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59건

  1. 2024.11.01 일정 고민..
  2. 2024.10.26 어린이용 도서.. 1
  3. 2024.10.25 잘 적응 안 되는 삶.. 2
  4. 2024.10.25 죽음 에세이, 몸 풀기.. 1
  5. 2024.10.21 황태국.. 2
  6. 2024.10.13 평화 경제학.. 2
  7. 2024.10.11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2
  8. 2024.09.18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고..
  9. 2024.07.03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 북펀딩..
  10. 2024.06.21 휴식 중.. 1

미래에 대해서, 나도 몇 가지 예상들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일정을 잡기 위한 실용적인 이유다. 지난 달부터 윤석열은 6개월 버티기가 어렵다고 보기 시작했다. 보통은 지방 선거를 중심으로 일정을 보는데, 그 전에 대선이 먼저 있을 수도 있다. 대선 가까워지면 책은 별로 안 보니까 가급적 그 시간은 좀 피하고 싶다. 내년 상반기에 준비하려고 하는 책 중에 젠더 경제학이 있다. 최근 전세계 주요 선거에서 젠더가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에, 별로 관심 없이 보던 미국 대선을 이번에는 좀 자세하게 보는 중이다. 야.. 이건 정말 예측이 어렵다. 트럼프 우세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인데, 꼭 그렇게 갈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젠더 투표 양상을 점점 더 많이 보인다. 남성은 트럼프, 여성은 해리스.. 나도 잘 몰랐었는데, 미국의 투표율은 여성 쪽이 조금 더 높다는 것 같다. 우와. 더럽게 어렵다. 생각보다 외국 선거는 연령별, 성별 데이타를 찾기가 어렵다. 하여간 이건 진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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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 도서관에서 원고를 부탁받았다. 어린 시절 읽었던 책 한 권을 소개해달라는 건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사실 <독짓는 늙은이>다. 이게 내 돈 주고 산 첫 번째 책이라서 그렇다. 그 이후로 고등학교 때까지 소설만 읽었다. 그래도 6학년 그것도 거의 끝나갈 때 읽은 거라,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기는 좀 그렇다. 

하고 싶은대로 하면 <드라큘라>가 딱이다. 클로버 문고로 봤는데, 이건 진짜로 평생 영향을 미쳤다. 흡혈귀 영화는 어지간한 건 다 봤다. 별 시덥지 않은 b급 영화도 흡혈귀가 소재면 기회 되는 대로 봤다. 

또 다른 하나는 <스타워즈>인데, 이건 판권 문제인지, 국내에서는 더 이상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아쉽. 이것도 진짜 엄청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린이들이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린이들을 독자로 하는 글은 어렵다. 이래저래 이번에도 찰스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고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책도 어렵다. 

쓰는 건 어렵지 않지만, 책을 고르는 게 어렵다. 오늘은 써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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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도 별로 없는데, 하루가 왜 이렇게 후딱후딱 가는지 모르겠다. 신문에 글을 하나 썼는데, 결국 뭘 쓸지만 며칠을 고민을 했다. 한참 돌아다니던 시절에는 늘 다루어야 하는 주제가 넘쳤는데, 요즘은 하는 일이 없으니까.. 주변에 얘기가 넘치지는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그럼 깊이가 더 생겼는가? 그러면야 얼마나 좋겠냐만은.. 사는 건 그냥 지지리 궁상일 뿐이다. 속도가 늦어졌고, 하는 일이 줄었다고 해서 저절로 깊이가 생기지는 않는다. 천천히 한다고 깊이가 생기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딴 건 없다. 

그럼 포용력은 늘었는가? 그럴 리가. 그래도 화는 좀 덜 내게 된 것 같다. 원래도 화를 많이 내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거의 화를 내는 일이 없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화 내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에너지 소모가 많다. 화를 낼 정도로, 누군가의 흉을 볼 정도로,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지는 않는다. 포용력이 늘어난 게 아니라, 귀찮아서 화를 안 낸다고 하는 게 솔직한 상황일 것이다. 

