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09건

  1. 2023.10.27 저출생 책, 서문 끝내고.. (17)
  2. 2023.10.17 5학년 어린이의 예민함.. (30)
  3. 2023.10.16 어린이들과의 시간..
  4. 2023.09.14 호흡
  5. 2023.06.20 경제와 인권.. (9)
  6. 2023.06.05 린 마굴리스.. (1)
  7. 2023.06.04 발표.. (2)
  8. 2023.06.02 가벼운 즐거움..
  9. 2023.05.25 수영.. (1)
  10. 2023.05.24 목차에 대하여.. (1)

모두의 문제 책 서문을 끝냈다. 원래는 서문 없이 바로 1장으로 들어가는 구조로 하려고 했었는데,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일본 드라마 <콰르텟>을 최근에 봤는데, 뭔가 좀 느껴지는 게 있었다. 저출산 문제가 지금 상황은 우리가 더 심각한데,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좀 고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원래 계획에 없던 서문을 나중에 추가하게 되었다. 하여간 나도,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올해는 집에 일이 많았다. 특히 우리 집 어린이들이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둘째가 혼자 학교 왔다갔다 하고, 좀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가을에 경제와 인권 대중강연 같은 것도 할 생각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둘째를 작년보다 올해 훨씬 많이 보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훨씬 많이 친해졌다. 학교에서 오면 마루에서 같이 뒹굴뒹굴, 나는 음악 듣고, 둘째는 내 옆에서 뭉개고 있다. 살면서 아들하고 이렇게 지낼 시간이 얼마나 있겠나 싶다.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데도, 맨날 힘들다. 능력의 한계치가 이만큼이 아닐까 싶다. 그냥 혼자 생각해보면, 10년 된 모닝 타고도 하나도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게 나의 유일한 경쟁력이 아닐까 한다. 덜 쓰고, 덜 먹고도 잘 버틸 수 있다. 그래도 맨날 도니가 없다. 아이들 키우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뭉텅이로 나간다. 그냥, 식당 가던 걸 줄였다. 카페는 언제 마지막 갔는지, 이제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하다. 한참 더울 때 어린이들이 빙수 먹고 싶다고 해서, 카페에 갔었는데.. 자주 가던 데는 코로나 때 문 닫았고, 옆에 있는데 갔더니 빙수가 없었다. 망. 어린이들이 커갈수록, 내가 쓰는 돈은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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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엄살도 없고, 꾀병도 없다. 일요일날 시름시름하더니 오늘 학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을 혼자 많이 했다. 열은 없다. 

아침에 학교 갈지 말지 고민을 하다가,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힘들면 보건실에서 쉬라고 했다. 오는 것도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오후에는 방송이 있었다. 

집에 오니까 둘째가 나 보고 울기 시작했다. 길에서 그냥 걸어가다가 넘어졌는데,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났다. 그렇게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뭐가 서러웠던지 나 보자마다 닭똥 같은 눈물을. 얼마 전에 집에 손님이 오면서 이것저것 사온 것 중에 젤리를 꺼내줬다. 

그리고는 내가 지쳐서 잤다. 애들 볼 때에는 주중보다 주말이 훨씬 힘들다. 잠결에 큰 애한테 분리 수거하고 음식물 쓰레기 좀 치워달라고 했다. 그게 주로 밀린 거였는데, 나중에 깨서 보니까 마루의 쓰레기통도 비워놓았다. 이게 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비상금으로 5천 원 줬다. 요즘 먹고 싶은 게 많았는데, 사먹어도 되냐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요즘은 큰 애도 민감하고 둘째도 민감하다. 어렸을 때 심통내거나 삐지는 것하고는 좀 양상이 다르다. 예전에 읽은 육아책에서 개구쟁이들이 사실은 상처 잘 받는 스타일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우리 집 어린이들이 따 그렇다. 아마 자신의 자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서가 좀 더 복합적이 되고, 상처도 잘 받는다. 그렇게 자라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 어린이들의 변화를 보고, 내가 만나는 수많은 50대들을 보면, 좀 비슷하 데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50대들도 초등학교 5학년만큼 예민하다. 술자리 한 번 정도가 아니라 한 마디로 “다시는 안 봐”, 이런 반응이 나오기 쉽다. 몸은 늙어가고, 변한 상황에 대한 정서는 아직 자리잡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몸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이걸 받아들이고, 새로운 루틴을 만들만큼의 새로운 생각은 아직 자리 잡지 않은. 

