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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23.04.10 아버지 1주기.. 4
  9. 2023.02.25 검사들의 시대.. 6
  10. 2023.02.24 일본 유신회..

수영..

책에 대한 단상 2023. 5. 25. 01:37

전에 다니던 수영장에 저녁 자유 수영이 없어졌다. 한동안 수영 안 하다가 결국은 다른 동네 수영장을 가기 시작했다. 여기는 저녁 자유 수영이 10시다. 늦은 것도 늦은 건데, 사람이 엄청 많다. 

10시에 사람 많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보면, 이게 뭔 짓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늦잠 잘 때면, 늦잠 자도 되는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일어났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다시 잔다. 밤에 수영장 가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끊임없이 안 가도 되는 이유들을 생각한다. 그렇게 어제도 안 갔고, 그저께도 안 갔다. 오늘도 이런저런 핑계가 생겼는데, 야구 보다가, 그만 보고 싶어졌다. 수영이나 가자. 아마 야구 이겼으면 오늘도 안 갔을 것 같다. 

이제 나도 50대 중반이다. 예전처럼 밤 새고, 또 새고, 그렇게는 못 한다. 되는 대로 하고, 안 되면 말고, 그렇게 살아간다. 송파구 살 때 좋았던 건, 수영장이 집 가까이 있었고,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그렇다고 다시 이사 가기도 좀 그렇고. 

그래도 물에 들어가 있으면, 복잡한 생각이 없어져서 좋다. 매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늘 하는데, 사실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이것저것 해봤는데, 나한테는 수영이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물을 좋아하고, 물에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사람 너무 많은 수영장에는, 꾀가 난다. 

사설 수영장도 좀 알아봤었다. 수영장만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골프 연습과 패키지로 되어 있는데, 천만 원 정도 내라는 것 같다. 돌았나 싶었다. 난 골프 연습이나 필드, 이런 건 필요 없는데. 

몸이 노곤한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밀려 있다. 낑낑 대면서, 조금씩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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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보육 관련된 학회들이 하는 합동 학술대회에서 기조 발제 부탁을 받았다. 전에도 한 적이 있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외부에서 하는 일들을 할 수가 없어서 정말 간만이다. 직책을 써달라고 해서, 작가라고 썼다. 작가라고 직업을 적은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돌아가시는 일이 벌어졌고, 연달아 막내 동생도 쓰러지고, 둘째는 병원에 갔다. 이래저래 시간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 재계약 안 했다. 아울러 다른 일도 더 줄여서, 방송도 결국 접었다. 그때부터 나는 은퇴 준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소속 같은 거 물어볼 때 잠시 곤란하다. 보통은 무직이라고 쓰는데, 외부 발표 같은 때에는 그렇게 하기가 좀 미안하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작가라고 했다. 학회에서 교수가 아닌데 발표하거나 그럴 때면 좀 어색하다. 

한국은 약간 판타지 사회와 비슷한 것 같다. ‘대박’이라는 단어가 꽤 긴 시간 동안 인기 단어가 되었다. 소소한 판타지이기는 하다. 최근에 증권으로 꽤 돈을 날린 사람을 안다. 나한테까지 와서 증권 상품 얘기 막 하는데, 못 들은 척 했다. 나이 먹어서 누가 뭐라고 해서 그 얘기 듣는 사람을 잘 보기가 어렵다. 결국은 폭망은 아니더라도 돈 손해를 꽤 봤다. 나이 먹고도 판타지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좀 있다. 꼭 나쁘다고 보지만은 않지만, 그것도 적당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판타지가 없는 편이다. 원하는 게 없으니까, 더 갖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그냥 대체적으로 하루하루 행복해하면서 살고 있다. 고통스럽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다. 아니,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지지 않았으면 그게 행복이다. 

별 판타지가 없는 사람들도 해외 여행에 대한 판타지가 있거나, 아니면 좋은 술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할 해외여행보다 더 많이 이미 30대에 다 했다. 포도주에 대한 판타지도 없다. 어지간한 사람들 평생 마실 포도주보다 더 많은 양을 이미 20대에 마셔버렸다. 차에 대한 판타지도 없다. 차는 그냥 잘 가면 그만이다. 내년까지는 지금 타는 모닝을 그냥 탈 생각이다.

