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면서 라디오를 들었는데, 마침 애완동물의 법적 성격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애완동물은, 법적으로는 물건이다. 동물보호법이 생겨서 부분적으로는 보완을 하고 있는데, 다른 법에서는 여전히 충돌하는 상황들이 생겨난단다. 개가 다른 개를 죽였을 때 어떻게 되느냐? 물건이 물건을 부순 거라서, 형사적 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단다. 고양이 호텔에 맡긴 고양이가 죽었을 때에는 어떻게 되느냐? 고의성이 없으면, 민사상의 배상 책임만 남는단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별 상관은 없지만.. 문득, 지금 쓰고 있는 청소년 경제책의 제목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락 없이 툭 튀어나온 생각이 “우리, 진상은 되지 맙시다”:.. 너무 직설적이라서 평소에는 좀 피하던 스타일의 제목인데,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얘기가 이런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있던 “경제학자 아빠의 인권 이야기”는 부제로 돌리고. 

좀 강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밋밋하게, 하나마나한 애기들을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 하이고. 인권 책이, 어려운 책은 어려운 책이다. 책 쓰기 시작한 후, 이렇게 고전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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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사는 야옹구는 18살이다. 태어나서 3달째 길에 쓰러져 있는 걸 누군가 병원에 데려다줬고, 그걸 입양해서 같이 살게 되었다. 두 살 때 장에 문제가 생겨서, 큰 수술을 한 번 했다. 150만 원.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 사건이었다. 원래는 수술 후 3일간 병원에 있는다고 했는데, 이틀만에 병원 시트에 쉬아를 하고, 바로 집으로 쫓겨왔다. 

체중이 줄기 시작한 건 며칠 되고, 며칠 전부터는 진짜 힘이 없어졌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폐에 종양이 많아서, 이제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단다. 18년이면 진짜 오래 살았다. 벌써 뭔가 안 좋아졌거나, 아니면 치매가 왔어도 이상하지 않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신나게 뛰어놀았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츄르 내놓으라고 난리난리 치고, 손 치우기 전에 얼굴부터 들이밀어댔었다. 이제는 츄리 뜯어주고, 들어다놔야 겨우 먹는다. 한 번에 하나를 다 먹지 못한다. 식욕도 많이 줄었다. 물은, 보통 때보다 더 많이 마신다. 

병원에서는 적당할 때, 보내줘어야 한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서류 한 장을 줬는데, 행복도가 30점 이하면 보낼 때라고 한다. 지금은, 얼핏 봐도 70점 이상이다. 병원에서 준 약은 진통제다. 남은 시간, 덜 아프고 지낼 수 있으라는 얘기인 것 같다. 

정태인 선배가 떠난 후, 문득 전화해서 술 먹자고 하는 사람이 이제 인생에서 사라졌다. 가장 오랫동안 같이 낮술을 마시던 사람.. 거의 모든 것을 함께 했던, 늘 나를 “우리 친구 우박사”라고 부르던 친구는 며칠 전에 떠났다. 이제 18년을 같이 보낸 야옹구도 보내야 할 시간이 되었다. 한 때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을 키웠고, 수많은 사건들이 생겨났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고양이도 떠나갈 시간. 

일상을 루틴처럼 끌어나가고는 있지만,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곁을 떠난다. 

그래도 넋놓고 있을 여유가 안 되는 게, 다음 주에는 아내가 해외 출장이다. 집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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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의회에서 20대에 대해서 발제를 해달라는 부탁이 와서, 좀 고민을 하다가 한다고 그랬다. 최근에는 10대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해서, 지금의 20대에 대해서는 생각이나 고민을 정리한 적이 없었다. 