아마 회사에서 지금처럼 일을 대충대충 했으면, 바로 쫓겨났을 것 같다. 솔직하게는 그렇다. 

그래도 일 년에 책 세 권을 쓰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이렇게 나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렇지만 내가 나를 속일 수는 없다. 사실 하는 일이 별로 없기는 하다. 그렇다고 대오각성을 해서,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하자”,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냥 주어진 시간을 조금 더 즐기는 수밖에. 

오늘은 아내가 지방 출장 중이다. 저녁 때 어린이들 밥 먹이는 게 가장 큰 일인데, 이것저것 정신이 없어서.. 그냥 동네 작은 식당에 가서 백반 먹었다. 매운 반찬이 너무 많아서, 내 몫으로 나온 고등어까지 둘째 줬다. 큰 애는 감기 기운이 있다. 보일러를 틀었는데, 그래도 춥다고 내가 밖에 나갈 때 입는 조끼 잠바까지 껴 입고 잔다. 둘째는 덥다고 웃통을 벗었다. 하이고.. 돌아비리. 

이번 주에는 노벨경제학상 탄 책을 읽기로 했다. 도서관 책 끝나면, 다음 책 시작하기 전에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을 읽을 생각이다. 김탁환 소설은 뜨문뜨문 읽어서, 읽은 것도 있고, 안 읽은 것도 있다. <불멸의 이순신>은 드라마만 봤지, 책은 못 읽었다. 뭔가 했다, 그런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역시 긴 걸 한 번 해야. 어렵고 곤란한 걸 한 번 해야 그래도 소소한 성취감이라도 생기는데, 역시 그럴 때에는 장편 소설만한 게 없다. 

어영부영, 대충대충,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던 스타일로 사는 중이다. 되면 하고, 안 되면 말고.익숙하지 않은 방식인데, 이것도 몇 년 하니까, 이제 조금씩은 익숙해져 간다. 왜 이렇게 별 거 하지도 않았는데, 하루가 가지? 여기에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루가 지났으면 뭐라도 했어야 하는데, 어린이들 보다 보면, 또 그냥 하루가 훌렁훌렁 간다. 여전히 이렇게 대충 사는 삶이 잘 적응이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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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경제학은 이제 차분하게 인터뷰 작업을 좀 더 하고, 미친한 부분을 채워넣는 단계로 넘어갔다. 원고에 대한 의견도 좀 더 받아보면서, 아쉬운 부분들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간이 좀 더 걸려도, 이 얘기를 또 다를 기회는 없을 것 같아, 좀 더.

이제 슬슬 연초에 해놓고, 일단은 미루어두었던 죽음 에세이를 손 보는 작업으로 넘어갈 시간이다. 그렇다고 직접 원고 작업은 도서관 책 끝내야 할 건데, 제목을 잡거나, 전체적인 톤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할 시간이다. 

죽음 에세이에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들은 저출생 책 고치면서, 거기로 퍼갔다. 일단 그게 급해서, 먼저 갔다 쓰기는 했는데.. 나중에 다시 채우면서 재구성을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한 번 하기는 해야 하는 일이라서, 이번 가을에는 그 일을 할 시간이다. 

이거 쓸 때만 해도 내가 아주 편안한 시간이었다.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말 살면서 그런 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사실 그렇게 맘 편하지 않으면 죽음에 대한 얘기를 다루기가 어렵다. 그때도 꽤 마음도 힘들고, 감정 소모도 많은 작업이기는 하지만, 내가 워낙 편해서 그 정도는 끄덕없이 버텼다. 별 거 아닌 얘기라도, 죽음과 관련된 글은 마음이 편치가 않다. 버티면서 하는 일이다. 

도서관 경제학 책을 쓰면서 한 번도 안 해 본 경험을 하기는 했다. 도서관 역사 정리하면서 없는 자료들 뒤지고 볶고, 한자 가득한 60년대 스캔본 논문들을 죽어라고 읽고.. 뭐 역사 작업이 그렇듯이 지루하고 끝없는 일을 반복적으로 했다. 그래도 책 제목이 “힘내라, 도서관!”이라서 그랬는지, 그렇게 지치는 느낌이 없었다. 물론 넘겨 두고 갔던 학교 도서관 문제를 정리할 때에는, 너무 어려워서 죽는 줄 알기는 했다. 그건 너무 복잡하고 난이도도 너무 높았다. 전체적으로는 제목 덕을 좀 본 것 같다. 