판타지가 없어도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무 상관없는 것 같다. 특히나 이 글이 성공하면, 이 책이 성공하면, 그런 종류의 판타지는 거의 없다. 이 주제가 사회에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그리고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인가 아닌가, 그런 몇 가지만 가지고 판단한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느냐, 그런 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거야 당연한 거고. 몇 번 약속했다가 못 쓴 적이 있다. 상황이 바뀌어서 못 한 것도 있고, 같이 준비했던 에디터가 그만두게 되어서 못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해서 생겼던 일인 것 같다. 이제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의욕만으로 시작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일만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영원한 삼미팬인 것 같다. 칠 수 있는 공만 치고, 잡을 수 있는 공만 잡는. 야구에서 그러면 난리 나지만, 개인이 한 평생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 문제없는 것 같다. 

책을 쓰면 좋은 점은, 알고 있는 것 전부는 물론이고 살아온 인생을 전부 한 번 뒤집어보게 된다는 점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써도 마찬가지다. 삼백 페이지 이상을 쓰기 위해서는 그런 과정이 몇 번 필요하다. 나는 책을 쓰기 전에 목차를 만들어 놓고 쓰지는 않는다. 물론 논문 쓸 때에는 나도 그렇게 한다. 펜으로 종이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여러 차례 시도해보기는 하는데, 그래도 형식을 고정시켜 놓거나, 세부 목차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목차를 정해 놓고 쓰면, 결국은 채우는 방식으로 쓰게 된다. 여기에서는 이 정도, 저기에서는 이 정도.. 그러면 재미도 없고, 쓰기 싫어서 쓴 게 결국 티가 난다. 기능적으로 책을 쓰고 싶지는 않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렇게 하면 당장 내가 재미가 없어서 읽기가 싫어진다. 나도 읽기가 싫은 걸 누가 읽겠느냐. 그런 건 이미 많이 썼더라도, 그냥 덮어버리는 게 낫다. 책 내고 후회하느니, 아예 중간에 접고 아쉬워하는 게 낫다. 

목차 없이 한 절 한 절,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내용을 쓰는 게 그래도 낫다. 이것도 작업 노하우라면 일종의 노하우다. 

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책을 쓰는 법에 관한 책을 내가 쓴다면, 제일 앞에 나올 얘기 중의 하나가 목차 같은 것은 잊어버리라는 것이 될 것 같다. 목차를 써놓고 책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진짜로 내용하고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목차 같은 게 없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고생스럽기는 하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마무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도 그 정도 어려움은 참고 넘어서는 게 낫다고 본다. 시를 쓸 때 이 시를 몇 연으로 하겠다고 미리 정해놓은 시인이 있을까? 쓰다 보면 연을 넘겨야 하는 순간이 오고, 때로는 뒤집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책 쓰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목차는 구조적 흐름을 만들 것 같지만, 그건 정말 목차만으로 내용이 손에 잡힐 것 같은 도사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그런 도사가 아니다. 결국은 한 줄 한 줄 승부 보는 수밖에 없다.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제목이 이래저래 자리를 못 잡았던 책인데, 이제 1장 끝내고 잠시 쉬는 중이다. 쓰면서 보니까 이 제목이 딱 맞는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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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게 내가 하는 일이 되었다. 물론 작년에는 책이 아예 안 나오기도 했다. 

어느 집이나 그렇지만, 우리 집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재작년 겨울,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신 후, 6개월 정도 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연이어 막내 동생이 쓰러졌었다. 그런 건 큰 일이다. 

지난 가을에도 둘째는 병원에 입원을 했다. 그런 건 작은 일이다. 그리고 또 큰 일이 생기기도 하고. 

어머님 생신이셨는데, 움직일 형편이 안 되어서 그냥 간장게장 선물 보내고 넘어갔다. 원래는 멍게장을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평소에 드시던 음식이 아니라서 어떨지 몰라서 그냥 안전하게. 

나에게는 꽤 긴 기간 동안 별 특별한 일도 벌어지지 않고, 그냥 아무 일도 없이 지내는 중이다. 평탄하다면 평탄하게, 무료하다면 무료하게 지내는 중이다. 

