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178건

  1. 2020.10.14 마음의 에너지.. (2)
  2. 2020.10.13 그리움의 시간들.. (1)
  3. 2020.09.24 일정 더럽게 꼬인 날..
  4. 2020.09.09 코로나 덕분.. (1)
  5. 2020.09.08 나이 먹는 것..
  6. 2020.08.25 왼손 마우스.. (1)
  7. 2020.08.08 겉얘기와 속얘기..
  8. 2020.07.15 해체와 재구성..
  9. 2020.07.10 감정에 관하여..
  10. 2020.06.15 부지런하지 않은 삶.. (4)

어제 우연하게 '마음의 에너지'라는 말을 한 번 써보게 되었다. 초창기 정신분석학에서 dynamic이라는 개념으로 많이 쓰던 말이기는 한데.. 초기 열역학적인 상상력을 사람의 삶에 적용하가 위해서 쓰던 개념 중의 하나다. 

뭐, 이런 골 아픈 얘기를 21세기에, 그것도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다시 꺼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좋든 싫든, 우울증과 자살 얘기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 기관에 자문을 하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별로 그렇게 내키는 주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 사회에 왜 이렇게 자살이 많은가, 직장 민주주의를 하면서 한 번은 다루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주제다. 

무슨 깨달은 사람처럼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진짜 딱 질색이다. 나이를 처 먹고 나니까. 누가 그렇게 얘기를 하는 것도 좀 꼴불견처럼 보인다. 누구한테도 별로 그렇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내 삶을 나도 잘 모르고, 당장 내년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것도 잘 모르는데..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영 질색이다. 

그래도 '마음의 에너지'라는 단어는 뭔가 풋풋하게, 마음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만드는 것 같은 묘한 매력이 있기는 한 것 같다. 마음이 가는 거야 어떻게 마음대로 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런 에너지가 있다면.. 그 크기가 삶에서 늘 균일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내 삶을 돌아봐도, 마음의 에너지가 좀 높았던 때가 있고, 뭐 그닥..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열정' 같은 얘기를 별로 안 좋아 한다. 허버트 허슈만의 "열정과 이익"이라는 책이, 아마도 20대 초반 내 운명을 바꾼 책 중의 하나였는데.. 자본주의와 함께 어떻게 열정이 새로운 시스템의 모터와 같이 사용되었는가, 그런 얘기를 너무 일찍 읽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열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내 머리 속에서는 자동적으로 '자본의 음모'로 치환되어서 들린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 마음이 평생 그렇다. 누군가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얘기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고, 나도 열정을 가지려고 해본 적이 없다. 인간은 기계와 같이 그렇게 열정이라는 에너지로 폼뿌질해서 막 살아지고,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올해는 책이 코로나 때문에 '당인리' 한 권만 나오는 해가 되었고, 그나마도 작년에는 데뷔한 이후로 처음으로 책이 한 권도 안 나온 해가 되었다. 되는 대로 살아간다. 그래서 책들이 다 내년으로 넘어갔다. 일정이 어마무시하게 빡빡하다. 

일정표를 보니까 에세이집 하나 쑤셔넣을 공간이 없기는 한데.. 

'마음의 에너지' 정도의 주제로 에세이집을 한 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촛불이 꺼지듯, 마음의 에너지가 사라지면 사람은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여전히 증오든 미움이든, 에너지가 넘치니까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양 쪽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죽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뭔가 하고자 하는 생각이 정말로 없으면, 죽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기는 하다. 

어쨌든 이런 질문들 찬찬히 던져보면서 글들을 좀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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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척척이 2020.10.16 2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온갖데 참견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
    딱 한 사람 떠오르네.
    이구역 미친 형은 나다~를 외치시는 진보팔이 생계형 먹물..
    스캔들 애기가 솔솔 나오던데...

  2. 조적조 2020.10.17 0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견으로 대장경 쓰고 자기가 쓴 대장경에 공격당하는 조무래기 생각나네

초 치기를 막 끝냈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몇 개의 일을 거의 초치기로 끝냈다. 다 잘 끝난 것은 아니고, 내가 자료를 너무 늦게 봐서, 엉뚱한 자료가 온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도 하나.. 일요일 저녁에만 열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던 건데, 전체 자료가 10건이나 되어서 뒤로 미루다 보니. 하나하나 열어보니까, 이 인간들 완전 미필적 고의네.. 

