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17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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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0.07.15 해체와 재구성..
  3. 2020.07.10 감정에 관하여..
  4. 2020.06.15 부지런하지 않은 삶.. (4)
  5. 2020.06.08 코로나 강연들을 맞아.. (2)
  6. 2020.06.05 책을 쓰는 동기.. (5)
  7. 2020.06.03 후회하지 않는 삶.. (3)
  8. 2020.05.31 다시 대학생이 되었을 때.. (3)
  9. 2020.05.29 폭풍 같은 며칠을 보내고.. (1)
  10. 2020.05.26 궁상은 나의 힘.. (2)

다음 학기부터 한 과목씩 수업을 하게 되었다. 뭐, 아무 거나 해도 된다는. 그래도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으라고 했다고, 막상 아무 거나 하라고 해도 아무 거나 하기는 어렵다.

이번 학기는 말고, 좀 준비를 해서 다음 학기 수업 제목을 '겉얘기와 속얘기'로 하면 어떨까 싶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또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았다.

이번 정부를 보면, 딱 겉얘기와 속얘기라는 틀을 사용해서 분석하기가 좋은.

겉얘기는 조국 이후로 맨 앞에 선 검찰 얘기. 속얘기는 집값 파동으로 터져나온 경제 얘기. 겉얘기는 화려하기는 하지만, 진짜 큰 울림은 속얘기에 들어가 있다.

공격과 수비로 바꾸어도 비슷한 얘기가 된다. 정치는 공격에 해당하고, 경제는 수비에 해당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정치가 최고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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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사건이 지난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 머리 복잡하고, 심경도 복잡하다. 

트라우마로 얘기하면,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 같다. 영화 명랑에 최민식이 영화 끝에서 말한다. "이 많은 원혼을 다 어쩔 것이냐." 조선 수군이든 일본 수군이든, 명랑에서 원혼이 된 것은 마찬가지다. 

일장공성만골고라는 말이 있다. 장군 한 명이 이름을 드높이는데 만 개의 해골이 뒹굴게 된다는.. 참 슬픈 얘기기는 하지만, 이건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젠더 경제학 책을 좀 빨리 쓸 수 없느냐는 얘기를 몇 군데에서 들었다. 

직장 민주주의 책에서 젠더 민주주의라는 장을 하나 열었던 적이 있다. 생활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좀 더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직장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생활 민주주의의 하위 개념이다. 좀 더 상위의 개념으로서 생활 민주주의를 얘기하기에는, 아직은 좀 빠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젠더 경제학에서는 생활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직장을 너머 가족 같은 데로 좀 더 전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궁극적으로 가고 싶은 것은, '남성 엘리트주의' 그 이후의 사회에 대한 표상을 그려보는 것이다. 일종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내 방식대로 펼쳐보는 것 아니겠나 싶다. 지역에 대한 얘기는 많이 했고, 젠더에 대한 얘기도 좀 했는데, 그걸 좀 더 종합적으로 생활 민주주의 방식으로 언젠가 그려보고 싶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이런 생활 민주주의에서는 여전히 좀 약하다. 

그렇기는 한데.. 젠더 민주주의 같이 작업하던 에디터가 결국 출판사를 그만 두었다. 책 출간 일정 당기기는 커녕, 제 날자에 맞추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출간을 당기기는 커녕, 제 날자에 내기도 어렵다. 나는 에디터랑 몇 년간 호흡을 맞추면서 새로운 책들을 같이 생각하고 준비하는 방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아무나 그냥 같이 하는 거, 그런 식으로는 책을 못 쓴다. 몇 번, 에디터가 바뀌게 되어서 그냥 해봤는데.. 공교롭게도 그런 책들이 다 망했다. 최근에 그런대로 괜찮은 성과를 낸 책들이, 다 오래 된 에디터들과 오랫동안 준비해서 정석대로 낸 책들이다. 뭐, 그렇다. 예전에는 책 사정이 좀 괜찮아서, 크게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은 책들도 선방을 하기는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되기가 좀. 출판사는 바꾸어도 에디터는 안 바꾼다. 

나도 50이 넘으면서, 이제 모르는 에디터랑 쉽지 않은 내용을 얘기하면서, 하나하나 다시 맞춰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 내가 움직여야 얼마나 움직이겠나.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도 몇 년 안 된다. 

정부연구소나 공기업 기관장을 안 한다고 한 것은.. 그게 임기가 2~3년이다. 한 턴, 어쩌면 두 턴하고 나면 나의 50대는 다 간다. 그러면 끝이다. 그 나이에 다 늙고 병든 몸으로 뭘 또 하겠나. 근혜 시절이었다. 광주도시공사 사장직 제안이 왔을 때에는 정말로 고민을 좀 해었다. 내가 생각하던 지역에서의 공간 정책, 그런 걸 진짜로 해보고 싶기도 했었다. 일주일 고민했는데, 결국 그 길이 아닌 걸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가 내가 공직을 안 한다고 마음을 먹은, 그야말로 definitly.. 그 순간이다. 

