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는 알고 지낸지 꽤 된다. 일을 같이 한 적도 있다. 여러 사연들이 있기는 한데, 도지사 시절에는 긴박한 부탁을 받고 도와준 적이 있다. 그거야 옛날 일이고. 당대표 된 이후로는 문자만 몇 번 받았고, 만난 적은 없다. 

최근에는 책 쓰는 속도가 너무 떨어져서 고민이 많다. 생각이 복잡해진 것도 있고, 여름방학, 겨울방학,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내다보면, 정말 넋이 나간다. 

내 주변이 편안하지는 않다. 어머니는 폐암에 치매, 요즘은 전화도 못 받으신다. 동생도 많이 아프다. 도와주고는 싶은데, 막상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다. 게다가 고양이도 요즘 엄청 까탈 부린다. 내 주변에 손 많이 갈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냥 하루하루, 겨우 넘어간다. 며칠에 한 번씩은 집안 전체에 청소기를 돌리는데, 몇 주 정신이 없어서 그것도 못했다. 날 아주 더운 날, 간만에 청소기 돌리다가 뻗을 뻔했다. 바닥에 이것저것 많아서, 계속 몸을 굽히면서. 더위 먹는 줄 알았다. 어제 전주 운전해서 갔다가 온 다음에 아직 회복이 안 되었나 보다. 나도 그냥그냥 버틴다. 

노무현 때부터 윤석열 때까지, 처음 6개월이 지나면 경제에서 뭐가 문제고, 어떻게 될 것인지 대충 보쳤다. 대체적으로 내가 예상한 것과 비슷하게는 흘렀다. 박근혜가 그렇게 엄망으로 국정을 처리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결국 탄핵. 문재인도 예상과 비슷하게.. 망했다. 망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는데, 그 정도로 망할 줄은 몰랐다.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그 시절에 약간의 제안이 있기는 했는데, 애들 보느라고 뭘 할 형편이 아니고. 

이재명은 경제가 어떻게 될지, 전혀 에상을 못했다. 성남 시절, 그와 일했던 강남훈 선생은 아주 잘 안다. 본지 좀 되지만.. 강남훈 선생 글을 학부 4학년 때 보고, 프랑스로 유학 가기로 결심을 했었다. 아주 나중에, 그 얘기를 했다. 강남훈 선생이 곁에 있으면, 그래도 아주 엉망으로 하지는 않겠지, 그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다. 아주 오래된 인연이고, 좀 특수한 인연이기는 하다. 그래도 강남훈 선생을 최근에 찾아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얽힐 형편도 아니다. 올해 겨울까지만 둘째가 잘 넘기면, 더 이상 병원 데리고 뛰어가는 것은 안 해도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아직은 이재명 경제에게 붙여줄 이름이 없다. 특징이 없어서 그렇다. 들쭉날쭉,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거야 스타일이 그러니까. 

최근에는 이재명 경제는 아주 엉망이다. 아무 거나 막 던진다. 내가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아주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정책들도 많다. 지금 내가 나서서 논쟁할 형편이 아니라서, 덩치 큰 것들도 그냥 지켜보는 중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는 대충 윤곽이 보인다. 정치적인 효과는 모르겠지만, 경제적인 실효성이 없는 것들을 막 던지고 있다. 

문득 문재인 때 수소차를 포함한 수소 경제를 정부가 막 밀던 때가 생각이 났다. 대부분 찬성이었는데, 나는 수소차에 대해서 반대했다. 하는 건 자기 맘이지만, 그렇게 정부 생각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자동차 공업협회 같은 데에서 만나자고 난리였다. 굳이 안 볼 생각은 아니었지만, 고위직들이 만나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작년에 나고야에서 토요타 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다. 창업자가 만든 방직기계부터, 회사의 역사를 쭉 전시하고, 그 전시 마지막에 ‘미라이’, 미래라고 하는 토요타에서 만든 수소차가 있었다. 토요타의 미래면 엄청 화려하게 해놓았을 것 같은데, 미라이가 토요타의 미래가 아니라는 것은 토요타 사람들도 알고, 토요타 밖의 사람들도 다 알던 시절이었다. 그때 이미 도요타 장남은 수소차가 아니라 스마트 시티, 도시 건설로 옮겨간 때였다. 결국 토요타가 자식 대에서는 건설회사로 메인을 옮겨가겠구나, 그렇게 예상하던 상황이었다. 