막상 당장 해야할 것이 없는 순간이 오니까 순간 멍해진다. 뭐 하지? 

그리움의 시간이 찾아온다. 잠시 보고 싶은 얼굴들이..

저녁 때는 올초에 약속을 했던 광명시 강연이 있다. 너무 예전에 약속했던 거라서 안 한다고 하기도 그렇고. 아내도 오늘 저녁에는 일이 있다. 결국에는 장모님이 하루 집에 오시기로. 

메일에 강연 부탁 와 있는데, 미안해서 아직 못 한다고 답변을 못한 게 몇 개 있다. 그것부터 힘들다고 답변을 하기로. 

애들 태어나기 전, 아내가 박사 과정 있던 시절에는 여행은 보통 주중에 갔었다. 그것도 계절에 따라 사람들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그것도 다 옛날 일이다. 이제는 주말 아니면 어디 가기도 힘들다. 

매일매일 일상을 처리하는 생활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신문사의 생각과도 다르고, 여의도 피플들 생각과도 다르게 마음이 전개 된다. 기다리는 데에 익숙해지고, 참는 데도 익숙해진다. 그리고 계절이 변하는 것에 훨씬 더 민감해진다. 그것 말고는 크게 변하는 게 없어서 그럴 지도 모른다. 

애들 키우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리고 없는 사람인 마음으로 살아간다. 뭔가 시간 약속을 해야 하는 일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고, 규칙적인 일은 더더욱 안 한다. 언제 누가 아플지도 모르고, 더더군다나 코로나 국면이라 집에서 30분 넘는 거리에는 가급적이면 안 가려고 한다. 동네 어학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에 큰 애 돌봄교실에서 귀가 조치가 내려졌었다. 

마음의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가끔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그리운 사람도 있다. 그래도 그 그리움이 오래 가지 못 한다. 조금 있으면 애들 학교 올 시간이거나, 학교 데려다 줄 시간이거나. 그리움의 시간이 오래 머물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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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alangmelong.tistory.com BlogIcon 말랑멜롱 2020.10.13 1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

에세이집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오디오북으로 나온다. 프롤로그를 녹음해달라고 해서, 오전에 스튜디오에 갔다왔다. 간만에 강남에 갔다왔다.

저녁 때는 네이버 노조에서 영상 강연을 했다. 분당.. 우와. 가는 길도 겁나게 막히고, 오는 길도 살벌하게.

이런저런 이유로 노조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노조에서 오는 부탁은 어지간하면 들어주려고 한다. 노조라는 최소한의 안전판도 없을 때 벌어지는 황당한 일을 좀 목격했다.

노조라면 질색하고, 노조가 없어지는 것이 세상 좋아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났다. 왕조 시대 생각났다. 왕조가 없어지고, 귀족 아니 평민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지도자가 된 사람들이 저지를 잘못된 일들도 무지하게 많을 것이다. 대통령도 잘 못하고, 부패도 하고.. 총리도 또한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못할 거니까, 왕을 계속 두자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여러모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유럽식이라면 정의당에서 주로 얘기하고, 민주당도 반대하지 않을 얘기지만, 거의 의제로 설정이 되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식으로 지금까지 진도를 나가는 중이다.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네이버 노조에게 뭔가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냥 내 식의 보람이다. 살면서, 보람 있는 일을 많이 했다.

내년에는 젠더 경제학을 정리하려고 한다. 많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년을 넘기지는 않으려고 한다.

책은 더럽게 안 팔리는 시대를 만났다. 이제는 괜찮은 책을 소개하고, 어떻게든 묻히지 않게 하는 것도 너무 힘든 일이다. 그래도 버티고, 좀 더 해보려고 한다. 나는 원래도 마이너의 마이너, 어려운 데에서 같이 고생하고, 그런 게 내 삶의 문화와 잘 맞는다.

