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64건

  1. 2025.01.29 풀어야 할 문제들..
  2. 2025.01.21 극우파 정당의 등장? 4
  3. 2025.01.20 청년 남성 극우.. 2
  4. 2025.01.18 신념이란 무엇인가 1
  5. 2025.01.18 <천만국가> 여성신문 서평
  6. 2025.01.17 꾸준히 할 것
  7. 2025.01.16 시집을 읽기 시작하며.. 1
  8. 2025.01.15 윤석열 체포..
  9. 2025.01.15 시집을 읽자.. 1
  10. 2025.01.14 서울신문 칼럼을 시작하며..

윤석열의 쿠데타 이후로 시간 감각이 이상해졌다. 얼마 되지 않은 일인데도, 몇 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 하도 많은 일이 생겨서, 기억이 엉키는 것 같다. 

아마도 올해는 대선이 있을 거고, 누가 될지는 몰라도, 크게 한 번 변화가 있을 것 같다. DJ가 한국은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불렀는데, 여전히 다이나믹한 걸 잃지는 않았다. 물론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윤석열의 쿠데타가 가장 안 좋은 점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소망이 아니라 과거의 영광을 위해서, 그것도 매우 기형적인 방식으로 일을 벌렸다는 점 아닐까 싶다. 20세기에 속한 것을 지금 끌어냈지만, 무엇보다도 21세기 감성에 그런 올드한 것들이 너무 맞지가 않는다. 

어쨌든 ‘일시적인 혼돈’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고, 남는 것은 경제에 대한 상처가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이념 혹은 문화나 정서가 충돌하는 건, 사람 사는 사회에서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은 시간과 많은 노력이 그 갈등을 줄이거나 봉합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지만 경제에 대한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그냥 해결되지는 않는다. 

연말이 지나고, 대선 등 급격한 시간을 지나면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생각보다 많은 회사가 많아고, 식당들도 문을 많이 닫을 것이다. 그 기간 동안에 정부가 경제에 대한 긴급 조치를 하기가 어렵다. 물론 야당의 진단이 제대로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 정도의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번 사태 이후로 한국의 보수는 극우 쪽으로 몇 클릭 더 이동한 것 같다. 사실 이미 그렇게 이동헸는데, 표면적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풀어야 할 문제들이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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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책의 관점으로 보면,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사건은 결국 쿠데타 장면 그리고 서부법원 습격 사건, 그렇게 두 장면이 남지 않겠나 싶다. 두 개 다 한국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장면들이 될 것 같다. 

미국보다 유럽이 극우파 정당은 더 먼저 나왔는데, 그래도 당내 민주주의 같은 장점을 내세워, 민주주의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거의 나온 적은 별로 없었다. 물론 유럽의 대형 시위들은 우리처럼 그렇게 깔끔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이래저래 폭력 사건들이 많이 생기는데, 주로 좌파 진영이나 반정부 집회에서 그런 경향들이 있다. 

청년 남성 극우파의 등장, 지난 10년 동안 일관된 흐름이었는데, 서부법원 폭동으로 이 흐름도 어쨌든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 것 같다. 물 밑에 있던 흐름이 모두의 눈 앞에서 등장하게 된. 

사람들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생각하지만, 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확실히 한국도 이제는 선진국이 되기는 했다. 선진국들에서 등장했던 극우파 정당, 이제 한국도 그 목전에 와 있다. 과연 이 세력이 정당이 될까, 그리고 마침 유럽에서 유로 의회 1당이 된 것처럼 대선에도 나오는 그런 정당이 될까? 

그런 합법화의 길을 걷기도 전에 폭동부터 먼저 터졌다. 합법화의 길과 지하화의 길, 딱 그 분기점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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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남성 극우, 한국에서는 아직 변변한 이름도 없다. 어쨌든 서부법원 폭동으로 전격적으로 한국의 주요 주체의 하나로 등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것도 아니다. 


몇 가지 가설들이 있기는 하지만, 딱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몇 가지 굴곡과 계기들을 거쳐서, 드디어 폭도가 되었다. 하이고. 
일본 넷우익의 등장보다 더욱 전격적인 사건이기는 하다. 지금까지의 관찰로는, 지금 10대가 20대가 되었을 때, 이 흐름이 더 강해지면 강해지지, 약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게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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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날>이라는 계간지에서 "신념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원고를 부탁받았다.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는 탄핵 국면에 관한 얘기를 써달라는 의미인데, 쓴다고 했다. 아직 무슨 얘기를 어떻게 쓸지 방향을 잡지는 못했다. 제도경제학에서 트러스트 같은 얘기를 다른 적이 있기는 한데, 신념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신념이 영어로 뭔지도 잘 모르겠다. 

