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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둘째가 알레르기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올해 황사가 역대급이라서, 환자들이 엄청 많이 왔었다고 한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으니까, 큰 일 아니라고 한다. 작년에는 병원에 입원은 안 했지만, 결석이 너무 많아져서, 수업일수 겨우겨우 채워서 학년 올라갔다. 학기말에는 진짜 시껍했었다. 그래도 키도 좀 커지면서, 매년 입원하던 폐렴은 이제 좀 괜찮다. 

3월부터 집 안팎으로 복잡한 일들이 생기면서 나도 루틴이 많이 깨졌다. 지금쯤은 벌써 털었어야 할 청소년용 인권 책이 많이 늦어졌다. 이게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책이다. 전에는 이렇게 잘 안 풀리는 얘기가 있을 때에는 며칠씩 여행도 가고 그렇게 하면서 계기를 찾기도 했다.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 

원래는 여름에 식구들 데리고 블라디보스톡 정도 가볼려고 했는데, 전쟁은 끝날 생각을 안 한다. 배 타고 가면 지금도 갈 수는 있다고 하는데.. 제대로 알아볼 형편이 영 아니다. 

몇 년간 강연은 안 하다고, 최근에는 몇 개 정도는 한다. 조금씩 움직여보는데, 강연 준비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이래저래 책 쓰는 속도가 늦어졌다. 전에는 강연 해도 글 쓰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었는데, 지금은 밥도 같이 하면서 하니까.. 나이도 처먹었고, 이래저래 과부하다. 둘째가 요즘 감량 중이라, 밥 하는 것도 재료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6월 일정을 보니까, 강연이 하나 밖에 없다. 다시 한 번 마음 크게 먹고 달려서, 인권 책을 마무리지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 책이, 쓰면서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데, 완전히 아이큐 테스트다. 우리 시대에 인권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 정말 눈높이를 낮춰서 하나하나 전부 재해석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작지 않다. 살아온 삶을 전부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인권 책을 준비하면서, 중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인권 강좌 같은 것을 생각했었다. 내가 만약 중학교에 가서 인권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곧 이게 가벼운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이고. 

10대용 경제책은 아마 가을이면 나올 거고, 10대용 인권책은 잘 하면 겨울에 나올 것 같다. 몇 권씩 10대용 책을 준비하면서, 같은 톤으로.. 10대용 경제 철학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몇 년 동안 새로 쓰고 싶은 책이 없었는데, 10대용 책을 쓰면서 해보고 싶은 책들이 아주 조금은 새로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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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희가 진행하는 토요 토론에 나가기로 하였다. 유튜브 방송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 백분토론 등 토론 방송에서 많이 만났었다. 얼마 전에 문득 생각나서,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시간이 딱 맞는 건 아닌데, 이것저것 일정을 좀 많이 조정해서 맞췄다. 예전에 방송 많이 할 때에는 방송 시간에 다른 걸 맞추기도 했는데.. 안 그런지 몇 년 된다. 주제가 10대 극우 현상이라, 이 주제에 대한 책을 계속 쓰는 중이라서. 나도 다른 사람 얘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어제 강사 시절에 보고 직접 만날 길이 없던 박창길 선배한테 연락이 왔다. 한참 선배이기는 한데, 강사 시절에 같이 구르느라고 이것저것 삶의 애환을 많이 나누었던 양반이었다. 경영학 전공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 이 양반은 윤리와 철학 얘기를 많이 했고.. 나는 아직 현대에 가기 전 정말 초짜라서, 기회가 되면 아프리카 경제학 꼭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 후에 이 양반은 동물권 관련된 활동을 많이 했다. 소식만 들었다. 정말 몇 십년만에 통화를 한 건데, 나한테 아프리카 연구는 좀 하냐고 물어봐서.. 도저히 여건이 안 되었고, 명박 때 완전히 포기했다고 그랬다. 