책을 쓰는 게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랫동안 책을 내고 싶었던 것은 맞다. 그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인지, 그건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마 영광을 구하는 스타일이거나, 뭔가 좀 화끈한 걸 원하는 성격 혹은 남들 앞에 서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면 이렇게 사는 게 좀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는 했는데, 이제 그렇게 학교에 왔다갔다 하기에는 나도 좀 나이가 많다. 그리고 애들 보면서 하려니까, 시간 관리가 안 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가리친다는 건 이제 포기했다. 그리고 나니까 특별히 답답할 건 없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책을 쓰고 싶어서 책을 낸 건 아니고, 할 얘기가 있어서 책을 썼던 것 같다. 책을 쓰기 위해서 엄청나게 그때부터 준비를 하거나 그런 적은 별로 없다. 이미 알고 있고, 언젠가 얘기하기로 생각하고 있던 게 차례가 되면 그걸 쓰는 스타일이다. 통계나 자료를 확인하는 것 말고, 이제부터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면.. 그런 책은 쓰지 않는다. 아니 못 쓰는 거다. 이미 관련된 경험이나 하고 싶은 얘기가 차서 한 권이라는 분량 안에 어떻게 담아야 할지, 설계와 압축 같은 게 문제일 때 출간 목록에 올린다. 궁금하거나 알고 싶다, 그런 정도의 상태에서는 책까지 쓰는 건 무리다. 

내년이나 후년 어디쯤에서 50권이 될 것 같다. 아마 그 정도면 내가 알고 있는 게 바닥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후에는 뭐하면서 살지, 아직 생각해둔 게 없다. 그런 것까지 미리 생각할 여유는 별로 없었다.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아주 어려서부터도 그랬고, 그후로도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뭐 특별하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런 성격이 책 쓰는 데에는 잘 맞는 것 같다. 특히 지금처럼 책이 어려울 때에는 말이다. 

그래도 책을 쓰면서 지금까지 짧은 몇 번의 기간을 제외하면, 세 끼 밥 먹고 사는 데 불편하지 않았고, 크게 곤란을 느낀 적도 없다. 엄청나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재가 영화 <오 브라더스>에서 말했던 것처럼 “제 마음대로 살겠습니다”, 그런 스타일로 살았던 것 같다. 

내가 편안해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사정이 마음에 들어온다. 편안해지면 더 위를 보고, 더 큰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난 그러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편안해지면 주변에 굶는 사람은 없는지, 내가 누리는 이 작은 편안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가게 된다. 대체적으로 그렇게 살았다. 

내가 가장 형편 없는 사람으로 보는 집단은 자녀의 행복에 목숨을 건 부자들이다. 사람이 돈을 좀 벌면, 그 다음에 자녀가 평생 살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래서 거기까지 간 사람들을 좀 안다. 그 다음에는? 그 시점에는 보통 손주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다음부터는 손주 먹고 사는 것까지 해놓는다고 또 죽어라고 산다. 그냥 옆에서 내가 지켜본 것은, 그때가 딱 이혼에 대한 위기가 오는 순간인 경우가 많다. 자식 생각, 손주 생각을 하면서 평생 열심히 산 것 밖에 없다고 하는데, 사는 건 그런 게 아니다. 그냥 돈을 쫓아 평생 달려온 거고, 정작 식구들은 거기에서 소외되었을 상황이 많다. 

아주 나이 먹은 사람들은 그래도 부인들이 그냥 버티고 참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 또래만 되어도 그런 부인은 별로 없다. 손자까지 생각하면서 죽어라고 살면, 딱 그때 이혼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후회를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니 후회라도 하면 그래도 좀 해결할 방법이 있다. 후회도 안 하고, 분노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았다. 배신감에 부들부들 떤다. 

자기가 살았던 인생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기는 아주 어렵다. 특히 성공한 남자일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아내랑 환갑 넘어서 해외 여행을 갈 수 있으면, 그것만 해도 일단은 선방한 인생 아닌가 싶다. 뒤늦게 이혼한 사람 중에 아내랑 해외여행 갔다가 결정적으로 이혼한 사례도 좀 봤다. 아내가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 결심하게 된. 

나에게 책을 쓰는 것은 이제는 그냥 일상적인 일이다. 특별히 티내거나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책의 첫 문장을 시작할 때, 마무리를 준비할 때 혹은 중간에 중요하게 한 번 꺾고 들어가야 할 때, 신경이 곤두서기는 한다. 전에는 그럴 때면 술을 며칠씩 퍼마시고는 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식구들하고 짧게 여행을 간다. 번잡스러운 것도 싫고, 남들 불편하게 하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요란스럽지 않고, 번접스럽지 않고, 그래도 사회에 뭔가 도움이 되기는 하고. 그리고 혹시라도 간절히 필요했던 사람에게는, 제대로 책이 배달될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책은 뭘 쓸지 그리고 어떻게 쓸지, 이렇게 두 가지 요소로 만들어진다. 그래도 내가 행복한 것은 뭘 쓸지를 가지고 고민한 적은 없었던 점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쓸 것인지의 문제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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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감기라서 오늘 학교에 못 갔는데, 내일도 못 갈 것 같다. 지난 가을에도 천식으로 입원을 했었는데, 그냥 잘 버티기를 바랄 뿐이다. 내일 오전에는 큰 병원 가서 호흡기 치료하고 올 예정이다. 둘째 아프면 이런저런 일정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내일은 아내가 지방 출장이고, 하루 자고 온다. 그 사이에 응급실에 가야 하고, 입원할 일 생기면 아주 곤란하다. 애가 둘이라서 입원한다고 병원에만 매달려 있을 수도 없다. 지난 번 입원할 때에는 병실이 없어서 아주 애를 먹었었다.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결국 바꾸게 되었다. 