큰 애는 키가 많이 컸고, 조금 있으면 자기 엄마보다 커진다. 그래도 마음은 아직 어린이다. 동생만 주고 자기는 안 주면 바로 삐진다. 그 사이의 불균형이 지금 내가 보는 복합성을 만드는 거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실 인간의 나이에서 가장 안정적인 것은 40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노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고, 10대부터 키워온 생각의 알고리즘은 이제 절정을 향하고 있다. 50대가 되면 그걸 버려야 하고,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안정적인 소프트웨어와 아직은 버텨주는 하드웨어, 그게 40대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직 번치앟고, 새로운 일을 거침 없이 시작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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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라디오에서 고정 부탁이 왔는데, 어렵다고 했다. 원래는 올해 가을이면 둘째가 혼자 다닐 정도가 되어서 조금씩 돌아다녀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래저래 사건사고들이 생기면서, 그건 좀 어렵게 되었다. 아마 내년 상반기까지는 둘째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매주는 아니지만, 일요일 오후에 우리 집 어린이들 데리고 수영장에 간다. 아직 수영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갔는데, 큰 애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못 갔다. 큰 애는 어려서부터 엄살은 없다. 아프면 진짜 아프다. 내일 학교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아파서 학교 못 간 적은 거의 없는 애다. 

내일은 라디오 방송이 있다. 큰 애가 학교에 못 가면 그냥 데리고 갈까, 잠깐 생각을 했는데, 이제 곧 6학년이다. 두 시간 정도, 집에 혼자 있으면 더 좋아할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에 방송에 가야하면 데리고 간 적도 몇 번 있었다. 이제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둘째 세 살 때부터 육아를 시작했는데, 첫 해가 가장 힘들었고, 올해가 그 다음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올 가을에 둘째는 입원은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 같다. 한 달쯤 전에 응급실에 가기는 했는데, 병원이 파업이라서 입원은 못했다. 입원하는 대신, 응급실에서 이것저것 주사를 맞고, 그렇게 넘어갔다. 

그래도 우리 집 어린이들하고 있으면 웃는 시간이 훨씬 많다. 세상에서 내가 별로 웃기지 않는 얘기를 해도 떼굴떼굴 구르면서 웃어주는 건, 우리 집 어린이들 밖에 없다. 어린이들 그리고 아이들 친구들하고 얘기를 하다가, 어른들하고 얘기를 하면.. 서울에 사는 엘리트 남성들이 기본적을는 말을 너무 막 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우리 집 어린이들이 그런 식으로 남 흉보고, 자기 맘대로 아무 얘기나 막 하면 벌써 혼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예전에는 그런 거 잘 못 느꼈는데, 어린이들과 몇 년을 보내다 보니까, 이제 그런 게 좀 눈에 들어옥 시작한다. 나도 아마 저랬겠지 ㅠㅠ.. 

어쨌든 어린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 우리 집 어린이들의 어린이 시절도 영원히 계속되는 건 아니고. 그 시간이 끝나면, 어디로 돌아갈지, 뭘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사실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래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살던 데로 살고 싶지는 않다. 뭘 할지는 이제 조금씩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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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책에 대한 단상 2023. 9. 14. 14:41

어제 밤새 그리고 오늘 오전에 쓴 내용을 조금 전에 날렸다. 중산층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인데, 말은 쉽게 썼지만, 어려운 내용이다. 말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은 내용이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의 내용이다. 

아마 책 앞쪽이나 뒤쪽에 있었으면 그냥 살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쓰는 데가 책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한다. 이 부분만큼은 한숨에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산층 얘기는 아쉽지만, 다른 책에서 다른 기회에 하기로. 

날리기 아쉬운 부분이 좀 크면 대개 원고 버전을 하나 올린다. 혹시 나중에 날린 부분이 아쉬워지거나, 혹은 과거의 보전으로 돌아오고 싶을 수도 있어서 그렇다. 그렇게 하면 대체적으로 10번 안팎에서 초고가 끝난다. 그렇게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거기서 고치면서 다시 몇 번 더 숫자가 올라간다. 

