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틈나는 대로 전쟁사를 살펴보는 중이다. 고등학교 때 순전히 재미로 전쟁사를 열심히 보던 시절이 있기는 했는데.. 역사 책에 나오는 정도 말고 따로 더 전쟁사에 대해서 자세하게 본 적이 없었다. 평화 경제학을 준비하는 중이라, 이번에는 전쟁사도 좀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여유 되는 대로 보는 중이다. 

잘 모르다가 요번에 인상적으로 보게 된 게 ‘겨울 전쟁’이다. 레닌그라드가 국경에서 너무 가깝다는 생각에, 좀 더 앞 쪽의 영토를 가지고 싶었던 소련이 일방적으로 핀란드에 처들어가면서 벌어진 게 겨울 전쟁이다. 핀란드가 죽기 살기로 싸웠고, 한 줌도 안 되는 핀란드가 나름 잘 버텼다. 녹았던 얼음들이 풀리면서 결국은 소련이 물량공세를 하게 되었다. 핀란드가 결국 국경 부분의 국토를 내주는 강화로 전쟁이 끝이 났다. 예전에 핀란드 친구들도 있었고, 같이 일하던 동료도 있었다. 그래도 전쟁에 대해서 같이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핀란드에 워크숍 때문에 갈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워낙 해외 출장이 많아서, 핀란드에 가지는 않았다. 

전쟁사를 보면, 사람들은 강한 나라를 중심으로 보게 마련이다. 작거나 약한 나라들이 이런 큰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했던 전쟁들 중에는 눈물 나는 애기들이 많은 것 같다. 핀란드의 겨울 전쟁은, 사실 잘 몰랐었다. 

길게 나란히 붙어 있는 세 나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이 세 나라가 지내온 시간도 참 눈물 나는 시간이다. 언제 여건이 되면, 이 세 나라가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 스스로 나라가 되는 역사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사의 큰 흐름을 따라 공부하다 보면, 이 세 나라를 모아서 살펴볼 기회는 거의 없다. 

2.
이란 파병이 당분간은 제일 큰 핫 이슈가 될 것 같다. 어려운 문제다, 병분도 없고, 실익도 불확실하다. 정치인 이재명에게는 아마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 최고의 위기가 아닐까 싶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정부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로는, 외환 위기 징조가 있었고, 미국이 한국의 채무를 결정하는 결정적 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별로 믿지는 않았지만, 하여간 경제 위기를 파병의 이유로 나에게 설명하였다. 뭐, 이면에는 더 깊은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주로 한겨레 기자들 중심으로 ‘부국강병 정권’이라는 말이 돌았다. 북구이나 실용이나, 같은 의미인데, ‘강병’이 하나 더 붙은 건 이라크 파병을 상징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열기 위해서.. 이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혼자의 힘으로 열고, 그딴 건 없다. 

호르무즈를 통해서 오는 원유를 줄여서 한국 경제를 재설계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중동산 저질유를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항공유 등 많은 석유 산업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장기적으로 여기에 대한 구조 조정을 지금은 해야할 때가 아닐까 싶다. 값싼 중동산 원유, 이제 그런 건 없거나 혹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생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중동이 평화로와서 지금까지 호르무즈가 안전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힘의 밸런스가 이곳을 평화롭게 만들었던 것인데, 이걸 가까운 미래의 일로 보기 어렵다. 트럼프 효과인지, 혹은 미국 경제의 위축 효과인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어쨌든 벌어질 일이었고, 그게 지금 벌어진 것일 뿐이라는 게 좀 더 맞지 않나싶다. 

한국이 굳이 중동산 원유에 기대어 세계에 항공유를 공급해야 할 일이 있나? 어차피 미국 서부의 항공유는 한국산이 기본인데, 미국은 별로 거기에 대해서 고마워하지도 않고, 의미있게 인정하지도 않는다. 