사실 지금의 20대는, 강연 같은 데에서 만났을 때, 좀 난감하기는 하다. 10대보다 강연이 더 어렵다. 20년 전에는, 많은 20대들이 내 주변에 많았다. 지금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20대가 거의 없다. 예전 같으면, 일부러 더 많은 청년들을 만나려고 했는데, 요즘은 그 힘을 대부분 10대들에게 쓰고 있다. 분명히 10년 전에는 잘 통했던 얘기들이, 지금의 20대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고, 아무런 감정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20대에 대한 연구를 갑자기 늘리기도 어렵고, 그 감성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고. 이런 고민들이 있다. 

보수적이라고 기계적으로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민주당은 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증오라기 보다는 혐오에 가깝다. 싫은 게 아니라, 그냥 꼴 보기 싫어한다는 것? 이 점에서는 남녀 차이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최근에 본 20대들만 놓고 생각해보면.. 다음 대통령은 한동훈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서울에서는 더 그렇다. 한동훈을 더 좋아하거나 열광해서가 아니라, 싫은 사람들 이렇게 저렇게 빼다 보면, 결국 공통 분모가 제일 높은 사람이 한동훈이 아닐까 싶다. 

최근의 영화 <암살자>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박정희가 꼭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민주당스러운 언표와 기술 방식 자체가 더 싫은 것 아닌가 싶다. 그냥 싫다는데, 뭘.

민주주의에 대한 감성 등 이런 특징들은 많다. 이것만 가지고도 책 한 권 나올 분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뭐, 그렇게까지 공을 들일 형편은 아니고. 

하여간 내려야 할 선택이 몇 가지 있을 수 있는데, 당분간 20대 대상으로 한 뭔가 부탁이 있으면, 좀 더 해보기로. 조금씩 조정을 해보고, 대상의 특징에 대해서 좀 더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경제라는 용어를 다시 쓰려고 하는 것은, 그냥 시장의 흐름대로 가면 ‘실버 민주주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인들을 위한 경제, 그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정치적으로는 한국도 실버 민주주의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그건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다. 어쨌든 청년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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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라는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티모시 샬라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영화를 막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다. 그냥 엘 패닝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 보고 싶어서, 그렇게 정말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우디 알렌의 <맨하탄> 생각이 많이 났다. 20대에 본 영화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다. 아직도 많은 장면들이 생각난다. 다른 우디 알렌의 영화들이, 그렇게까지 많은 감명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 번은 맨타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몇 년 전에 뉴욕 여행을 계획하기는 했는데, 이래저래 사정이 생겨서, 결국 식구들하고 덴버 여행으로 바뀌면서. 한동안은 뉴욕 갈 일이 없다. 

영화를 절반 정도 봤을 때, 장면과 모티브만 바꾼 <맨하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보고 나서 정보를 찾아보니까, 아 이런, 진짜 우디 알렌 영화였다. 미투 사건이 생기면서, 겨우겨우 개봉하게 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너드식 마초라고나 할까. 우디 알렌 스타일을 얘기하면, 그 정도 될 것 같다. <맨하탄>에서는 여주인공에게 기다림과 같은 좋은 덕목과 차분함 같은 성격을 주었다. 비 오는 뉴욕의 엘르 패닝에게는, 매력적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 덕목도 주지 않았다. 돈도 많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이런 여자는 빨리 떠나는 것이 좋다.. 그런 걸 주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개츠비라는 이름의 남자 주인공에게는 ‘회색’, 뉴욕을 규정하는 그런 매우 독특한 덕목을 하나 선사하였다. 아마 그 회색은 뉴욕이 아니라, 파리도 바뀌어도 상관 없을 것이고, 요즘 같으면 서울로 바뀌던지, 혹은 홍대나 강남으로 바뀌어도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다. 

나이 먹어도 제정신을 못 차린 너드 꼰대의 자기만족형 이상형을 나름대로 그려보려고 한 거 아닌가, 그렇기는 하다. 