현대도 토요타도, 수소차가 미래라는 그런 얘기는 이제 하지 않는다. 내가 수소경제에 대해서 반대하고, 수소 엔진에 대해서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할 수 있으면 나쁘지 않지만, 미래는 그렇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너무 뻔했다. 정지형 연료전지라고 부르는 수소 발전은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 정도 규모에서는 부분적으로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주 엣날, DJ 정권에서 총리에게 정지형 연료전지에 대한 도입 검토 보고서를 내가 썼다. 워낙 총리가 관심 있어 해서, 연료전지에서 수소차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거의 매주 하나씩 보고서를 올렸고, 다음 질문이 오면 또 보고서를 썼었다. 정지형 연료전지는, 이재명  정부에서, “이제 그만해라”, 그렇게 정책 결정을 내렸다. 나는 아직도 잘못된, 감정적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속으로는 그렇게 욕한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던지는 많은 정책들이 그때의 수소차 정책을 닮았다. 광고 내고, 홍보하는 것은 자기 마음이지만, 현실의 경제와 기술이 그렇게 결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쟁자가 있고, 시장 여건이 있고, 장기 로드맵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걸 수용해야 하는 주민도 존재한다. 이게 다 맞아야 일 하나가 성사 된다. 

아직 이재명 정부의 특징으로 이름을 붙여줄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실력이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될 것, 안 될 것, 그런 게 대체적으로 구분이 간다. 치명적으로 안 될 것들이 많다, 그것도 너무 많다.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 아직은 개괄적인 특징만 보이지, 본질을 꽉 짚을 정도로 핵심을 짚을 실력이 아직 나에게는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아마 조만간 이재명 지지율이 40%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 지지율이 내려갈수록 이것저것 막 던지는데, 그게 점점 더 심해질 것 같다. 조금 더 지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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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고등학생의 교육 여건에 대한 사례 조사를 위해서 아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죽지만 말자, 그러고 살아요.” 자녀를 학원에 어느 정도 보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전화한 건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자녀의 일탈로 고민하는 부모들을 많이 만났다. 고등학생 때의 자살시도와 히키코모리, 이렇게 연결되는 사례들도 많이 보았다. 우리의 10대가 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10대 자살 증가율이 oecd 1위가 되었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10대 책들을 쓰게 되었다. 가슴 아픈 사연들을 많이 보았다. 큰 의미가 없을지 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백종우와 만나게 된 것은 정부의 자살관련 위원회였다. 이후로 꽤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가장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보다 더 자주 만난다. 그렇다고 그에게 자살 얘기를 많이 듣는 것은 아니다. 그냥 살아가는 얘기들 하고, 내가 새로 준비하는 책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그렇게 서로 원고를 읽어주고 지낸지 몇 년 된다. 내가 그의 진짜 생각을 접하는 것은 그의 글을 통해서다. 

10대 자살, 코로나 이후로 20대 여성의 자살 급등, 자살 연구에서도 그때그때 유행하는 이슈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개인의 선택 혹은 책임이라고 하는 개인적 책임의 시각에서 국가 혹은 공동체의 일로 시각이 변화하는 중이다. 

백종우의 시선은 현장에서 그가 만났던 많은 사례들로 풍부해진다. 꼭 우리나라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유명한 사례들과 함께 하나의 주제가 다루어지는 형식이다. 

책에서 전혀 몰랐던 얘기가.. 사실은 ‘윈터 솔저’였다. 나도 영화를 몇 번이나 봤는데,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다. 미국 독립운동을 이끈 토마스 페인의 ‘상식론’은 나도 가끔 소개한 책인데, 사실 읽을 기회는 없었다. 미국 독립의 아버지 워싱턴이 원래는 미국 독립에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독립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 책에 ‘서머 솔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승리가 눈앞에 있을 때 전공을 취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기회주의적 군인을 의미한다. 반편, 추운 겨울에도 버티고 버티는 군인을 윈터 솔저라고 부른다. 베트남전 얘기다.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군인은 좌우 모두에게서 냉담한 시선을 받았다. 보수들은 패전자 취급을 했고, 좌파들은 양민학살자, 이런 차가운 시선으로 봤다. 이들에게 남겨진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 책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방관들 얘기로 넘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우리나라 얘기가, 백종우가 했던 일과 해석이 따라 붙는다. 

구조상, 꼭 앞에서부터 읽어나갈 필요는 없고, 자신과 관련된 데를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앞에서부터 읽어나갔지만, 이건 발췌독도 무방하다. 