중동산 석유의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재처리해서 만드는 일련의 시설 공정에 대해서 한 번쯤 재검토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원유 사용을 줄이는 구조 변화를 만들고, 중동 이외의 지역으로 석유 수입원을 다양화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호르무즈가 열릴지 안 열릴지도 모르는 데다가, 3년 후, 5년 후 혹은 10년 후, 이런 일들은 반복된다. 

참고할 일은, 이란전 이후로 도저히 안 넘어갈 것 같은 일본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220볼트를 쓰는 한국과 달리, 110볼트를 쓰는 일본은 전기차 집밥에서 시설 투자가 더 어렵다는 특이점이 있다. 한국보다는 전기차를 덜 탈 수밖에 없는 특이점이 있다. 석유 가격이 높아지면서, 정책적으로 전기차 보급 정책을 일본이 드디어 쓰기 시작했다. 

규모와 구조가 다르니까 기계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통과 비용이 생겨날 때에 대한 대안을 지금부터 검토해야 할 것 같다. 안전한 호르무즈, 그건 내가 환갑이 될 때까지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내 생애 내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란이 편안해지고, 좀 더 세계 무역에 긍정적으로 통합되는 순간이 되어야 가능할 일이다. 

호르무즈에 대한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이 만들어진다면, ‘안전한 호르무즈’가 국민 경제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석유 특히 중동산 원유에 대해서 좀 더 근본적으로 고민해 볼 시간이다. 

3.
트럼프 당선된 후에 주변 사람들이 물어보면 늘 대답하던 말이 하나 있다. 우리가 미국에서 사지 않으면 안 되는 결정적인 제품은 없다. 상품이든 제품이든, 안 사면 안 되는 결정적인 제품이 미국 경제에 있느냐? 페이스북 등 it에 기반한 미국 경제의 강점들은, 사실 안 쓰면 그만이다. 유럽이 구글 의존도가 90%가 넘지만, 우리는 그렇지도 않다. 이게 트럼프 정책의 결정적 약점이다. 

캐나다와의 통상 분규는, 진짜 재밌다. 술과 목재가 앞에 나와 있고, 자가용 비행기가 전면으로 나서게 되었다. 결국 캐나다는 원래도 해야했던 수출 다변화를 이 기회에 추진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쥐고 있는 결정적 약점이 있느냐? 사실 없다. 술이든 나무든, 다른 나라에 팔면 그만이다. 귀찮을 뿐이다. 

미국이 통상에서 쥔 가장 큰 힘은 미국 시장 그 자체다.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관세 문제로, 예전보다 다들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오래 가면, 결국 미국 시장은 없는 걸로 치는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 변화를 겪으면서, 다들 피하고자 하는 것은 혼자만 타켓이 되어 시장 지분에 급격한 변화가 만들어지게 되는 독박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특혜는 바라지도 않고, 독박만 쓰지 않았으면.. 이게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의 통상 전략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이란 파병을 안 하면, 미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서 독박을 쓰게 되느냐? 이미 우리가 주기로 하고, 얻어낸 것들이 있다. 무역은 상호주의라서, 한 요소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독박을 쓰게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특히 트럼프의 분노를 사면? 한국 시장 규모가 워낙 크고, 우리도 사주는 것들이 있어서, 그렇게 단순하게만 진행되지는 않는다. 반도체를 비롯해서 절대 경쟁력과 비슷한 지위를 갖게 된 산업들도 몇 가지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하는 무역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란전이 앞으로 10년은 간다고 생각해보자. 10년이면 호르무즈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국민경제적 규모에서나 산업적 관점에서나 바꿀만한 충분한 시간이다. 

이란 파병은 좀 더 면밀하게 산업 구조의 변화와 미래 경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검토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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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첫째가 벤담과 칸트의 차이점에 대해서 물어봤다. 

자세하게 알려주기는 어렵지만, 지금 읽고 있는 국부론 축약본과 관련해서, 지역별 차이와 대륙 철학에 대해서 짧게 애기해주었다. 

철학 공부를 좀 해야 하느냐고 물어봐서, 논리와 생각의 넓이 그리고 전쟁사를 연결해서 복잡한 생각 그리고 깊은 생각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큰 애는 몇 달 전부터 철학을 공부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그래도 철학을 전공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문득.. 