그냥 밥만 먹고 사는 데도 해결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저녁 먹고 잠깐 쉬려고 하는데, 후배들이 술 마시다가 전화 왔다. 다들 모여 있다고 나오라고 하는데,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오랫동안 못 본 후배들이기는 한데, 내가 요즘 사는 게 좀 그렇다.. 

그래도 늘 웃으면서 지내려고 한다. 그렇게 유명한 가수는 아니지만,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틈틈이 듣는 할리 로렌의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를 들었다.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https://youtu.be/SizLYsIh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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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날 아버지 기일이라 봉안당에 갔었는데, 둘째가 땀을 흘리더니 결국 감기가 걸렸다. 병원 갔다왔고, 오늘은 학교 못 갔다. 학교 하루 안 가는 건 괜찮은데, 봄, 가을로 미세먼지 심해지는 때에 한 번씩 결국 입원을 해서, 다시 긴장감이 자욱하게 깔리는.. 

점심 간단히 챙겨주고, 오후에 감자 튀김 해줬다. 잠시 후 큰 애가 와서 배고프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더 감자튀김. 몇 년 전만 해도 후라이팬에 한 번 튀기면 둘이 다 먹었는데, 이제 그런 건 택도 없고, 한 번 튀기면 한 번 먹으면 끝이다. 

튀김기를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쓰고 난 식용유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 쇠고기 탕수육 같은 거 어린이들 해주고 싶은데, 포기.. 간단한 건 그냥 후라이팬에 기름 약간 넉넉하게 두르고 그냥 한다. 

유학 시절 초창기에 잠시 기숙사에 지냈는데, 여기가 요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 되었다. 나도 익숙하지 않았고. 결국 궁리 끝에 전기 튀김기를 사서 그걸로 밥 하던 시절이 있었다. 좀 그렇기는 한데, 밥이라는 게 결국 쌀 넣고 끓이면 되는 거라서, 그냥 먹을 수 있는 밥이 되었다. 이탈리아 쌀로 했는데, 사실 그 시절에 입맛이 바뀌어서 나는 긴 쌀을 더 맛있게 먹게 되었다. 훌훌 날린다고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는데, 버터 넣고 고추장에 비비면 상당히 맛있다. 반찬 좀 헐렁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 맛이 그리워서 요즘도 먹을 거 없으면 가끔 해먹는다. 그래도 쌀이 영 파이라.. 이탈리아 쌀로 튀김기에 밥하면, 그냥 해도 리조또 분위기다. 

인권연대랑 좀 상의를 했는데, 하반기에 ‘경제와 인권’ 정도의 제목으로 일종의 기획 강좌를 열기로 했다. 나도 안 해본 고민이라, 시간이 좀 필요하다. 원래 일정들이 있어서, 그 사이에 끼워넣기 위해서는 당장은 좀 어렵기도 하고. 

기본 가정은 그렇다. 선진국이 되면 인권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을 하느라 인권에 대한 강조가 자리잡기 전에 외형적으로 이미 선진국이 되었다. 그래서 덩치와 인권 사이에 불균형이 생겨났다. 그런데 검사 정권이 들어왔다. 검사는 인권과는 좀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서, 인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통치가 벌어졌다… 

이런 가설하에 경제 문제를 살펴보고, 인권과 권리의 관점에서 지금 산적한 문제들을 재해석하는 일들을 좀 해보려고 한다. 대체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신자유주의가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 반 신자유주의라는 광범위한 프로그램들을 제시했다. 그걸 외형적으로 축약한 개념이 복지다. 신자유주의는 복지를 줄이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복지를 더욱 강화.. 

