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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책에 대한 단상 2025. 5. 31. 16:01

10대를 위한 경제학은 앞부분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결국 다 갈아엎기로 했다. 제목은 ‘빵과 복권’으로 가는데, 이건 안 바뀐다. 부제를 ‘경제 밸런스’로 잡고, 이 개념을 중심으로 정리를 해나가던 중이었다. 

요즘 고등학교에서 강연 부탁이 오면, 되도록이면 가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몇 년 전에 한 외고에서 강연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는 둘째가 연거푸 입원하는 바람에 오랫동안 강연을 안 했다. 

그렇게 안 하려고 하지만, 책을 쓰다 보면 정말 머리로만 쓰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이 책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안 하던 강연을 다시 하기로 했다. 아주 작은 희망이기는 한데, 모든 도서관과 모든 고등학교에 가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에서 이 내용을 강연을 하려고 하면? 

지금 준비한 건, 내 얘기로 먼저 시작하는 건데.. 그렇게 시작해서 정말로 10대들의 관심을 끌 자신이 전혀. <88만원 세대> 때에는 그 책이 워낙 유명해져서, 고등학생들도 어지간히 내용들을 알고 있어서, 강연하기가 좀 나았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났고, 나는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아저씨고, 내 얘기 관심 있을 게 전혀 없다. 나는 원래 좀 재수 없는 스타일이다. 워낙 재수 없는 인생을 살았다. 고생을 전혀 안 한 건 아니지만, 그 얘기 해봐야, 재수 없다는 소리나 듣는다. 그게 고생이라고? 아픈 둘째 키우면서 고생을 좀 하기는 하지만, 10대들 특히 남학생들에게 그런 얘기는 통하는 게 전혀.. 

그래서 경제 밸런스니, 그런 개념 가득한 얘기들은 집어치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게 다 머리로만 생각을 하려고 해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10대한테 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하다, 이게 통할 거라고 생각한 내 대가리도 참. 당장 우리 집 중학생한테 그런 얘기해봐야, 씨알도 안 먹힌다. 

최근에 내가 했던 얘기 중에서 고등학생들한테 어느 정도 반응을 이끌어낸 질문은 “살면서 존중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요거였다. 존중이라는 단어는 평소에 자주 쓰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얘기를 할 때에 몇 번 사용해본 적이 있는 단어다. 한국 특히 한국 엘리트 남성들에게 잘 없는 개념이기도 하다. 나도 원래 이런 거 잘 몰랐는데, 살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것 같다. 존경은 못해도, 존중은 해라, 이것들아,, 요런 식으로 사용한다. 

최근에 생겨난 변화인데, 가급적이면 국회는 잘 안 가려고 한다. 물론 말만 그렇고, 어쩔 수 없이 요즘도 종종 간다. 토론회 발제 같은 거 하면 국회의원의 힘이 느껴지고, 기왕 그럴 거면 차관이랑 얘기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고. 또 뭐, 어차피 그렇게 숏컷을 찾다보면, 장관을 만나거나 대통령을 만나면 더 빠르지 않겠어?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몇 년 전에 크게 깨달은 적이 있다. 그런 짓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국회 토론회장 가는 대신, 도서관과 고등학교에 더 많이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게 더 의미가 있고,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높은 데서 스포트라이트 받고 그러는 거는 예전에 많이 해봤다. 뭐, 사실 별 거 없다. 더 높은 데, 더 멋진 데, 그런 거 찾으면서 나이를 먹고, 늙어가고 싶지는 않다. 

나이를 처먹으면, 자연스럽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지게 된다. 내 경우도 그런 것 같다. 