서술구조상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부분이 “기대어 우는 법 ‘김부장’을 위하여” 정도 된다. 바로 그 드라마의 김부장이다. 힘들다고도 못하고 그냥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백종우가 치료한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 종료 중에 우울증으로 얻은 게 있느냐는 질문을 꼭 물어본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현실에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내 주변의 우울증 환자들에게, 결국은 연락을 점점 더 안 하게 되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딜레마다. 도와주고는 싶지만, 막상 도울 방법이 별로 없다. 제도적 맹점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다. 

잠시만 화려함에서 눈을 돌리면, 서울은 미쳐버린 도시다. 부동산 가격에서 가혹한 교육열,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의 속도까지, 서울에서 제 정신을 갖고 살아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디 알렌의 <맨하탄>에서, 세계 최고의 도시에서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사람이라면, 서울의 고통에 출퇴근의 고통이 한 가지 더 더해질 것 같다. 여기에서 도대체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아갈 것인가? 사실 제정신은 없다. 그냥 아프고 힘든 몇 가지를 부여잡고 그냥 살아갈 뿐이다. 집값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 그러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너무 슬퍼진다. 그냥 아픈데 괜찮은 척 하고 살아갈 뿐이다. 우리의 10대는, 더욱 그렇다. 누가 그들에게 즐겁게 살아도 괜찮아,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까?

어차피 우리는 자살을 옆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꼭 자신이 아니더라도, 바로 옆에서 혹은 한 다리 건너면 누군가는 계속해서 자살을 한다. 확률적으로 그렇고, 경제적으로 그렇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백종우의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을 권하고 싶다. 배를 타면 구명조끼를 입는다. 필요 없어도 입는다. 그냥 마음에 구명조끼를 입는다는 마음으로, 백종우의 책을 한 번은 읽어보면 좋겠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지만, 백종우와 쓰고 싶은 책이 있다. 요즘은 행복한 학교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만, 조금 여유가 되면, 행복한 직장, 행복한 병원, 행복한 가정, 행복한 은행, 이런 미시 단위별 행복에 대한 얘기들을 해보고 싶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 나는 경제적 분석을 하고, 백종우는 병리학적 해석을 하고, 그런 형식의 책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작년부터 했었다. 물론 그 뒤로 나도 바빠졌지만, 백종우는 더 바빠졌다. 그래서 당장은 어렵고, 몇 년 후의 일이다. 그냥 내가 환갑되기 전에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자살에 대한 충동이 없었을까? 한 번은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그냥 평생 안고 살아간다. 어지간하면 혼자 있는 게 제일 좋다. 그래도 자살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진지하게 접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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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태권도 간다고 나갔다. 오늘 먹은 둘째의 점심이 여름 방학 마지막 점심이다. 중학생인 첫째는 며칠 전에 이미 개학 했다. 우와. 지옥의 여름 방학이 드디어 끝나간다. 

2016년부터 애들 보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내 생각도 많이 변하고, 관심사도 달라졌다. 다양해졌다면 더 좋을텐데, 꼭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고. 

애들 보면서 뭔가 하니까 기동성도 떨어지고, 유연성도 없어졌다. 고정적인 약속을 할 수가 없었다. 둘째가 매년 입원을 하니까, 몇 달 전에 약속을 해도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주기적인 모임 같은 것은 다 사라졌고, 주로 만나는 사람들도 거의 없게 되었다. 꼭 같이 하는 일이 없어도 분야별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는데, 이젠 그런 건 없다. 

가을부터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아직 그럴 형편은 아니다. 둘째가 아직 다 괜찮아진 것은 아니고, 몇 년 동안 방치해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좀 더 정리정돈이 필요할 것 같다. 치매와 폐암을 앓고 계시는 어머님 상황이 안 좋으시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별로 업다. 

10년을 돌아보니, 사회적 변화가 많다.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정치는?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여전히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촤민희와는 그 시절에도 조금 알고 지냈고, 작년인가, 우연히 만났던 적이 있다. 그녀가 이렇게 투사가 될 줄은 몰랐다. 

다 털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을 받았던 적이 두 번이 있다. 처음 현대에 들어갔을 때, 공부만 하던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없던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에너기관리공단을 그만두고 책 쓰기로 했을 때, 1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무에서 시작할 때, 그때도 다 털고 새로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10년 전 애들 보기 시작할 때에도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뭘 하는 게 아니라, 뭘 안 하는 결심을 한 거라서.. 뒤로 간다는 느낌이었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은 아니어다. 