경제 얘기는 가독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쉽게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게다가 내가 하는 얘기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언론에서 흔히 하는 상식적 얘기에 반하는 얘기가 많다. 어려운 것과 불편한 게 섞여 있는데, 글도 쉽지가 않으면 진짜 어쩔 도리가 없다. 논문하고는 그게 좀 다르다. 논문은 의미가 있으면 참고 읽는데, 책은 참고 읽을 독자를 만나기가 어렵다. 내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문장 구조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호흡을 훨씬 크게 생각한다. 이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데, 생각의 흐름과 호흡, 그런 것들을 좀 입체적으로 조합해서, 읽는 사람에게 나름의 호흡이 생겨날 수 있도록 고민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호흡을 방해하는 게 생기면, 이물질로 간주해서, 가차 없이 빼버린다. 써놓은 게 아깝다는 생각은, 처음 책 쓰기 시작하면서 버렸다. 안 쓴 게 아까운 게 아니라, 사람들 손에서 잠시도 버티지 못하는 책이 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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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경제와 인권’이라는 제목으로 인권연대에서 두 달 정도 되는 강의를 하게 되었다. 전에 여기에서 특강을 한 번 했는데, 강의를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번 정권이 이래저래 여러가지로 이상하기는 한데, 그 중에 제일 이상한 게 인권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 사람을 패고 잡아가는 것만 평생 생각하던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인권이라는 게 뭔지, 그런 기본이 좀 안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간만에 인권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 계기이고.. 

근대의 출발 자체가 인간의 권리이다. 신으로부터 나오면서 우리가 아는 새로운 세계가 등장하였다. 그렇지만 우리의 역사는 좀 다르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 해방의 역사가 없다. 인간은 해방되지 않았고, 국가가 해방되었다. 한 번도 인간은 총체적인 권리의 주체로 이해된 적이 없다. 그냥 국가의 부속물 같은 것이고, 헌법으로부터 강제된 것들을 이행하는 존재다. 이런 애기들을 제대로 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인권의 역사나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변호사 중에 최고 변호사들은 인권 변호사다. 벌써 두 번이나 대통령이 나왔다. 

인권 검사는 없다. 알려진 사람 중에 가장 비슷한 사람이 금태섭일 것이다. 검사에게 불려간 피의자가 자신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글을 신문에 썼다. 그리고 결국 검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내가 아는 검사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검사, 경찰 다 통틀어서 책을 가장 보던 사람이 금태섭이었다. 아마 인권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검사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그들만의 공동체에서 인권은 좀 특이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인권을 가장 후지게 보는 데는 그래도 검사가 아니라 생태 진영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권리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고, 동물권은 물론 생명이 없는 것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다. 인간중심주의는 욕 할 때 쓰는 말이 되었다. 그렇기는 한데, 인간의 권리도 우습게 보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한국 사회에서 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설명한다. 물론 윤석열의 기이한 행동은 돈으로도 설명이 잘 안 된다. 장사를 포기하면서까지 이념을 추구하는.. 역시, 드문 존재이기는 하다. 

하여간 이런 얘기들을 틈 나는 대로 정리 좀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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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마굴리스 얘기 간만에 쓰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피카디 나오는 오래된 스타트렉 tv 시리즈 보기 시작했다. 거기에 바이러스 에피소드가 나온다. 바이러스의 변이로 사람 세포가 노화하기 시작해서, 며칠 만에 늙어주는 바이러스성 질환이 생겨났다. 결국 손상되지 않은 원래의 세포 정보를 통해서, 빔업을 통한 동체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세포들을 원래 세포로 재조합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머리 빚는 빚에서 머리카락을 찾아내서 손상되지 않은 원래 세포를 찾아내서, 그 정보로 재조합을 하고, 노화된 세포가 아닌 머리 빚을 당시의 건강한 세포로 다시 순간 이동에서 세포를 재구성, 바이러스성 노화 질환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얘기다. 

이런 게 가능하다면, 젊었을 때 세포 정보를 보존해서 언제든지 그 시절 인체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에피소드는 그리하야 엔터프라이즈호는 다시 또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렇게 끝났다. 

이걸 보면서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린 마굴리스가 별도의 글로, 이딴 건 tv 드라마니까 가능하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고 써놓은 것을 읽은 기억이 났다. 스타트렉에서 가장 논쟁적인 요소가 바로 이 빔업.. 빔으로 사람을 순간 이동시키는 기술. 

한동안 거의 언급할 일이 없었던 린 마굴리스 여사가, 스타트렉과 함께 다시 기억 안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나도 나이를 처먹어서 엄두도 못 낼 일이 되어버렸지만, 도넬라 메도우와 린 마굴리스 그리고 조안 로빈슨 같은 여성학자들을 묶어서 평전을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이것도 여기저기 빨빨거리고 돌아나닐 수 있는 젊은 시절에 했으면 후딱 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애들 보면서, 무리다.. 