잊고 지내던 아주 오래 전의 일이 생각이 났다. 박사 코스웍이 끝날 때쯤, 나는 경제학과 인류학 그리고 철학, 세 가지의 통합 박사를 준비할 생각이 있었다. 프랑스에는 그런 제도가 있다. 박사 논문 하나로 통합 박사 학위가 가능하다. 

당시 내가 소속되어 있던 연구소가 경제인류학 연구소였고, 지도교수들도 인류학을 다룰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운동장을 건너가면 거기에 철학과가 있다. 여기도 아주 유명한 곳이었다. 

그렇게 박사 학위를 세 개를 받으면 좀 더 좋은 일이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냥, 낭만에 관한 얘기다. 

프랑스에서 정치적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좌파 교수로 몰린 지도교수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게 되는 일이 코스웍이 끝나자 발생하였다. 아쉬운 일이지만.. 워낙 본인도 몰랐던 급박스러운 일이라서, 코스웍 이후에 한 해를 지도교수 없이 버텨야 하게 되었다. 원래는 외국인은 그 상황이면 박사 등록도 안 되는 건데..

학과 사무실 직원들하고 평소에 친하게 지낸 게 그때 도움이 되었다. 지도교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나머지 서류만 챙겨가서 학과 사무실에서 고민을 얘기했더니.. 그 자리에서 그냥 박사과정에 등록을 시켜주었다. 그게 없으면 외국인 체류증 갱신이 안 된다. 학년이 지나기 전에 지도교수를 결정하겠다는, 조건부 등록이었다. 

몇 달이 걸리기는 했지만, 내가 제안한 논문 주제에 관심을 가진 교수들이 생겨났고, 그렇게 경제학과 박사 과정에 정식 등록을 하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 누군가 받아주지 않으면, 학교에서 밀려난 교수의 제자들은 그냥 날라가는 게 다반사였다. 

겨우겨우 등록을 해야하는 처지라서, 그 전까지 추진하는 통합 박사 같은 건, 택도 없었다. 코스에서 연결된 주제로, 그렇게 해야하는 거라서, 생태경제학으로 논문 주제를 바꾸고, 지도교수도 바뀐 상황에서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철학은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렸다. 

최근 청소년 책들을 연속으로 쓰면서, 기회가 되면 경제철학에 대한 책을 한 권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마음만 그렇다. 미국이 강한 건, 여전히 많은 철학도가 등장하기 때문이 아니겠나 싶다. 

좀 여유를 가지고, 중고등학생에게 필요할 것 같은 철학적 질문 10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지지하는가? 예를 들면, 이런 종류의 질문. 아담 스미스도, 마르크스도, 세계대전 같은 건 잘 몰랐던 시절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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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복권>은 처음 써 본 청소년 책이다. 문체도 새로 조정을 했고. 여러가지 실험적 요소를 많이 넣은 책이다. 청소년들이 읽을 때, 필요 없는 용어나 전문 지식으로 질리지 않게 하느라고 신경을 많이 썼다. 

비슷한 어려움을 청소년 인권책에서 훨씬 더 많이 느낀다. 인권 경영 얘기를 좀 하려고 하니까, 우와.. 이게 필요도 없는 약어가 더럽게 많다. 예를 들면, BHR.. Business Human Rights, 이걸 그냥 약어로 찍찍, 시민단체 논의들도 경영 요소가 조금만 들어가면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약어 천지다. 하여간 어떻게든 알아먹을 수 있는 표현으로 순화시키고, 바꾸는 게 엄청 힘들다. 

말은 청소년책이지만, 그렇다고 내용을 약하게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어른들도 잘 모를, 사실은 전문적인 내용도 많이 들어간다.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잘은 모르는 얘기들. 

<빵과 복권>은 목포에 있는 중학교, 광명에 있는 중학교에서 대화 모임 같은 것을 하기로 했다. 주로 학생들이 얘기하고, 내가 대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는 부탁이 있었다. 