티 안나게, 조용히 조용히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조용히 관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손을 보태고. 여전히 나는 조용히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동거리가 너무 많아지고, 오늘처럼 두 번씩 강남 아래로 가야하는 일이 벌어지면, 몸이 너무 힘들다.

그래도 먹고 사는 데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할 뿐이다.

연구원장 같은 것도 귀찮고, 무슨무슨 기관장이니, 그런 것도 다 귀찮다. 애들 보면서 조금씩 글 쓰고, 도울 수 있는 사람들 조금씩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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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를 사줬더니 큰 애는 오늘도 일찍 데리러 오라고 성화다. 친구들이 다 일찍 가는 데다가 비도 온단다. 이번 주까지는 태권도장이 문을 안 연다. 방법 없다. 세 시에 애들 다 데리고 왔다. 돌봄교실에 있는 아이들은 정말 힘들다. 거리두기 하느라고 멀찍이들 떨어져 있고, 혼자서 책 보고 노는 게 다다. 돌아비리. 

어제 저녁에 아내가 식기세척기도 사고, 건조기도 사겠단다. 꼭 필요한 물건도 아니고, 부엌이 좁아서 놓을 데도 마땅치가 않다. 오랫동안 몸으로 때우면서 잘 버텼는데, 거리두기 2.5 2주차가 되면서 이 인내도 바닥이 났다. 그래, 돈으로 되는 건 돈으로 하자..

당인리 이후로, 출간 일정을 전면 재조정했다. 뭔가 좀 불편한데도 참고 했던 것들이나, 에디터가 확실하지 않은 것들은 다 연기. 전에는 뭐가 좀 안 맞아도, 그냥 참아가면서 했는데.. 그런 것들이 힘은 힘대로 들고, 성과도 별로였다. 그래도 좀 여유가 있을 때에는 다음에는 좀 편하게 해야지, 그렇게 참아가면서 했는데.. 코로나 국면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내년 겨울에 모든 것들이 정상화되어 있다면, 그 정도가 기적적인 일일 것이다. 쉽지 않다. 내년에는 둘째가 학교에 들어가는데, 최소한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이라고 해도, 앞으로도 2년은 더 이렇게 지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세 시부터 애들 데리고 오는 건, 좀 가혹한 조건이기는 하다. 

하는 일들을 극단적으로 줄여 놓은 상황이기는 한데,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더 줄이게 된다. 방법 없다. 삶이라는 게 되는 대로 하고 사는 거지, 죽어라고 무슨 결심을 해봐야. 

한 때 노마드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 시절에도 등대와 같은 삶을 꿈꿨었다. 서 있는 곳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삶, 그래서 작더라도 몇 개의 배에게는 도움이 되는 삶, 그런 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뭐,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제 자리에 있는 삶은 도달한 것 같다. 목표의 반은 온 셈이다. 장하다! 

코로나 덕분에 이룬 게 없지는 않다.. 드디어 나는 꼼짝도 하지 않는 삶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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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은하수 2020.09.10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껏 건조기 식세기 없이... 보통 부지런하신게 아닙니다.
    건조기는 수건, 양말, 속옷, 집에서 입는 옷, 이불 등만 사용해도 정말 정말 좋습니다. 외출복은 그냥 너세요~ 후줄근해지고 줄거나 보풀 생깁니다.
    식세기는 부엌장이 좁더라도 버릴 그릇은 버리시고 싱크대 하부장 공사(별거 아니고 식세기 넣을 공간 마련)를 하시고 12인용으로 하세요. 4인 식구면 냄비, 스텐볼, 채반, 냉면그릇 등 큰거 넣지 못할거면 큰 도움이 안됩니다. 6인용은 컵,그릇 등만 들어가서 손설거지할게 또 많이 남습니다.

울산 갔다왔더니, 얄짤 없이 한 시다. 지친다. 올 여름 휴가도 애들 다 데리고 울산에 갔다왔었다.

40대에 아직 지치지 않았던 시절에는 울산, 제주도, 부산, 이렇게 지역별로 지역경제에 대한 책을 써볼까 하던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엄청 돌아다녔었는데.. 애들 키우면서, 이제 그렇게 힘 많이 드는 일은 못 한다.

