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년 뒤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나빠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면, 한국 사람들은 정치 일정에 맞춰서 미래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5년에 한 번 대선, 4년에 한 번 총선, 이때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맞다. 그리고 미움과 증오 혹은 희망과 같은 많은 감정이 동원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세상이 선거를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엄청난 변화가 생겨날 것 같지만, 길게 보면 꼭 그게 다인 것도 아니다. 

길게 흐름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은 한국 자본주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새로 생겨나는 문제, 오래된 문제에 대해서 이 시스템이 어떻게 적응하거나 혹은 실패하거나, 그렇게 보는 방식이다. 나는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그냥 경제라는 눈으로 한국을 보고, 세상을 본다. 그게 제일 편해서가 아니라, 그 방법 외에는 아는 게 없어서 그렇다. 

내가 만들고 싶은 나라는, 누구나 이 땅에 태어나면 세 끼 걱정은 안 하고 살아도 되는 나라다. 파리에 있던 시절, sdf라고 불렀는데, sans domicile fix, 영어로 홈리스가 꽤 많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부자들이 잘 사는 나라는 만들기 쉽다. 그건 정말 최빈국 아니면 어지간하면 다 만들 수 있는 일이다. 중산층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는 아마 케인즈가 아니었으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여파인지, 아니면 케인즈의 영향인지는 역사 속에서 모호하다. 아마 이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크루그먼이 ‘대압축 시대’라고 부르는 기간, 많은 선진국이 여기에 갔다. 

우리도 이런 비슷한 상황에 가기는 했던 것 같은데, IMF 경제위기와 함께 전혀 다른 형태의 위기가 왔다. 중산층의 삶은 어느 정도는 만들었는데, 이제 중산층의 재생산에 위기가 왔다. 자본주의 초기에 그랬듯이, 중산층은 아주 위태로운 계급이고, 정치적으로도 특정한 방향성이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방향성들을 놓고 보면, 한국은 여전히 상대적 빈곤 문제와 함께 후기 자본주의가 갖게 된 안정성의 근간인 중산층 재생산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근본적이고 오래 갈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내 주변에는 그야말로 온통 보수 쪽 인간들이 그득했다. 대기업 사람들, 공기업 인간들, 그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가득 있었다. 나는 결국 그곳에서 나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2.
2016년은 내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원래도 약했던 둘째가 연이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아내는 결국 다시던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결국 하던 일들을 정리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애들 보는 일이 나의 일상이 되었고, 그냥 나는 그렇게 살기로 했다. 

좀 다른 가능성이 몇 번 있었는데, 차관급 자리를 한 번 고사했고, 공기업 사장도 몇 번 안 한다고 했다. 언젠가는 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게 그렇게 좋았더라면 진즉, DJ 때 청와대에 갔었을 것이다. 아침에 일찍 나와야 된다고 해서, 되었다고 했드랬다. 높은 자리에 가거나, 사장이 될 기회는 그 전에도 많았다. 새벽에 나와야 되는 게 싫어서 청와대 안 갔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 돌았다고 그랬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 뒤에도 청와대 갈 기회는 몇 번 더 있었는데, 그게 내 인생의 행복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결국 청와대 대신 총리실로 가게 되었다. 그때 내가 행복했었나? 앞에서 하는 얘기와 뒤에서 하는 얘기가 다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그리고 나에 대한 판타지도 그때 다 사라졌다. 

그 시절에 대인 기피증이 심해졌다. 건강도 안 좋아졌다. 내가 행복한 것, 그건 혼자 조용히 처박혀서 생각하는 순간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그 시절에 내 성격이 변한 것인지, 원래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배신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냥 사람은 원래 그런 거다, 그런 생각을 좀 하게 되었다. 

이재영과 노회찬과 뜨거운 몇 년을 보낸 것은 그 후였다. 회사는 그만두고, 아직 책은 내지 않았던 시절, 내 삶은 가난하지만 즐거운 시절로 변했다. 그 시절에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녹색당 당원으로서의 내 정체성은 그 시절에 만들어졌다. 

시간은 정말 정신없이 지났고, 20년 가까이 지났다. 내 인생의 친구라고 할 이재영은 벌써 떠났고, 오재영도 떠나고, 노회찬도 떠났다. 뜨거웠던 한 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들이 사라진지 몇 년이 지났다. 