그래도 감동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everything happends to me, 티모시 샬라메의 피아노 동영상은 나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그게 이 영화에서 나온 건 몰랐다. 그 동영상의 맥락이 뭔지 아는 것만으로도 재즈 애호가에게는 충분히 영화를 볼 이유가 될 것 같기는 하다. 나도 그게 궁금하기는 했는데.. 이제야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찰리 파커나 쳇 베이커라는 이름이 순간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게 아니라면, 별로 권해줄 영화는 아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농구에서 흔히 얘기하는 그래버티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농구 기본은 1:1이지만, 여러 선수를 자기에게 붙여놓는 능력을 그래버티라고 부른다. 공격하면서 수비수가 여러 명 붙으면, 외곽 등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생긴다. 꼭 자기가 결정적인 뭘 하지 않아도 공격 기여도가 높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남주와 여주 모두 그래버티가 아주 높은 사람들이다. 가정 배경 설정이 그렇게 되어 있고, 실제로 하루 동안 벌어지는 뉴욕에서의 에피소드들이, 이들이 모두 그래버티가 얼마나 높은가, 그런 걸 보여주는데 많은 장면들을 할애하고 있다. 

그래버티가 높은 사람들끼리 서로 이끌려 사랑하게 된다면.. 아주 선의로 해석한 우디 알렌의 얘기는, 그딴 게 개소리라는. 너무 잘 나고 매력적인 둘이 무조건 만난다고 행보해지지 않는다는.. 

연애할 여력도 없을 뿐더러, 굳이 그래야 할 필요도 못 느끼는 사람들은 굳이 볼 필요가 없는 영화이기는 하다. 전투신도 없고, 폭력도 없고, 하다 못해 엄청난 언어 폭력도 없는. 우디 알렌 영화에서 무한 반복되는 잘난 넘들의 찌질한 궁상, 그런 게 반복 되풀이되는데, 이게 딱히 매력적일 이유는 없다. 

그래도 우디 알렌의 영화가 갖는 가치는, 자본주의의 최정점에서 벌어지는 얘기라는 경제학적인 면에서의 메시지다. 그게 <맨하탄>과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공통점이다. 문화 시장의 정점에 있는 어머니의 아들인 남주. 여러 개의 금융을 소유한 아빠의 딸인 여주. 뉴욕은 문화와 금융의 힘으로 움직이는 도시야, 그 직속 후계자들이 나름 진보적이라고 하지만.. 그냥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라는. 그리고 가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고. 

그래도 극단적으로 수다스러운 우디 알렌의 특이점은.. 40편, 50편짜리, 몇 시즌을 이어간 드라마보다 2시간짜리 영화에 대해서 할 얘기가 더 많다는 점이다. 그만큼 상징이 많고, 은유가 많고, 논리적인 충돌이 많은. 그의 영화를 꼭 볼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다를 원한다면, 그와 함께 매우 수다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특이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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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권책에서 직장 괴롭힘과 직장 민주주의를 다루고 있는 중이다. 이게 생각보다 인기 없는 분야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의제가 하나로 모여지지가 않는다. 또한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는 것과 노동자 입장에서 보는 게 완전히 다르다. 어느 눈으로 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교과서에 있는 것 같은 해법이 존재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라는 해법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요즘 이 분야에서는 저성과자에 대한 얘기가 유행이다. 내가 직장 민주주의 얘기하던 시절에만 해도 팀장이나 상급자들이 아주 개인적으로 괴롭히는 일들이 많았다. 괴롭힘 방지법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이제 그 문제가 저성과자 문제에 집약되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쉽지 않다. 이건 그냥 노동자에게 더 많은 권력을, 그런 것과는 좀 거리가 먼 문제다. 

게다가 중고등학생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좀 더 부드러울 것인가, 그런 또 다른 차원의 질문이 있다. 연휴가 끝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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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강연에서 일본 고양이 얘기를 조금씩 하게 되었다. 

청소년 경제책에서 “돈 있으면 한국이 제일 살기 좋아”라는 내용을 애기하면서, 고양이 얘기로 시작을 했었다. 일본 고양이와 한국 고양이의 비교에 대한 얘기다. 