막 두 소년의 여름방학이 끝나는 지금, 인생에서 세 번째로 다 털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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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은 청소년 캠프 같은 곳에서 글쓰기 교실을 한다. 이것도 몇 번 하니까, 약간은 정형적인 포맷 같은 게 생겼다. 지금까지 해 본 걸로는, 부모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프로그램이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정도가 대상인데, 나로서는 그 또래의 학생들을 관찰하고 익숙해지기에는 더없이 좋은 프로그램이다. 물론 자주는 못 한다.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면, 할 일은 아니지만.. 보람은 있는 일이다. 글이라는 게 뭐고, 책이라는 게 뭐고, 어떻게 글을 대해야 하는지, 이런 걸 알려줄 수가 있다. 

이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까,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유형의 십대를, 가장 여러 방식으로 만다는 사람이 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내가 정말로 최선을 다 해서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하려고 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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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차..

책에 대한 단상 2026. 8. 13. 11:57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어제 밤에 편의점 가다가 문득.. 

학위 받고 30년째라는 생각이 들었다. 햐, 그새 30년이 지났네. 

9년째까지는 세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벙어리 3년, 봉사 3년, 장님 3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버티고 살아야 하던 시절. 

교수가 되기 위한 시도를 안 한 건 아니다. 모 대학에서 파이널까지 올라가서, 총장 면담을 보게 되었다. 하. 학교에서 데모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거짓말 해도 되는데, 그렇게 살지 않았다. 후에 들은 얘기는, 그해 임용 계획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어느날, 문득 9년 가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에너지관리공단을 퇴사했다. 그리고 책을 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10년 차가 되었을 때, 딱 그 해.. 첫 책이 나왔다. 초기에는 그냥그냥, 1쇄 겨우겨우 털었다. 어느 날부터 책이 잘 팔리기 시작했다. 법정 스님이 법회 때 내 책을 소개하셨다는 얘기를 건네 들었다. 그렇게 책으로 먹고 살만하게 되었다. 지금도 내 책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분은.. 법정 스님이라고 할 것 같다.

20년 차가 되었을 때.. 그때는 둘째가 매우 아펐다. 폐렴으로 두 달 사이에 병원에 거푸 입원을 했다. 둘째가 아파서 아내는 퇴사했고, 재취업을 위해서 움직이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던 일을 내려놓고, 아이들 보기 시작했다. 아내는 다시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교수가 되었다. 그렇게 그냥 살면, 적당히 한 세상 마무리할 것 같았다. 

애들 보면서 책을 쓰려는데, 이게 시간 관리가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내가 다루는 주제들은, 이제 매우 어려웠다. 당연한 게.. 그냥 쓸 수 있는 책들은 이미 다 써버렸다. 그 사이 50권 가량 썼다. 남은 주제가.. 없는 게 당연하다. 

마침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이래저래 처리할 일들이 많았다. 둘째는 여전히 매년 입원을 했고. 남은 책들을 마저 마무리하지 못하면, 70이 되었을 때,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뒀고, 애 보는 것과 책 쓰는 것, 딱 두 가지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사이에 잡 오퍼가 몇 번은 있었다. 가장 최근은 지난 달이었다. 다 의미 있는 일이지만, 아직은 둘째가 아프다. 게다가 책 마무리해야 할 것들이 아직은 좀 밀려있다. 

청소년 인권 책이 중반부로 넘어가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중이다. 요즘 내 고민은, 이걸 어떻게 부드럽게 넘어갈까, 그것 밖에 없다. 대충만 알고 있던 인권 경영에 대해서 나름 살펴보는 중이다. 지금은 이걸 넘어가는 게, 거의 유일한 관심사다. 

그러고 있다가, 문득 올해가 박사 30년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징허게 오래 살아남았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중기 목표는 하나다. 일본 고등학교에서 평화에 대해 강연하는 것. 3년 내에 가능할 것 같다. 30년 동안 공부한 모든 걸 모아서, 이 하나의 목표로 가보려고 한다. 그런 생각이 박사 30년차를 지내면서 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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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이다. 지옥의 방학. 

나간 줄 알았던 두 소년이 부엌에서 다투고 있었다. 첫째가 둘째한테 욕을 해서, 크게 혼을 냈다. 이거 참 바담 풍이다. 나도 욕 허벌나게 했었다. 첫째는 중학교 2학년, 한참 욕 많이 배울 나이다. 

