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 책의 전반부를 마무리하는 절 중 하나를 새로 시작했다. ‘직장 갑질과 직장 민주주의’라는, 좀 딱딱한 제목을 달았다. 중고등학생이 주로 읽을 거라서, 애둘러 돌아가기 보다는 그냥 직관적이며 정확한 제목을 달았다. 책에서 공식적으로 직장 갑질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처음이다. 너무 감성적인 표현이라서, 제목에 달지는 않았었다.
인권과 경제라는 강연에서 직장 문제는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주제인데, 중고등학생들에게 회사 혹은 직장의 세계로 넘어가면서 직장 여건이 그동안 변한 것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인권과 경제는 보통은 장 하나에 세 꼭지로 구성을 했는데, 학폭 문제만 별도로 두 개의 장을 할애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학폭장만 강조하는 의미로 절 하나를 더 더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이렇게 하고 나서 전체적인 균형도 깨지고, 뒷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심해져서 몇 달간 제대로 본문 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책 쓰기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길게 본문에서 이탈한 후,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지 못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길게 헤맸다. 물론 그 사이에 별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행복한 학교’에 대한 입법 문제로 정말 간만에 국회의원들도 만났고, 이사한 후의 청와대에도 처음 가게 되었다. 다음 단계를 위해서 기다리던 중인데, 그 사이에 청와대 정책실장이 바뀌었다. 하이고. 진짜 어렵다.
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손을 좀 거들어야 하는 일들도 생겨나면서, 정작 내 일은 너무 뒤로 밀렸다.
가을부터는 좀 본격적으로 움직일까 하다가, 둘째가 건강 상태가 여전히 좀 조심해야 할 때라서, 내 일들은 내년 봄으로 미루었다. 포기할 것들을 많이 포기하고 나서야 다시 지난 주부터 본문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인권 얘기가 나에게 이렇게 중요한 주제인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위치상, 평화 경제학으로 넘어가는 중간 고리로서 이 책의 역할이 절대적이기는 하다. 그래서 지금, 모든 걸 걸기로 했다.
그렇게 나온 주제와 제목이 ‘직장 갑질과 직장 민주주의’다. 원래는 인권 경영 얘기를 큰 줄기로 잡았는데, 이 애기 앞에 군대 핸드폰과 직장 갑질을 배치하고, 그 뒤에 오토바이 배달 등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특수 노동자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이렇게 네 개로 하나의 장을.
그 대신 이 뒤로 나오는 장들은 절 두개로 간단하게 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안 하면 책이 너무 커진다. 그리고 논란 많은 주제에 대해서 내가 너무 부담을 가지게 되고.
직장 민주주의를 우리나라에서 내가 처음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애기한 사람이기도 할 것 같다. 최근에 노조에서 오는 강연은 대부분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부탁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이 애기를 해달라는 부탁이 최근에 많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직장 민주주의를 얘기하기에 좋은 분위기였다. 물론 그 정권은 그렇게 가기보다는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좀 더 손쉽고 국부적인 해법 쪽으로 갔다. 내가 그 의제를 만든 게 아니라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거라도, 그런 입장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직장 민주주의 같은 건 꺼내기는 택도 없는 분위기다. 정책 기조가 좀 더 보수적이라서 회사 얘기 같은 걸 꺼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고, 청년들도 좀 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져서 직장 민주주의 같은 것을 자신들의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기는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어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에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같은 부서에서 공무원 두 명이 자살을 하였다. 이게 대체 뭐냐?
다음 번 서울신문 글은 직장 민주주의를 가지고 쓸 생각이다. 인기를 위해서라면, 별로 좋지 않은 주제이기는 한데.. 인기 같은 거 신경 쓰고 살아오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내가 지금 한국에서는 직장 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서 있게 되었다. 내가 더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이렇게 인기 없는 주제를 굳이 꺼내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들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게 늘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정면으로 다루어야, 내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그냥 직진으로 절 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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