그 시절에 정말로 해보고 싶은 연구로 몇 가지 방향을 잡았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10대 연구였다. 박사 논문을 끝내고, 앞으로 하고 싶은 주제를 잡다가, 그 중에 장기적으로 꼭 살펴야 할 주제로 잡은 게 어버니즘이었다. 그 중에 한국에서 제일 연구가 안 될 것 같다고 생각된 게 페도필 문제였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연구가 거의 안 된 걸로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친부에 의한 딸의 강간 문제, 이게 가난한 집안에서 벌어질 때.. 이런 게 어버니즘, 도시화에 의한 세부 연구 분류였다. 지금도 한국에는 통계가 별로 없는데, 사실 유아 강간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친부 강간이다. 프랑스에서 본 사례 논문으로는 아버지가 실직했을 때와 같은 경제위기가 생길 때 빈도수가 높아진다. 아마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럴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한국에 와서 자료를 찾아보니까, 뭐, 그딴 자료나 연구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에서만 빈도수가 작지는 않을텐데, 그렇게 페도필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것 같다. 이 주제는, 프랑스의 끄새쥬라는 문고판 시리즈에도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주제였다. 

뭐, 생각만 그러고, 현대에 취직하면서 그 시절 하던 연구를 일단은 다 내려놓았다. 당장 먹고 사는 것도 큰 일이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 적응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조금씩 하던 연구를 거의 다 내혀놓았지만, 어버니즘 문제를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틈틈이 그 주제를 살펴보기는 했다. 그렇게 해서 아주 장기적으로 10대 연구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게, 1997년 정도 된다. 정말 오래 전 일이다. 

여력이 좀 되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10대 연구를 조금씩 하다가, 그 연장선에서 다루게 된 주제가 20대였고, 그게 <88만원 세대>가 되었다. 

박사 초년 시절에 하고 싶었던 연구 중에서, 아프리카 연구는 완전히 놓았고, 10대 연구는 아직도 손에 들고 있다. 그때도 어려웠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별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10대 남학생 두 명과 살고 있다. 접촉 빈도와 사례 조사 등에서는, 30대 초반보다는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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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 노조 부탁으로, 학교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사서 선생님들에게 강연을 하고 왔다.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보람과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도서관, 정말 사람들 관심 없는 주제다. 도서관 책 쓰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기도 했고, 가장 많은 시간을 썼던 주제였다. 책 나온지는 좀 되었지만, 이제야 사서 교사들과 만나게 되었다는.. 

준비한 기간도 오래 되었고, 자료도 어마무시하게 들여다봤다. 무엇보다도, 등사한 엣날 논문을 스캔본으로 읽으면서.. 해상도가 낮아서, 복잡한 한자를 알아보느라고 고생을 했다. 눈 터지는 줄 알았다. 

보람, 그런 감정을 느꼈다. 그냥 내가 시간만 보낸 건 아니라는 생각이. 

지금은 사람들 많이 만나기가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나는 현장에서 움직이면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나가는 일들을 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높은 사람들과, 좀 더 높은 라운드에서 뭔가 상의하는 일들을 더 많이 하게 되었지만.. 좋든 싫든, 나는 현장에서 출발했고,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사서교사 노조 선생님들과 얘기를 하면서, 왠지 고향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된 익숙함, 오래된 편안함, 그런 느낌이 꼭 고향에 온 것 같은. 그래, 내가 이런 곳에서 출발했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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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국회도서관에서 강연이 있었고, 내일은 순천 삼산도서관에서 강연이 있다. 강연은 정말 최소한으로만 하는 중인데, 이래저래 며칠 사이에 몰렸다. 순천에 지난 연말부터 자주 가게 된다. 이 지역에 거의 2주에 한 번은 간 것 같다.

