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가 폐간한단다. 어, 언제 썼더라? 찾아보니까 2008년 12월호, '나를 움직인 한 마디'라는 제목의 글을 썼었다. 시인 김수영에 관한 글을 썼다.

마음이 허하다. 시대가 바뀌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 그대로 '샘터'처럼 언제나 존재할 것 같던 잡지.

그래도 내가 샘터에 글을 썼었다는 자부심만은 평생 갈 것 같다. (아직 살 길이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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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글을 쓰는 몇 단계가 있다. 문제와 만나고, 생각해보고, 자료를 구하고, 분석을 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글을 쓸지 말지를 판단하고.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은, 쓰고 싶지 않은 글이다. 일단 쓰면 한동안 편안한 삶은 깨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이 이 마지막 단계에서 아웃된다.

서울시장 시절의 이명박과 뉴타운을 가지고 대차게 붙었었다. 결국 명예훼손으로 약식 기소하고, 벌금형으로 끝났다. 대법원까지 가자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내 주변의 의리 별로 없는 인간들 믿고 대법원까지 가기는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고. 건강도 심각해서, 아무 일도 하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했고.

하여간 명박과 벌금형 정도로 끝나기는 했는데, 그가 대통령이 되고, 우와.

내 책은 출판사가 모여 있지 않고, 여기저기 분산되어있다. 큰 데도 있고, 작은 데도 있고. 원래도 좀 나뉘어 있었는데, 그 시절에 어쩔 수 없이 분산시켰다.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박근혜 때는 상대적으로 좀 나았다. 믿거나 말거나인데, 당대표 시절, 박근혜가 내가 쓰는 글은 좀 읽는다는 얘기를 그 쪽 사람에게 건네들은 적이 있었다.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서 떼어서 산업부로 옮겨야 한다는 게 그 시절 내 주장이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했던 첫 번째의 개혁 조치가 그것이었다. 그래도 이것저것 힘들기는 했지만, 명박 시절보다는 나았다.

지금도 쓰기로 했던 대부분의 글이, 쓸지 말지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버려진다. 애 보는 아빠 입장에서는 너무 큰 논쟁을 벌였다가는 따라갈 여력이 안 된다.

하여간 이 단계까지 넘어가서 결국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면.

그 다음에는 감정을 만드는 일이 어렵다. 이건 여전히 어렵다.

감정 라인 설계가 어려워서 몇 달째 못 쓰는 글이, 국공립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의 스쿨버스 문제. 이건 감정을 일목요연하게 만들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번 쓴다고 하면서 몇 달째 계속 뒤로 뒤로, 미루기만 하는 중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톤다운을 결정한다.

30대 때에는 최종 단계에서 톤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주로 톤다운을 한다.

사고나는 것보다는 무난한 걸 선호하게 된. 나이 먹어서 그렇다. 싸우는 것도 귀찮고, 시비 붙는 것도 귀찮다.

노무현 때에는 글을 쓰면, 청와대의 누군가 후배라고 하면서 연락을 하던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설명을 좀 드리고 싶다고 그런 식으로 연락이 왔었다. 지금 정부는? 다짜고짜, 기관장급들이 전화해서 "야, 밥 사줄께, 나와라." 뭐, 친한 사람이기는 한데, 그래도 내가 누구한테 밥 얻어먹는 게 고마울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안 그래도 배 나온 다음에 정식적 충격을 받아서, 죽어라고 수영장 다니는 처지에, 밥 사준다면 고마워할리가.

하여간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아직도 잘 몰라서 비비적 거리는 글 하나, 보나마나 또 몇 아저씨한테 밥 먹자고 연락올 게 뻔한 글 하나.. 두 개를 놓고 이리저리 저울질 하는 중이다.

그냥 정부가 하는 일에,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냐, 이런 글들 쓰면 인생 편하고 좀 좋아?

며칠 전에 청와대 경제수석이 발표한 거 봤는데, 사실 가관이다. 그 중에 너무 이상한 게 있어서 이번에는 써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쓰기가 싫다.

예전 청와대 정책실장, 뭐라고 하는 글 한 번 썼더니 이 양반 팍 삐져서 ㅠㅠ. 미안하기는 한데,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건데 뭐.

글에 감정을 너무 잘 만들면, 감정 상하는 일이 생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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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감기가 심해져서 편도선염이 되었다. 항생제 먹는 중이다. 열이 많이 올라서 어제 오후에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온 다음에 오늘은 집에서 쉰다. 아내는 천식이 갑자기 심해져서 회사 못 갔다. 큰 애 가졌을 때 천식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 그러면 나는? 망했다.