우리나라 고양이는 거의 대부분 코숏이다. 코리아 숏다리라고 농담들을 하기도 하지만, 코리아 숏헤어, 단묘종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털이 길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여름이나 가을쯤이면 털이 긴 장묘종인 페르시아 계열 고양이들이 길거리에서 보이기도 하지만, 겨울을 지나고 봄이 되면 다시 코숏 천지가 된다. 집에서 도망친 외래종 고양이들이 겨울을 나기에는, 우리의 겨울이 너무 혹독하다. 좋든 싫든, 시베리아 같은 데에서 살던 고양이들이 들어오기 전에는 한국은 코숏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일본 고양이는 재패니즈 숏테일 혹은 밥테일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들이다. 절반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일본의 겨울이 우리보다 덜 혹독하니까, 숏테일들이 전부 점유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숏헤어와 숏테일이 하여간 각각 한국과 일본의 대표 고양이들이다. 

일본 고양이들을 유심히 보면, 꼬리가 뭉툭할 정도로 짧다. 처음에는 격렬하게 싸우다노비까 꼬리가 짤린 건지 알았는데, 원래 그런 종이한다. 일본 고양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흐름대로라면 한국에서 다른 것들이 그렇듯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지만, 일본 사람들은 동남마에서 왔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 어쨌든 지구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페르시아에서 무역 등 항해를 통해서 퍼져나간 것이니까, 기원은 거의 동일하다. 

에도 시대에 고양이가 오래 살면 꼬리가 두 개로 갈라지고, 네코마타라는 요괴가 된다는 민간신앙이 유행을 했다. 그래서 꼬리가 긴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짧은 고양이를 더욱 선호하게 되어서, 에도 시대 이후로 꼬리가 짧은 종들이 생존에 더 유리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물론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에도 시절의 고양이 그림들을 분석해서 짧은 꼬리 고양이들이 그림에 더 많이 나오게 되었다는 것을 연구하는 정도다. 

하여간 기원은 잘 모른다. 코숏도 기원에 대한 연구는 불분명하다. 짧은 털, 짧은 꼬리, 이런 게 한국과 일본의 고양이들을 대표하는 속성이다. 

보통 한국 고양이들은 사람을 보면 도망간다. 우리 집 고양이는 생후 3개월째에 죽어가던 것을 입양해왔다. 고양이들 사회에서 사회화된 기억이 별로 없지만, 지금도 누군가 집에 오면 후다닥 도망가서 숨는다. 집에 몇 번을 와야 그때야 좀 아는 척을 한다. 본능인가, 아닌가, 그런 질문을 가끔 해본다. 

일본 고양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히로시마였다. 히로시마 만화 도서관에 갔다가 언덕에서 만난 고양이들이, 뭐 좀 내나봐, 이렇게 먼저 다가오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산책길에 만난 고양이들이 다 그랬다. 동경에서 고양이를 만난 적은 없는데, 후쿠오카 같은 데에서 만난 고양이들이 대부분 그렇다. 일본 고양이들은 사람을 파히자 않고, 먼저 다가서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오면 도망가는 한국 고양이들은 이해가 쉽다. 한국이 원래부터 고양이를 싫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제 강점기 기간에 고양이에 대한 공포 애기들이 많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문화가 되었다. 길고양이는 도둑 고양이라고 불렀다. 쥐를 피해야 하는 농가 같이 창고가 있는 곳에서 주로 키웠고, 도시에서도 쥐를 퇴치하는 용도로 주로 키웠다. 