사서 교사 노조에서 연락이 와서, 강연을 한 번 하기로 했다. 학교 도서관은, 애초에 도서관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게 한 주제였다. 그런데 생각처럼 얘기가 잘 풀리지 않았고, 논리를 정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결국 학교 도서관은 일단 넘어가고, 맨 마지막에 쓰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걸 다 써놓고, 학교 도서관을 다루는 순간이 되었는데.. 여전히 쓰기가 어려웠다. 그 상태로 몇 달을 헤맸다. 학교 도서관 얘기를 아예 빼고 원고를 마무리하는 것도 몇 번은 생각을 했다. 그때쯤 절판되서 읽을 길이 없던 학교도서관 운동사 책을 복사해서 받게 되었다. 내용은 대체적으로 파악은 했던 책이지만, 그래도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한참 학교 도서관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나온 책을 읽고.. 내용상 엄청나게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가슴에 감동이 생겼다. 그 힘으로 마지막 순간에 학교 도서관 원고를 정리하고, 초고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처음 생각했던 시간보다 1년 정도 지난 상황이었다. 겨우겨우, 그렇게 도서관 책은 마무리가 되었다. 학교 도서관 얘기를 정리하면서 국회의원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서초구의 도서관 관련된 내용은 당시 구청장이던 조은희 의원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학교 도서관 관련된 자료들도 꽤 도움을 받았다. 특히 특목고의 학교 도서관 현황들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꽤 전에 사서 교사의 연수교육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사서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문제의 출발점 같은 것을 좀 이해하게 되었다. 노무현 시절의 일이다. 그 생각이 커지고 커져서, 결국 도서관 책이 된 셈이다. 

그때 노무현이 가졌던 도서관에 대한 꿈은 결국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놓게 하는 변화를 만들었다. 너무 임기 후반이라서, 제도만 그렇게 해놓고, 결국 본인이 회의를 주재하지는 못했다고 건너 들었다. 임기 후반, 노무현은 인기가 정말 없었다. 그래도 그때 마지막으로 정리해놓은 게, 사서 교사에 대한 규정들이다. 그리고 바로 mb 시대가 열렸고.. 제도를 바꾸지는 않았지만, 예산 등 현실적 이유를 들어 사서교사를 채용하지는 않았다. 

도서관 책은 후일담이 많은 책이다. 책을 끝내고 나서, 시대에 맞게 새롭게 생각한 제도들도 있고. 책을 마치기 전에 그런 생각이 낫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는 못했다. 책이 나오고 나서 새롭게 여러 경험들이 생겨나면서, 생각이 좀 더 진행된 것이 있다. 아마 도서관 책을 또 쓸 기회는 없을 것이라서, 이런 얘기들을 정리할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사서 교사 노조에서 연락이 왔을 때, 솔직히 기뻤다. 이제야 배달할 사람에게 물건이 배달된 듯한 느낌이.. 도서관 책이, 보람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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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관련해서 내가 가장 가슴 아팠던 사건이 하나 있다. 걸프전은 끝나고, 본격적으로 미국이 사담 후세인 잡는다고 이라크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었다. 

이라크 중산층과 관련된 기사를 보았는데, 겨울에 추운 데 중산층들도 등유 살 길이 없어서 벌벌 떨고 있다고. 부끄럽지만 이라크는 그냥 사막이라고만 생각했지, 겨울에 난로를 켜야 할 정도로 춥다는 것도 몰랐다. 하긴, 8월에 탄자니아 가면서, 거기가 겨울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못하고 반팔만 챙겨갔다가 고생한 적도 있었다. 

석유 생산하는 산유국인 이라크에서 난방용 기름을 못 구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 생각이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이건 미국을 지지하냐, 이라크를 지지하냐, 그런 것과는 좀 다른 문제다. 아직 전쟁도 아니었다는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그 정도로 국민들이 고통받는 거, 이게 뭐냐,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 후에도 중동 문제나 튀르카이에 대해서 좀 더 봐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실제로 제대로 못 보기는 했다. 

트럼프가 취임하고 한 애기를 모아보면, 석유 문명의 정점으로 가겠다는 의도는 명확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낮은 석유 가격을 유지하고, 여기에 말 잘 안 듣는 베네주엘라에서 이란까지, 이렇게 한 번씩 손을 보고, 석유 문명의 절정으로 다시 한 번 가는 것, 이게 에너지로 해석한 트럼프 레짐 같은 거였다. 

이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데 중의 하나가 아마도 혼다였을 것 같다.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인 혼다가 전기차 전환을 전격 선언했는데, 엔지니어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트럼프 열풍이 생겨났다. 전기차 보조금은 대거 삭감되고, 안 그래도 불리한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의 전기차가 도저히 가망 없어 보이자, 결국 항복 선언했다. 적자 없는 기업의 신화를 만들던 혼다가 23조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자, 전기차에서 두 손 들어버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위기의 니산을 혼다가 인수할 뻔 했을 정도로 건실하다고 알려졌었다. 전격적으로 전기차에서 철수. 트럼프 역풍을 혼다가 제대로 맞았다. 