살다 보면 흐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나이를 처먹고 나니, 이제는 평균적 사고 같은 게 더 많아진 것 같다. 원래 경제학자가 왼발은 얼음물에 넣고 오른발은 뜨거운 물에 넣고, 평균적으로 딱 좋군, 그런다는 거 아니냐. 힘든 때 생각하면 정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많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내 삶은 순탄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순탄? 남들과 다른 선택을 매번 하면서 사는데, 순탄할 리가 없다. 그냥, 세 끼 입에 밥이 들어가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것 정도로, 그냥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하나의 문제가 생기면 거기에 집중하고, 그리고 다음 문제가 생기면 또 거기에 집중하고. 그렇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그게.. 그러면 내 인생은? 문제 해결하려고 내가 태어났나? 좋든 싫든, 하나만 보고 뛰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언제나 생긴다. 문제를 푸는 게 사는 목적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힘든 거.. 힘든 거로 치면 나도 속상한 일이 적지 않다. 하여간 제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 예전 같으면 다 갈아엎거나, 이렇게는 아니라고 난리를 한 번쯤 쳤을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참는다. 능력의 한계라는 것을 깨끗이 인정하고. 그 상태에서도라도 뭔가 개선하기 위해서 나름 최선을 다 한다. 그리고는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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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죽어라고 짧은 글들 원고 털어냈더니, 이제 드디어 a4 3장짜리 잡지 원고 하나 남았다. 이건 외국에 나갈 거라서, 좀 여유 있게 하려고 맨 마지막으로.

요즘 tv 보는 게 거의 없다. 지정생존자와 왓쳐 이후로 드라마도 딱히 보는 게 없고. '뭉쳐야 찬다'는 본방 보고 싶은데, 딱 아이들 재우고 설거지 하는 시간이라 그렇게는 어렵고.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보더 시리즈, 가끔 보고.

책도 좀 읽어야 하는데, 꼭 읽어야 하는 책들 어쩔 수 없이 근근히 읽고 있는 것 말고는 그닥.

미루고 미루던 필라펠피아는 내년에 가기로 했다. 언제갈지, 어떻게 갈지, 그런 건 하나도 안 정하고 그냥 가기로. 내년에는 도서관 경제학 쓰기로 해서, 그 전에는 갖다와야 할 것 같은. 하여간 도서관 경제학 서문은 필라델피아에서 쓰기로 몇 년 전에 마음을 먹은.

가기는 가야 하는데, 내 돈으로 가려고 하니까 영 내키지가 앉아서 몇 년째 미적거리는. 미국에 대한 판타지가 없어도 너무 없다. 그러니까 계속 미루고만 있었다. 같이 갈 사람도 마땅치 않고. 협상가 시절, 혼자서 외국 돌아다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외국 여행 혼자 가는 거 별로다.

예전에 그런 생각 했었다. "낭만 가득한 여행", 그런 광고할 때. 막상 가보니까 '남만' 가득하다.

책을 쓰면서 생겨난 변화가, 남들과 머리 속의 시계가 좀 다르다. 일상을 살면서도 머리는 몇 년 뒤로 가 있는 경우가. 그게 하루하루의 일상과 가끔 충돌하기도. 보캐뷰러리 공부할 때 앞 부분에 있던 단어라서 외운. anasynchrony.. 그런 이질감 속에서, 오늘도 원고 마감 때문에 달린다. 오늘까지 하면, 이것도 일단은 끝이나.

오늘부터 내년까지..

잡지원고 청탁은 당분간 안 받기로.

나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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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원고들 털어내서 이제 주말까지 해야하는 원고가 세 개 남았다. 하나는 원래 있던 파워포인트에 여섯 컷 정도 더 만들면 되는 거라, 내용이 어려워서 그렇지 힘들 일은 아니고.

남은 두 개가 좀 어렵다.

하나는 영어로 번역해서 외국에 나가는 영자 잡지.. 분량은 많지는 않은데, 외국 사람들이 주로 보게 될 거라서, 좀 신경 써야 하는.

남은 하나는 경향신문 칼럼인데, 이게 좀. 지난 번에는 조국 건에 관해서 상부구조, 하부구조를 썼는데, 나름 대박이었나보다. 연락 엄청나게 왔다. 조국 뉴스가, 너무 많고, 좀 이상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재미 있기는 하다. 워낙 다이나막하게 전개되니까. 이 상황에서 조국 얘기 아닌 걸 쓰면.. 그래도 조국 얘기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 그래도 안 되는 거고.

칼럼은 이게 늘 딜레마다. 그 때 그 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적당한 코멘트들이 휘발성이 높다. 그런데.. 코멘트만 할 거면 글을 뭐하러 써? 신문사 원고료 보면, 원고료로서 의미는 정말 없다. 이게 맞다, 저게 맞다, 그런 얘기 할 거면 그냥 안 쓰는 게 장땡이다. 뭔가 하지 않은 것, 생각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건데. 그런 건 또 그냥 묻혀버릴 위험성이 높다. 그래서 매번 갈등하게 된다.