요랬는데, 검사 정권에서는 이게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애당초 보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자유주의는 더더욱 아닌, 그런 전통은 물론이고 계통도 없는 게 검사 정권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이게 대체 계통이 없으니까, 신자유주의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신자유주의도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릴만큼, 워싱턴과 뉴욕 월가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암묵적 동의 같은 것이고, 의외로 정교하다. 검사 정권은 정교함과는 좀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 특징 중의 하나가 인권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것.

요런 간단한 틀을 가지고 한국 경제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 게, 내가 해보려고 하는 거다. 

대학교 교양 과목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대체적으로 비슷하 분량의 작업이다. 10강 정도면 익숙한 분량이고, 한 학기 분량 정도 된다. 여기에 내 수업에서는 늘 하던 강의 끝의 쪽글 10개, 그렇게 구성하면.. 나한테는 익숙한 일이다. 

한국에서 인권을 얘기하면 보통 residual, ‘잉여항’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밥부터 먹고, 그리고 나서 다음 욕구를 해결하는. 인건 이전에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욕구 같은 게 존재한다는.. 그런 게 익숙한 사유일 것이다. 

이게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전혀 검증된 적이 없는 개똥 철학이다. 실제 현실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그런 얘기들부터 한 학기짜리 강의를 한 번 구성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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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인권 연대에서 강연이 있었다. 윤석열 경제에 대해서는 처음 사람들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얼마 전부터 인권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하던 게 있었다. 

인권 연대에서 경제 강연을 좀 시리즈로 해줄 수 없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사실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 

인권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몇 달 정도 된다. 처음에는 ‘혐오’를 키워드로 생각했었다. 최근의 여러 가지 변화를 혐오로 포착해서 설명하려고 해봤는데, 이게 내 스타일에는 별로 잘 맞지가 않았다. 혐오가 적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 너네들 나빠”, 그렇게 말하고 끝내는 게 내 스타일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혐오 가득한 사람이 “그래 나 원래 그래”, 이러고 나면 더 할 애기가 없다는 점. 

프랑스에 있던 시절에 그런 경험이 좀 있었다. 극우파들도 좀 알고 지냈는데, 너네 raciste야, 그래봐야, 그래 난 원래 그래, 어쩔 건데.. 그걸 넘어서기가 어렵다. 혐오가 원래 그렇다. 혐오라는 키워드로 좀 구상을 해보려고 했는데, 이게 사회과학이나 경제학으로서는 구조적 문제가 좀 있다. 예술로는 이 주제가 별 상관이 없을텐데, 역시 경제학 분석에서는 좀 그렇다. 

그래서 좀 방향을 바꿔서 인권과 권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뭐, 거의 같은 얘기를 하는 건데, 혐오로 출발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혐오받거나 괴롭힘 받는 존재 혹은 경제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와 같은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사실 같은 얘기를 하는 건데, 이렇게 인권과 권리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훨씬 나 답다는 생각일 들었다. 

물론 내가 해놓은 것은 그 정도다. 아직 골격도 되어 있는 게 없고, 범위도 잡아놓은 게 없다. 다만 윤석열 시대에는 인권에 대한 얘기가 훨씬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정도의 생각. 

이걸 가능하면 청소년 버전 같은 것으로 해보고 싶기는 한다. 한쪽에서는 학습권을 얘기하지만, 청소년의 기본 권리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지금 한국의 상황은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학대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는 인권 침해에 관한 것들이 많고, 하고 싶은 데 할 수 없는 것들에는 권리에 대한 불충분한 인식 같은 게 많이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시민으로서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당연한 권리에 대해서 우리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얘기들을 한 번쯤 차분하게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 전부터 가지고 있기는 했다. 안 해 본 종류의 일이기는 한데, 생각보다 재밌기는 할 것 같다. 

인권, human right, 인간이라는 응당이 가져야 하는 권리에 대해서 좀 더 풍부하게 생각을 해보고 싶어졌다. 이게 사실 근대의 출발과 같은 얘기이기도 하다. 

윤석열 쪽 인간들에게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탑재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아는 건, 그야말로 북한 인권 문제 밖에 없는가 아닌가 싶고. 

수요/공급 말고도 경제 시스템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많다. 선진국이 되면 인권과 권리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그런 게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우리는 그런 과정이 아직 준비 중인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일 좋은 건 10강 정도 강의를 준비하고, 그렇게 하면서 책으로 만드는 게 제일 편한데.. 이게 내가 지금 그럴 형편이 안 된다. 꽤 전에는 아예 시민들 대상으로 공개 강연을 하기도 했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힘이 엄청 뻗치던 시절이고, 무엇보다도 우리 집 어린이들 태어나기 전이었다. 지금은 택도 없다. 