이래저래 자동차 등 많은 산업이 아수라장이던 시점에 이란전 사태가 벌어졌다. 생각보다 인프라 타격이 큰 것 같고, 호르무주 해협에 통과료가 생겨날 것 같다. 이란 국회에서는 그런 규정이 통과했다. UN 해상법이 있는데, 이란은 아직 가입도 안 되어있다고 하는 것 같다. 호르무즈 해협 남쪽에는 uae가 있고, 출구 쪽에는 오만도 있다. (얼마 전에 일가족이 요트로 여기를 항해하는 스토리를 재밌게 본 적이 있다.) 이런 여러 나라가 얽힌 건데, 이란 혼자서 통행료를 받을 때 행정은 어떻게 처리할까, 그런 게 여전히 궁금하기는 하다. (얼마라도 줘야 할 것 같은데, 미국이 다시 삥 뜯어갈 거라는 택도 없는 추측성 기사만 보인다.)

우리나라도 택배 기사들 수익성이나 관광버스 등 임대 버스 문제가 당장 생겨났다. 학기 중인데, 학생들 현장 체험 떠나는 버스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일본도 지방 도시의 버스 같은 데에서 당장 많은 문제가 생겼을 것 같다. 그래도 한국이나 일본이나, 결국은 가격을 올리고, 돈으로 문제를 풀 거다. 잠시 시간이 지나면 결국 택배비도 올라가고, 배달 앱 배달료도 올라갈 것이다. 그래도 이런 나라들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거고, 이게 선진국식 방식인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 대안 기술들이 더 많이 도입될 것이지만, 이건 장기적인 관점이다. 

돈도 없고, 기술도 없는 저개발 국가들은? 일본이나 한국의 중고차를 수입해서 교통 문제를 처리하는 국가에서는 이란전의 충격을 흡수할 방법이 없다. 이란전 충격은 대표적으로 불평등한 조건이고, 특히 국가별 불공평은 매우 심하다. 

길게 보면, 석탄 발전으로 돌아가고, 소형 전기차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게 될 나라들이 많을 것이다. 중남미에서는 옥수수 같은 것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 디젤 붐이 다시 불 것이고. 다시 한 번 석탄 전성시대가 올 것이고, 석유에 대한 대안 기술들이 급격히 도입될 것이다. 그 중에 일부는 석유 다음의 미래 기술일 것이지만, 석유 이전의 기술, 과거의 기술도 다시 채태될 것이다. 어쨌든 석유와 LNG, 이런 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니까. 

조금 앞 선 생각이지만, 이런 조건에서는 세계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어쨌든 저개발 국가에서 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 인프라에 대한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관이 어쨌든 세계은행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것은.. 트럼프는 석유 문명의 전성기를 바랬지만, 역설적으로 석유 문명의 해체를 좀 더 빠르게 촉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석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비싸지거나 깡패 짓을 해서, 구할 수가 없게 된 나라가 많아지니까.. 한동안의 고통을 겪으면서 석유가 아닌 대안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게 된. 전기는 꼭 석유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석탄이 발전에 다시 투입되고, 저기용 자동차로 교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나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언제 또 트럼프 같은 아해가 나올지 모르고, 석유 불안해, 이렇게 판단하는. 

석유 회사들이 원유 가격을 70~80달러가 최적이라고 보는 게, 진짜로 법칙 같은 것이다. 석유가 이 구간을 넘어가면, 석유 회사 마진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탈석유 흐름이 생겨난다. 과거의 흐름과 이번의 이란전이 한 가지 다른 것은, 그냥 가격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현상과 같이 결합된다는 점이다. 석유 문명의 클라이막스, 그런 건 오다가 말았다. 

