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기도 하고, 신경도 바짝 서 있어서 저녁은 그냥 시켜먹을려고 했다. 큰 애는 좋다고 하는데, 둘째는 살 찐다고 싫다고 한다. 냉장고를 보니까, 주말 내내 밥을 먹었더니 먹을 게 없다. 그냥 황태국 끓였다. 딱 하나 남은 양파를 썼고, 파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다 털어넣고 나면 내일 쓸 게 없어서 조금만 잘라 넣었다. 새우젓도 마지막이라 탈탈 털어넣었다. 이것도 새로 시켜야 한다. 아내랑 강화도 가서 심심해서 새우젓 사오던 시절이 잠시 생각났다.
어린이들 저녁밥 해 먹이고 나니까 한 시간이 후딱 갔다. 시장 보는 것까지 하면 두 시간이다. 밥 하면서 쓰레기도 버렸다. 전에는 10시 넘어서 가져 가더니, 얼마 전부터 6시만 되면 가지고 간다. 지난 주에 비가 와서 쓰레기가 밀렸다. 그래도 요즘은 우리 집 어린이들이 쓰레기 들고 나가는 건 한다. 둘째는 아직 무거운 걸 못 들어서 비닐 쓰레기 정도, 큰 애는 고양이 모래가 든 아주 무거운 봉투.
nhk에서 했던 <여자 성주 나오토라>를 너무너무 재밌게 봤다. 다시 보는 중이다. 내용은 물론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봤는데, 이렇게 재밌는 건 줄 몰랐다. 아무도 안 보는 nhk 대하 드라마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시청률도 15% 가까이 나왔나보다. 대충대충 봐서 다시 보려고 하는데, 주인공급의 남자 주인공이 나중에 자살했다는.. 사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한중일의 평화경제학>을 포기할까 하다가, 얼마 전부터 그냥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 아쉬운 대로 일본 얘기들을 좀 모아보는 중이고, 중국 얘기들은 조금 천천히. 책을 쓰는 건 한순간이다. 나는 마지막 페이지에 쓸 얘기가 잡혀야 책 쓸 준비가 되었다고 본다. 골문 앞으로 드리볼 해가는 것과 같다. 어디서 골을 넣을지가 생각이 나야 첫 페이지, 첫 문장이 시작될 수 있다. 일단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마지막 지점을 향해서 그냥 달려가는 편이다. 그때까지는 여러 권의 책들을 동시에 준비한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요즘 일본 대하 드라마들을 좀 봤더니, nhk에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었는지 좀 알 것 같다. 내막을 알고 보면, 그 기획의도에서 감동적인 게 좀 있다. 일본에도 평화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윤석열이 '가짜 평화'라고 하는 말이, 적어도 일본 평화헌법의 정신에서는, 그게 평화냐, 그런 질문이 나올만 하다. 평화헌법과 보통헌법 사이의 갈등, 밥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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