상황을 보니까, 밥통에 밥이 딱 한 숫갈 남았고, 점심 어떻게 먹을 거냐고 둘째가 물어보는데, 큰 애가 자기 먹는 건 신경 끄라고, 이러고 있던 중이었다. 답 없는 건 둘 다 마찬가지다. 

급하게 햅반 데우고, 국 남은 거 데워주고. 반찬이 남은 게 별로 없어서, 김치를 꺼내줬는데. 이것들이 김치는 반찬으로 안 친다. 신 깍둑이, 완전 서자 취급이다. 영 반찬이 그래서, 후식으로 복숭아 하나씩 깍아줬다. 

어제 공주에 갔다왔는데, 두 시간짜리 수업을 연짱으로 했더니, 아직도 정신이 헤롱헤롱. 마이크도 상태가 안 좋고, 목소리도 잘 안 나왔고. 선생님들 연수 수업인데, 이래저래 수업이 별로였다, 내가 뭘 잘 못한 것인가, 이래저래 생각이 복잡했다. 비슷한 내용이 다른 데서는 열광적인 경우가 많았고, 얼마 전에 교장 자격 연수 때에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중학생들도 재밌게 들었던 얘기인데.. 최근에 내가 한 강연들을 돌아보면서, 세상이 바뀐 건데, 내가 아직 바뀌지 못한 건가, 아니면 정치적인 얘기를 빼고 가니까 재미가 덜한 건가,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인권 경영에 대한 책을 새로 읽으면서, 최근의 인권 경영에 대한 시스템을 머리 속에서 재구성하느라고 머리고 한층 복잡해져 있었다. 

첫째한테 욕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한참 설명해주고, 밥 새로 하고 다시 자리에 앉으니.. 뭐 하다가 일어났는지 아무 생각이 없다. 

그 와중에 잡지에 연재하는 도서관 칼럼 최종본 검토해달라고 메일이 와 있어서 후다닥.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기계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적지 않다. 

오후에는 둘째랑 간만에 반찬가게 가기로 했다. 근처에는 반찬 파는 데가 없다. 전에는 슈퍼에서 간단한 반찬 정도는 팔았는데, 슈퍼가 장사가 잘 안 되고, 매장 일부를 다시오 매장으로 바꾸었다. 차로 20분은 가야 시장에 있는 반찬가게에 갈 수가 있다. 그나마 시장에 골목으로 빠져 있는 반찬가게라서, 그 앞에 바로 차를 잠시 세울 수 있다. 생각해보니까 몇 달 전에 가고 간 적이 없다. 

방학 때는 아직 이래저래 힘들다. 그래도 둘째 한참 입원하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거지만, 그 대신 내가 하는 일들이 조금 더 많아졌다. 그리고 공부해야 할 것도..

인권 경영 같은 주제는 그냥 그런 거 있나보다 해도 되는 거였는데.. 10대들에게 인권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기업 상황을 알려주려다 보니까.. 그래도 최근 정보로는 업데이트 헤야, 부랴부랴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인권 경영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는 경제학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물론 나도 다 보는 건 아니지만.. 태평양 전쟁사 보면서 또 한 편으로는 인권 경영 찾아보는 게, 너무 가혹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막상 책은 한 번에 하나씩 쓰지만, 뒤에 쓸 책에 대한 기초 연구는 틈 날 때마다 하는 게, 오랫동안 가져온 일종의 루틴이다. 

가을부터는 좀 움직여볼까 했는데.. 여러가지 형편과 준비 상항이, 아직은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올 때까지는 주변을 좀 더 정돈하고, 밀린 일들도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움직일 때가 아닌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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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권 책은 몇 달째 표류 중이다. 앞부분은 잘 지나갔는데, 그 동안에 배제고 등 10대 관련된 이슈가 너무 많아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게다가 학폭에 관한 얘기가 많이 커지면서, 뒷부분의 순서와 구조 등에서 쉽지 않은 문제들에 봉착했다. 밸런스의 문제다. 장애인 문제를 어디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담을지, 현대 기업들의 변화에 대한 얘기를 어떻게 할지, 그런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급한 일들도 좀 생기고. 이 상태로 몇 달이 그냥 지나갔다. 

원래의 계획 대로라면 청소년 경제 책이 나오기 전에 청소년 인권 책 초고를 마무리할려고 했는데, 그렇게는 어렵게 되었다. 더 늦어질 줄 알았던 청소년 경제 책이 이제 마지막 교정까지도 끝나고 인세 넘어가려고 하는 순간이다. 