하여간 그렇게 마굴리스 얘기를 하면서 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마이너스 섬 게임'이라는 용어를 썼다. 제로 섬 게임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다. 협력, 여전히 어려운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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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책에 대한 단상 2023. 6. 4. 03:38

오늘 대한가정학회 등 몇 개 학회가 공동으로 하는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 발표를 했다. 가끔 이런 기조강연을 하는데, 이번에는 공을 좀 들였다. 요즘 한참 쓰고 있는 저출생에 관한 책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끝나고 나서 고맙다는 연락이 좀 왔다. 나름 생각할 거리가 좀 있었던 것 같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학회에서 하는 일들은 당장은 변화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에겐가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은 물론 아주 작을 수도 있지만. 그런 점에서 학자들이 하는 일과 기자들이 하는 일은 다르다. 

처음 학회에서 발표할 때, 맨 앞 줄에 돌아가신 김수행 선생을 비롯해서 당시 원로들이 많이 앉아 계셨다. 전원 재웠다. 학회에서 참 많은 사람들 재웠다. 한번은 환경 관련된 발표를 했는데, 앞줄에 앉은 사람들은 물론 사회자까지 재웠다. 거의 기록적으로 많은 사람들 재웠다. 

권영길도 재웠고, 단병호도 재웠다. 책 내기 전의 일이다. 그 시절에 나는 너무 날카롭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지만, 발표할 때면 원로들 재우는 걸로도 유명했다. 당황스럽기는 한데, 어쩔 방법이 없었다. 

분명 나는 김수행 선생 깊이 주무시는 걸 봤는데, 나중에 인상 깊게 들었다고 연락이 오기는 했다. <청년을 위한 경제학 강의>에 맨 마지막 글을 그렇게 쓰게 되었다. 그게 커지고 커져서, 결국 50권 가까운 책을 쓰게 되는 단초가 된 거 아닌가 싶다. 짧은 글이었는데, 연락이 참 많이 왔었다. 

돌아보면, 결국에는 경제학자로 평생을 살게 되었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를 한 게 아니라, 그 너머의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몇몇은 좀 더 많은 돈을 위해서, 또 몇몇은 좀 더 나은 대우를 위해서 움직였다. 나는 그냥 돌고 돌아서, 적당히 살아도 되는 삶을 선택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적당히만 한다. 아직은 우리 집 어린이들 돌보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나머지 시간에 적당히… 그러면서 조금은 배우는 것도 있고, 몸 안에 잔뜩 배어있을지도 모르는 근성 같은 게 빠져나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근성, 그딴 건 필요 없다는 걸 배우는 데에 몇 년이 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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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부산 출장이라서 집에 안 오는 날이다. 둘째 병원 데리고 갔다 오고, 저녁까지 준비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냥 우리 집 어린이들과 밖에서 먹었다. 저녁 때 수영장 갈까 말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이제는 자는 것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는 나이일 것 같아서 잠시 갔다 왔다. 

다음 주부터는 우리 집 어린이들 둘 수영 교실을 등록했다. 일주일에 두 번인데, 멀어서 차량 운행은 없단다. 두 번 다 당분간 내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수영장 있는 학교를 다니면 그래도 수영 정도는 좀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형편이 그렇지가 않다. 

글을 쓰면 하루 종일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완전 집중하는 시간을 하루에 두 시간을 내면, 꽤 뭔가 한 날이다. 30대 때에는 며칠씩 밤 새면서 쓰기도 했지만, 이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급하면 두 시간 보다 조금 더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매일 하기도 어렵다. 중간중간 이런저런 일이 생기고, 부탁 받아서 써야 하는 글들도 좀 생기고. 

물론 실제 쓰는 시간은 그렇지만, 굉장히 많은 시간 동안 이것저것 생각을 하기는 한다. 그거야 누구나 다 그렇게 하는 거고. 

되도록이면 뭔가 한다는 티를 안 내려고 한다. 그냥 조용히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일상을 보내려고 하는 게, 내가 세상과 갖는 타협 같은 것 아닌가 싶다. 수영을 하면 그런 데 도움이 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글쎄.. 내 경우에는 택도 없다. 그 정도 가지고 머리 속의 긴장이 풀리지는 않는다. 거의 사람 없는 조용한 수영장에서 명상 하듯이 수영하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동네 수영장에서 꽉 차 있는 데에서 이리저리 피하면서 수영하다 보면, 스트레스 더 받는다.