<빵과 복권>과 이 다음에 나올 청소년 인권 책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모든 중학교에 가면 좋겠다는 야무진 꿈이 있다. 경제와 인권, 이 정도의 주제라면 누구와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마침 중학생 자녀가 있고,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도 곧 중학생이 되니, 중학교 유효기간이 생각보다는 길다. 

몇 년 전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강연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게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10대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기도 했고, 

이 자료들이 모이면, 10대에 대한 책을 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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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오면, 독자들 모시고 아주 조촐하게 티타임 한 번씩 가졌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경제 책, <빵과 복권>이 새로 나와서 이번에도 티타임 열까 합니다.
출판사 회의실에서 차 한 잔 마시는 정도인데, 장소가 넉넉하지 않아서 여덟 분 정도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냥 저랑 책 작업하는 출판사 구경 한 번 하신다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9월 11일 (금요일) 7시
출판사 북멘토 회의실
북멘토는 연남동에 있는데, 출판사 홈피에 지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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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한국철도공사 노조에서 직장 민주주의 강연을 대전에서 하고 왔다. 꽤 공을 들였던 책이기는 한데, 시간이 좀 지나서, 내용을 버전업 해야 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 인권 경영과 관련해서, 좀 더 발전시켜볼 생각이 있다. 이래저래 요즘 인권 경영에 대해서 자주 들여다보는 편이다.

직장 민주주의 인증제는 문재인 정부 때, 좀 더 희망을 가지고 정리했던 내용이기는 한데. 그후에 윤석열 시대가 오면서, 접어놓고 있던 주제다. 이걸 다시 꺼내볼까,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쨌든 직장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다. 얼마 전 기후부로 옮겨간 공무원 한 명이 자살한 생각이, 머리 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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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는 알고 지낸지 꽤 된다. 일을 같이 한 적도 있다. 여러 사연들이 있기는 한데, 도지사 시절에는 긴박한 부탁을 받고 도와준 적이 있다. 그거야 옛날 일이고. 당대표 된 이후로는 문자만 몇 번 받았고, 만난 적은 없다. 

최근에는 책 쓰는 속도가 너무 떨어져서 고민이 많다. 생각이 복잡해진 것도 있고, 여름방학, 겨울방학,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내다보면, 정말 넋이 나간다. 

내 주변이 편안하지는 않다. 어머니는 폐암에 치매, 요즘은 전화도 못 받으신다. 동생도 많이 아프다. 도와주고는 싶은데, 막상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다. 게다가 고양이도 요즘 엄청 까탈 부린다. 내 주변에 손 많이 갈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냥 하루하루, 겨우 넘어간다. 며칠에 한 번씩은 집안 전체에 청소기를 돌리는데, 몇 주 정신이 없어서 그것도 못했다. 날 아주 더운 날, 간만에 청소기 돌리다가 뻗을 뻔했다. 바닥에 이것저것 많아서, 계속 몸을 굽히면서. 더위 먹는 줄 알았다. 어제 전주 운전해서 갔다가 온 다음에 아직 회복이 안 되었나 보다. 나도 그냥그냥 버틴다. 

노무현 때부터 윤석열 때까지, 처음 6개월이 지나면 경제에서 뭐가 문제고, 어떻게 될 것인지 대충 보쳤다. 대체적으로 내가 예상한 것과 비슷하게는 흘렀다. 박근혜가 그렇게 엄망으로 국정을 처리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결국 탄핵. 문재인도 예상과 비슷하게.. 망했다. 망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는데, 그 정도로 망할 줄은 몰랐다.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그 시절에 약간의 제안이 있기는 했는데, 애들 보느라고 뭘 할 형편이 아니고. 

