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책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 잡았던 제목은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였다. 한국에서 저출생 문제에 해법을 찾기 어려운 가장 구조적인 문제는,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는 문제라고 보았다. 지금도 이게 가장 정직한 책의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처음에 했던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요즘 인기도 없고, 책도 잘 안 팔리는 비리비리한 저자다. 고집만 세울 일이 아니라는.. 자신과 패기 결여.
결국 본문 내용 중에서 사용했던 컨셉 중의 하나인 “천만국가”가 최종 제목이 되었다. 아주 간단한 약간의 계산을 통해서 나온 숫자이기는 한데.. 이게 얼마나 직관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비교적 정직한 제목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을 잡고 한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까 법무부 장관 시절의 한동훈이 했던 정책들을 좀 자세하게 분석하게 되었다. 원래의 의도는 한국의 보수 혹은 지배층이 저출생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단면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래저래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인데, 이 책은 지금 고치고 있는 죽음 에세이랑 일종의 쌍둥이 책이 되었다. 영유아와 어린이들에 대한 얘기가 저출생 책에 들어가게 되었고, 늙어서 죽음을 준비하게 되는 노년들의 얘기가 죽음 에세이에 들어가게 되었다. 흔히 이걸 합쳐서 저출산 고령화하는 무감각한 용어로 하나로 놓고 얘기하는데. 일부러 처음부터 그렇게 준비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까 한 부분의 얘기가 각각의 책에 들어가서, 두 권이 같은 현상을 좀 다른 각도와 다른 주제로 얘기하는 쌍둥이 책이 되었다.
나중에 저출생 책 고치면서, 죽음 에세이의 핵심 결론을 이쪽으로 당겨오면서 그 책은 앙꼬 빠진 찐빵처럼 되었다. 그래서 전면적으로 새로 고치는 작업을 지금 하는 중이다.
저출생 책부터는 나도 분위기도 바꾸고, 스타일도 바꾸기 위해서 그야말로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그렇다고 사회과학이라는 장르에서 해볼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 2016년부터인가 같은 저자 소개를 썼는데, 이제 시대 흐름에는 안 맞는 것 같았다. 저자 소개라도 전면 개정.
사실 요즘 내 형편이 변두리 저자와 다를 게 별로 없다. 나도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좀 더 변두리스럽게, 좀 더 주변부답게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실제 현실이 그렇다. 그렇다고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그건 또 어렵다. 둘째가 입원한지 이제 한 달이나 될까. 아직은 내 손이 많이 필요하고, 나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형편은 아니다. 변두리스럽고, 그렇다고 ‘바지런’ 떨지도 못할 형편, 그냥 그 상황에 맞게, 그렇게 B급 정서에 좀 더 가깝게,.
그리하야.. 좀 더 변두리스럽게 움직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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