 문학회 가입 포기했다. 나의 문학 생활은 그날부로 아디오스.

작은 아이로 살다 보니, 키 크고 힘 좋은 큰 애 마음을 사실 잘 이해를 못한다. 나는 그래봤던 적이 없어서. 

어쨌든 개학,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이 땅의 어린이들이 다들 무사하고 즐겁게 학교 생활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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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수업 듣는 학생들하고 준비해서 만든 책이다. 이래저래 평균치는 한 책이다. 

성결대에서 4학기째 수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전혀 몰랐는데, 이것도 시간이 좀 지나다보니까 약간의 이해가 생겼다. 지난 학기에 처음 가능성을 보았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수업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쓴 학생들이 좀 생겨났다. 그때 처음부터 책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면 할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 내내 고민을 했는데,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그냥 하기로 했다. 얼마나 팔릴 지는 자신은 없는데.. 출판사에서는 필요하면 진행해도 된다고. 좌파 에세이가 판매에서도 어느 정도 되었으면 안 해도 되는 고민이었는데, 현실이 또 그렇지가 않아서. 

청년 그것도 예술을 키워드로 한 일종의 문화관찰지 같은 것을 생각한다. 경제 인류학 공부하던 시절에 종종 하던 작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대체적인 틀이 잡힌다. 

일부러 4학년 학생들 대상으로 했고, 문화와 예술 그리고 서브컬처 같은 게 키워드다. 

올해는 일정이 빡빡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이 정도 작업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렇게까지 빡빡하지는 않다. 원래 올해 있던 책 몇 권을 내년으로 넘겼다. 

나도 이제 50대 중반이다. 필드 작업을 하기에는 점점 더 힘이 부치고, 아마 실제 대상들을 만나서 하는 거로는 내 인생의 마지막 작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전문가들 인터뷰 이런 건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그 사람들은 훨씬 더 준비된 사람들이다. 짧게 만나고 필요한 얘기만 주고 받아도 된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은 좀 다르다. 훨씬 힘이 더 많이 들고, 더 조심스럽다. 문화기술지는 나도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 점점 힘이 떨어지고, 내 시간을 만들기가 더 어려워진다. 

하여간 할까, 말까, 이걸 놓고 두 달 동안 고민을 했는데.. 오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배는 곧 출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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