앞으로도 가능하면 덜 지치고, 보는 사람도 좀 에너지가 생길 수 있는, 그런 제목과 그런 톤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을 책을 쓰는 게, 나에게도 좋고, 독자에게도 좋을 것, 그런 느낌을 받았다. 물론 쉽지 않다. 내가 다루는 주제들이 대부분 힘든 사람들에 관한 것들이 많다. 그걸 너무 밝게 하기가 쉽지는 않다. 까딱하면 조롱처럼 보일 위험성도 높다. 그래도 가능하면 좀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날카롭고 예리한 것이 멋있어 보이는 나이가 이젠 지난 것 같다. 어디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내가 그런 감정을 잘 견디기가 어렵다. 

하여간 그 사이에 나에게도 좀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잘 버틸 것 같던 둘째가 몇 주 전에 다시 입원을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면 손이 좀 덜 갈까 했는데, 아직은 아닌갑다. 내년에도 좀 더 봐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으셨다. 항암 치료를 시작하셨다. 나이가 많으셔서 수술은 어렵다. 병원 도움을 받으면서 관리하면서 사시는 방법 밖에 없다. 인생이 그렇다. 늘 편한 시간만 있을 수는 없다. 어쨌든 일상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일들이 좀 생겨났다. 마냥 편하다고만 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일단 제목이 문제다. 죽음을 넣고 갈지, 빼고 갈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죽음 에세이인데, 제목에서 죽음을 빼면 너무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죽음을 넣고 해보면, 뭘 넣어도 결코 무겁지 않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결코 가볍지 않은 제목이 되어버렸던. 죽음도 그렇 특징을 가진 단어다. 뭘 어떻게 꾸며도 그 무거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여간 아직은 잘 모르겠고.. 좀 더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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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국..

책에 대한 단상 2024. 10. 21. 20:06

피곤하기도 하고, 신경도 바짝 서 있어서 저녁은 그냥 시켜먹을려고 했다. 큰 애는 좋다고 하는데, 둘째는 살 찐다고 싫다고 한다. 냉장고를 보니까, 주말 내내 밥을 먹었더니 먹을 게 없다. 그냥 황태국 끓였다. 딱 하나 남은 양파를 썼고, 파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다 털어넣고 나면 내일 쓸 게 없어서 조금만 잘라 넣었다. 새우젓도 마지막이라 탈탈 털어넣었다. 이것도 새로 시켜야 한다. 아내랑 강화도 가서 심심해서 새우젓 사오던 시절이 잠시 생각났다.

어린이들 저녁밥 해 먹이고 나니까 한 시간이 후딱 갔다. 시장 보는 것까지 하면 두 시간이다. 밥 하면서 쓰레기도 버렸다. 전에는 10시 넘어서 가져 가더니, 얼마 전부터 6시만 되면 가지고 간다. 지난 주에 비가 와서 쓰레기가 밀렸다. 그래도 요즘은 우리 집 어린이들이 쓰레기 들고 나가는 건 한다. 둘째는 아직 무거운 걸 못 들어서 비닐 쓰레기 정도, 큰 애는 고양이 모래가 든 아주 무거운 봉투.