이 생각이 너무 길어지면, 좋은 글은 커녕, 마감 맞추는 것도 버겁다. 뭘 할 건지는, 빠르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글을 구상하고 자료를 찾는데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원래는 사립학교와 스쿨버스에 관한 얘기를 쓸까 했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좀 한가해보인다. 한가한 얘기는 아닌데, 구속영장 나온다 안 나온다, 이러는 와중에 좀 한가해보이는 측면이 있다. 패스.

또 하나 생각해둔 건, 재벌개혁에 관한 얘기인데.. 책에서 다루었던 얘기이기는 하다. 완전 씬삥은 아니지만, 매체에서 다룬 적은 없던 주제. 그런데 이것도 묻힐 가능성이 높다. 요즘 재벌개혁에 대해서 누가 관심이 있겠나.

이래저래 소소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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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ㅇ 2019.10.10 17: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서 마감 치시고 야구 보셔야지요

  2. Favicon of https://retired.tistory.com BlogIcon 우석훈 retired 2019.10.10 18: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녁 때 인터뷰가 있어서요 ㅠㅠ..

"한 초등학교 교사는 트위터를 통해서 학급에서 실시한 ‘자신의 눈에 대해 설명해보자’라는 활동에서 여자아이들은 ‘눈이 작다’, ‘쌍꺼풀이 없다’ 등으로 적은 반면, 남자아이들은 ‘0.3이다’라고 적었다는 결과를 공유한 적이 있다. 누가 누구의 눈으로 누구를 바라보는지가 태어난 지 10년 남짓 된 모든 아이들에게 이미 너무나 뚜렷하게 내면화된 것이다. "

탈코르셋에 나오는 구절. 진짜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적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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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주기로 한 글 두 개가 거의 동시에 마감이 다가온다. 단행본에 들어가는 글 하나, 영어로 번역되어서 나가는 잡지에 하나. 들어가는 품에 비하면 이런 글들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도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눈물 겨운 일이라.. 매번 쓸 수는 없어도 가끔은 이런 글을 쓴다. 예전 당대비평에 글 쓰면서 사실상 내가 한국 사회에 데뷔한 셈이라. 생각해보니까 그 때가 30대 중반이었던 것 같다.

경제학계에서 주로 했던 농담 중의 하나가.. 30대에 중요한 작업을 하고, 죽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게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길. 사실 보통은 그렇다. 할아버지가 되어서 상을 타지만, 주요 업적은 그 시기에 나온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살면서도 가끔 떠오르기는 한다. 그런 미련이 점점 더 사라지는 것이 나이 먹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어제 잠깐 여의도에 갔다가, 아마도 유시민은 출마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뭐, 결국 본인 밖에는 모를 일이지만. 하여간 보해에서 나오는 술 모델에 유시민 얼굴이 박히면서 그렇게들 해석하는 모양이다.

글쎄..

내가 아는 유시민은 출마하지는 않을 것 같다. 출마도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서 그가 하는 행동들을 해석하면, 너무 좀스러운 인간처럼 그려진다. 나는 안 한다에 한 표.

여의도에는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다음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고, 총선 끝나자마자 다음 총선 얘기를 한다. 상대적으로 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얘기는 양념 정도로.

1년 넘게 임종석에 대한 얘기가 어마무시하게 많더니, 요즘은 유시민 얘기가 많은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바램과 현실에 대한 혐오, 그런 게 적당히 합쳐져서 이런 수많은 루머들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탕크의 돌은 미래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게 살짝살짝 틀린다. 그래서 그것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결국은 미쳐간다. 여의도의 분위기도 약간 그런 오탕크의 돌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몇 번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미래를 예측하고, 적당한 하마평을 하지만.. 지나 보니까, 그런 얘기가 딱 들어맞았던 적이 별로 없다.

가끔 안철수에 대해서는 그런 아쉬움 같은 게 남는다. 2012년 대선 할 때에는 안철수는 본 적이 없었다. 그 뒤에는 좀 자주 봤다. 교보에서 강연할 때, 안철수 부부가 왔던 적이. 사실 좀 당황하기는 했다.

그가 오탕크의 돌을 너무 많이 보던 정치인,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이태규와 잠시 일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안철수의 오탕크는 이태규였을까? 모를 일이다. 하여간 그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변신을 하면서 국회의원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한국 사회를 정리하는 글 두 개를 구상하면서, 잠시 최근에 만나본 사람들이 해준 얘기들을 회상해보았다. 다음 대통령은 뉘귀? (그거 알면 우리가 이렇게들 살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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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이다. 나도 가끔은 이럴 때 밖에 나가서 술도 처 먹고 오고 싶기는 한데.. 큰 애 감기 끝에 폐렴 직전이라 초비상. 우중충하게 집에 있다가, 밤에 수영장 갔다 왔다. 혼자 수영하면, 별 재미는 없는데, 할 수 있는 게 그거 밖에 없어서. 금요일 밤에 수영하러 온 아저씨들, 할머니들, 그 사이에서.