이젠 나도 나이를 먹었다.

살면서 포기한 게, 아프리카 경제학을 포기하던 시절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석사 때 지도교수가 날리던 아프리카 경제 대가였다. 나중에 삶이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고 미루어둔 것인데, 그런 여유는 내 삶에 생기지를 않았다.

지역경제를 가지고 좀 다양한 버전으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활동량 많던 시절에나 생각하던 것이지.. 지금은 택도 없다. 잔고가 좀 여유가 있으면 이것도 좀 풍부하게 펼쳐볼 수 있을텐데, 캑캑. 애들 데리고 먹고 사는 것도 빡빡하다. 그런 연구에 돈을 들일만한 처지가 아니다.

지금 쥐고 있는 몇 개의 주제도 제대로 펼치지를 못해서 낑낑거리며 살아간다. 여기에 뭔가 더 얹는 건 무리다.

지방에 가면 사람들도 좀 만나고, 하루 밤이라도 자고 오면 나을 것 같은데..

그러면 아침에 애들 등교는 누가 시켜줄 것도 아니고.. 오후에 하원도 제 시간에 해주기가 어렵다. 캑캑.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날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점점 나이를 먹어서, 예전처럼 그렇게 영민하게 돌아다니기도 어렵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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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어깨가 몇 달째 계속 아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딱 마우스 드는 그 각도다. 내가 무슨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정도인데.. 

책 내던 초장기에는 키보드 치는 어깨가 많이 아팠었다. 만년필로도 쓰고, 가급적이면 자판 덜 치려고 했었다. 그 짓도 오래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요령이 좀 생겼다. 

가만히 앉아서 머리로 생각을 많이 하고, 꼭 뭔가 써서 해야 할 때에는 종이에다 만년필로 미리 밑그림을 좀 그리고.. 

책 쓰는 시간에는 어쨌든 긴장해서 자판을 치게 된다. 애들 태어난 다음에는 책 쓰는 시간도 하루 두 시간으로 줄였다. 막판에는 좀 더 하기도 하는데, 매일 그 정도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다. (대가리가 부족하지!) 그 시간에도 안 되는 건,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준비가 부족해서다. 준비가 될 때까지 뒤로 미루고, 준비가 된 걸 먼저..

게임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뭘 더 한 것도 아닌데 마우스 쥐는 오른쪽 어깨가 아픈 건.. 대가리 쓰는 게 귀찮다. 그냥 마우스를 왼손으로 옮겼다. 생각보다 어색하다. 그래도 오른 쪽 어깨가 풀리려면, 어색한 걸 참는 게 나을 것 같다.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 

올 연말까지는 사람들 만나는 거나 새롭게 뭔가 하는 것들을 극도로 줄이고,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친 몸도 좀 추스르고. 애들 키우다 보니, 정말로 심신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다.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뭘 할 수도 없는 시기다. 

2020년은 아마도 마우스를 왼손으로 쥐게 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나머지야 뭐, 그렇게까지 감동적으로 가슴에 남을 일이 벌어지지가 않았고, 또 남은 시간에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왼손 마우스는 어색하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어색한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게, 남은 인생을 덜 어색하고, 덜 불편하게 사는 방법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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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26 0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다음 학기부터 한 과목씩 수업을 하게 되었다. 뭐, 아무 거나 해도 된다는. 그래도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으라고 했다고, 막상 아무 거나 하라고 해도 아무 거나 하기는 어렵다.

이번 학기는 말고, 좀 준비를 해서 다음 학기 수업 제목을 '겉얘기와 속얘기'로 하면 어떨까 싶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또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았다.

이번 정부를 보면, 딱 겉얘기와 속얘기라는 틀을 사용해서 분석하기가 좋은.

겉얘기는 조국 이후로 맨 앞에 선 검찰 얘기. 속얘기는 집값 파동으로 터져나온 경제 얘기. 겉얘기는 화려하기는 하지만, 진짜 큰 울림은 속얘기에 들어가 있다.