지금 와도 그 순간을 별로 후회하지는 않는다. 차관이니 장관이니, 혹은 기관장이니 그런 건 인생의 목표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한 번도 그런 걸 목표로 살아본 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다. 지금 와서 친구들이 이제 높은 자리에 갔다고 나도 한 번, 그렇게 살아온 걸 바꾸면 어렵게 지냈던 나의 청춘과 30대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진다. 그 순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 어려운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20대나 30대나, 늘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늘 우리는 핍박받고 있었고, 도망다니거나 숨어서 뭔가 했다. 그러다가 다들 먹고 살게 되거나, 아니면 힘 있는 자리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는 조금씩 변했다. 

난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젠더 경제학에 대한 부탁을 받은 건, 10년도 좀 넘은 어느 날, 여성 경제학자들, 정확히는 누님들이 니가 그런 걸 좀 해라.. 그렇게 시작된 거다. 아직도 마무리를 못 했다. 이제는 그 질문을 마무리할 순간이 온 것 같다. 

나 혼자 생각한 건데, 그냥 나는 움직이는 동안, 등대 같은 삶을 살면 좋겠다는.. 폭풍우 치고 깜깜한 밤에 조그맣게 불을 밝히는 등대 같은 삶이 되면 좋겠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격랑이 이는 깜깜한 밤에 뱃길을 나서지는 않는다. 그 순간에 뭔가 항해를 해야하는 사람들은 다들 먹고 살아야 하거나, 매우 특별한 사연이 있거나. 그렇지 않겠는가. 

먼저 움직이고 늘 최전선에 있으려고 한 건, 그런 이유는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내가 책 쓰는 것을 좋아하는 건, 이게 수단이 아니라서 그렇다. 나에게 책은 다른 일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이게 목적이고, 다른 게 수단이 되었다.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서 또 자료를 줄 사람을 만나고.. 그런 게 수단이 된 셈이다. 그리고 점점 더 어렵고, 점점 더 까다롭고, 그리고 또 점점 더 안 팔릴 책을 쓴다.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제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다행히 책을 쓰면서도 먹고 사는 걸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았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애들 먹고 싶은 거 사주고, 갖고 싶다는 장난감 사주는데 궁색하지는 않게 산다. 고생하는 후배들 가끔 밥 사줄 때 싼 것 좀 먹으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는 산다. 

젠더 경제학을 거쳐 생활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은, 쉬운 길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언젠가 넘어가야 하는 산이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멋지거나 고귀한 그런 학술적 목표도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지체된 것이고, 그 지체가 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 

큰 애에게 만 원짜리 비상금을 두 번 주었다. 그랬더니 이게.. 학교 문방구 앞에서 조그만 레고 장난감을, 정말 쓸 데 없는 걸 몇 개 샀다. 엄마한테 혼났다. 그런데 둘째가 형아가 가진 장난감을 보면서 심통이 났다. 지난 주에는 자기도 문방구 앞에서 본 게 있는데, 사주면 안 되냐고 나한테 물었다. 이번 주에 같이 가서 사준다고 주말에 대답을 했다. 어제 저녁에 둘째가 문방구에 언제 갈 거냐고.. 애들한테 뭔가 약속을 하면 빚쟁이가 된다. 갚을 때까지 계속 추심이 진행된다. 오늘 저녁에 간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 둘째 어린이집 가는 길에 저녁 때 몇 시에 문방구 갈 거나고 물어본다. 집에 오면 바로 간다고 했다. 

가끔 일정이 꼬여서 '환장할 일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삶이 환장할 삶은 아니다. 

출간 일정을 보면 좀 빡빡하다. 거기에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부탁이 좀 많이 온다. 그 중에는 가끔 내가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삶의 나락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잔뜩 뭐가 꼬여버린 사람들의 부탁도 끼어 있다. 모른 척 하기가 어렵다. 제가 해드릴께요, 그러고 나서는 집에 와서 후회한다. 그렇게 '환장할 일정'이 더 환장스럽게 된다. 그렇다고 모른 척 해? 

애 보는 아빠한테 해달라는 것들이 좀 너무 많은 듯 싶다. 그래도 그냥 웃으면서 하는 게, 평생 이렇게 살았다. 

해야 할 일이나 내려야 하는 결정이 너무 많아서 잠시 먹먹해진 아침, 깃발이 아니라 등대로 살기로 생각한 30대 중반이 잠시 생각났다. 