nhk에서 했던 <여자 성주 나오토라>를 너무너무 재밌게 봤다. 다시 보는 중이다. 내용은 물론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봤는데, 이렇게 재밌는 건 줄 몰랐다. 아무도 안 보는 nhk 대하 드라마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시청률도 15% 가까이 나왔나보다. 대충대충 봐서 다시 보려고 하는데, 주인공급의 남자 주인공이 나중에 자살했다는.. 사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한중일의 평화경제학>을 포기할까 하다가, 얼마 전부터 그냥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 아쉬운 대로 일본 얘기들을 좀 모아보는 중이고, 중국 얘기들은 조금 천천히. 책을 쓰는 건 한순간이다. 나는 마지막 페이지에 쓸 얘기가 잡혀야 책 쓸 준비가 되었다고 본다. 골문 앞으로 드리볼 해가는 것과 같다. 어디서 골을 넣을지가 생각이 나야 첫 페이지, 첫 문장이 시작될 수 있다. 일단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마지막 지점을 향해서 그냥 달려가는 편이다. 그때까지는 여러 권의 책들을 동시에 준비한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요즘 일본 대하 드라마들을 좀 봤더니, nhk에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었는지 좀 알 것 같다. 내막을 알고 보면, 그 기획의도에서 감동적인 게 좀 있다. 일본에도 평화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윤석열이 '가짜 평화'라고 하는 말이, 적어도 일본 평화헌법의 정신에서는, 그게 평화냐, 그런 질문이 나올만 하다. 평화헌법과 보통헌법 사이의 갈등, 밥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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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전쟁 때문에 기자회견을 안 한다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50권째 책으로 준비하던 게 '한중일의 평화 경제학'이었다. 중국에 대한 공부가 너무 안 되어 있어서 좀 뒤로 미루던 게, 아주 뒤로 밀리게 되었다. 이승만까지 끝내면, 할 생각이다. 그래도 이게 미리 봐야 할 게 너무 많은 데다가, 중국 쪽 자료는 별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원래는 올해 북경도 한 번 갔다올까 싶었는데.. 형편이 그렇게 되지 않아서, 그것도 잠시 미루어둔. 동경은 겨울에 갈 계획이 있다. 

생태경제학의 관점에서 다루는 평화, '촌놈들의 제국주의' 때 한 번 다룬 적이 있었다. 그걸 좀 더 버전을 넓혀서 역내 관점에서 할 생각인데.. 그리고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환갑이라는 나이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4년 밖에 안 남았다. 환갑 전에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제는 이 책 준비를 조금씩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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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어머니의 폐암 소식과 함께 왔다. 지지부진한 내 삶 한 가운데에 갑자기 던져진 이 소식은 잠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꼭 한국인이 수상을 한 것이라서 기쁜 것만은 아니다. 책의 위기, 소설의 위기, 문학의 위기, 기초 학문의 위기, 이런 것들이 요즘 내가 다루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그 참기 어려운 속물주의.. 그 무게감을 이겨내기 힘들었고, 그냥 지지부진하게 살고 있었다. 겨우겨우 이 시절을 버티면서 그냥 살고만 있었다. 그 속에서 가치를 지키는 것, 그런 삶의 의미를 잠시 생각했다. 

대학교 때까지는 노벨상 탄 소설들을 읽었었다. 중학교 때 일본 소설들을 읽으면서, 이게 노벨상 탄 거라매? 재미 없는 데도 그냥 참고 읽던 시절들 생각이 잠시 났다. 김대중이 노벨상 탈 때에는 사실 기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한강의 노벨상은, 기뻤다. 김대중과 한강, 사실 윤석열의 시간과는 정반대에 있다. 이제 이 시간을 좀 더 기쁘고 의미 있게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한강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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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고".. 요즘 누가 안부를 물어보면 주로 하는 말이다. 연초에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시간들을 보냈었다. 세상 사는 게 맘대로 되는 건 아니라서,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일단은 버티는 방법 밖에 없다.
 
어머니의 암 조직 검사 결과 기다리는 중이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별 거 없다.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많은 것들이 지금 그렇다. 간만에 탄호이저 서곡을 들었다. 바그너를 좋아했던 때도 있고, 싫어했던 때도 있다. 그래도 탄호이저 서곡을 듣다 보면, 이 세상 노래가 아니라 하늘의 노래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그렇게 뭔가 좋아했던 것들을 찾아 듣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좀 보내려고 한다. 안 되는 일만 생각하면 너무 늘어지고, 우울해진다. 그래도 되는 일을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명랑한 삶을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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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중..