하여간 고민을 좀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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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국면을 지나면서, 칼럼과 시집 읽기라는 두 가지 주제가 생겼다. 두 개 다 인기 별로 없는 것들이다. 나도 참 성질이 지랄맞은 게, 인기 있거나 사람들이 막 원하는 그런 곳으로는 관심이 별로 안 간다. 뭔가 어렵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 이런 데에 막 관심과 의미가 간다. 

칼럼집은 예전에는 인기가 있었던 장르인데, 요즘은 거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나도 내 칼럼집이 나올 거라는 자신은 없다. 지금 같아서는, 정말 택도 없는 얘기다. 

그렇기는 하지만, 칼럼집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글을 쓸 때 좀 더 텐션이 올라갈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과 글 사이의 연결성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고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 달에 두 개의 글을 쓰니까, 대체적으로 윤석열 체포된 시기부터, 뭐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정권 중반까지의 기록과 단상에 관한 얘기가 될 것 같다. 현재로서는 이재명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말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김문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도. 

이 시기에 더 나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그런 얘기들을 칼럼 형식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올해까지 책을 일정대로 내면, 예전에 계약한 것들을 거의 다 해소하게 된다. 요즘은 책 팔리는 게 민망해서, 거의 새 계약을 안 하고 있다. 또 너무 밀려 있어서, 이거 다 해소하기 전까지는 추가 계약을 안 할 생각이기도 하고. 칼럼집 같으면 내달라고 하면 내주는 데는 있겠지만, 내가 미안해서 부탁하기가 좀 그렇다. 일단 써놓고 천천히 생각해도 될 것 같다. 현실적으로는 못 낼 가능성이 높다. 안 팔릴 게 뻔한 책을 억지로 미는 건, 나도 별로 원치 않는다. 서로 민망하게 된다. 예전에 농업경제학을 그런 이유로 못냈었다. 

또 다른 하나가 시집 읽기다. 이건 날 위해서 하는 일이다. 이렇게 뭔가 할 것을 일정 속에 처박어놔야 뭔가 하는 스타일이다. 요즘 시를 누가 읽느냐고 난리다. 그래도 시인이 꾸준히 등장하고, 시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그런 시대를 원한다. 그렇게 해서 뭐라도 좀 이 사회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시집 30권 정도를 읽으려고 한다. 뭘 읽을지는 좀 더 주변의 조언과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기준으로는, 우리 시대의 시집들이다. 최근에 나온 시집, 그리고 음악성이 높은 시집들. 윤석열 시대, 음보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시집을 읽게 되었다. 좀 더 압축적인 표현 그리고 음악성 높은 음보, 이런 스타일을 고민하다 보니까, 다시 시를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일 좋은 것은 사람들을 좀 모아서 같이 읽는 것인데, 어린이들 키우면서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건 도저히 무리데쓰. 그냥 혼자서라도 꾸준히 읽고, 잘 분석하는 게 일단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건 어느 출판사와 할지 아직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일단 글부터 정리해두고.. 어지간하면 낼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아주 작은 규모라도, 시집 30권에 시인과 함께 하는 북토크 30회,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시집을 사고, 시집을 읽는 ㄱ런 흐름이 작게라도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냥 기계적으로 계산을 해보면, 이 책으로 시집 한 권당 100권이 팔리면, 3천 권의 시집을 파는 셈이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무명 시인이거나 신인에게는 백 권도 엄청난 것은 아니더라도 의미는 있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해보고, 사회적으로는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집은 낼지 안 낼지 모르지만, 시집 감상문은 낼 생각이다. 3년 후 정도 될 것 같다. 그때는 둘째도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어 있을 것이라서, 나도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기다. 

그냥 이 두 개를 앞으로 몇 년 꾸준하게 하려고 한다. 시간은 참 좋은 변수다. 시간을 가지고 하면, 결국은 질적인 변화가 생겨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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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시인들을 좀 만났다. 시인들끼리 서로 시 얘기 하는 걸 본지는 10년도 넘는 것 같다. 시집이 너무 안 팔린다는 얘기들을 했다. 그리고 시와 관련된 저작권의 현실적인 관리 같은 얘기들을 했다. 시인들하고 시의 감성과 깊이, 그런 얘기했을까? 돈 얘기만 했다. 