"자기야, 나 좀 도와줘." 그 시절에 이재영이 부탁을 했었다. 그래서 내가 깃발이 되는 삶을 내려놓고 이재영을 돕는 선택을 했다. 이재영은 노회찬을 도왔고, 나는 이재영을 도왔다. 그 이재영은 벌써 죽었고, 노회찬도 죽었다. 내가 뭘 위해서 살아야 할지, 그런 것은 이제 없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을 모으거나, 뜻을 모으거나, 그런 것은 안 한다. 그런 건 너무 많이 했다. 

모아야 할 때가 아니라 이제야말로 해체하고 재구성을 준비해야 할 때 아닌가 싶다. 데리다가 아주 예전에 했던 얘기가 잠시 다시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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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관하여..

책 쓸 때 제일 어려운 것이 감정을 만드는 일이다. 논리야 자료도 분석하고, 숫자도 맞추어가면서 이렇게 저렇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누구에게 이 얘기를 할 것인가, 어떤 기분으로 말할 것인가, 그렇게 감정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게 없으면 기능적인 보고서가 되어버린다. 

얘기 만들기에서도 가장 어려운 게 감정이다. 특히 나처럼 섬세함과는 상관이 없이, 대충대충 살아가는 스타일에게는 감정이 가장 어렵다. 

감정을 만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서 좀 억지로 감정을 만들게 된다. 분노라는 감정이 가장 컸는데, 촛불집회 이후로 나는 분노를 내려놓고 살려고 한다. 분노가 가장 쉽고, 잘 통한다. 그런데 분노를 내려놓고 나니까, 더더욱 감정을 만드는 게 어려워진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책 쓸 때 왜 아무도 안 만나려고 하는지 잘 몰랐다. 내 경우에는, 감정 때문에 그렇다. 이럴 때 만나면 인위적으로 올려놓은 감정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될지도 모를 것 같은.. 그렇다고 그 상황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오후에 농업 관련된 회의에 간다. 오전에 한참 감정을 잡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가, 오후에는 또 아주 냉정하게 정책의 기반에 관한 얘기를 해야 하고.. 

이렇게 전혀 다른 감정과 전혀 다른 톤의 상황에 들어가는 게 요즘에는 더 힘들다. 

강연도 더 줄이고, 사람들 만나는 일도 더 줄이려고 한다. 감정이 농축되면, 주변 사람들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농업 경제학 하느라고 한참 감정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작업은 감정을 더 많이 쓰게 된다. 

30대에는 무슨 회의 같은 데 가도 나이 순으로 맨 끝에 앉고, 딴청도 부리면서 딱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아무도 별로 신경 안 썼다.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이제 숨기 좋은 가장자리로 가기가 어렵다. 그리고 다들 내 입만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다. 졸기도 어렵고, 숨어서 딴청 부리기도 어렵다. 

박원순 상가에도 가야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보통 상가집은 첫날 바로 가는데, 요즘 너무 자주 갔다. 김종철 선생 상가 간 게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노회찬 상가부터 계속해서 문 앞에서 진선미와 만났다. 연속으로 몇 번째.. "상가집에서만 보내요", 어색하게 인사했던. 

나이가 주는 무게감이 이제는 좀 부담스럽다. 난 좀 편하고, 남들 안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삶을 살고 싶은데.. 이제는 옛날처럼 그렇게 도발적으로 하기가 어렵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가 뭐하나 쳐다보고 있어서, 숨어서 잠행하면서 혼자 조용히 기록하고 분석하고..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보수 쪽 신문에서 글 써달라는 부탁이 요즘은 많이 온다. 주제나 상황 봐서 쓸 수도 있다고 가볍게 생각하는데, 술 마시다가 그런 상의를 하면 아주 난리가 난다. 뭔가 어디에 묶여 있는 건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글 하나 쓰는 것도 주변 눈치를 엄청나게 보게 된다. 그것도 감정 소모다. 난 더 이상 20대에 그랬던 것처럼 전사도 아니고, 무슨 엄청난 조직을 끌어가는 그런 책임자도 아니다. 

암 것도 아니다. 그냥 애 보면서 글이나 좀 쓰는, 엎어진 김에 아예 자리 깔고 누워버린. 

그래서 더 편하게 맘 먹고 지내고 싶은데, 책을 쓸 때면 다시 감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분노 빼고. 그게 여전히 어렵다. 

코로나 이후로 수영장이 닫아버려서, 감정을 식히기가 더 어려워졌다. 수영은 좋은 게, 물 속에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 그저 힘들어, 그만 하고 싶어.. 배고프다, 집에 가자.. 걷는 건 좀 다르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자꾸 지난 시간을 복기하게 된다. 고맙고 행복하다는 생각보다는, 원망스럽고 밉고, 그런 감정이 걸을 때 더 많이 생긴다. 온갖 잡생각들이.. 