요령이라면 일종의 요령인데.. 새 책 나올 때, 다음 책 작업이 한참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순간이 되도록 일정을 좀 조정을 했었다. 책은 잘 팔리는 책도 있고, 안 팔리는 책도 있는데.. 사실상 일단 저자 손을 떠나고 나면,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나도 사람이라, 안 팔리는 책 보고 있으면 뭐라도 하고 싶어진다. 경험상, 그렇게 해서 잘 된 책은, 아직 없다. 그래도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정작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마음이 아주 그지 같아진다. 

그래서 다음 책의 중요한 일정과 새 책의 출간 일정을 맞춘다. 그러면 좀 낫다. 책이 좀 팔리면, 기분 좋게 다음 책 작업을 할 수 있다. 안 팔리면? 이번에 망한 거, 다음 번에는 좀 낫게 하겠다고 다음 책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지낸 시절이, 어느덧 20년이 넘어갔다. 

어쨌든 계획에 없게, 청소년 인권 책이 봄이 지나기 전에 마무리할 것 같았는데.. 현실은 택도 없고, 입추가 지나서, 이제 지랄 같던 무더위도 슬슬 꺾여나가는 시점이 되었다. 마음 속의 스트레스도, 극한에 달하게 되었던. 

나는 늘 과거에 대한 얘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얘기가 더 재밌었다. 경제사를 전공하지 않은 이유가, 이런 미묘한 감성의 차이였을지도 모른다. 교착에 빠진 인권 책을 놓고 고민하면서, 이 생각이 잠깐 들었다. iso 23000, 이 얘기를 학폭 바로 뒤에 붙여야겠다는. iso 9000, iso 13000, 이런 얘기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당시 파견 나온 현대중공업 부장과 iso 13000을 같이 공부했었다. 그는 자격증을 얻어서 정년 이후를 준비하고 싶어했다. 나는.. 그냥 그런 경영시스템이 재밌었다. 좋아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그게 이제 iso 26000이 되어 있다. 여기에 인권 경영이 들어 있다. 

기업 얘기, 회사 얘기, 그런 곳의 인권 얘기를 학폭 다음 장에 붙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음 주에는 이 교착 상황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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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형 입시 도입에 찬성이다. 지금의 반복형 암기 교육이 낮는 지금의 강남 학원식 스타일이 갖는 폐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의 방식에 결함이 잇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쳐보면, 사실 입시 성적과 대학 진학 이후의 성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대학 본부 쪽 사람들하고 얘기해보면, 농특 전형 학생이나 일반고 학생들이 2~3학년 뒤에는 더 점수가 높다는 얘기들을 종종 한다. 실제로 봐도 그렇다. 특히 대학원 이후 혹은 박사 과정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이미 학원빨은 다 끝나고, 독창성과 체계적인 사유가 중심이 된 과정에서 혼자 공부하는 법이 결국 많은 것을 가른다. 

가끔 경험이 많은 간부들의 대학원 성적이 더 좋지 않느냐는 얘기를 하는데.. 글쎄다. 고급 과정에서는 경험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독창성이라는 영역이 있다. 대체적으로 일반고에서 어떻게든 성공해서 살아나온 학생들이 박사 과정에서는 단연 성과가 더 높다. 

다들 알지만, 지금까지 서술형 시험을 보지 못한 것은 편파적인 채첨에 대한 사회적 믿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데, 이걸 전국 규모에서 어떻게 일괄적으로 채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처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문제가 있는 방식을 계속 유지해온 것 아니겠나 싶다. 

한 가지 물리적 변화가 생기기는 했다. 저출생 추이가 누적되면서, 점점 더 수험생들이 줄어들 게 된다. 일괄적으로 많은 학생들을 공부시키고 졸업시켜야 하는 시기와는 양적으로 전혀 다른 변ㅇ화가 우리에게 생겨난다. 선생님들은 더 많이 투입할 수 있고, 학생들은 줄어드는 게 현재의 조건이다. 게다가 적은 졸업생으로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좀 더 생산적이고 입체적인 지식으로, 더 많은 사회적 창의성을 기대하는 게 한국 경제가 잠재 성장률 저하를 극복하는 유일한 기술적 방법이다. 

이건 객관적인 형편이고.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 초반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역사에서 업적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본다. 