책 중에는 집에서 만드는 책이 있고, 길에서 만드는 책이 있다. 물론 모든 책은 다 집에서 쓰기는 하는데.. 곰공 집에서 생각하는 게 중심인 책이 있고, 현장에서 움직이면서 만드는 책이 있다. 뭐가 좋고 나쁘고, 그런 건 아니다. 인권에 대한 얘기는 전형적으로 길에서 만드는 책이다. ‘지금’ 그리고 ‘여기’를 빼면 별 의미가 없다. 

주 69 시간을 일해도 된다는 발상, 그런 게 인권과는 좀 거리가 먼 생각이다. 자유라는 말로 포장을 했지만, “내 돈 내 맘대로 해도 된다”, 그런 발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몇 시간은 되고, 몇 시간은 안 된다는 그런 기술적인 문제보다, 그런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지, 그런 것이다. 

하여간 당장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니고, 좀 시간을 가지고 사람들 의견도 좀 듣고, 그렇게 해볼까 한다. 

내가 아는 한국 경제를 좀 더 경제적 권리라는 틀로 재해석하는 일, 재미도 있을 것 같고, 보람도 있을 것 같다. 

올 가을에는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가을에는 좀 여유가 생길 수도 있다. 작년에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좀 있다 어린이들 여름 방학, 그리고 가을에는 둘째 입원, 바로 겨울 방학..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길에서 만드는 책, 그건 또 그것만의 맛과 장점이 있다. 품은 좀 많이 들어가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할 것 같다. 검사들의 시대, 인권에 대한 얘기는 잘 어울릴 것 같다. 

하여간 지금은 얼기설기, 지난 몇 달 동안 조금씩 해본 생각들이 방향을 갖게 된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 길도 재밌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이를 처먹었다. 신경질 내고, 화 내고,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싶지는 않다. 좀 더 사물을 존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그렇게 해서 행복할 수 있는 길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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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홍대에 갔다. 생각해보니까 홍대 앞에 간 게 1년도 넘는 것 같다. 출판사들이 홍대 앞에 많이 있어서 1년에 몇 번은 갔었는데, 최근에는 출판사도 거의 간 적이 없었다. 

프레시안이 홍대 앞에 있다. 새로 대표가 된 전홍기혜 선생이 집 앞에 온다고 해서, 그냥 내가 간다고 했다.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초창기 때에는 나도 프레시안에 글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애들 태어난 다음에는 내가 주도해서 뭘 할 형편이 아니라서.. 

뭘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는데,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마땅히 나도 해 줄 말이 없었다.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을 했다. 출자금 3만 원이라고 해서 그것도 보냈고. 나도 사는 게 빡빡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야.. 

좀 여유가 생기면 프레시안 젊은 독자 모임 같은 거 해서 같이 책 내는 거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내년에는 나도 좀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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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버지 1주기였다. 정확히는 전주 일요일. 이번에도 카니발 렌트했다. 어머니는 치매 등급을 받아서 집에 누군가 와주셨는데, 결국에는 싫다고 하셔서 그것도 그만두었다. 돈 아깝다고 하시는데, 등급 받기 전에는 비싸다고 매일 그러셨다. 지금은 등급이 나와서 경제적 부담은 거의 없는데, 결국은 싫다고 하셨다. 데이 케어 센터를 알아볼까 싶은데, 그것도 싫다고 하신다. 

막내 동생은 작년에 수술을 두 번 크게 했다. 진짜 가까스로 살아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아버지 1주기라서 오기는 왔는데, 몸이 편한 상황은 아니다. 

나를 진짜로 힘들 게 한 건 그런 건 아니다. 큰 애가 금방 화장실 갔다 왔는데, 집에 오려고 출발하자마자 소변 마렵다고.. 인천 고속도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차 돌려서 화장실 찾느라고.. 길은 더럽게 막히고. 골목길로 들어가서 삼겹살집에 부탁해서 겨우 들어갔다. 그렇게 집에 오려는데, 이번에는 성단대교 앞에서. 돌겠네. 더럽게 차 막힌 데에서 겨우겨우 차 돌려서 목동으로 갔는데, 급한데로 들어가다 보니까 이번에는 목동 운동장이다. 마침 축구팀이 들어오는 중이라서, 길을 막았다. 운동장 반바퀴를 돌아서 겨우겨우 화장실 찾았다. 점심 때 물을 많이 마셨는데, 산 근처라서 길거리에서 파는 칡즙도 사줬다. 그렇게 마무리했나 싶었는데, 둘째는 밖에서 찬 바람 맞았는지, 결국은 감기 걸렸다. 해마다 폐렴으로 입원하는 아이라서, 감기 걸리면 온통 비상 국면이다. 