그 감정을 모으고 모아서 증폭시키는 것까지는 좋은데, 넋이 나간 것처럼 한동안 지내게 된다. 

헤겔은 센스 데이타부터 감정을 거쳐서 이성으로 간다고 했다. 지내보니까, 그건 머리로 생각한 생각의 순서인 것 같다. 논리는 쉽고, 이성은 달래기가 용이하다. 어려운 건 감정이다. 논리가 지나가면 감정이 생긴다, 진짜 감정이. 쟤, 진짜 나쁜 넘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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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부지런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택도 아닌 얘기다.

기본적으로 나는 게으르고, 혼자 있고,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 가만히 있는 거, 특히 멍 때리고 있는 거 좋아한다.

나중에 아주 귀찮게 되는 게 싫어서 후딱 해치우고 노는 거, 그런 스타일이다. 후딱후딱 해버리고, 아주 길게 논다. 그리고 놀 때 뭔가 귀찮게 하는 거 정말 싫다.

그 게으름은 여행지에서 극한에 간다. 절경 아니라 절경 할아버지를 가도, 유명한 데 구경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냥 놀러 온 건데, 살살 걸어서 산책할 수 있는 거리 이상을 안 간다. 그리고 그냥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가만히 있는다. 그걸 몇 주 좀 큰 여행은 한 달 이상씩 그렇게 한다. 어딘가 짐 풀면, 그 일대에서 꼼짝도 안 한다. 뭐하러 여기까지 왔느냐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다.

쉬러..

어떻게 보면 평생을 이렇게 쉬다가 뭐 좀 잠깐 하다가, 또 쉬다가,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최근에는 이게 더 심해졌다.

하기로 했으니까 하는 거, 그것도 이제는 안 하기로 했다. 꼭 해야만 하는 일, 그 외에는 안 한다. 부지런해서 손발을 놀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 그런 것과 아주 거리가 멀다.

나 정도 책을 읽었으면 습관적으로 책을 잡고, 또 읽으면서 재밌다고 할텐데..

여전히 책 읽는 거 싫다. 안 보고 싶다. 보지 않으면 밥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까 보는 거지, 아직도 안 보고 싶다. 지금도 책 하나 집어들려면, 봐야 하는 이유 몇 개를 만들어서 억지로 책을 집어든다. 나라고 전공 책이 재미있겠냐.. 더럽게 재미 없다. 더럽게 안 보고 싶다. 그냥 참고 본다.

팟캐스트는 명박 시절, 누구라도 좀 얘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싫은데 참고 했다. 지금은 그런 거 하고 싶은 사람들 많다. 여당 시절, 갑자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꼭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그런 거 몇 개만 어쩔 수 없이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한다. 새만금 살리기 같은 거.. 욕만 잔뜩 먹고, 보복만 당할 게 뻔한 일을, 게다가 올드해보이는 이 일을 지금 누가 하겠냐.

이런 것도 안 하고, 그냥 좀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농업 경제학 초고가 슬슬 마무리 단계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사양산업이고 망했다고 하는 거, 그런 거나 하면서 살까한다..

바쁜 일들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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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6.15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2020.06.15 2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2020.06.15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아홉살 2020.06.27 1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몽때리고 있기, 가만히 앉아있기 저만 좋아하는게 아니라 든든하네요.
    물론 저는 책을 열심히 읽지는 않기때문에 다르게 살고 있겠지요.
    헤헤헤;;;

노동단체에서 코로나 관련된 강연에 힘들다는 답변을 보내고 나서는 나도 맘이 편치 않다.

지난 번 전주 강연도 안 하고 싶었는데, 모르는 척 하기도 좀 그래서..

그날 ktx 타고 올라오면서 이젠 진짜로 연말까지는 코로나 관련된 강연은 안 한다고 굳게 다짐을 했다.

나는 비대면 진료 가지고 이미 충분히 얘기 많이 했다.

12월까지는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강연을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지금 하는 얘기들의 거의 대부분이 12월달 되면 헛소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에는 말을 줄이는 것이 헛빵을 줄이는 길이다.

굳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들 맘대로 하겠다는데, 하루하루 이건 맞고, 저건 틀리고,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가 경제에 대해서 하는 얘기를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터는 거야, 트럼프보다 잘 터는 사람을 미국 정치인 중에서 본 적이 없다. 글이나 영상으로만 보는 거는 케네디도 엄청 잘 털었는데, 트럼프다 더 잘 턴다.