일본에서는 고양이가 복을 가져다 준다는 상징이 새로 생겨나면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하여간.. 21세기가 되면서 고양이는 한국에서 태어나느냐, 일본에서 태어나느냐, 운명이 많이 갈린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고양이 혐오가 생겨났다, 집값 떨어진다고 아파트에서 쥐약을 놔서 아주 유명한 사람의 고양이 두 마리가 죽게 되는 걸 본 적이 있다. 최근에는 더 심해졌다. 여러가지 논리적 이유가 있지만, 하여간 원래부터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문화였고, 고양이 혐오는 여러가지 사회적 이유로 더 강해졌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나면, 확률적으로 재수 없는 거고, 일본에서 태어났으면 훨씬 더 살아가기가 편해진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 개인의 경제적 삶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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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협회에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인터뷰어 부탁이 왔다. 도서관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해달라는 부탁인데.. 올해는 시범사업이라서 세 번 정도 하면 된다. 인터뷰 시간 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인터뷰 정리해서 원고로 쓰는 게 보통 작업은 아니다. 

전에 인터뷰 방송을 진행한 적은 있는데, 그때는 작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나는 아이템 선정이나 필요한 질문들에 생각을 보탰을 뿐이다. 

지금 같아서는 시간을 내기도 만만치가 않기는 한데, 좀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한다고 그랬다. 

도서관 경제를 살펴보면서, 좀 다른 시각으로 도서관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싶었다. 책으로는 별로 성과가 없지만, 어쨌든 이 얘기가 좀 퍼져서, 도서관협회에서 부탁이 온 건데. 여건이 안 된다고 하기가 좀 그랬다. 

지금 머리 속은 인권 쪽으로 완전히 가 있어서, 다른 생각하다가 다시 예전 생각으로 돌아오고, 이런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도서관처럼 주목 안 가는 시설, 이런 데서 벌어지는 새로운 인문학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둘째가 중학교 들어가는 내년 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볼 생각이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것저것 살펴보면서, 정말 최소한도로 뭘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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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알라딘 강연이 있었다, 알라딘 빌딩에 처음 가봤다. 정동에 있는지 몰랐다. 

에전에는 진짜 대규모 강연을 많이 했었다. 강남교보에서 강연했을 때, 엄청 큰 강당에서 했었다. 그건 그냥 옛날 일이다. 요즘은 소규모로 하게 된다. 그나마 사람이 아예 없어서 취소되지 않은 게 감사할 뿐이다. 

강연이라고 하지만, 알라딘 같은 곳에서 하는 독자 모임은 진행을 조금 다르게 한다. 내용 전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의 재미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게 시도하는. 

늘 모든 강연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하면서, 망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어제는 특히 분위기가 좋았다. 최근에 한 것 중에서는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예전에 내 강연에는 20대가 많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데뷔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갔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때는 뭐든지 힘들었고, 뭐라도 감사했다.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그때랑 다른 건 딱 하나다. 먹고 사는 걱정은 그때보다는 훨씬 덜하다. 눈 뜨고 세 끼 걱정할 형편은 아니다. 

노벨문한상 탄 소설에서는 훨씬 더 슬프고 애잔한 사연이기는 했지만.. seize the day, 그런 말이 강연장을 나오면서 잠시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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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권 책의 전반부를 마무리하는 절 중 하나를 새로 시작했다. ‘직장 갑질과 직장 민주주의’라는, 좀 딱딱한 제목을 달았다. 중고등학생이 주로 읽을 거라서, 애둘러 돌아가기 보다는 그냥 직관적이며 정확한 제목을 달았다. 책에서 공식적으로 직장 갑질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처음이다. 너무 감성적인 표현이라서, 제목에 달지는 않았었다. 

인권과 경제라는 강연에서 직장 문제는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주제인데, 중고등학생들에게 회사 혹은 직장의 세계로 넘어가면서 직장 여건이 그동안 변한 것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인권과 경제는 보통은 장 하나에 세 꼭지로 구성을 했는데, 학폭 문제만 별도로 두 개의 장을 할애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학폭장만 강조하는 의미로 절 하나를 더 더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이렇게 하고 나서 전체적인 균형도 깨지고, 뒷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심해져서 몇 달간 제대로 본문 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책 쓰기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길게 본문에서 이탈한 후,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지 못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길게 헤맸다. 물론 그 사이에 별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행복한 학교’에 대한 입법 문제로 정말 간만에 국회의원들도 만났고, 이사한 후의 청와대에도 처음 가게 되었다. 다음 단계를 위해서 기다리던 중인데, 그 사이에 청와대 정책실장이 바뀌었다. 하이고. 진짜 어렵다. 