부차적인 것이지만, 바이오 디젤의 인기가 높아지면, 다시 식량난이 온다. 먹어야 할 옥수수가 에너지로 가니까,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여기에서 농업 시장의 구조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국제적으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정말 다각적으로 생겨나겠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수혜를 보는 나라는, 어쩌면 대만이 아닐까 싶다. 물론 대만도 lng를 비롯해서 에너지 파동으로 국민경제의 피해를 많이 볼 나라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경제적 위기를 풀어나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와중에 굳이 내부 문제인 대만 문제로, 다음 행보에 지장을 받고 싶지 않을 가능성이 생겨났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힘이 사라지고 나면, 중국은 움직이기가 좀 더 편해지고. 대만 문제 정도는 대화로 일단 넘어가자,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 (마침 중국이 대만 야당 대표를 초정했다.)

트럼프 문제는 미국의 문제지만, 이란 문제는 전세계의 문제다. 불행히도, 이걸로 손해를 보는 나라와 이익을 보는 나라가 너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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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기름을 넣었다. 비쌀 거라고는 생각을 했는데, 6만 원이 나왔다. 3만 원 조금 넘었던 기억이 있는데, 모닝에 6만 원이면 진짜 많이 비싸졌다. 이게 다 트럼프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좀 더 복잡한 것 같다. 

트럼프 충격이 이게, 여러모로 묘하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나 일본에 피해가 갈 것 같은데, 별로 그렇지도 않다. 외견상 제일 피해가 큰 것은 인도인데, 여기는 정권이 바뀔 위험이란다. 그나마 티도 못 내는 데가 파키스탄 같은 국가인데, 중동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월급이 끊겨서 국민경제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고.. 게다가 이게 거의 유일한 외환 획득처인데, 외환이 없어서 다른 비상 수급도 어렵다고. 

한국이나 일본은 돈이 있어서, 그래도 어떻게 돈으로 때우고, 넘어갈 수가 있다. 기름에 국적이 있는 게 아니라서, 그냥 사오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원유값 상승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가난한 나라들이다. 여기는 힘들어도 별로 신경도 안 쓸 것 같다. 전체적으로 부품소재 등 물가가 오르면, 아프리카 혹은 중남미 국가들이 더 타격을 받는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관계가 괜찮은 유럽들이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된다. 

기름값이 막 오르면 석유회사들은 좋을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다. 석유회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가 수준은 70~80달러 대다. 이 정도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게 나온다고 한다. 이보다 비싸지면, 석유에 대한 대체가 시작된다. 70년대 석유 파동 때도 그랬지만, 걸프전 때 등 단기적인 석유 위기 때 거의 예외 없이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100달러 넘어가면,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원유가가 비싸지면 석유 회사들이 떼 돈 벌 것 같지만, 수유가 급감해서 가격이 올라가도 큰 수익이 나지는 않는다. 그렇게 석유 대체가 진행된 상황에서 다시 원유가가 내려가면, 완전 폭망각이다. 그래서 석유회사들은 원유가 100 달러 넘어가면 초비상이 된다. 트럼프에게 석유값 올리면 안 된다고 쫓아가서 얘기한 그룹 중에는 석유회사들도 있었다고 알 수 있다. 

아마 한동안 이란은 물론 중동 전역에서 에너지 시설들도 공격할 것 같은데.. 이러면 4년 이상 피해가 간다. 그리고 정상적인 배들의 항해도 어려워지고.. 트럼프 임기 내에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고, 세상은 이란전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하여간 이런 돈 있는 데는 경제적 대안은 물론 기술적 대안도 만들어서, 어떻게든 새로운 균형을 찾아갈 건데.. 돈 없는 나라들은 이런 게 어렵다. 그냥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낼 수밖에 없다. 

정유회사는 물론이고 중동의 석유화학 회사들도 어려워지면.. 약간 나간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회사 차원에서 어마무시한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가 기적적으로 회생할 기회를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중동 석유화학 회사들이 타격을 받으면,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택도 없었던 비중동 지역의 석유화학 회사들이 기적적으로 잠시 회생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길 수도 있다. 

70년대 석유 파동 때에는 충격이 전체적으로 7년 정도 갔다. 중간에 잠시 쉬기도 했지만, 두 차례에 걸친 충격이..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유신 정권이 길고 긴 석유파동 끝에 무너졌다. 79년부터 이어진 경제적 위기를 80년 공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금의 충격이 석유파동 보다 클 것인가? 