책에 대한 단상 2024. 6. 21. 09:01

문헌정보학 관련된 책 몇 권 주문했다. 하이고 비싸다. 책값 걱정하지 않고 살고 싶은데, 이 나이가 되고도 아직 그런 상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한참 내 책들이 잘 팔릴 때에는 출판사에 부탁해서 자료들을 샀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같아서는 그렇게 했다가는 겁나게 욕 처먹을 것 같다. 아직은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책을 낼 수 있다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이번 주에 저출생 책 마무리를 해서, 이번 주는 밀린 소일이나 하면서 쉬기로 했다. 사실 그렇게 하는 중이다. 마루에서 쓰던 스피커 유닛 하나가 눌려서 망가진 게 있다. 수리는 되기는 하는데, 서비스 센터가 과천에 있다. 우와. 멀기도 멀지만, 어떤 수를 써도 대표적으로 막히는 데를 몇 군데 통과해야 한다. 그냥 티맵 따라갔더니, 88로 이리저리 돌린다. 교차로가 몇 킬로가 밀려 있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끝이 안 날 것 같아서, 그냥 아는 길로. 몇 년만에 남태령 고개를 넘어갔다. 유닛 교체야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이지만, 그래도 며칠 기다려야 한다는 것 같다. 한 번 더 가야 한다. 이게 과연 쉬는 건지,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도서관 얘기의 기본을 정리한 것은 벌써 몇 년 전이지만, 그 사이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책 안 좋아하는 정권이 들어왔고, 도서관 푸대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말까지는 보내고 일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자료를 구하는 건 미리 좀 해놓아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왜 책을 쓸까? 지키고 보호하고, 그럴 존재들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어했다. 약한 사람, 무시당하는 존재, 그런 얘기들이 더 마음을 움직였다. 잘난 사람, 성공한 사람, 어마무시한 사람, 그런 존재들은 나 말고도 얘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려운 곳은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즐거움만 너무 찾는 사람들은 힘든 얘기들을 피하고 싶어한다. 괜히 우울해진다고 하는 사람도 보았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래도 나는 그런 얘기들이 더 마음을 움직였다. 성공 사례는 사실 정신적인 에너지가 덜 든다. 유쾌하고 즐겁고, 때로는 짜릿하기도 하다. 어려운 사람들 얘기는 에너지가 더 많이 들어간다. 정서적으로 그걸 감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심호흡도 몇 배는 더 많이 해야 하고. 

유행이 있다. 시기마다 사람들 눈이 더 많이 가는 곳이 있고, 더 많이 보고 싶어하는 스타일들이 있다. 

어려운 것에 대한 얘기는 유행과는 반대 방향인 경우가 많다.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고, 때로는 피하고 싶은 것들이라서, 유행 반대 방향에 놓이게 된다. 좋은 점은, 유행이 따로 없다는.. 어차피 사람들은 관심 없으니까. 

이렇게 사람들 별로 관심 안 가는 것들을 오랫동안 다루다 보면, 돈이 제일 중요할 것 같지만, 사실 돈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통장이 완전 텅텅 비면 좀 다르겠지만, 그런 바닥권만 아니라면 그 이상 돈이 많거나 혹은 잔고가 좀 줄거나, 그런 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서적 안정이 아닐까 싶다. 좀 무덤덤해야 하고, 감정이 너무 크게 움직이지는 않아야 한다. 감정이 너무 움직이면, 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게 된다. 뭘 한다고 해서 엄청나게 좋아지지는 않지만, 아무 것도 안 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않는다. 아주 약간의 일에 보람을 느끼는, 그런 덤덤한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무시하는 건 mb가 좀 그랬는데, 윤석열은 거기에 비할 것도 아니다. 하여간 무척이나 희한한 집단이 길 가다가 어마무시한 몇 억짜리 수표가 잔뜩 든 지갑을 주운 것 같은 세상이 되었다. 책은 별로 안 읽어도 그래도 도서관은 중요하다는 얘기 정도는 하는데.. 이 아저씨는 영화도 거의 안 본 것 같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오드리 햅번의 첫 데이트가 보석 가계와 시립 도서관, 두 군데였다. 두 사람의 꿈을 하나씩 이루어보는.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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