이재명은 경제가 어떻게 될지, 전혀 에상을 못했다. 성남 시절, 그와 일했던 강남훈 선생은 아주 잘 안다. 본지 좀 되지만.. 강남훈 선생 글을 학부 4학년 때 보고, 프랑스로 유학 가기로 결심을 했었다. 아주 나중에, 그 얘기를 했다. 강남훈 선생이 곁에 있으면, 그래도 아주 엉망으로 하지는 않겠지, 그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다. 아주 오래된 인연이고, 좀 특수한 인연이기는 하다. 그래도 강남훈 선생을 최근에 찾아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얽힐 형편도 아니다. 올해 겨울까지만 둘째가 잘 넘기면, 더 이상 병원 데리고 뛰어가는 것은 안 해도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아직은 이재명 경제에게 붙여줄 이름이 없다. 특징이 없어서 그렇다. 들쭉날쭉,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거야 스타일이 그러니까. 

최근에는 이재명 경제는 아주 엉망이다. 아무 거나 막 던진다. 내가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아주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정책들도 많다. 지금 내가 나서서 논쟁할 형편이 아니라서, 덩치 큰 것들도 그냥 지켜보는 중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는 대충 윤곽이 보인다. 정치적인 효과는 모르겠지만, 경제적인 실효성이 없는 것들을 막 던지고 있다. 

문득 문재인 때 수소차를 포함한 수소 경제를 정부가 막 밀던 때가 생각이 났다. 대부분 찬성이었는데, 나는 수소차에 대해서 반대했다. 하는 건 자기 맘이지만, 그렇게 정부 생각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자동차 공업협회 같은 데에서 만나자고 난리였다. 굳이 안 볼 생각은 아니었지만, 고위직들이 만나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작년에 나고야에서 토요타 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다. 창업자가 만든 방직기계부터, 회사의 역사를 쭉 전시하고, 그 전시 마지막에 ‘미라이’, 미래라고 하는 토요타에서 만든 수소차가 있었다. 토요타의 미래면 엄청 화려하게 해놓았을 것 같은데, 미라이가 토요타의 미래가 아니라는 것은 토요타 사람들도 알고, 토요타 밖의 사람들도 다 알던 시절이었다. 그때 이미 도요타 장남은 수소차가 아니라 스마트 시티, 도시 건설로 옮겨간 때였다. 결국 토요타가 자식 대에서는 건설회사로 메인을 옮겨가겠구나, 그렇게 예상하던 상황이었다. 

현대도 토요타도, 수소차가 미래라는 그런 얘기는 이제 하지 않는다. 내가 수소경제에 대해서 반대하고, 수소 엔진에 대해서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할 수 있으면 나쁘지 않지만, 미래는 그렇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너무 뻔했다. 정지형 연료전지라고 부르는 수소 발전은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 정도 규모에서는 부분적으로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주 엣날, DJ 정권에서 총리에게 정지형 연료전지에 대한 도입 검토 보고서를 내가 썼다. 워낙 총리가 관심 있어 해서, 연료전지에서 수소차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거의 매주 하나씩 보고서를 올렸고, 다음 질문이 오면 또 보고서를 썼었다. 정지형 연료전지는, 이재명  정부에서, “이제 그만해라”, 그렇게 정책 결정을 내렸다. 나는 아직도 잘못된, 감정적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속으로는 그렇게 욕한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던지는 많은 정책들이 그때의 수소차 정책을 닮았다. 광고 내고, 홍보하는 것은 자기 마음이지만, 현실의 경제와 기술이 그렇게 결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쟁자가 있고, 시장 여건이 있고, 장기 로드맵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걸 수용해야 하는 주민도 존재한다. 이게 다 맞아야 일 하나가 성사 된다. 

