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관련해서 내가 가장 가슴 아팠던 사건이 하나 있다. 걸프전은 끝나고, 본격적으로 미국이 사담 후세인 잡는다고 이라크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었다.
이라크 중산층과 관련된 기사를 보았는데, 겨울에 추운 데 중산층들도 등유 살 길이 없어서 벌벌 떨고 있다고. 부끄럽지만 이라크는 그냥 사막이라고만 생각했지, 겨울에 난로를 켜야 할 정도로 춥다는 것도 몰랐다. 하긴, 8월에 탄자니아 가면서, 거기가 겨울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못하고 반팔만 챙겨갔다가 고생한 적도 있었다.
석유 생산하는 산유국인 이라크에서 난방용 기름을 못 구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 생각이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이건 미국을 지지하냐, 이라크를 지지하냐, 그런 것과는 좀 다른 문제다. 아직 전쟁도 아니었다는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그 정도로 국민들이 고통받는 거, 이게 뭐냐,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 후에도 중동 문제나 튀르카이에 대해서 좀 더 봐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실제로 제대로 못 보기는 했다.
트럼프가 취임하고 한 애기를 모아보면, 석유 문명의 정점으로 가겠다는 의도는 명확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낮은 석유 가격을 유지하고, 여기에 말 잘 안 듣는 베네주엘라에서 이란까지, 이렇게 한 번씩 손을 보고, 석유 문명의 절정으로 다시 한 번 가는 것, 이게 에너지로 해석한 트럼프 레짐 같은 거였다.
이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데 중의 하나가 아마도 혼다였을 것 같다.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인 혼다가 전기차 전환을 전격 선언했는데, 엔지니어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트럼프 열풍이 생겨났다. 전기차 보조금은 대거 삭감되고, 안 그래도 불리한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의 전기차가 도저히 가망 없어 보이자, 결국 항복 선언했다. 적자 없는 기업의 신화를 만들던 혼다가 23조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자, 전기차에서 두 손 들어버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위기의 니산을 혼다가 인수할 뻔 했을 정도로 건실하다고 알려졌었다. 전격적으로 전기차에서 철수. 트럼프 역풍을 혼다가 제대로 맞았다.
이래저래 자동차 등 많은 산업이 아수라장이던 시점에 이란전 사태가 벌어졌다. 생각보다 인프라 타격이 큰 것 같고, 호르무주 해협에 통과료가 생겨날 것 같다. 이란 국회에서는 그런 규정이 통과했다. UN 해상법이 있는데, 이란은 아직 가입도 안 되어있다고 하는 것 같다. 호르무즈 해협 남쪽에는 uae가 있고, 출구 쪽에는 오만도 있다. (얼마 전에 일가족이 요트로 여기를 항해하는 스토리를 재밌게 본 적이 있다.) 이런 여러 나라가 얽힌 건데, 이란 혼자서 통행료를 받을 때 행정은 어떻게 처리할까, 그런 게 여전히 궁금하기는 하다. (얼마라도 줘야 할 것 같은데, 미국이 다시 삥 뜯어갈 거라는 택도 없는 추측성 기사만 보인다.)
우리나라도 택배 기사들 수익성이나 관광버스 등 임대 버스 문제가 당장 생겨났다. 학기 중인데, 학생들 현장 체험 떠나는 버스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일본도 지방 도시의 버스 같은 데에서 당장 많은 문제가 생겼을 것 같다. 그래도 한국이나 일본이나, 결국은 가격을 올리고, 돈으로 문제를 풀 거다. 잠시 시간이 지나면 결국 택배비도 올라가고, 배달 앱 배달료도 올라갈 것이다. 그래도 이런 나라들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거고, 이게 선진국식 방식인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 대안 기술들이 더 많이 도입될 것이지만, 이건 장기적인 관점이다.
돈도 없고, 기술도 없는 저개발 국가들은? 일본이나 한국의 중고차를 수입해서 교통 문제를 처리하는 국가에서는 이란전의 충격을 흡수할 방법이 없다. 이란전 충격은 대표적으로 불평등한 조건이고, 특히 국가별 불공평은 매우 심하다.
길게 보면, 석탄 발전으로 돌아가고, 소형 전기차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게 될 나라들이 많을 것이다. 중남미에서는 옥수수 같은 것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 디젤 붐이 다시 불 것이고. 다시 한 번 석탄 전성시대가 올 것이고, 석유에 대한 대안 기술들이 급격히 도입될 것이다. 그 중에 일부는 석유 다음의 미래 기술일 것이지만, 석유 이전의 기술, 과거의 기술도 다시 채태될 것이다. 어쨌든 석유와 LNG, 이런 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니까.
조금 앞 선 생각이지만, 이런 조건에서는 세계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어쨌든 저개발 국가에서 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 인프라에 대한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관이 어쨌든 세계은행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것은.. 트럼프는 석유 문명의 전성기를 바랬지만, 역설적으로 석유 문명의 해체를 좀 더 빠르게 촉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석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비싸지거나 깡패 짓을 해서, 구할 수가 없게 된 나라가 많아지니까.. 한동안의 고통을 겪으면서 석유가 아닌 대안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게 된. 전기는 꼭 석유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석탄이 발전에 다시 투입되고, 저기용 자동차로 교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나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언제 또 트럼프 같은 아해가 나올지 모르고, 석유 불안해, 이렇게 판단하는.
석유 회사들이 원유 가격을 70~80달러가 최적이라고 보는 게, 진짜로 법칙 같은 것이다. 석유가 이 구간을 넘어가면, 석유 회사 마진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탈석유 흐름이 생겨난다. 과거의 흐름과 이번의 이란전이 한 가지 다른 것은, 그냥 가격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현상과 같이 결합된다는 점이다. 석유 문명의 클라이막스, 그런 건 오다가 말았다.
부차적인 것이지만, 바이오 디젤의 인기가 높아지면, 다시 식량난이 온다. 먹어야 할 옥수수가 에너지로 가니까,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여기에서 농업 시장의 구조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국제적으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정말 다각적으로 생겨나겠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수혜를 보는 나라는, 어쩌면 대만이 아닐까 싶다. 물론 대만도 lng를 비롯해서 에너지 파동으로 국민경제의 피해를 많이 볼 나라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경제적 위기를 풀어나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와중에 굳이 내부 문제인 대만 문제로, 다음 행보에 지장을 받고 싶지 않을 가능성이 생겨났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힘이 사라지고 나면, 중국은 움직이기가 좀 더 편해지고. 대만 문제 정도는 대화로 일단 넘어가자,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 (마침 중국이 대만 야당 대표를 초정했다.)
트럼프 문제는 미국의 문제지만, 이란 문제는 전세계의 문제다. 불행히도, 이걸로 손해를 보는 나라와 이익을 보는 나라가 너무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