고등학생 만나서 무슨 얘기 할 거냐, 그런 생각으로 10대들을 위한 경제학 책, 새롭게 재구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논리적으로 경제 입문서 쓰는 거면, 한 달이면 다 쓴다. 그게 어려울 일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얼굴 보면서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하면, 얘기가 다르다. 게다가 얘기를 하거나, 듣거나, 그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선머슴 같은 고등학교 남학생이라면? 여기는 유머 코드도 안 통한다. 박경리의 <토지>가 뭔지 모른다고 하는데, 그 다음 얘기는 넘어갈 수가 없다. 이 정도는 아시겠죠, 그런 게 안 통한다. 갤럽 조사 결과 보여주다가, 트와이스, 이런 거 나오니까 열광적 반응이 나왔다. 하이고야..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경제, 그게 내가 생각하는 선진국이다. 이미지는 이렇다. 스위스 쮜리히에서 한적한 곳에서 길 찾다가.. 피어싱 잔뜩 한 스킨헤드 극우파 스타일 패션의 20대 커플에게 길을 물어본 적이 있다. 무서웠다. 그렇다고 내가 독일어로 길 물어볼 실력은 안되고. 근데 진짜 너무 친절하게 길을 알려줘서 감동받은 적이 있었다. 스위스는 어떻게 이런 청년들을 만들어냈는지, 그 뒤로 아주 오랫동안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때 문고판으로 나온 스위스 전서 시리즈 20권 정도를 사서 가지고 왔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된 나라일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써보려고 한다. 우리, 서로 존경은 못해도, 존중은 하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똑똑한 한국 남자, 존경받을 줄만 알지, 존중할 줄은 모른다. 나는 내 두 아들들이 사람을 존중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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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출마 선언문 읽었다. 다 이상한데, 그 중에 제일 이상한 건.. 

자기가 헌법 개정을 직접 하겠다는 거다. 예전 환경분야의 개헌 논의에 꽤 오랫동안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요소요소, 고쳐야 할 곳이 많다. 대표적인 게 국민투표 관련 조항이다. 이미 주민투표가 다 도입되어 있는데, 정작 국가 차원의 정책에서는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부의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있어서 정책 국민투표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기타 등등.

이걸 그냥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니.. 87년 9차 개정헌법 시절에는 보수 정권이기는 했지만, 6월 항쟁의 결과로 비교적 공정하게 헌법 개정을 했다. 다들 87년 체계의 한계를 얘기하지만, 그만한 헌법을 또 만들기가 어려워서 한 글자도 못 고치고 지금까지 온 거다. 

길게 보면, 대통령의 통치는 잠깐이지만, 헌법은 그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일이다. 이걸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하는 한덕수.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표현은 가급적 안 쓰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 한덕수 출마 선언문 보고, 이거야말로 헌법 개정권을 자기한테 달라고 건데. 이게 내란의 완성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발상 자체가 흉악하다. 3년만 하는 대신, 헌법 전문을 직접 쓸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게.. 난 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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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서울신문에 글을 쓴다. 좀 고민을 했는데, 이번에는 7세 고시에 대해서 쓰기로 했다. 제 정신들이 아닌 것 맞는데, 그렇다고 마냥 욕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기는 하는데, 해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순간인가, 한국의 문제 해결 능력이 확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늙어가는 경제가 갖는 전형적인 특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잠시. 

어떻게 보면 정치과잉이 만든 또 다른 부작용일 수도 있고, 후기 자본주의가 갖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다. 한국만큼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또 다른 나라가 일본 아닌가 싶다. 일본은 정치과잉이 아니라 정치실종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일본은 요즘 폭등하는 쌀값 문제에 전혀 대처를 못한다. 두 배로 올랐다는 얘기 들었던 게 몇 달 전인 것 같은데, 벌써 세 배 가까이 된다. 왜 올라? 아직 이유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초반에는 외국인 관광객 때문이라고 했다가, 이건 개뻥.. 나중에는 악덕 상인들의 사재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이것도 근거가 없다는 것 같다. 그럼 왜 올라? 모른다데쓰..

정치가 너무 많고 혹은 정치가 너무 적고, 그런 게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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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쌀..