공격과 수비로 바꾸어도 비슷한 얘기가 된다. 정치는 공격에 해당하고, 경제는 수비에 해당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정치가 최고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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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사건이 지난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 머리 복잡하고, 심경도 복잡하다. 

트라우마로 얘기하면,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 같다. 영화 명랑에 최민식이 영화 끝에서 말한다. "이 많은 원혼을 다 어쩔 것이냐." 조선 수군이든 일본 수군이든, 명랑에서 원혼이 된 것은 마찬가지다. 

일장공성만골고라는 말이 있다. 장군 한 명이 이름을 드높이는데 만 개의 해골이 뒹굴게 된다는.. 참 슬픈 얘기기는 하지만, 이건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젠더 경제학 책을 좀 빨리 쓸 수 없느냐는 얘기를 몇 군데에서 들었다. 

직장 민주주의 책에서 젠더 민주주의라는 장을 하나 열었던 적이 있다. 생활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좀 더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직장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생활 민주주의의 하위 개념이다. 좀 더 상위의 개념으로서 생활 민주주의를 얘기하기에는, 아직은 좀 빠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젠더 경제학에서는 생활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직장을 너머 가족 같은 데로 좀 더 전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궁극적으로 가고 싶은 것은, '남성 엘리트주의' 그 이후의 사회에 대한 표상을 그려보는 것이다. 일종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내 방식대로 펼쳐보는 것 아니겠나 싶다. 지역에 대한 얘기는 많이 했고, 젠더에 대한 얘기도 좀 했는데, 그걸 좀 더 종합적으로 생활 민주주의 방식으로 언젠가 그려보고 싶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이런 생활 민주주의에서는 여전히 좀 약하다. 

그렇기는 한데.. 젠더 민주주의 같이 작업하던 에디터가 결국 출판사를 그만 두었다. 책 출간 일정 당기기는 커녕, 제 날자에 맞추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출간을 당기기는 커녕, 제 날자에 내기도 어렵다. 나는 에디터랑 몇 년간 호흡을 맞추면서 새로운 책들을 같이 생각하고 준비하는 방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아무나 그냥 같이 하는 거, 그런 식으로는 책을 못 쓴다. 몇 번, 에디터가 바뀌게 되어서 그냥 해봤는데.. 공교롭게도 그런 책들이 다 망했다. 최근에 그런대로 괜찮은 성과를 낸 책들이, 다 오래 된 에디터들과 오랫동안 준비해서 정석대로 낸 책들이다. 뭐, 그렇다. 예전에는 책 사정이 좀 괜찮아서, 크게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은 책들도 선방을 하기는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되기가 좀. 출판사는 바꾸어도 에디터는 안 바꾼다. 

나도 50이 넘으면서, 이제 모르는 에디터랑 쉽지 않은 내용을 얘기하면서, 하나하나 다시 맞춰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 내가 움직여야 얼마나 움직이겠나.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도 몇 년 안 된다. 

정부연구소나 공기업 기관장을 안 한다고 한 것은.. 그게 임기가 2~3년이다. 한 턴, 어쩌면 두 턴하고 나면 나의 50대는 다 간다. 그러면 끝이다. 그 나이에 다 늙고 병든 몸으로 뭘 또 하겠나. 근혜 시절이었다. 광주도시공사 사장직 제안이 왔을 때에는 정말로 고민을 좀 해었다. 내가 생각하던 지역에서의 공간 정책, 그런 걸 진짜로 해보고 싶기도 했었다. 일주일 고민했는데, 결국 그 길이 아닌 걸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가 내가 공직을 안 한다고 마음을 먹은, 그야말로 definitly.. 그 순간이다. 

지금 와도 그 순간을 별로 후회하지는 않는다. 차관이니 장관이니, 혹은 기관장이니 그런 건 인생의 목표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한 번도 그런 걸 목표로 살아본 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다. 지금 와서 친구들이 이제 높은 자리에 갔다고 나도 한 번, 그렇게 살아온 걸 바꾸면 어렵게 지냈던 나의 청춘과 30대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진다. 그 순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 어려운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20대나 30대나, 늘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늘 우리는 핍박받고 있었고, 도망다니거나 숨어서 뭔가 했다. 그러다가 다들 먹고 살게 되거나, 아니면 힘 있는 자리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는 조금씩 변했다. 