뉴욕 주지사인 쿠오모도 잘 터는데, 그건 내 감성으로만 그렇고, 객관적으로는 트럼프가 터는 건 정말 최고다.

잘 턴다고 뭘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터는 말에,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일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도 없고, 일 단위로 챙개볼 이유도 없다.

트럼프 선거 끝나면 봅시다..

코로나 논의에 대한 일정표를 한 번 점검한 다음, 나는 농업 경제학 마무리에 모든 시간과 정성을 투입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하기로 한 일들을 제대로 하면 되고, 코로나는 분자생물학 등 내가 공부하기로 한 일정표대로 기본 공부를 하면 된다.

그리고 올 12월에 데이타 보는 일은 다시 할 거다.

그때까지 돌아가는 머니게임에, 나는 주식투자할 게 아니니까, 가끔 추이만 보면 된다. 지켜볼 수치도 딱 하나다. 과연 12월에 마이너스 금리까지 가느냐, 아니면 제로 금리 언저리에서 버티느냐.

수능 날짜를 맞추기 위해서 학교 열어야 한다, 행정적으로 결정하는 순간에 변수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렇지만 남은 변수가 단기 변수인지 중장기 변수인지, 그걸 알기는 어렵다.

보통의 경우 12월까지, 6개월이면 단기 변수이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장기 변수일 것이다. 후년 일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지금.

그래도 시민단체나 노조에서 부탁하는 강연을 거절하고 나면 마음이 좋지는 않다. 나도 한동안 단체에서 상근하면서 그런 걸 만드는 일을 꽤 했었다. 돈도 적고 약속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 행사에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마음이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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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피닉스 2020.06.09 0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안좋으면 좋은대로 그냥 하는건 어떨지요... 그냥 그렇게

  2. 목동슈퍼맘 2020.06.17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석훈선생님은 경제학박사이심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를 안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친분이 두터우신 선대인소장님은 주식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시는것같던데요ㅎ

농업 경제학은 이제 본문 2장, 4명의 주인공들에게 보내는 마무리 편지 4통, 그렇게 여섯 개의 글이 남았다. 기계적으로 딱 육 일 일치, 일주일 작업 분량이다. 물론 초고 기준이다.

농업 경제학 나가기 전에 두 권이 먼저 나가니까 순서상으로는 이게 40권째가 된다. 진짜 미친 넘처럼 책만 쓰고 산 인생 같기도 하다. 물론 틈틈이 술 처먹고 진창 놀면서 살았다.

장관급 자리는 아직 아니고, 차관급 자리는 제안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애 보고, 책 쓰고, 그렇게 살겠다고 차관 안 한 사람이 한국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도 어지간히 사람 말 안 듣고 사는 것 같다.

사외이사 몇 번 얘기가 있었는데, 했어, 벌써 했어.. 나이 먹고 나니까, 그것도 귀찮다. 책임지는 거, 일절 귀찮다.

책을 쓰는 것, 얘기들은 많은데..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에 의미가 있는 것만으로는 책을 마무리하지 못한다. 나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쓰자고 해서 쓴 책은 직장 민주주의 책 딱 한 권이다. 나머지는 내가 재밌거나, 내 삶에 의미가 있어서 쓴 책이다.

책에 관한 얘기들 중에서 다루지 않는 얘기가, 동기에 관한 문제다. 기술과 기법, 이딴 건 사실 책에서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 건 표준작법 보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동기가 책을 뚫고 나갈 정도로 강력하지 않으면, 책 마무리가 어렵다. 물론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면 동기 따위 필요 없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물경, 2020년 한국에서 책이라는 것 특히 사회과학 책이라는 것, 돈이 동기가 되기에는 너무 먼 곳에 있다.

도나도나, 안드로메다로..

세 끼 밥이나 먹고 사는 것도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은.

농업 경제학 같은 걸 지금 누가 하겠나. 하던 사람들도 전공 조금씩 바꾸면서 철수하고, 나한테도 그렇게 하라고 하던데.

DJ가 벽 앞에 서서 울기라도 하라고 했다.

농업 경제학 같은 게, 딱 벽 앞에 서서 우는 것 같은 마음으로 쓰는 책이다. 돈은 충분치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동기 만큼은 책 표지를 뚫고나갈 정도로 강력하다.

책에도 약간의 테크닉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시나리오의 표준 작법서 중의 대표적으로 성공한 '세이브 더 캣' 이상의 테크닉이 필요하지는 않다.

영어 찍찍 남발하는 거 피할 것, 쓸데 없이 약자 쓰지 말 것, 이그저 남발하지 말고 가능하면 명사 그대로 받을 것.

제일 하지 말아야 할 것.