농업 경제학 2025. 3. 24. 22:44

 

태국 쌀 1등급. 지난 번 먹은 베트남 쌀은 맛이 좀 그랬는데, 쌀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도정 기간과 보관 기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이 없어도 너무 맛이 없었는데, 어렸을 때 정부미 먹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도정 기간 짧은 베트남 쌀을 따로 구할 방법은 없고, 일단 패스. 태국산 쌀은 일반 쌀과 자스민 향미, 두 종류를 먹어볼 생각이다. 태국산 일반 쌀은, 일단 아주 맛있었다. 쌀이 가진 맛이 나름 복합적으로, 그리하야.. 쌀 괜찮네, 소리가 절로 나올 것 같은. 이 정도면, 나는 이걸 일상적으로 먹으라고 해도, 별 문제 없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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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하기로 했다. 한동안 강연할 형편이 아니라서, 꽤 오래 안 했었다. 올해도 많이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라서, 그냥 몇 개 정도만 하려고 한다. 고등학교 강연은 몇 년 전에 했던 기억이다. 

마침 10대와 청년을 위한 경제학 쓸 준비 중이다. 모티브도 잡았고, 부제도 어느 정도 잡았다. ‘비기너를 위한 경제 밸런스’ 정도의 방향으로 쓸 생각이다. 무조건 웃기려고 한다. 내가 본 책 중에서 가장 웃겼던 책은 “YS는 못말려”였다. 그걸 모델로 할 생각이다. 그동안 경제학자로 살아오면서 내가 들었던 유머는 다 때려넣을 생각이다. 술자리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얘기들이 있다. 요즘은 그런 농담은 잘 안 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준비되는 내용 가지고 두 시간짜리 고등학생용 강의를 한 번 만들어보려고 한다. 마침 관련된 내용 모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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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비 고수홍차. 지리산에서 선물 받은 홍차 중에 마지막 차. 중국 홍차. "200년 이상 오래된 고차수 나무 차잎 홍차"라고 적혀 있다. 일단 내가 먹어본 홍차 중에서는, 현재까지는 가장 고급 홍차. 혀에 닿는 순간, 아 비싼 거, 그런 느낌이 탁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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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뗑깡

책에 대한 단상 2025. 3. 19. 16:08

 

기분뗑깡. (일본어로 기분전환) 어제 눈 왕창 왔다. 눈 그쳤다가 다시 올 때, 국회에서 기자회견 끝나고 주차장 걸어가다가.. 우와, 바람 너무 쎄고, 눈까지 다시 날려, 돌아비리. 대충 아무 거나 입고 갔다가,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벌써 봄이 왔어야 하는 시기인데, 폭설, 한국의 시간은 지난 12월 3일에 멈춰있는 것 같다. 뉴스 보면, 그냥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이 와중에도 집값은 오르고, 덩달아 물가도 오른다. 글도 잘 안 써지고.. 이래저래 좋은 일이 진짜로 한 개도 없다. 

기분뗑깡, 봄이 오기를 바라며, 나도 기분전환을 위한 소소한 쇼핑. 야구 해설 방송 최강불펜에 민초 와이셔츠를 입고 나온 사람이 있어서, 그래 저거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민트색 와이셔츠를 샀다. 레귤러 핏은 없고, 슬림 핏만 있다. 민트색 와이셔츠는 날씬한 젊은이들만 입는겨..

기분뗑깡. 결국 민트색 슬림핏 와이셔츠를 샀다. 긴팔 와이셔츠를 새로 산 게 7년 전인지, 8년 전인지, 기억도 안 난다. 그리하야 나도 기분뗑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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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말고는 설명할 수 없던 오세훈의 토지거래허가제 일부 해제 이후, 결국 용산을 포함한 지역에 확대 재지정을 했다. 나도 토지거래허가제가 정상적인 제도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언젠가는 사라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 특히 강남 부동산 자체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서, 핵심 브레이크 작용을 하는 건 맞다. 지방의 부동산 처분하고, 강남의 앞으로도 오를 부동산 한 채, 이걸 세우고 있는 게 토지거래허가제다. 보너스로, 전세 끼고 집 사는 것도 안 됨. 여기 집 사고 싶으면, 여기 살아야 함! 최근의 부동산 급등으로 대선 후보를 꿈꾸는 오세훈이 한 발 후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오세훈.. 그거야 큰 뉴스는 아닌데, 부동산이 아직도 에너지 탱탱, 그야말로 발목 지뢰같은 에너지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 (그렇다고 오세훈 발목이 날아갔다는 건 아니고. 문제가 되면, 빨리 수습하는 정도의 주변 진영을 구축했다는 의미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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