난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젠더 경제학에 대한 부탁을 받은 건, 10년도 좀 넘은 어느 날, 여성 경제학자들, 정확히는 누님들이 니가 그런 걸 좀 해라.. 그렇게 시작된 거다. 아직도 마무리를 못 했다. 이제는 그 질문을 마무리할 순간이 온 것 같다. 

나 혼자 생각한 건데, 그냥 나는 움직이는 동안, 등대 같은 삶을 살면 좋겠다는.. 폭풍우 치고 깜깜한 밤에 조그맣게 불을 밝히는 등대 같은 삶이 되면 좋겠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격랑이 이는 깜깜한 밤에 뱃길을 나서지는 않는다. 그 순간에 뭔가 항해를 해야하는 사람들은 다들 먹고 살아야 하거나, 매우 특별한 사연이 있거나. 그렇지 않겠는가. 

먼저 움직이고 늘 최전선에 있으려고 한 건, 그런 이유는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내가 책 쓰는 것을 좋아하는 건, 이게 수단이 아니라서 그렇다. 나에게 책은 다른 일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이게 목적이고, 다른 게 수단이 되었다.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서 또 자료를 줄 사람을 만나고.. 그런 게 수단이 된 셈이다. 그리고 점점 더 어렵고, 점점 더 까다롭고, 그리고 또 점점 더 안 팔릴 책을 쓴다.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제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다행히 책을 쓰면서도 먹고 사는 걸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았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애들 먹고 싶은 거 사주고, 갖고 싶다는 장난감 사주는데 궁색하지는 않게 산다. 고생하는 후배들 가끔 밥 사줄 때 싼 것 좀 먹으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는 산다. 

젠더 경제학을 거쳐 생활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은, 쉬운 길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언젠가 넘어가야 하는 산이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멋지거나 고귀한 그런 학술적 목표도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지체된 것이고, 그 지체가 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 

큰 애에게 만 원짜리 비상금을 두 번 주었다. 그랬더니 이게.. 학교 문방구 앞에서 조그만 레고 장난감을, 정말 쓸 데 없는 걸 몇 개 샀다. 엄마한테 혼났다. 그런데 둘째가 형아가 가진 장난감을 보면서 심통이 났다. 지난 주에는 자기도 문방구 앞에서 본 게 있는데, 사주면 안 되냐고 나한테 물었다. 이번 주에 같이 가서 사준다고 주말에 대답을 했다. 어제 저녁에 둘째가 문방구에 언제 갈 거냐고.. 애들한테 뭔가 약속을 하면 빚쟁이가 된다. 갚을 때까지 계속 추심이 진행된다. 오늘 저녁에 간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 둘째 어린이집 가는 길에 저녁 때 몇 시에 문방구 갈 거나고 물어본다. 집에 오면 바로 간다고 했다. 

가끔 일정이 꼬여서 '환장할 일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삶이 환장할 삶은 아니다. 

출간 일정을 보면 좀 빡빡하다. 거기에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부탁이 좀 많이 온다. 그 중에는 가끔 내가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삶의 나락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잔뜩 뭐가 꼬여버린 사람들의 부탁도 끼어 있다. 모른 척 하기가 어렵다. 제가 해드릴께요, 그러고 나서는 집에 와서 후회한다. 그렇게 '환장할 일정'이 더 환장스럽게 된다. 그렇다고 모른 척 해? 

애 보는 아빠한테 해달라는 것들이 좀 너무 많은 듯 싶다. 그래도 그냥 웃으면서 하는 게, 평생 이렇게 살았다. 

해야 할 일이나 내려야 하는 결정이 너무 많아서 잠시 먹먹해진 아침, 깃발이 아니라 등대로 살기로 생각한 30대 중반이 잠시 생각났다. 