저녁만 먹고 나는 바로 잤는데, 계속 무리를 해서 그런지 아침까지 기절 모드로.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인데, 일단 잠부터 자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뻔뻔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일 일은 내일 해결하고, 오늘 잠은 지금 당장 자고. 나도 걱정하기 시작하면 걱정할 일도 많고, 기분 나쁜 거 따지기 시작하면 또 한 없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그게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 건 없다. 일단 잠부터. 

살다 보면 흐름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나이를 먹고 나니까.. 내가 어떻게 사느냐와는 별 상관 없이, 챙겨야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문제 풀듯이 한 번에 풀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수학 만큼 명료한 것도 별로 없었다는.. 그거야 그냥 풀고, 안 풀리면 다시 풀고. 그리고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면 되는 거였는데, 일상은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손 댈 수 없는 변수, 콘트롤 변수가 아닌 것들이 많다. 그런 게 사는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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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의 시대다. 

현대 시절 이계안에게 들은 얘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막 건국하고 가난하던 시절에 인재들이 주로 군대로 많이 가서 군에 사람들이 가장 많았을 것이라고. 

그렇게 군부 정권의 시대가 형성되었고, 꽤 길게 갔다. 

군인들의 뒤를 이었던 것은 변호사들의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공주님의 시대 앞뒤로 변호사들이 대통령이 되었다. 극우부터 극좌까지, 하여간 변호사들이 쫙 깔렸다. 

ceo들의 시대가 한 번쯤 올 것 같았는데, mb는 너무 못했다. mb는 바보는 아니다. 뭐가 돈 되는지 눈이 밝은 사람이었고, 돈이 정말 안 되는 것을 골라내는 데에는 탁월한 재주가 있던 것 같았다. 아마 그 옆에 있던 이재오가 조금만 더 아는 게 많아서, 한반도 대운하 같은 데 집착하지 않았더라면 ceo 정권은 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었을 것 같다. 결국 mb는 감옥 갔다. 

아마 mb가 좀 더 성과가 있었더라면 안철수에게도 흐름상 기회가 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mb가 개판치고 난 뒷끝이라 그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아마도 오랫동안 ceo 출신에게는 대규모 기회가 오지는 않을 것 같다. mb가 남긴 상처가 오래 간다. 

운동권의 시대 혹은 활동가의 시대가 있었다고 할 수도 있고,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아마 문재인이 조금만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역사의 흐름이 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자세와 품격으로는 최고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도 너무 법에 기대어서 통치하려고 했던 것 같다. 심성이 좋다는 것과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은 좀 다르다. 

그렇게 짧았던 운동권의 시대는 끝났다. 그 시대가 이어지지 않는 것은, 청년들과 이 흐름이 극상을 형성하면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싶다. 논리적인 것은 몰라도 감정과 문화 면에서 극과 극이 되었다. 20대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는 집단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통치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바야흐로, 검사들의 시대가 되었다. 이래저래 여러가지 회의에 몇 년 동안 계속해서 가고 있는데, 최근 몇 년처럼 검사와 경찰들을 자문회의 같은 데에서 많이 만난 적이 없다. 어색하다. 그래도 지금은 그들의 시대다. 

군사 정권과 검사 정권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하여간 통치의 출발은 처넣는 것으로부터. 경제로 보면, 이렇게 힘으로 통치하는 집단이 한국에서 결국에는 매달리는 것이 수출이다. 군사 정권도 그랬고, 검사 정권도 그렇게 한다. 

수출은 많은 것들이 모여서 생겨나는 경제의 최종단의 모습이다. 그걸 위해서 경재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경제를 운영하다 보니까 수출이 늘고, 그렇게 되는 거다. 일종의 수출 페티시즘 같은 건데.. 말단 수치만 보다 보면 "그래, 결국은 수출이야", 이런 결론을 내리기 쉽다.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경제 인식이다. 

검사들이 수출 관련 회의를 만들어내는 건, 너무 익숙하다. 박정희는 물론 노태우 때까지 연말이면 수출 밀어내기 같은 걸로 연간 실적관리를 했다. 수출을 잘 하려면 뭘 해야 하나? 짧게 보면 단가 후려치기다. 