그래도 끊임없이 웃을 거리를 찾고, 즐거움을 찾아내려고 한다. 올 초까지는 카톡에 생일 뜨면 매번은 아니더라도, 조그만 선물이라도 좀 챙겨서 보내고는 했다. 내가 즐겁지는 않더라도 누구라도 즐거우면 좋은 거 아니냐는 생각이다. 몇 년 전에 정태인 선배 생일이라서 커피 쿠폰 보낸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뒤에도 같이 술을 마신 적이 몇 번 더 있었는데.. 그래도 그 양반한테 살아 생전에 뭐라도 선물을 하게 된 기억이 덕분에 생겼다. 

올해는 둘째한테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얼마 전부터 생일날 카톡으로 선물 보내는 것도 당분간 그만두기로 했다. 아쉽지만, 당분간은 지출 조절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도 내년부터는 생일 선물하는 걸 다시 하려고 한다. 그래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 선물인데, 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그런 걸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이미 벌써 떠난 사람들도 많고. 그 사람들에게 다 갚기는 어렵고, 그냥 나도 일상의 즐거움 같은 것으로 선물이나 되는 대로. 

진정한 즐거움 혹은 깊은 즐거움, 그런 걸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가벼운 즐거움, 간단한 즐거움, 이런 것에는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큰 공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 정도는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잠시 우리는 즐거운 생각을 혹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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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책에 대한 단상 2023. 5. 25. 01:37

전에 다니던 수영장에 저녁 자유 수영이 없어졌다. 한동안 수영 안 하다가 결국은 다른 동네 수영장을 가기 시작했다. 여기는 저녁 자유 수영이 10시다. 늦은 것도 늦은 건데, 사람이 엄청 많다. 

10시에 사람 많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보면, 이게 뭔 짓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늦잠 잘 때면, 늦잠 자도 되는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일어났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다시 잔다. 밤에 수영장 가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끊임없이 안 가도 되는 이유들을 생각한다. 그렇게 어제도 안 갔고, 그저께도 안 갔다. 오늘도 이런저런 핑계가 생겼는데, 야구 보다가, 그만 보고 싶어졌다. 수영이나 가자. 아마 야구 이겼으면 오늘도 안 갔을 것 같다. 

이제 나도 50대 중반이다. 예전처럼 밤 새고, 또 새고, 그렇게는 못 한다. 되는 대로 하고, 안 되면 말고, 그렇게 살아간다. 송파구 살 때 좋았던 건, 수영장이 집 가까이 있었고,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그렇다고 다시 이사 가기도 좀 그렇고. 

그래도 물에 들어가 있으면, 복잡한 생각이 없어져서 좋다. 매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늘 하는데, 사실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이것저것 해봤는데, 나한테는 수영이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물을 좋아하고, 물에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사람 너무 많은 수영장에는, 꾀가 난다. 

사설 수영장도 좀 알아봤었다. 수영장만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골프 연습과 패키지로 되어 있는데, 천만 원 정도 내라는 것 같다. 돌았나 싶었다. 난 골프 연습이나 필드, 이런 건 필요 없는데. 

몸이 노곤한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밀려 있다. 낑낑 대면서, 조금씩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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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보육 관련된 학회들이 하는 합동 학술대회에서 기조 발제 부탁을 받았다. 전에도 한 적이 있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외부에서 하는 일들을 할 수가 없어서 정말 간만이다. 직책을 써달라고 해서, 작가라고 썼다. 작가라고 직업을 적은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돌아가시는 일이 벌어졌고, 연달아 막내 동생도 쓰러지고, 둘째는 병원에 갔다. 이래저래 시간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 재계약 안 했다. 아울러 다른 일도 더 줄여서, 방송도 결국 접었다. 그때부터 나는 은퇴 준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소속 같은 거 물어볼 때 잠시 곤란하다. 보통은 무직이라고 쓰는데, 외부 발표 같은 때에는 그렇게 하기가 좀 미안하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작가라고 했다. 학회에서 교수가 아닌데 발표하거나 그럴 때면 좀 어색하다. 

