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김진성 인터뷰 방송 봤다. 다 아는 얘기였지만. 방출된 후 차명석 단장한테 전화했더니, "테스트는 무슨 테스트냐, 네가 김진성인데." 그 얘기 듣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고 하는데. 그냥 멍하니 보다가, 내가 눈물이 왈칵 났다. 하이고. 감동이 있는 얘기였다. 사람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깊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행사에 갔다가, 컵을 하나 받아왔다. 이런 컵들 그냥 다 둘 형편이 아니라서, 새 컵 생기면 바로바로 쓴다. 시간이 지나면 깨져서, 나중에 아쉬울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그냥 처박아 놓고 있는 것보다는 한동안이라도 쓰는 게 만든 사람들의 의도에 맞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쓰는 편이다.
노회찬 컵 금 갔을 때, 참 아쉬웠었다. 직장 민주주의 얘기하던 시절, 네이버 노조한테 받은 컵과 티는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올해는 시민단체 도울 일 있으면, 시간을 좀 내서라도 좀 도우려고 한다. 올해만 지나면 둘째 아픈 게 좀 나아지지 않을까, 작은 희망이다.
반도체 산업의 위기로 인해서, 이를 계기로 주52 시간을 풀자는 게 한참 논의 중이다. 나도 반도체 공장 가본지 시간이 좀 되어서, 최근의 현장 분위기는 잘 모른다. 아주 오래 전 책인데, <조직의 재발견> 때에서 그 뒤 몇 권 더, 삼성전자가 기본 모델인 시절이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 사장을 만날 기회는 없었고, 부사장 등 기획 쪽 간부들은 좀 만난 적이 있었다. 얘기도 깊게 나눴었다.
주52시간에 막혀서 초고 근무가 불가능해서, 지금 반도체가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진짜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현실에서 실제 52시간까지 대부분의 연구인력 등 노동자가 꽉꽉 채워서 일을 하고 있다면, 주52시간이 일종의 장애가 될 거라고 판단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그렇지는 않다. 월 16시간 이후로는 추가 임금이 없기 때문에, 반도체의 많은 노동자들이 주40시간을 크게 넘지 않으려고 한다. 이건 좀 더 현실적인 일이다.
포괄임금제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이 있는데, 반도체의 경우는 포괄임금제로 인해서 추가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으니까, 52시간도 진짜 그렇게 근무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자세한 건 진짜로 현황 조사를 해봐야 안다.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주52시간과 포괄임금제 그리고 연구부문 등에 대한 추가 고용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 등 정책의 눈으로 보면, 살펴봐야 할 조건들이 좀 있다.
윤석열의 쿠데타 이후로 시간 감각이 이상해졌다. 얼마 되지 않은 일인데도, 몇 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 하도 많은 일이 생겨서, 기억이 엉키는 것 같다.
아마도 올해는 대선이 있을 거고, 누가 될지는 몰라도, 크게 한 번 변화가 있을 것 같다. DJ가 한국은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불렀는데, 여전히 다이나믹한 걸 잃지는 않았다. 물론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윤석열의 쿠데타가 가장 안 좋은 점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소망이 아니라 과거의 영광을 위해서, 그것도 매우 기형적인 방식으로 일을 벌렸다는 점 아닐까 싶다. 20세기에 속한 것을 지금 끌어냈지만, 무엇보다도 21세기 감성에 그런 올드한 것들이 너무 맞지가 않는다.
어쨌든 ‘일시적인 혼돈’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고, 남는 것은 경제에 대한 상처가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이념 혹은 문화나 정서가 충돌하는 건, 사람 사는 사회에서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은 시간과 많은 노력이 그 갈등을 줄이거나 봉합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지만 경제에 대한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그냥 해결되지는 않는다.
연말이 지나고, 대선 등 급격한 시간을 지나면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생각보다 많은 회사가 많아고, 식당들도 문을 많이 닫을 것이다. 그 기간 동안에 정부가 경제에 대한 긴급 조치를 하기가 어렵다. 물론 야당의 진단이 제대로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 정도의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번 사태 이후로 한국의 보수는 극우 쪽으로 몇 클릭 더 이동한 것 같다. 사실 이미 그렇게 이동헸는데, 표면적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풀어야 할 문제들이 더 늘었다.
역사 책의 관점으로 보면,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사건은 결국 쿠데타 장면 그리고 서부법원 습격 사건, 그렇게 두 장면이 남지 않겠나 싶다. 두 개 다 한국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장면들이 될 것 같다.