꼭 그 이유만은 아니지만, 최근에 시집을 좀 사고 싶어졌다. 현실적으로는 시인들을 만났을 때, 그 사람 시를 안 읽은 것은 괜찮지만, 시집도 한 권도 안 샀다고 하면 좀 민망하다. 시는 사실 시집으로 읽는 게 제맛이다. 그래야 마음에 든 시의 외곽과 연장선 같은 게 좀 보인다. 

한두 달 전부터 시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이유는 잘 몰랐다. 최근 시는 민망하게도 읽은 게 없다. 시를 덜 읽은 게, 책에 시를 인용하면서 너무 어려움을 겪은 이유다. 사회과학 책이 별 상업적 이유도 아니지만, 어쨌든 상업출간이라고 칼 같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용을 지불하는 거야 감수하는데, 이게 연락이 너무 어렵다. 큰 출판사인데도 그렇다. 인쇄 직전까지 결국 연락이 안 되어서, 인쇄 마지막 순간에 인용된 시구절 들어내고, 다른 문장들을 새로 넣었다. 

좀 얄팍한 이유지만, 책에 인용할 대목들을 늘 생각하기 때문에, 한동안 시를 읽어도 그런 생각으로 많이 읽었다. 좋은 자세는 아니다. 

최근에 우연하게 <눈부신 꽝>이라는 시집을 샀다. 순전히 제목 때문에 집어들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다가 저런 제목을 집었을까? 쉽지는 않은 시들이었다. 그래도 내 식으로 해석을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평에 시집을 써도 되느냐고 물어봤더니, 시면이 별도로 있어서 어렵겠다고 한다. 할 수 없지. 

내가 그동안 열심히 안 읽은 시는 최근에 나온 시, 우리 시대의 시다. 다 보기는 어렵지만, 이런 걸 좀 챙겨서 읽고, 나름대로 이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시를 너무 내용 중심으로 보려고 했다. 그래서 별 내용 없는 시는, 별 거 없네, 그러고 던져버리고는 했다. 윤석열 탄핵 즈음에 거의 안 보던 유튜브를 좀 봤다. 말들이 좀 격했다. 그래도 재밌게 봤다. 그리고 나서 여러가지 의미로 더욱 시가 보고 싶어졌다. 정치 유튜브와 정반대의 공간에 시집이 존재한다. 그렇게 직접적이지도 않고, 그렇게 시시각각 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몇 마디 얘기를 길게 풀어내는 유튜브 양식과 달리, 시는 누르고 또 누른 결과다. 양은 적지만, 그 안에 시인은 자신의 삶을 그야말로 갈아 넣는다. 재래식 믹서로 갈수도 있고, 최신형 믹서기로 갈 수도 있지만, 자신의 고통은 물론 육신까지 갉아넣는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한 줌 남은 것이 시다. 유튜브와는 너무 다르다. 

다들 풀어내고, 펼쳐내는 데 몰두하는 요즘, 좀 더 압축적인 뭔가를 시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시집을 꽤 많이 읽을 것 같다. 

기왕에 읽을 거면, 좀 시간을 갖고, 우리 시대의 시집을 소개하는 그런 책을 한 번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도 안 팔리는데, 시집에 대한 감상집에 팔리겠냐? 별로 가망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시집 붐은 아니더라도, 시집을 좀 사는 흐름이라도 만들면 의미는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 시대의 시집을 한 번쯤은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읽었어야 하는데, 늦게라도 그런 시간을 좀 갖는 것은, 무조건 좋다. 시인들도 다 목숨을 걸고 시를 쓰고, 시인이라는 직업을 유지한다. 심심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천직이라고 생각해서 우격다짐으로 그런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나름대로의 사명감을 가지고 시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에너지와 농축적인 삶을 배우는 건 나쁜 게 아니다. 

하여간 나도 어지간히 사람들하고 반대방향으로만 간다. 지금이라도 유튜브도 좀 하고 그러라고 하는데, 시집이라니.. 윤석열의 멍청한 소리 몇 년 동안 듣고 있었더니, 지금처럼 시집이 땡기는 순간이 없었다. 윤석열과 가장 상극에 있는 게 시집 아니겠나 싶다. 이래저래 윤석열이 나에게도 영향을 많이 미치기는 한 것 같다. 행동은 물론이고, 취향도 바뀌게 했다. 