지금부터 한 달 정도가 고비일 것 같다. 일시적인 충격으로 그냥 넘어갈지, 아니면 시설 복구까지 몇 년이 걸리는 그런 빅샷이 될지. 

73년의 석유파동이 그랬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렇고, 실제로 위기 상황이 모두에게 똑같은 충격으로 가는 건 아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서 약진하거나 큰 기회를 갖게 되는 나라가 있고, 이전의 좋은 흐름이 사라져버리는 나라가 있기도 하고. 아마 이번의 이란전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확실히 더 큰 충격이고, 70년대 석유파동보다 더 큰 충격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고. 에너지가 평소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지만, 정말로 국가의 근본이기도 하고, 국제적인 관계를 확 엎어놓는 요소이기도 하다. 

모닝에 기념비적으로 6만 원 주유한 날, 다음 일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해봤다 (원래 이 얘기를 이번 주에 신문에 쓸까 했는데, 더 중요한 게 생겨서.. 이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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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은, 판매는 완전 망했다. 그렇게 엄청난 판매를 기대하고 쓴 책은 아니었지만, 1쇄 택도 없이 못 턴 처지라.. 싸장님 보기 민망한 상황이 되었다. 

사회과학 저자로서는 은퇴할 시기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계약을 하지 않은지 좀 된다. 밀려서 지금까지 온 책들과 농업 경제학 정도 정리하고 나면, 사실상 새 책을 준비하는 건 없다. 도서관 책도 어려운 마당에, 내가 새롭게 기획해서 뭔가 변화를 생각할 수 있는 건, 이제는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행복 국가에 대한 책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기는 한데.. 이건 백종우 선생과 같은 주제를 놓고 각각 써서 두 개씩 페어로 하는 형식을 생각하고 있다. 생각은 그런데, 나도 그렇고 백종우 선생도 정신이 없어서, 하기로만 얘기를 하고 진도가 아난 게 없다.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사회과학에서 지금껏 내가 한 애기들이 마지막 단계에서 인권을 거쳐, 행복이라는 주제로 나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한 번쯤은 이 애기를 마무리하고 싶기는 한데, 여건이 될지 모르겠다. 계약은 커녕, 일정도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 

도서관 책은 완전히 망해서, 마음 속에서는 그냥 최근에 망한 몇 개의 책과 함께 정서적으로 봉인되었다. 망한 책 자꾸 생각하면 속만 쓰리다. 그렇기는 한데.. 고맙다는 연락을 많이 받기는 했다. 그냥 하는 얘기도 있지만, 몇 개의 편지는 마음 속에 남게 되었다. 보람. 

사서교사노조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것도 좀 감동적인 사연이기는 했다. 간다고 했다. 사실 계속 뒤로 밀리던 도서관 책을 이제는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결정적인 사건이 사서교사들에 대한 얘기였다. 그래서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뒤늦게라도 사서교사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들어서, 마음에 작은 감동이 생겼다. 그래도 그들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세상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 나는 그 흐름 앞에 맞서면서 평생을 살았다. 고단한 인생이기는 한데, 트렌드를 보고 그걸 쫓으려고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늘 재미 없고, 구닥다리 스타일일 건 그냥 감내한다. 그래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려면, 지금의 흐름, 그게 옳지 않다면, 맞서는 수밖에 없다. 그게 사회과학이 존재하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쨌든 도서관 책을 끝내고, 최근에 사서 등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 더 생각이 정리된 것들이 있다. 도서관법 시행령이나 대입과 도서관의 연계 그리고 국회도서관의 역할 등, 책에서는 특히 더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생각이 명확해진 것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걸 모아서 도서관책을 한 번 더 쓰는 것은, 여력이 택도 없는 상황이고. 

신문에 한 번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책 내고 나면 그 애기를 신문에서 다루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안 하려고 한다. 그래도 지금의 경우는, 정책적으로 의미 있는 얘기들을 한 번 정리하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나도 청소년 인권 등 다음 주제를 다루어야 해서, 계속해서 도서관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렇게 흐름 한 번을 정리하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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