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손을 좀 거들어야 하는 일들도 생겨나면서, 정작 내 일은 너무 뒤로 밀렸다. 

가을부터는 좀 본격적으로 움직일까 하다가, 둘째가 건강 상태가 여전히 좀 조심해야 할 때라서, 내 일들은 내년 봄으로 미루었다. 포기할 것들을 많이 포기하고 나서야 다시 지난 주부터 본문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인권 얘기가 나에게 이렇게 중요한 주제인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위치상, 평화 경제학으로 넘어가는 중간 고리로서 이 책의 역할이 절대적이기는 하다. 그래서 지금, 모든 걸 걸기로 했다. 

그렇게 나온 주제와 제목이 ‘직장 갑질과 직장 민주주의’다. 원래는 인권 경영 얘기를 큰 줄기로 잡았는데, 이 애기 앞에 군대 핸드폰과 직장 갑질을 배치하고, 그 뒤에 오토바이 배달 등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특수 노동자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이렇게 네 개로 하나의 장을. 

그 대신 이 뒤로 나오는 장들은 절 두개로 간단하게 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안 하면 책이 너무 커진다. 그리고 논란 많은 주제에 대해서 내가 너무 부담을 가지게 되고. 

직장 민주주의를 우리나라에서 내가 처음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애기한 사람이기도 할 것 같다. 최근에 노조에서 오는 강연은 대부분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부탁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이 애기를 해달라는 부탁이 최근에 많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직장 민주주의를 얘기하기에 좋은 분위기였다. 물론 그 정권은 그렇게 가기보다는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좀 더 손쉽고 국부적인 해법 쪽으로 갔다. 내가 그 의제를 만든 게 아니라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거라도, 그런 입장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직장 민주주의 같은 건 꺼내기는 택도 없는 분위기다. 정책 기조가 좀 더 보수적이라서 회사 얘기 같은 걸 꺼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고, 청년들도 좀 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져서 직장 민주주의 같은 것을 자신들의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기는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어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에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같은 부서에서 공무원 두 명이 자살을 하였다. 이게 대체 뭐냐? 

다음 번 서울신문 글은 직장 민주주의를 가지고 쓸 생각이다. 인기를 위해서라면, 별로 좋지 않은 주제이기는 한데.. 인기 같은 거 신경 쓰고 살아오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내가 지금 한국에서는 직장 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서 있게 되었다. 내가 더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이렇게 인기 없는 주제를 굳이 꺼내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들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게 늘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정면으로 다루어야, 내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그냥 직진으로 절 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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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빵과 복권> 강연을 하게 되었다. 군산에서 강연을 한 적은 몇 번 있는데, 학교에서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강연은 학교에서 하는 데,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은 한길문고라고 들었다. 몇 년 전에 군산에 김대현 다큐 감독을 방문해서, 하루 자고 왔던 적이 있었다, 작년 어린이날에도 식구들 데리고 군산에 있었고. 

청소년 경제 책하고, 지금 쓰고 있는 청소년 인권 책, 이 두 권을 가지고 한국의 모든 중학교에 다 가보고 싶다는.. 그런 작은 생각을 했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마음은 그렇다. 

책이 갖는 제일 좋은 점은, 텍스트와 씨름을 하지, 후에 사람들과 씨름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점이다. 

청년 문제를 다루면서, 이런 원칙이 깨졌다. 어쨌든 많이 만나고, 접점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10대의 경우는, 더 그렇다. 많이 보고, 많이 만나고, 그게 귀찮아도 제일 빠른 길이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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