첫째, 둘째, 셋째, 넘버링 하는 지랄. 첫째 하는 순간 절반 정도의 독자는 이미 책 집어던졌고, 셋째 하는 순간 나머지 절반의 독자가 이미 중고책 사이트에 책을 올려놓았을 것이다.

뭐, 그 정도만 알면 책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동기는 다르다. 자기 인생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 이게 없으면 마무리하기 힘들다. 중간에 집어 던지게 된다, 때려쳐!

한 권의 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중요한 게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사람들이 이 두 번째 요소를 간과해서 써놓고 출간을 못 하거나, 출간하고도 다시는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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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6.06 0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2020.06.06 1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2020.06.06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2020.06.06 15: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언론에 보내는 기고문 하나 썼다. 글 쓰는 거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제는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전화로 꽤 많은 일들을 처리했는데, 그것도 옛날 일이다.

새로 여기저기 대선 캠프들이 생기는데, 뭐 안 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할 생각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냥 혼자서 연구하는 학자로, 가늘고 길게 살다가면 그만이다. 야당 시절에는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 흐름이 있었다. 그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다르다. 자기 선택이다. 나는 안 하는 쪽을 선택하였다.

아내가 아침 일찍 지방 출장이다. 글도 마침 다 썼고, 애들하고 아내 서울역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왔다. 오는 김에 샌드위치도 하나 사서, 간만에 아침밥도 먹었다. 그 와중에 둘째는 마스크를 집에 놓고 갔다. 어린이집 앞에서 다시 돌아왔다 갔다. 사는 게, 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사소한 것일수록 챙기기가 어렵다.

유튜브 할 생각 없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최근 부쩍 늘었다. 없다고 말했다. 난 여전히 책과 글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위축되고 작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은 맞다.

김상조처럼 자기가 쓴 책과 자기의 행동이 엇갈리는 사람들도 가끔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글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도 내가 쓴대로 살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리고 틈이 나는대로 웃으려고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 입에서 웃음이 나올 수 있도록 한다. 자기 힘을 극대화하는 삶은 결국 후회를 만나게 된다. 살면서 아무리 해도 후회하지 않는 것은 명랑 밖에는 없다. 덜 웃긴 것은 미안하지, 후회하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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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aldalbrother.tistory.com BlogIcon 달달형님 2020.06.03 1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쓴대로 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어렵습니다. 명랑밖에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가기도 하는 데 잘 모르겠어요.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2. 2020.06.03 1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조적조 2020.06.03 1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국도 추가

다시 대학생이 되었을 때, 가끔 해보는 생각이다. 

그 중의 1번 질문은 지금 내가 다시 대학생이 되어도 자본론을 읽을 것인가, 그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여전히 트럼프를 사랑하지 않게 될 이유를 알려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미국은 지금 위기다. 바이러스 대처 개판이고, 인종 갈등 폭탄이고, 중국이랑 삽질 중이다. 

"미국이 원래 그래", 그런 비겁한 방식으로 대답하지 않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본주의의 모순'이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물론 손쉽기는 하지만 이것도 비겁한 방식인 것은 마찬가지다. 

대학교 2학년 가을, 처음으로 학교 도서관에서 자본론을 읽었다. 

한열이가 죽고, 아직 전또깡이 대통령이던 시절.

돌아버리겠네. 헤겔부터 봐야겠네.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펼쳤다. 

An und fur sich.. 

이게 문자야? 즉자는 무엇이고, 대자는 또 무엇이냐? 

그 시절에 헤겔을 읽는 법을 알려준 사람이 당시 철학과 대학원에 다니던 김흥중 선배였다.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자본론 세 권을 다 읽었다. 

나중에 유학가서 불어 까막까막하던 시절, 자본론 독강은 나에게 아주 높은 학점으로 전체 평균을 아주 많이 올려주었다. 

자본론을 읽고 나면 이젠 못 읽을 책은 없다. 천문학이나 양자 역학 같은, 자본론 시절에는 모르던 과학 얘기 일부를 제외하면 더 이상 난이도 높은 책은 지구별에는 없다. 

자본론만 읽은 게 아니라 자본론 4권으로 흔히 불리는 힐퍼딩의 금융자본론 그리고 로자까지 읽었다. 

이재영 살아있던 시절, 그가 권영길 등 원로급 인사들 앞에서 힐퍼딩 강의를 좀 해달라고 했다. 

전원 재웠다. 

한국사회경제학 학회에서 로자 얘기로 김수행 선생 등 앞줄에 앉아계신 원로들, 전원 재웠다. 

20대의 내 강의를 듣고 자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30대가 되면서 나는 더 이상 힐퍼딩이나 로자 얘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그만 재우자. 같은 얘기를 스머프 버전으로 하기 시작했다. 로자 얘기와 완전 똑같은 얘기를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로 얘기했다. 가끔은 공각기동대 버전으로 했다. 확실히 덜 잔다. 