단가를 낮추는 단기적 처방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지금 검사 정권이 하는 것처럼 노동자들을 목을 잡고 쥐어짜는 방식이다. 더 일하고 덜 받아가. 또 하나는 생필품 가격 안정화처럼 일상 비용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인플레이션 관리에 실패한 게 검사들이라, 이건 언감생심이다. 하려고는 하는데, 워낙 복잡한 메카니즘이라서 개념 탑재가 좀 어려운 것 같다. 결국 임금을 깎거나 노동 시간을 늘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아마 두 개 다 할 것 같다. 

이런 검사들의 정권이 얼마나 갈까, 그리고 검사들의 자리를 대체할 다음 집단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이 남았다. 

아직 남아있는 미개발 집단은? 모피아들은 스스로 정치화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냥 옆에서 부수적 권력으로도 만족했다. 일반 공무원들은? 글쎄다. 아직까지 공무원 출신으로 대중들이 납득할 만한 정치 지평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국회의원 싫어하는 것만큼 무의도식 한다고 공무원 싫어한다. 뿌리 깊은 혐오 같은 게 있다.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검사 정권이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할 것 같다는. 너무 거칠고, 너무 직선적이다. 대화가 많고, 과정이 긴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검사들은 말이 짧다. 몇 달 동안 지켜본 걸로는 상명하복이 하나의 특징이라면, 또 다른 특징은 이면계약이 아닐까 싶다. 하는 말과 실제로 하는 일이 다르다. 아마도 통치자와의 이면계약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상황이 딱딱 맞아들어간다. 

이런 통치의 한계는, 대중들이 집단적으로 똑똑해지면 말과 행동의 차이가 점점 더 거칠게 드러난다는 점 아닐까 싶다. 

짧고 거친 어투, 이걸 자꾸 검사들이 신세대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하던 일이 아닌 분야로 오게 된 검사들의 특징인 것 같다. 신세대라서 그런 게 아니라 검사라서 그런 것. 

오래 가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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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신회는, 이름만 들어도 '애비'였다. 그냥 그런 극우파 정당 있나보다, 그러고 말았다. 설명을 몇 번 들었는데도 일본의 집권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듣고도 맨날 까먹었다. 일본 민주당 이름이 없어진 이후로는 정말 너무 어려워졌다. 당 이름하고 주요 정책이 잘 연결이 안 된다. 외우는 수밖에 없는데, 외워도 맨날 까먹는다. 거기에 유신회까지,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을 몇 번. 

저출산 대책으로 일본유신회에서 대학교까지 무상으로 하자는 얘기가 나온 걸 보고, 정말로 깜놀. 

늘상 하는 얘기지만,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대학국유화하고 사실상 무상으로 전환한 게 좌파들이 했던 게 아니다. 주장은 할 수 있지만, 그걸 실제로 할 힘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68 이후, 정권 유지가 어려워지니까 보수들이 나서서 그렇게 했다. 교육부 장관이 대학 총장들을 불렀댄다.

총장님들, 우리가 다 죽게 생겼습니다. 이 정도는 해주셔야겠다는.. 

그 과정에서 아주 유명해진 얘기가 수영장에 간 교육부 장관이라는 에피소드라고 들었다. 학생들이 학교 수영장에서 농성하고 있었는데, 결국 밀려서 수영장에 빠졌다고 한다. 나도 전설처럼 수업 시간에 들은 얘기다. 

일본유신회에서 아예 대학까지 무상으로 하자는 주장을 보면서, 자본주의의 중대한 전환기에 벌어졌던 사건들 생각이 머리 속에서 주루룩 나왔다. 

일본은 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해법이라고 제시되는 의견이 나오면 하기는 한다. 인구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1억총활약상'이라는 골 때리는 이름의 부처가 생겼을 때, 그게 뭘 하겠냐고 했지만, 출생률 하락을 멈추고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린이청도 만들었다. 

우리는 '한국 모델'이라고 말은 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결국 외국에서 뭔가 해야 생겨나는 건 아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산을 팔거니 말거니, 그런 여당 유력 대표의 "내 맘대로 할 거야", 이런 뉴스 보다가 일본유신회의 '대학까지 무상', 그런 얘기 들으면 보수의 스펙트럼이 넓어도 너무 넓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081014.html?_fr=mt2 

 

일 출산율, 한국보다 낫지만…고등학교까지 아동수당론 ‘탄력’

지난해 신생아수 80만선 처음 무너질듯기시다 “벼랑끝, 다른 차원 대책 필요”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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