아직 이재명 정부의 특징으로 이름을 붙여줄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실력이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될 것, 안 될 것, 그런 게 대체적으로 구분이 간다. 치명적으로 안 될 것들이 많다, 그것도 너무 많다.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 아직은 개괄적인 특징만 보이지, 본질을 꽉 짚을 정도로 핵심을 짚을 실력이 아직 나에게는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아마 조만간 이재명 지지율이 40%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 지지율이 내려갈수록 이것저것 막 던지는데, 그게 점점 더 심해질 것 같다. 조금 더 지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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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고등학생의 교육 여건에 대한 사례 조사를 위해서 아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죽지만 말자, 그러고 살아요.” 자녀를 학원에 어느 정도 보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전화한 건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자녀의 일탈로 고민하는 부모들을 많이 만났다. 고등학생 때의 자살시도와 히키코모리, 이렇게 연결되는 사례들도 많이 보았다. 우리의 10대가 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10대 자살 증가율이 oecd 1위가 되었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10대 책들을 쓰게 되었다. 가슴 아픈 사연들을 많이 보았다. 큰 의미가 없을지 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백종우와 만나게 된 것은 정부의 자살관련 위원회였다. 이후로 꽤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가장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보다 더 자주 만난다. 그렇다고 그에게 자살 얘기를 많이 듣는 것은 아니다. 그냥 살아가는 얘기들 하고, 내가 새로 준비하는 책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그렇게 서로 원고를 읽어주고 지낸지 몇 년 된다. 내가 그의 진짜 생각을 접하는 것은 그의 글을 통해서다. 

10대 자살, 코로나 이후로 20대 여성의 자살 급등, 자살 연구에서도 그때그때 유행하는 이슈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개인의 선택 혹은 책임이라고 하는 개인적 책임의 시각에서 국가 혹은 공동체의 일로 시각이 변화하는 중이다. 

백종우의 시선은 현장에서 그가 만났던 많은 사례들로 풍부해진다. 꼭 우리나라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유명한 사례들과 함께 하나의 주제가 다루어지는 형식이다. 

책에서 전혀 몰랐던 얘기가.. 사실은 ‘윈터 솔저’였다. 나도 영화를 몇 번이나 봤는데,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다. 미국 독립운동을 이끈 토마스 페인의 ‘상식론’은 나도 가끔 소개한 책인데, 사실 읽을 기회는 없었다. 미국 독립의 아버지 워싱턴이 원래는 미국 독립에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독립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 책에 ‘서머 솔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승리가 눈앞에 있을 때 전공을 취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기회주의적 군인을 의미한다. 반편, 추운 겨울에도 버티고 버티는 군인을 윈터 솔저라고 부른다. 베트남전 얘기다.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군인은 좌우 모두에게서 냉담한 시선을 받았다. 보수들은 패전자 취급을 했고, 좌파들은 양민학살자, 이런 차가운 시선으로 봤다. 이들에게 남겨진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 책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방관들 얘기로 넘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우리나라 얘기가, 백종우가 했던 일과 해석이 따라 붙는다. 

구조상, 꼭 앞에서부터 읽어나갈 필요는 없고, 자신과 관련된 데를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앞에서부터 읽어나갔지만, 이건 발췌독도 무방하다. 

서술구조상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부분이 “기대어 우는 법 ‘김부장’을 위하여” 정도 된다. 바로 그 드라마의 김부장이다. 힘들다고도 못하고 그냥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백종우가 치료한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 종료 중에 우울증으로 얻은 게 있느냐는 질문을 꼭 물어본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현실에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내 주변의 우울증 환자들에게, 결국은 연락을 점점 더 안 하게 되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딜레마다. 도와주고는 싶지만, 막상 도울 방법이 별로 없다. 제도적 맹점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다. 

잠시만 화려함에서 눈을 돌리면, 서울은 미쳐버린 도시다. 부동산 가격에서 가혹한 교육열,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의 속도까지, 서울에서 제 정신을 갖고 살아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디 알렌의 <맨하탄>에서, 세계 최고의 도시에서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사람이라면, 서울의 고통에 출퇴근의 고통이 한 가지 더 더해질 것 같다. 여기에서 도대체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아갈 것인가? 사실 제정신은 없다. 그냥 아프고 힘든 몇 가지를 부여잡고 그냥 살아갈 뿐이다. 집값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 그러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너무 슬퍼진다. 그냥 아픈데 괜찮은 척 하고 살아갈 뿐이다. 우리의 10대는, 더욱 그렇다. 누가 그들에게 즐겁게 살아도 괜찮아,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까?