"자기야, 나 좀 도와줘." 그 시절에 이재영이 부탁을 했었다. 그래서 내가 깃발이 되는 삶을 내려놓고 이재영을 돕는 선택을 했다. 이재영은 노회찬을 도왔고, 나는 이재영을 도왔다. 그 이재영은 벌써 죽었고, 노회찬도 죽었다. 내가 뭘 위해서 살아야 할지, 그런 것은 이제 없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을 모으거나, 뜻을 모으거나, 그런 것은 안 한다. 그런 건 너무 많이 했다. 

모아야 할 때가 아니라 이제야말로 해체하고 재구성을 준비해야 할 때 아닌가 싶다. 데리다가 아주 예전에 했던 얘기가 잠시 다시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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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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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관하여..

책 쓸 때 제일 어려운 것이 감정을 만드는 일이다. 논리야 자료도 분석하고, 숫자도 맞추어가면서 이렇게 저렇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누구에게 이 얘기를 할 것인가, 어떤 기분으로 말할 것인가, 그렇게 감정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게 없으면 기능적인 보고서가 되어버린다. 

얘기 만들기에서도 가장 어려운 게 감정이다. 특히 나처럼 섬세함과는 상관이 없이, 대충대충 살아가는 스타일에게는 감정이 가장 어렵다. 

감정을 만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서 좀 억지로 감정을 만들게 된다. 분노라는 감정이 가장 컸는데, 촛불집회 이후로 나는 분노를 내려놓고 살려고 한다. 분노가 가장 쉽고, 잘 통한다. 그런데 분노를 내려놓고 나니까, 더더욱 감정을 만드는 게 어려워진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책 쓸 때 왜 아무도 안 만나려고 하는지 잘 몰랐다. 내 경우에는, 감정 때문에 그렇다. 이럴 때 만나면 인위적으로 올려놓은 감정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될지도 모를 것 같은.. 그렇다고 그 상황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오후에 농업 관련된 회의에 간다. 오전에 한참 감정을 잡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가, 오후에는 또 아주 냉정하게 정책의 기반에 관한 얘기를 해야 하고.. 

이렇게 전혀 다른 감정과 전혀 다른 톤의 상황에 들어가는 게 요즘에는 더 힘들다. 

강연도 더 줄이고, 사람들 만나는 일도 더 줄이려고 한다. 감정이 농축되면, 주변 사람들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농업 경제학 하느라고 한참 감정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작업은 감정을 더 많이 쓰게 된다. 

30대에는 무슨 회의 같은 데 가도 나이 순으로 맨 끝에 앉고, 딴청도 부리면서 딱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아무도 별로 신경 안 썼다.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이제 숨기 좋은 가장자리로 가기가 어렵다. 그리고 다들 내 입만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다. 졸기도 어렵고, 숨어서 딴청 부리기도 어렵다. 

박원순 상가에도 가야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보통 상가집은 첫날 바로 가는데, 요즘 너무 자주 갔다. 김종철 선생 상가 간 게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노회찬 상가부터 계속해서 문 앞에서 진선미와 만났다. 연속으로 몇 번째.. "상가집에서만 보내요", 어색하게 인사했던. 

나이가 주는 무게감이 이제는 좀 부담스럽다. 난 좀 편하고, 남들 안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삶을 살고 싶은데.. 이제는 옛날처럼 그렇게 도발적으로 하기가 어렵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가 뭐하나 쳐다보고 있어서, 숨어서 잠행하면서 혼자 조용히 기록하고 분석하고..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보수 쪽 신문에서 글 써달라는 부탁이 요즘은 많이 온다. 주제나 상황 봐서 쓸 수도 있다고 가볍게 생각하는데, 술 마시다가 그런 상의를 하면 아주 난리가 난다. 뭔가 어디에 묶여 있는 건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글 하나 쓰는 것도 주변 눈치를 엄청나게 보게 된다. 그것도 감정 소모다. 난 더 이상 20대에 그랬던 것처럼 전사도 아니고, 무슨 엄청난 조직을 끌어가는 그런 책임자도 아니다. 

암 것도 아니다. 그냥 애 보면서 글이나 좀 쓰는, 엎어진 김에 아예 자리 깔고 누워버린. 