미국보다 유럽이 극우파 정당은 더 먼저 나왔는데, 그래도 당내 민주주의 같은 장점을 내세워, 민주주의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거의 나온 적은 별로 없었다. 물론 유럽의 대형 시위들은 우리처럼 그렇게 깔끔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이래저래 폭력 사건들이 많이 생기는데, 주로 좌파 진영이나 반정부 집회에서 그런 경향들이 있다.
청년 남성 극우파의 등장, 지난 10년 동안 일관된 흐름이었는데, 서부법원 폭동으로 이 흐름도 어쨌든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 것 같다. 물 밑에 있던 흐름이 모두의 눈 앞에서 등장하게 된.
사람들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생각하지만, 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확실히 한국도 이제는 선진국이 되기는 했다. 선진국들에서 등장했던 극우파 정당, 이제 한국도 그 목전에 와 있다. 과연 이 세력이 정당이 될까, 그리고 마침 유럽에서 유로 의회 1당이 된 것처럼 대선에도 나오는 그런 정당이 될까?
그런 합법화의 길을 걷기도 전에 폭동부터 먼저 터졌다. 합법화의 길과 지하화의 길, 딱 그 분기점에 놓여 있다.
순진하기만 할 것 같은 둘째가 얼마 전부터 닌텐도를 자기 방에 가지고 가기 시작했다. 마루에 엄청 큰 tv로 닌텐도를 할 수 있게 해놨는데, 그래도 조그만 본체를 가지고 간다. 닌텐도로 유튜브 보는 법을 배웠다. 아내가 닌텐도에 사용 시간을 걸어놨는데, 또 다른 아이디를 만들어서 그걸 피한다. 뭐라고 하겠나. 이제 벌써 5학년인데.
가급적이면, 이래라 저래라 안 하고, 그냥 맛있는 것만 해주면서 그래도 나름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게, 요즘 나의 육아 방침이다.
오늘 처음으로 법원 난입한 청년들에 대한 얘기를 우리 집 어린이들하고 했다 .
“아빠가 바라는 건 딱 하나야. 너희가 저렇게 법원에 난입해서 감옥에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어린이들도 tv도 보고 뉴스도 보고 그런다. 질색을 한다. 일제랑 싸우거나, 독재랑 싸우다가 감옥 가는 건 아빠가 이해를 하겠어, 그런 얘기도 했다.
사실 저렇게 서부법원에 들어간 청년들이라고 다 문제 청년이겠는가? 그들도 다 부모가 있고, 친구가 있고, 지인이 있는 삶을 살아간다. 나는 그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유튜브의 상업성 때문이라고 설명을 하는데, 그건 너무 쉽고 안이한 설명이다. 그렇게 계산한다면, 감옥에 갈 수도 있는 행위의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혀 설명을 안 한 것과 같다. 보수 중의 보수 경제학자인 캐리 베커가 노벨상 받은 경제이론으로도 저건 설명이 안 된다.
둘째가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서 나에게 말했다. 감옥 가느니, 나는 그냥 아빠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집에서 살고 싶어요..
오늘 처음으로 살다가 어려우면, 그냥 아빠랑 살아도 된다고 말했다. 전에는 때 되면 자기 힘으로 독립해야 한다고만 말했었다. 둘째는 아빠가 해주는 맛난 거 먹는 게 좋다고 했다. 감옥 가는 거 생각도 하기 싫다고 했다.
법원에 난입해서 폭도로 욕만 먹고 있는 청년들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저들도 다 부모가 있을 거다. 지금 그 부모 심정이 어떻겠나,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들의 아픔에 대해서, 나도 부모로서, 가슴이 매우 아팠다.
엄벌백계, 그것만으로 사회가 돌아가지는 않는다. 구조와 개인이 만나는 교차로, 그 안에서 나는 서부법원에서 난동부린 청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청년 남성 극우, 한국에서는 아직 변변한 이름도 없다. 어쨌든 서부법원 폭동으로 전격적으로 한국의 주요 주체의 하나로 등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것도 아니다.
몇 가지 가설들이 있기는 하지만, 딱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몇 가지 굴곡과 계기들을 거쳐서, 드디어 폭도가 되었다. 하이고. 일본 넷우익의 등장보다 더욱 전격적인 사건이기는 하다. 지금까지의 관찰로는, 지금 10대가 20대가 되었을 때, 이 흐름이 더 강해지면 강해지지, 약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게 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