어차피 우리는 자살을 옆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꼭 자신이 아니더라도, 바로 옆에서 혹은 한 다리 건너면 누군가는 계속해서 자살을 한다. 확률적으로 그렇고, 경제적으로 그렇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백종우의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을 권하고 싶다. 배를 타면 구명조끼를 입는다. 필요 없어도 입는다. 그냥 마음에 구명조끼를 입는다는 마음으로, 백종우의 책을 한 번은 읽어보면 좋겠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지만, 백종우와 쓰고 싶은 책이 있다. 요즘은 행복한 학교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만, 조금 여유가 되면, 행복한 직장, 행복한 병원, 행복한 가정, 행복한 은행, 이런 미시 단위별 행복에 대한 얘기들을 해보고 싶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 나는 경제적 분석을 하고, 백종우는 병리학적 해석을 하고, 그런 형식의 책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작년부터 했었다. 물론 그 뒤로 나도 바빠졌지만, 백종우는 더 바빠졌다. 그래서 당장은 어렵고, 몇 년 후의 일이다. 그냥 내가 환갑되기 전에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자살에 대한 충동이 없었을까? 한 번은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그냥 평생 안고 살아간다. 어지간하면 혼자 있는 게 제일 좋다. 그래도 자살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진지하게 접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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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태권도 간다고 나갔다. 오늘 먹은 둘째의 점심이 여름 방학 마지막 점심이다. 중학생인 첫째는 며칠 전에 이미 개학 했다. 우와. 지옥의 여름 방학이 드디어 끝나간다. 

2016년부터 애들 보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내 생각도 많이 변하고, 관심사도 달라졌다. 다양해졌다면 더 좋을텐데, 꼭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고. 

애들 보면서 뭔가 하니까 기동성도 떨어지고, 유연성도 없어졌다. 고정적인 약속을 할 수가 없었다. 둘째가 매년 입원을 하니까, 몇 달 전에 약속을 해도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주기적인 모임 같은 것은 다 사라졌고, 주로 만나는 사람들도 거의 없게 되었다. 꼭 같이 하는 일이 없어도 분야별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는데, 이젠 그런 건 없다. 

가을부터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아직 그럴 형편은 아니다. 둘째가 아직 다 괜찮아진 것은 아니고, 몇 년 동안 방치해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좀 더 정리정돈이 필요할 것 같다. 치매와 폐암을 앓고 계시는 어머님 상황이 안 좋으시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별로 업다. 

10년을 돌아보니, 사회적 변화가 많다.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정치는?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여전히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촤민희와는 그 시절에도 조금 알고 지냈고, 작년인가, 우연히 만났던 적이 있다. 그녀가 이렇게 투사가 될 줄은 몰랐다. 

다 털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을 받았던 적이 두 번이 있다. 처음 현대에 들어갔을 때, 공부만 하던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없던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에너기관리공단을 그만두고 책 쓰기로 했을 때, 1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무에서 시작할 때, 그때도 다 털고 새로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10년 전 애들 보기 시작할 때에도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뭘 하는 게 아니라, 뭘 안 하는 결심을 한 거라서.. 뒤로 간다는 느낌이었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은 아니어다. 

막 두 소년의 여름방학이 끝나는 지금, 인생에서 세 번째로 다 털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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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은 청소년 캠프 같은 곳에서 글쓰기 교실을 한다. 이것도 몇 번 하니까, 약간은 정형적인 포맷 같은 게 생겼다. 지금까지 해 본 걸로는, 부모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프로그램이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정도가 대상인데, 나로서는 그 또래의 학생들을 관찰하고 익숙해지기에는 더없이 좋은 프로그램이다. 물론 자주는 못 한다.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면, 할 일은 아니지만.. 보람은 있는 일이다. 글이라는 게 뭐고, 책이라는 게 뭐고, 어떻게 글을 대해야 하는지, 이런 걸 알려줄 수가 있다. 

이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까,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유형의 십대를, 가장 여러 방식으로 만다는 사람이 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내가 정말로 최선을 다 해서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하려고 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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