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나중에 보면, 80점 정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제는 잘 할 것 같다. 보수 정부는 21세기 들어서, 경제 까막눈들을 뽑았다. 윤석열은 다른 것도 그럴지 모르지만, 경제는 특히 까막눈이었다. 술 밖에 모른다고 하지만, 그것도 좀 아니다. 술 좋아하면 더럽게 복잡하게 얽힌 주세라도 좀 정리하고, 술 유통 구조 같은 거 정비했을텐데. 술 마시는 것만 좋아하지, 술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다. 개와 고양이는 확실히 좋아한 것 같다. 보신탕은 없앴다.
이명박은 경제를 알았을까? 솔직히 돈 흘러가는 걸 그만큼 직관적으로 잘 알았던 사람이, 적어도 현대그룹 내에서는 없었을 것 같다. 돈은 잘 아는데, 돈이 곧 경제는 아니다. 그는 너무 부패했고, 효율성 보다는 자기가 해먹을 수 있는 거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렇게 생겨난 게 자원외교 아니겠나 싶다. 토목은 알아도 자원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무엇보다도 공정한 경쟁이 깨어지면서, 기업들도 줄 대는 것만 했지, 혁신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줄 서는 것과 국민경제는 작동방식이 좀 다르다.
지금 그룹 차원의 큰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가 이때 명박과 손을 제대로 잡았다. 한 때 100년은 갈 것 같아 보이던 롯데가, 그때부터 10년 넘게 뻘짓을 하다가, 이제는 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도 경제에 까막눈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집권을 하기 위해서 그 주변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짜고 쥐어짜고,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경제는 박근혜가 명박보다 나았다. 무상보육이 전면화된 것도 그때다. 명박에게 시장 시절에 했던 버스 중앙차선제와 환승제가 남는다면, 박근혜에게 무상보육이 남을 것이다. 행복 경제는 너무 큰 프레임으로 시작해서, 없던 것이 되어버렸고.. 창조경제는 이름만 남았다.
이재명 5년은 어떨까? 경제는 대체적으로 잘 될 것이라고 본다. 이재명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는 게 많고, 돈의 흐름도 잘 아는 편이다. 부동산을 비롯한 거시 경제의 많은 부분은 생각보다 잘 할 것이고, 성과 지표들도 잘 나올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성과의 가장 큰 힘은 뭘 잘 알고, 뭘 잘 해서가 아니라, 해먹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그런 제도적 측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이명박은 해먹은 스타일이었는데, 이재명은 안 해먹는 스타일이다. 한국 경제는 이제 충분히 규모가 커져서, 해먹는다고 왜곡을 하지만 않아도, 어지간히는 굴러갈 정도는 된다.
그건 전체적으로 그렇고..
제일 안 좋을 분야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이재명은 이 분야는 전혀 모른다. 그냥 티 안나게 적당히 선거 치룬 거에 불과하고.. 노무현도 교육은 몰랐고, 문재인은 교육은 더더욱 몰랐다. 그 시기에 교육 정책이 개판 났다. 그래도 노무현과 문재인은 어깨에 뽕 들어간 스타일은 아닌데, 이재명은 약간 좀 뽕 들어간 스타일이다.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으로 날라간 것처럼, 이재명 정권은 교육 문제로 날라갈 위험이 크다.
또 다른 약점은, 환경과 에너지 분야인데.. 이 분야는 이재명이 관심도 없고, 잘 모르기도 한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건너 뛰고 결과로만 말하면, 이재명 시대에 전기요금은 대략 두 배 정도 오르고, 전기도 한 번쯤은 꺼먹을 가능성이 높다. 관심은 없었는데, 인기 있는 성과는 내고 싶고. 그럴 때 딱 생겨나는 일이 이런 거다.
농업은 더 망가질 게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 이재명 농업 5년은 대체적으로 엉망날텐데, 그렇다고 크게 티 나지는 않을 것 같다. 어차피 별 관심 없는데, 누가 하든 무슨 상관 있겠냐? 이재명은 생각보다 약은 사람인데, 똥 바가지 뒤집어 씌우기의 결과가 장관 유임이라고 본다. 이재명의 농업 정책이 성공했는지 아닌지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토마토 가격을 보면 된다. 현재로서는 제일 현안이 된 농작물인데, 아마 두 배쯤 오르지 않을까 싶다. 대중들이 잘 보지 않는 지표 중의 하나가 양식업이다. 여기서 몇 가지 지표를 살펴보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하여간 부분적으로 개별 산업 분야 등 망가지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지만, 거시 경제 전체적으로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80점 정도 받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