최근에 20대와 30대 자칭 보수들을 만나서 좀 길게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자본론을 읽었다는 변호사 한 사람 때문에 좀 충격을 받았다. 

하긴 자본론을 읽고도 명박 옆에 있는 사람들을 좀 안다. 김문수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는 김문수는 잘 모른다. 최근에 들은 얘기로는, 밖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개차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재오는 좀 안다. 김수행 선생 강의 준비를 하고, 버스 운전수 등 당시 노조 만들 준비를 하던 사람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다. 이재오랑 운동하던 시절이다. 80년대에 민중당의 이재오가 4대강 전도사가 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다. 

자본론을 읽으면 확실히 전화번호부급 고전 중에서 못 읽을 책은 없게 된다. 두꺼운 책은 있어도 세 권짜리 두꺼운 책은 없다. 

학부 때 자본론을 읽으면 박사과정까지는 그냥 달려도 된다. 그 이상 어려운 과목은 수리통계학 혹은 미분방정식 정도다. 그것도 선형대수부터 차분차분 하면 된다. 

나는 공부도 잘 못하지만, 다른 건 더더군다나 할 줄 모른다. 내가 다시 대학생이 된다고 해도 뭔 특별한 재주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아버지가 갑자기 부자가 되어있을 확률도 제로다. 

그리하야..

2020년에 내가 다시 대학생이 된다고 해도 나는 다시 자본론을 읽을 것 같다. 그리고 서른 살 이후의 내가 그런 것처럼, 자본론을 읽은 티를 내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자본론을 읽고 누구한테 그걸 읽었냐고 물어보는 인생은 꽝이다. 읽고 혼자만 생각하면 중간은 간다. 자본론의 효과는 그 자체로는 없고, 그걸 읽고 다시 보는 그 다음의 책에서 나온다. 이제 지구별에서 못 읽을 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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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랑성 2020.05.31 1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이제 자본론이 유효한 점은 이후 독해에 있어서 수월함 정도인가요? 저는 대학 졸업반이고 자본론은 간단한 세미나 등으로 접했지만,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에 컴플렉스를 느껴 언젠가 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을 수강코자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하신 말씀으론 현실 규명력 측면에선 거의 무용하다고 읽히네요. 비록 운동권까지는 아니나 제가 살아가는 범위에서라도 사회적 조건들을 변혁코자하는 동기에서, 낭만이 아닌 실재에 가깝게 행위하기위해 공부하려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목적과 자본론을 읽어내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지는 일인지 궁금합니다.

  2. 랑성 2020.05.31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단히 말해 다시 대학생이 아니라 지금의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자본론을 정독하실 건가요?

  3. 2020.05.31 1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폭풍 같은 며칠을 보내고, 이별도 마무리하고..

마음이 아프다. 모든 이별은 다 마음이 아프다.

살면서 늘 욕 먹으면서 산다.

삼성 쪽 사람들에게 너무 아픈 얘기한다고 하면서 욕 먹고, 현대 쪽 사람들에게 그래도 너도 우리 ob 아니냐, 욕 먹고.

보수 쪽 사람들에게는 맨날 약점만 후벼판다고 욕 먹고. 전직 총리 한 명이, 내가 제일 싫었다고, 그런 얘기 들으면서 산다.

민주당 사람들에게도 욕 먹는다. 대충대충 넘어가지, 꼭 그렇게 헛점을 짚느냐, 욕 먹는다.

하다 못해 정의당 사람들에게도 욕 먹는다. 그렇게 잘 할 수 있으면, 니가 좀 하지 그래.

한 걸 가지고도 욕 먹고, 하지 않은 걸 가지고도 욕 먹는다.

남자들한테는 남자들 약점 자꾸 드러내게 한다고 욕 먹고, 여자들한테는 가정 얘기 너무 많이 한다고 욕 먹는다.

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얘기들로 욕 먹는다.

원래 '갈래치기'라고 정치에서 흔히 쓰는, 절반한테는 욕 먹지만 절반을 우리 편으로 하는 전법.. 그딴 게 난 체질상 싫다.

한 거 가지고 욕 먹을 때에도 참고, 하지 않은 거 가지고 욕 먹을 때에도 참는다.

이유는 별 거 아니다. 귀찮아서..

진짜로 내가 게으른 스타일이다. 천성이 그렇게 타고 태어났다.

별의별 욕을 다 먹어도 크게 뭐라고 안 하는 건..

나중에 내 인생은 진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한 삶이었다, 그 한 마디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정의, 민주주의, 진리, 그딴 어려운 건 잘 모른다. 그렇지만 누가 힘든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다.