코스피를 성과로 내세울 때, 나는 위험하다고 봤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안정화되면 코스피가 오룰 수 있지만, 단기 처방으로 코스피가 왕창 뛰는 거, 그런 건 없다. 제도 개선으로 일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할 수는 있지만, 그런 경제 체질에 대한 근본적 변화 같은 것은 이재명 정책에서 보지 못했다. 이재명 경제에 장기계획과 구조적 변화가 사실상 없다. 경제 안정의 효과로 장기적으로는 코스피가 오르기는 하겠지만, 구조 변화에 따른 단기 변화가 있기는 어렵다고 본다. 게다가 코스피를 정치적 성과로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그걸 일종의 보너스라고 봐야지, 정책 목표로 내걸어서 좋은 일이 벌어지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반도체 지방 공단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이게 힘으로 될 일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반도체 지방 공단 발표한 다음 날부터 코스피가 자빠지기 시작했다. 코스피 만도 넘어갈 거라는 전망들이 나오던 시점, 지방 반도체 산단 발표와 함께 처음 출발한 지점으로 결국 돌아가게 되었다. 시간이 좀 더 흘렀는데, 시장의 판단이 크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 기술적인 문제점과 경영상의 문제점 혹은 투자 자금의 성격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다. 결국은 자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김영삼에 대한 수많은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금융 실명제 도입이라는 성과에 대해서 부정할 수는 없다. 일본은 아직도 제대로 못했다. 여전히 지하경제 같은 빈 공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금융의 투명성, 이게 20세기의 한국 경제가 누리는 경제적 번영의 기본 인프라가 된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재명에게는 뭐가 남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없다. 나는 오랫동안 이재명에게 우호적이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그가 역사에 확실한 뭔가를 남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현재까지 한 정책 중에서 가장 유의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농지에서의 부재 지주 처리 건이다. 중요한 변화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성과가 불투명하다. 그리고 금융실명제급으로 큰 건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 

논술형 입시 도입은, 지금까지 나온 이재명발 정책 중에서, 가장 확실한 변화를 만들 정책이기는 하다. 문제는 다 알고 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도도 하지 못한 정책이다. 반대야, 스테레오타입이 될 정도로, 어떤 것인지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걸 넘어설 수 있을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많은 교육 정책은 사교육계의 은밀한 반대로 좌초하는 경우가 많은데, 논술형 입시가 사교육 입장에서 그렇게 반대가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걸 토론식 교육 등 학교에서 수용하는 게 맞기는 한데, 현실이 과연 그렇게 흘러갈까, 그건 확실치 않다. 역설적으로, 그게 오히려 장점이기도 할 것 같다. 이걸 죽어라고 반대해서 이익 볼 집단이 많지 않다. 누군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라, 생소하기 때문에 못한 정책에 가깝다. 그래서 하면 할 수 있는 것.. 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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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때문에 난리기는 난리다. 오세훈이 한 부동산 토론회 봤는데, 헛점이 좀 많기는 한 것 같다. 겨우 월세를 구했는데, 집 주인이 언제 들어올까 봐 전전긍긍한다는 사람. 사실 이번에 영향 받는 집은 40억은 넘어가야 할텐데, 40억 넘는 집의 월세는 얼마일까, 잠깐 생각해봤다. 

이번의 세제 개편은 너무 복잡해서, 나도 머리에 한 번에 담아두기가 어렵다. 공제액에도 차등이 있고, 공시지가와 실거래에도 차이가 있고. 이렇게 모수를 뺄 때에도 기준이 제각각이고, 남은 돈의 크기에 따라서 비율을 정하는데, 다시 실거주냐 아니냐, 집주인의 연령이 얼마나, 여기에 따라서도 비율이 바뀐다. 다 못 외우겠다. 어떤 세무사가 자기도 엑셀 돌려봐야 알 수 있겠다고 하는데, 진짜 이걸 일상 업무로 하는 사람들 아니면, 알기가 어려울 정도로 공식이 복잡하다. 

보수 쪽 세무사들이 하는 얘기도 좀 봤는데.. 표정은 엄청 진지한데, 0.4에서 0.5%의 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20~30%짜리 변화로 얘기하는 거라서, 약간 웃음이 나왔다. 

하여간 대체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보유세 기준은 1%다. 미국 많은 주의 평균 수치가 그 정도 된다. 1%의 보유세면, 50년 보유하면 집값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 게 된다. 

집값이 100억원이 넘어가는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를 다 합쳐도 0.9%를 넘기가 어렵다. 50억원인 경우, 0.4에서 0.7 정도 나온다니까, 미국에 비하면 못 미친다. 

