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 신경이 고래 심줄처럼 굵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건강보험공단에서 하는 어머니 등급 실사가 오늘 있었다. 거의 두 달 걸린 것 같다. 이제 병원에서 소견서 받는 또 어마무시한 일이 남았다. 이건 3월 초로 예약이 잡혔다. 

그 사이에 어머니는 계속 누워만 계셔서 허리가 아프시다고 하고, 이제 아주 짧은 거리 말고는 거동을 못하시게 되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아버지 집에 같이 사는 바로 밑의 둘째 동생이 엄마 밥을 했는데, 얘도 한 달 버티더니,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다고 한다. 

그 사이에 아버지 병원에서는 코로나 pcr 검사가 어렵게 되자, 아예 면회를 금지시켰다. 아버지는 잠깐 정신이 돌아오시는 하셨는데, 타시던 차를 둘째시켜서 파시려고 했는데, 여의치가 않다. 인감이 어느 건지 기억을 못하신다. 그냥 폐차시키면 간단한 일 같은데, 그것도 본인이 없으면 어쩌기가 어렵다. 

돌아서면 골 아픈 일이 줄을 서 있다. 어제까지 아내가 애들 겨울방학이라 거의 마지막이 될 육아휴직을 썼다. 2월까지는 애들 방학이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장모님이 오셨다. 

우리 집이 삼형제다. 삼형제가 다 나서서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매달리고 있는데도, 아직 질서정연한 상황은 아니다. 아버지가 처리하지 않고 그냥 두셨던 오래된 우리 집의 숙제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아버지는 모른다고 그냥 누워 계시고, 어머니는 말씀은 그렇게 안 하시는데, 집 팔고 이사가시는 거 싫다하시고. 뭐, 그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사 망했을 때, 파산 신청하고 뒷처리하는 거 비슷할까? 기쁠 일은 거의 없고, 기계적이고 무덤덤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꼭 그 자리에 없으면 안 되는 일이 대부분. 

골목길에 주차할 엄두가 안 나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겨우겨우 차를 대고 걸어갔다. 어린 시절에 학교 갔다가 애들하고 뛰어놀던 곳이기는 한데, 너무 많이 바뀌어서 나도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는. 사실 좀 더 가까운 유료 주차장에 가기는 했는데, 그 사이에 주차장이 문을 닫았다. 뒤에서는 빵빵거리고 순간 패닉. 30분을 헤매고 헤매서 겨우겨우 대기는 했는데, 점심 먹을 여유는 그 사이에 사라져버린.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많은 경우 이런 순간에는 통장이 텅, 이런 경우가 많았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내 통장에 최근 돈이 가장 많은 순간이다. 코로나로 몇 년간 처박혀 있었더니, 사람들 밥 사주고 그런 돈들이 그냥 통장에 남았다. 아버지 처음 입원했을 때 중간정산을 그냥 내 돈으로 냈었다. 그 몇백만 원이 정산되어서 다시 오늘 통장으로 왔다. 생각도 안 하던 돈이 통장에 들어오니까.. 원래는 이 돈 들어오면 스피커 살려고 아버지 병실에서 불 꺼놓고 그 낙으로 몇 주를 버텼었는데.. 그냥 눈 딱 감고 아내에게 백만 원 송금했다. 그냥 가지고 있으라고,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나만큼이나 춥고 어두운 시절을 보내고 있을 영화 감독 한 명에게, 내일 저녁 때 술처먹기로.. (술은 오늘 먹고 싶었는데, 오늘은 시간이 안 맞아서 그냥 얌전히 수영장에나 갔다오기로.)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신 기증, 생각보다 복잡다..  (0) 2022.02.28
92년 장마, 종로에서  (2) 2022.02.17
un이 원하는 인재상..  (2) 2022.01.31
고래 심줄..  (1) 2022.01.24
태권도장 하수도 공사  (0) 2022.01.21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