내 책에서도 나쁜 놈에 대해서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나쁜 놈 다 잡으면 세상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넘버 3 원칙 같은 거. 나쁜 짓 할 나쁜 넘 후보는 세상에 정말 많다.

김상조를 대통령에게 소개한 사람이 나였다. 그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몰랐다.

나쁜 넘은 아무리 분석해도 나는 잘 모르겠다. 50이 넘으니까 안 그랬던 사람이 나쁜 넘 자리에 가고, 그런 일을 하는 걸 종종 보게 되었다.

아마 내 인생에 김상조와 다시 술잔을 들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주 나중에라도, 용서하고 말고,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누가 누구를 용서하고, 그럴 권능과 권리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희망을 같이 얘기하고 술을 기울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평생을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들이 덜 힘들게 하기 위해서 노력한 삶이라면, 난 그 삶을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

진리? 20대에는 진리를 찾아헤매던 적이 내 인생에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내가 알 수 있는 진리는 e=mc스퀘어, 그런 거 외에는 잘 모르겠다.

이제 사람을 추천하고, 그런 일도 그만 하려고 한다. 그딴 거, 필요 없다.

내가 살아가는 한, 이 사회의 최전선에서 힘겹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그걸로 충분하다.

보상은 필요 없다.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거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천천히 나빠진다면, 그걸로 행복하다..

(오늘 며칠만에 술을 마시기 위해서, 내가 술을 마셔도 되는 별 개떡 같은 이유를 찾기 위해서 몸부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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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aldalbrother.tistory.com BlogIcon 달달형님 2020.05.29 23: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은 자리가 만들고, 자리가 변하게 하는 거 아닐까요?

궁상은 나의 힘..

당인리 헤매는 거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분 좋게 술 마시고 낯선 도시의 싸구려 여인숙에서 내가 왜 여기 혼자 있지, 그럴 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하다. 유학 가기 전 광주에 혼자 여행간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런 기분을 느꼈다.

운동권으로 살다보면, 팬시한 것과는 정말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된다.

애 둘 키우면서 뭔가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옹색하고 궁색한 변명의 연속이다.

다시 궁상 모드로 돌아가기로 했다. 앗, 너무너무 익숙한 옷처럼 몸에 잘 맞는다. 이거야 이거..

바닥에서 박박 기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힘든 사람들 챙겨보고, 뒤돌아서면서 눈물 흘리고.. 그게 힘들어서 소주 마시지 않으면 마음이 견딜 수가 없던 시절, 그게 나의 30대 모습이었다.

별의별 힘든 사람들, 그것도 전국의 수많은 힘든 일들을 지켜보고, 힘을 보태면서 내 삶이 내 삶이 되었다.

중3 목동 어머니가 전화에 대고 기자한테 박박 소리치는 얘기를, 그것도 실화 버전으로 들었다.

기자님도 잘 아시겠죠, 얘 공부 못하면 죽음입니다. 그러니 이 전화 끊으시고, 다시는 우리 애한테 인터뷰 같은 거 하지 마세요, 아시겠죠?

현실에 들어가면, 한국은 여기저기 지옥도다.

나는 그 세계에 속한 사람이다. 우아하고, 고상하고, 팬시하고, 그리고 와인바에서 포도주 마시고..

나는 그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

미루어두었던 농업경제학 파일 다시 열면서, 내가 지옥도를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산림연구원에서 박사들하고 세미나하기로 했다.

그들에게 내가 본 한국의 10대들, 지금 그들의 지옥도를 얘기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와 함께 문득 우리가 다시 만난 한국, 교육은 지옥이다. 교육이 아닌 곳도 지옥이다.

여의도는 아직 그 지옥과는 좀 거리가 있다. 청와대는 너무 먼 곳으로 가버렸다, 우아한 곳으로..

여전히 궁상은 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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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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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 2020.05.26 1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좀 우아한 것도 나쁘지 않아요.
    요새 사람들 우아 힙 세련 좋아하지, 궁상 가난 촌티 싫어해요.

    코로나 마스크쓰고 나인원한남 푸드코트에 옹기종기.
    다세대월세 60 살아도 주차장엔 bmw520 리스 카푸어.
    알바를 세개씩 해도 애플폰 패드 에어팟은 못잃어.

    카푸어가 왜 나왔겠어요. 마음은 가난해도 몸 가난한건 죽어도 싫으니 그러죠.
    낮은 곳으로 향하고, 지옥같은 현실 알리고, 궁상하고 그런거 다 좋은데..
    그런거만 백날 하면 정의당 통진당밖에 안됨. 세련되야 180석도 얻고 표도 던지고 하지..

  2. 2020.05.26 18: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