어쨌든 먼 미래에도 우리에게 시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ai가 마지막까지 대체할 수 없는 게 시가 아닐까 한다. 모양은 흉내낼 수 있어도, 시인이 갈아넣은 영혼은 흉내낼 수가 없다. 시는 글자를 보는 게 아니다. 시인이 글자를 만드면서 갈아넣은 영혼의 무게와 냄새를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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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윤석열 체포다. 하이고, 어지간히도 찌질했다. 

신문에 써놓은 글이 윤석열 체포 이전 상황이라서, 바뀐 상황을 반영해서 새로 고쳤다. 기계적인 작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상처들이 남았다. 이제 공은 야당으로 넘어갔다. 어떤 나라를 만들 건지, 이런 고민이 진짜로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그냥 하던대로, 하던 걸 더 잘, 더 쎄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좋겠다. 

슘페터의 말처럼, '창조적 파괴'가 한 번 일어난 것이라고 먼 훗날 이 시기를 돌아볼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지랄발광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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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 하는데, 새벽에 윤석열 체포 작전이 있대서..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박근혜 촛불 집회를 거치면서, 이보다 큰 사건은 내 인생에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mb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던 시절, 참으로 괴롭기도 하고, 실제로 고생스럽기도 했다. 도청도 당하고, 협박도 당하고.. 박근혜 탄핵과 함께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시절을 다시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랍쇼? 친위 쿠데타와 함께, 진짜 황당한 시대를 만났다.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그냥 얼척 없다. 박근혜가 얼마나 우아하고, 나름대로 국가를 사랑했는지, 그런 생각이 다 들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 경험이 살면서 몇 번 없다. 압축적이다 못해, 농축적이며, 끈적끈적하다. 

한 달 좀 넘는 기간, 왜 내가 글을 쓰는가, 그런 생각부터 어떤 것들을, 어떤 스타일로 써야 하는가, 그런 생각을 아주 많이 했다. 

자극으로 치면, 탄핵 국면에 본 몇 개의 유튜브 만큼 자극적인 것을 살아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리얼리티 쇼로 치면, 초극강이다. 극우 유튜브도 몇 개 보려고 했는데, 말이 너무 거칠어서 보기가 좀 그랬다. 욕 너무 많이 한다. 

야, 살다보니, 조갑제 인터뷰를 다 봤다. 정규재와는 하도 토론에서 자주 만나서, 나중에는 정이 들기도 했다. 정규제 방송도 봤다. 

초반에는 좀 봤는데, 그것도 며칠 보니까 시들해졌다. 아마 윤석열 체포가 조기에 이루어지고, 흐름대로 변화들이 진행되었으면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한 달 가까이 거의 비슷한 포맷에 비슷한 얘기들이라서, 이것도 좀 질렸다. 결국은 한동안 안 보던 중국 무협 드라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재미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느낀 것은, 이렇게 자극적인 뉴스와 동영상이 난무하는 시대에, 텍스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데타 전에 본 영화 <졸업>의 스타일이 계속 잔상처럼 머리에 남았다. 고전이 답답하고 조곤조건한 게 아니라니까.. 

나는 원래도 큰 소리로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글도 연설투 안 좋아하고, 조곤조곤 말하는 걸 좋아했다. 이야, 이렇게 해서는 윤석열이라는 어마무시한 무대뽀 시대에 도저히 전달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걸 형성화시킨 단어가 ‘개막장’이다. 살다살다, 이런 개막장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진짜 지랄이 풍년이다. 

어쨌든 개막장 요소들을 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든 생각이, 시를 좀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너무 오랫동안 시를 내용으로만 봤던 것 같고, 그러다보니 별 내용 없는 시들은 안 보게 되었다. 정좌하고 시를 안 읽은지 꽤 된다. 

감각과 압축, 사실 아직도 그건 시를 따라갈 게 없다. 그냥 알아먹지 못할 헛소리 찍찍 해놓은 것들 같지만, 어쨌든 그렇게 보이는 시 한 편 한 편이 시인의 삶을 갈아넣은 것들이다. 진짜 믹서기에 자기 뼈와 살을 갈아넣고, 그걸로 시를 만든 것 같다는 말이 딱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윤석열이 책 본다는 얘기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지만, 시 읽는다는 얘기는 정말로 들어본 적이 없다. 한덕수가 시를 읽을까? 최상묵이 시를 읽을까? 극우 유튜브에서 시원하게 아무 얘기나 잘 터는 아저씨들도 시를 읽을 것 같지는 않다. 