그래서 더 편하게 맘 먹고 지내고 싶은데, 책을 쓸 때면 다시 감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분노 빼고. 그게 여전히 어렵다. 

코로나 이후로 수영장이 닫아버려서, 감정을 식히기가 더 어려워졌다. 수영은 좋은 게, 물 속에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 그저 힘들어, 그만 하고 싶어.. 배고프다, 집에 가자.. 걷는 건 좀 다르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자꾸 지난 시간을 복기하게 된다. 고맙고 행복하다는 생각보다는, 원망스럽고 밉고, 그런 감정이 걸을 때 더 많이 생긴다. 온갖 잡생각들이.. 

그 감정을 모으고 모아서 증폭시키는 것까지는 좋은데, 넋이 나간 것처럼 한동안 지내게 된다. 

헤겔은 센스 데이타부터 감정을 거쳐서 이성으로 간다고 했다. 지내보니까, 그건 머리로 생각한 생각의 순서인 것 같다. 논리는 쉽고, 이성은 달래기가 용이하다. 어려운 건 감정이다. 논리가 지나가면 감정이 생긴다, 진짜 감정이. 쟤, 진짜 나쁜 넘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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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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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부지런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택도 아닌 얘기다.

기본적으로 나는 게으르고, 혼자 있고,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 가만히 있는 거, 특히 멍 때리고 있는 거 좋아한다.

나중에 아주 귀찮게 되는 게 싫어서 후딱 해치우고 노는 거, 그런 스타일이다. 후딱후딱 해버리고, 아주 길게 논다. 그리고 놀 때 뭔가 귀찮게 하는 거 정말 싫다.

그 게으름은 여행지에서 극한에 간다. 절경 아니라 절경 할아버지를 가도, 유명한 데 구경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냥 놀러 온 건데, 살살 걸어서 산책할 수 있는 거리 이상을 안 간다. 그리고 그냥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가만히 있는다. 그걸 몇 주 좀 큰 여행은 한 달 이상씩 그렇게 한다. 어딘가 짐 풀면, 그 일대에서 꼼짝도 안 한다. 뭐하러 여기까지 왔느냐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다.

쉬러..

어떻게 보면 평생을 이렇게 쉬다가 뭐 좀 잠깐 하다가, 또 쉬다가,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최근에는 이게 더 심해졌다.

하기로 했으니까 하는 거, 그것도 이제는 안 하기로 했다. 꼭 해야만 하는 일, 그 외에는 안 한다. 부지런해서 손발을 놀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 그런 것과 아주 거리가 멀다.

나 정도 책을 읽었으면 습관적으로 책을 잡고, 또 읽으면서 재밌다고 할텐데..

여전히 책 읽는 거 싫다. 안 보고 싶다. 보지 않으면 밥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까 보는 거지, 아직도 안 보고 싶다. 지금도 책 하나 집어들려면, 봐야 하는 이유 몇 개를 만들어서 억지로 책을 집어든다. 나라고 전공 책이 재미있겠냐.. 더럽게 재미 없다. 더럽게 안 보고 싶다. 그냥 참고 본다.

팟캐스트는 명박 시절, 누구라도 좀 얘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싫은데 참고 했다. 지금은 그런 거 하고 싶은 사람들 많다. 여당 시절, 갑자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꼭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그런 거 몇 개만 어쩔 수 없이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한다. 새만금 살리기 같은 거.. 욕만 잔뜩 먹고, 보복만 당할 게 뻔한 일을, 게다가 올드해보이는 이 일을 지금 누가 하겠냐.

이런 것도 안 하고, 그냥 좀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농업 경제학 초고가 슬슬 마무리 단계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사양산업이고 망했다고 하는 거, 그런 거나 하면서 살까한다..

바쁜 일들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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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6.15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2020.06.15 2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2020.06.15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아홉살 2020.06.27 1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몽때리고 있기, 가만히 앉아있기 저만 좋아하는게 아니라 든든하네요.
    물론 저는 책을 열심히 읽지는 않기때문에 다르게 살고 있겠지요.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