나 같으면 시뮬레이션을 좀 하고, 외국 주요 도시와의 보유세 비교표 같은 것을 만들 것 같다. 

그냥 내가 보는 기준은, 그래서 보유세가 결국 1%를 넘는다는 거야, 아니야, 요 수치만 본다. 그냥 실거주의 경우, 비실거주의 경우, 요렇게 10년짜리 비교를 해서 핵심수치만 보여주면 될 일인데.. 

부동산 세금 정책하는 쪽에서 너무 성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큰 돈을 엑셀 아니면 계산할 수 없도록 복잡하게 해놓고, 총액 대비 비교하는 간단한 시뮬레이션 정도도 안 보여주는. 에라이. 

2.
얼마 전에 울산에 며칠 있었다. 한참 울산에 많이 갈 때, 마침 정자항이 붐이라서, 정자항에 작업실로 오피스텔 같은 걸 구하면 어떤지 잠시 살펴본 적이 있었다. 사는 건 아무 때나 되지만, 나중에 팔 수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전세라도 알아볼까 싶었는데, 그 후로 둘째가 많이 아파져서, 작업실은 무슨 작업실. 그랬다. 

신도시로 한참 각광받던 정자항이 요즘 마피로 난리라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입지상 출퇴근 하기에는 좀 어정쩡하기는 했다. 울산 사람들이 받아들인 건, 태풍 올 때 집이 흔들려.. 태풍 오면 집 흔들리는 건 부산도 마찬가지이기는 한데, 해운대와 울산의 정서가 좀 다르다는 생각이 잠시. 

울산에 며칠 지내면서 롯데 백화점 있는 남구 중심가에 있었다. 그 한 가운데 울산센트럴자이아파트가 있었다. 아는 사람이 여기 살고 있어서, 몇 년 전에 식구들 데리고 휴가를 이곳에서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자이 1층에 있던 상가들이 엄청 복잡복잡해서, 몇 번은 거기서 밥도 먹고 술도 먹었다. 그 상가들이 꽤 많이 비어 있었다. 울산의 번영로 주변도 이렇게 문 닫은 데가 많은데, 다른 데는 어떨까 싶었다. 

96년에 울산 번영로에 처음 왔었다. 그때는 이곳도 VOC 계통의 악취가 있었다. 공업탑에서 번영로까지, 그래도 울산을 대표하는 곳이었다. 그때는 방어진은 진짜 여기가 시내가 맞나 싶을까 할 정도로 술집 몇 군데 빼면 정말 한산했고. 

울산 남구에서 부동산 뉴스 보면, 정말 저기가 어느 나라 얘기인가 싶다. 신도시로 날리던 정자항은 마피 남발이고, 남구의 번영로에도 빈 상가가 속출하고. 현대 중공업 갈 일이 있어서, 빵을 좀 사려고 현대호텔 뒤의 상가로 갔었다. 거기에 분명 파리 바게트가 있었는데, 없다. 주민에게 물어보니까, 정말 슬픈 얼굴로..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남구나 현대중공업 앞이나,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문득. 그런 걸 보면서 본 부동산 뉴스는, 서울 아주 일부의 일인데, 저 뉴스가 울산 등 이 동네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그런 생각이 가득가득. 

사실 경상도의 지역별 형편은 나도 잘 모르고, 그나마 좀 나은 게 나 혼자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울산 정도다. 

그리고 다시 서울에 와서 부동산 뉴스를 보니.. 우와, 마이크로의 마이크로 분석을 하는데, 그야말로 거리와 거리 단위 분석 정도는 해야 전문가 소리 듣는. 

저런 건 프랑스나 스위스에서도 본 적이 없고, 일본에서도 본 적이 없다. 미국 덴버에 한동안 있었는데, 부동산 뉴스는 정말 한 번도 못 본. 거기에도 덴버 구도심과 미국 전역의 중산층들이 몰려드는 신도시 그리고 배드 타운의 문제 등, 사람들이 애기하는 부동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저렇게 마이크로의 마이크로 단위까지 분석하는 건 좀. 

3.
전월세 문제에 대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에 가까울 새로운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지금 이재명의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그러니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주택 정책, 그냥 아무 것도 하지마라, 그 말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버벅거리면서 라디오 인터뷰 하는 걸 잠시 들었는데.. 저 사람은 자기 손으로 주택 거래는 해봤나, 그런 생각이 문득. 뭔 장관이 세상 일에 대해서 저렇게 아는 게 없나 싶은 느낌적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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