한국은 약간 판타지 사회와 비슷한 것 같다. ‘대박’이라는 단어가 꽤 긴 시간 동안 인기 단어가 되었다. 소소한 판타지이기는 하다. 최근에 증권으로 꽤 돈을 날린 사람을 안다. 나한테까지 와서 증권 상품 얘기 막 하는데, 못 들은 척 했다. 나이 먹어서 누가 뭐라고 해서 그 얘기 듣는 사람을 잘 보기가 어렵다. 결국은 폭망은 아니더라도 돈 손해를 꽤 봤다. 나이 먹고도 판타지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좀 있다. 꼭 나쁘다고 보지만은 않지만, 그것도 적당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판타지가 없는 편이다. 원하는 게 없으니까, 더 갖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그냥 대체적으로 하루하루 행복해하면서 살고 있다. 고통스럽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다. 아니,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지지 않았으면 그게 행복이다. 

별 판타지가 없는 사람들도 해외 여행에 대한 판타지가 있거나, 아니면 좋은 술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할 해외여행보다 더 많이 이미 30대에 다 했다. 포도주에 대한 판타지도 없다. 어지간한 사람들 평생 마실 포도주보다 더 많은 양을 이미 20대에 마셔버렸다. 차에 대한 판타지도 없다. 차는 그냥 잘 가면 그만이다. 내년까지는 지금 타는 모닝을 그냥 탈 생각이다.

판타지가 없어도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무 상관없는 것 같다. 특히나 이 글이 성공하면, 이 책이 성공하면, 그런 종류의 판타지는 거의 없다. 이 주제가 사회에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그리고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인가 아닌가, 그런 몇 가지만 가지고 판단한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느냐, 그런 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거야 당연한 거고. 몇 번 약속했다가 못 쓴 적이 있다. 상황이 바뀌어서 못 한 것도 있고, 같이 준비했던 에디터가 그만두게 되어서 못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해서 생겼던 일인 것 같다. 이제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의욕만으로 시작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일만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영원한 삼미팬인 것 같다. 칠 수 있는 공만 치고, 잡을 수 있는 공만 잡는. 야구에서 그러면 난리 나지만, 개인이 한 평생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 문제없는 것 같다. 

책을 쓰면 좋은 점은, 알고 있는 것 전부는 물론이고 살아온 인생을 전부 한 번 뒤집어보게 된다는 점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써도 마찬가지다. 삼백 페이지 이상을 쓰기 위해서는 그런 과정이 몇 번 필요하다. 나는 책을 쓰기 전에 목차를 만들어 놓고 쓰지는 않는다. 물론 논문 쓸 때에는 나도 그렇게 한다. 펜으로 종이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여러 차례 시도해보기는 하는데, 그래도 형식을 고정시켜 놓거나, 세부 목차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목차를 정해 놓고 쓰면, 결국은 채우는 방식으로 쓰게 된다. 여기에서는 이 정도, 저기에서는 이 정도.. 그러면 재미도 없고, 쓰기 싫어서 쓴 게 결국 티가 난다. 기능적으로 책을 쓰고 싶지는 않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렇게 하면 당장 내가 재미가 없어서 읽기가 싫어진다. 나도 읽기가 싫은 걸 누가 읽겠느냐. 그런 건 이미 많이 썼더라도, 그냥 덮어버리는 게 낫다. 책 내고 후회하느니, 아예 중간에 접고 아쉬워하는 게 낫다. 

목차 없이 한 절 한 절,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내용을 쓰는 게 그래도 낫다. 이것도 작업 노하우라면 일종의 노하우다. 

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책을 쓰는 법에 관한 책을 내가 쓴다면, 제일 앞에 나올 얘기 중의 하나가 목차 같은 것은 잊어버리라는 것이 될 것 같다. 목차를 써놓고 책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진짜로 내용하고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목차 같은 게 없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고생스럽기는 하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마무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도 그 정도 어려움은 참고 넘어서는 게 낫다고 본다. 시를 쓸 때 이 시를 몇 연으로 하겠다고 미리 정해놓은 시인이 있을까? 쓰다 보면 연을 넘겨야 하는 순간이 오고, 때로는 뒤집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책 쓰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목차는 구조적 흐름을 만들 것 같지만, 그건 정말 목차만으로 내용이 손에 잡힐 것 같은 도사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그런 도사가 아니다. 결국은 한 줄 한 줄 승부 보는 수밖에 없다.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제목이 이래저래 자리를 못 잡았던 책인데, 이제 1장 끝내고 잠시 쉬는 중이다. 쓰면서 보니까 이 제목이 딱 맞는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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