김종필의 책을 보면, 시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림 그리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속 터지고 죽을 것 같을 때, 그림도 그리고 시도 읽고, 그렇게 살았다. 시집을 읽는 정치인들의 얘기는 나도 좀 알고 있다. 정치도 외로운 직업이라, 혼자 결정하기 힘들 때, 오래된 시들을 읽는 시대가 있었다. 

내용이 아니라 시에 담긴 에너지와 감각, 그런 걸로 시로 읽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참 어처구니가 없기는 하다. 친위 쿠데타와 탄핵 국면을 보면서, 시를 읽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다니. 

예전에 나쁜 사람들을 짐승에 비유하고는 했다. 윤석열 일당은 이건 짐승도 아니다. 그냥 바보다. ‘힘 쎈 바보’, 이렇게 보면 윤석열을 정확하게 보는 법 아닌가 싶다. 그냥 힘으로 이기는 것이 꼭 방법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 쎈 바보들은 한국에 얼마든지 있다. 나오고 또 나오고, 또 튀어나올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중에 시집 감상에 대한 것도 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시에 들은 시간이 적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새벽에 윤석열 체포한다고 하니, 오늘 밤에 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기는 한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에서 탄핵 그리고 용산의 황당한 공성전을 보면서 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다니.. 인생은 원래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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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부터 서울신문에 글을 쓰게 되었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그렇게 되었다. 처음 칼럼 데뷔했던 곳이라서, 나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칼럼 타이틀을 정하느라 한동안 고생을 좀 했다. 결국 최종 타이틀은 ‘청년이 행복한 나라’로 하기로 했다. 좀 길고, 조금은 올드한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그래도 확실하게 방향성을 갖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결국 이렇게 정했다. 

요즘은 청년 얘기는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이것도 유행이 있어서, 한 때 많이 하다가 조금 식상하다 싶으면, 금방 다른 거로 옮겨가고는 한다. 그래도 쿠데타 이후의 세상을 얘기할 때, 나는 청년 얘기를 맨 앞으로 하고 싶었다. 인기랑 상관 없이, 실제로 그게 제일 중요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일 실험도 좀 더 발랄하게 해보려고 한다. 읽으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시원하기도 하고, 그럴 스타일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보는 중이다. 어쨌든 글은 내용이 다가 아니다. 기분학적인 것은 거의 생각 안 하고 글을 썼는데, 이제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고 한다. 쉽게 글을 쓰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 시대의 텍스트는 쉬운 것만 가지고는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 

신문에 쓰는 글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좀 허무하기도 하다. 하루가 지나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 같다. 가끔은 몇 년 후에 어떤 사람 손에 들려서 의미를 갖게 되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가끔만 발생하는 일이다. 

처음 데뷔하던 시절에는 칼럼집이 출간되기도 했고, 나도 칼럼집을 냈었다. 지금은 죽어라고 쓴 책들도 잘 안 팔리는 시절이고, 언제든지 검색해서 읽을 수 있는 칼럼집이 출간되기는 아주 어려운 형편이다. 

상황은 그렇지만, 이번에 글을 쓰면서는 하나하나가 칼럼집에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쓰기로 했다. 그냥 내 마음 가짐이다. 아주 어렸을 때, 이현세 만화에서 봤던 한 구절이 있다. “이 한 번의 스윙으로 죽어도 좋아.” 멋지긴 한데, 실제로 죽었다. 안타 치고 슬라이딩 하다가 머리에 공을 맞고. 맥락상 그렇게 아름다운 얘기는 아니지만, 이 얘기에 딱 꽂혀서 한동안 노트 첫 페이지에 이 글을 적어놓기도 했다. 다부지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악착 같이 살기는 했었던 것 같다. 

그냥 그 시절 생각이 잠시 났다. 딱 한 번의 스윙 기회만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글 하나하나가 사실 귀한 기회다. 그 지면을 만들기 위해서 나름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 딱 한 번의 기회만 있다고 생각하고, 안 해 본 것들을 계속 시도할 생각이다. 10년 전 글이나, 지금 글이나, 날짜만 가리면 언제 쓴 건지 모르겠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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