수영은 하다말다 그랬는데, 진지하게 다시 시작한 게.. 나이 먹으면 골프가 운동으로는 최고라고 하는 할배들 꼴배기 싫어서. 그 때 내가 우리나라 노골프 운동 맨 앞에 서 있었다. 노무현 정권, 이제는 운동권들도 집권했으니까 골프도 해야 한다고, 서로 골프 권하던 그런 분위기. 이것들이 미쳤냐.. 뭐라 했는데, 세상 물정 모른다고 아주 지랄들이었다.

진짜들 더 열심히 골프들 쳤다. 나중에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유시민은 새만금을 골프장으로 덮자고 하고.

나는 그 시절에 골프장으로 달려간 운동권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뭐라도 운동을 해야하니까, 수영을 좀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운동효과는? 뭐, 사람 만나서 얘기하는 걸 주로 술집에서 했으니까, 운동 하나마나였을 거다. 요즘은 그나마 술집에서 만나는 것도 거의 안 하니까..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거의 안 만나는.

수영하다 보면, 나한테 그래도 골프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던 사람들, 일부러 더 골프장에서 모임을 하던 사람들 생각이 나기도 한다. 니미럴, 니들 안 보고 만다.. 그랬드랬다.

등산을 결정적으로 안 하게 된 건? 학위 막 마치고 왔더니, 할아버지들이 등산을 좋아해서 몇 번 따라갔는데.. 막내라고 라면 끓이라는. 캑캑 거리고 산에 올라가서 라면 몇 번 끓이고는, 아무리 좌파라도 등산하는 사람들하고는 안 논다.. 팍 끊어버린.

돌아보니, 나도 성질 좀 더럽긴 더럽다. 그런 거 좀 맞춰주고, 대충대충 해주면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이거슨 아니지", 그냥 칼 같이 짤라버린.

수영장에서 생각이 주는 게 아니라, 지난 옛날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이 난다. 학위 논문 쓰던 시절에는 수영하면서 논문 구절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그건 20대의 일이고, 이제 나는 괜히 남들한테 섭섭한 생각이나 나는 50대.

미울 것도 없고, 섭섭할 것도 없는, 그런 경지는 아직도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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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학과 구청 한 군데에서 강연 요약서를 보내 달라고 했다. 강연 자료도 다 보냈는데.. 대학교에서 강연도 a4 1장으로 요약하고, 프로필도 자기네 양식으로 다시 정리해달라고 한다.

순간 빡쳐서..

책 한 권을 종이 한 장으로 요약해달라는 게, 저자한테 실례 아니냐고, 안 한다고 문자 딱 써서 보내려고 하다가.

잠시 심호흡하고.

원래도 안 할 생각이었는데, 12월부터 내년 봄까지는 일단 강연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년 봄부터는? 그것도 봐서. 어지간하면 안 할 생각이다. 특히나 대학 강연은..

2003년부터니까, 시민단체 등 강연을 한 게 15년 정도 된다.

그 사이에 강연료는 더 내려갔고, 이것저것 행정 절차라고 내놓으라는 게 너무 많아졌다.

예전에는 칠판 가지고 판서하면서 강연했다. 사실 내용은 그게 훨씬 낫고, 훨씬 더 다이나믹하다.

나중에 하도 이것저것 내놓으라는 게 많아져서, 나도 그냥 파워포인트 만들어서 줘버렸다. 그러면서 마음은 안 좋다. 이게 녹음기도 아니고, 뭐냐..

그런 것까지는 그래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니까, 참았는데, 도저히 못 참는겠는 건, a4 1장 요약해달라는 거.

이건 아직도 안 한다. 400페이지 가량 책을 썼는데, 그걸 한 장으로 무슨 수로 요약하냐.. 그것도 저자가 직접.

매번 실랑이 하는 게 싫어서, 강연을 점점 더 줄여서, 이제 조금만 더 줄이면 아예 안 하는 경지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할 거면, 저는 안 합니다.. 이렇게 문자 보내려고 하다가, 잠시 참고.

이번 거는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한다고 한 내 잘못도 있으니까 하고.. 내년부터는 이제 지인들이 부탁하는 정말 특별한 경우 아니면 안 한다.. 탁, 마음 먹었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데, 사람들 앞에 이렇게 자꾸 서야하는 고약한 벌을 받고 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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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책장 먼지 털다보니 옛날 강사증이.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의 일이다. 인터넷 활용 최우수 강의, 뭐 그런 상을 탔던 기억이다. 강사 시절에도 상 많이 탔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기억에서도 아스라이. 봄 여름 가을 겨울, 10년 전 일기를 꺼내며.. 딱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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