올해 아버지가 떠나셨다. 긴 시간은 아닌데, 병실에 있던 동안 나도 건강이 안 좋아졌다. 막내동생은 결국 입원을 했다. 아마 나도 그때 병원 갔으면 입원해야 한다고 그랬을 것 같다. 나는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혼자 남은 어머니가 많은 어려움의 근원인 것 같다. 원래도 좀 그러셨는데, 치매가 본격 시작되면서, 어머님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얘기를 많이 하신다. 지난 주에는 같이 살던 둘째 동생이 집을 나갔다. 어머니 보고 싶어하는 며느리가 없다. 아버지 집도 정리를 하고, 휠체어가 움직일 수 있는 아파트로 옮기기는 해야 하는데.. 아버지가 남겨 주신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버지의 집을 팔면, 적당한 집으로 옮길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택도 없다. 

애들 보는 건 점점 더 쉬워지고 있지만, 방학 때는 정말 헬.. 지옥 같다. 그리고 그 방학이 지난 주에 끝났다. 이제야 정신이 좀 돌아온다. 

나는 원래도 특별한 욕망이나 그런 게 없는 스타일이다. 지금도 여전히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바라는 게 있다면, 60살 되기 전에 지금 쓰고 있던 50권을 마무리해서, 더는 특별하게 뭘 해도 되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가던 학교를 그만둔 것은, 나도 시간 관리가 너무 어려워서 그렇다. 그냥 버티면 정년까지 있을 수는 있는데, 그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나랑 비슷한 사이클로 살아가던 친구들이 대부분 먼저 떠나갔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해서, 그렇게 남은 생을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긴장도가 너무 높은 삶을 살았다. 언제까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나이를 먹는다. 아직까지는 생각이 좀 나기는 하지만, 평생 이럴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60이 넘으면 뭘 하고 지낼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해도 된다. 여백이 많은 삶, 그렇게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정도가 작은 소망이라면 소망이다. 

3.
원래 2~3년 출간 계획을 잡아 놓고, 그렇게 움직이는데, 지난 몇 년 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까 있으나 마나한 계획이 되었다. 계획보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 것도 있지만, 나도 그냥 하기로 했으니까 일단 이 일을 하고,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제일 먼저 쓸 책은, 이재영을 위한 책이다. 출판사 레디앙이 요즘 많이 어렵다. 이재영이 민주노동당에서 나온 후, 먹고 살 길을 마련하기 위해서 만든 출판사가 레디앙이었다. 레디앙이 문을 닫으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저출생 문제를 다루는 책을 하나 하기로 했다. ‘노동 희소’라는 개념에 대해서 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중이다. 이걸 10대로 관점을 확 옮겨서 분석해볼 생각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그야말로 “띠끌 모아 태산”, 그런 심정으로 기회 닿는 대로 고등학교 강연도 많이 갔고, 중학생들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한 많이 늘려왔다. 그래도 충분치는 않지만, 그래도 좀 느껴지는 게 있었다. 그런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미 많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도서관 경제학이 다음 차례다. 도서관 얘기는 먼저 하나 뒤에 하나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윤석열 정부가 도서관에 아무 관심 없는 지금이 딱 이 책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윤석열도 그렇고, 윤석열 주변 사람들은 정말 책 안 보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 흔적이 좀 남는데, 그런 흔적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책은 안 보고 사교에는 능통한 사람들, 그게 윤석열 정부의 고위직 특징이 아닐까 싶다. 고위직 중에서 도서관에 가장 관심이 있었던 사람은 권양숙 여사였다. 그 시절에는 ‘여사님 관심 사업’이 도서관이었다. 나에게 도서관에 관한 걸 좀 다루어보면 어떻겠냐고 얘기해준 사람도 권양숙이었다. 이 얘기는 책에 좀 자세하게 넣을 생각이다. 도서관 관련된 일을 하면, 나중에 나이 먹고 한적해져도 책을 여기저기서 계속 보내준다고.. 나름 감동적인 얘기였다. 유명하거나 높은 사람들 만나면 20분, 길어야 20분 정도 시간을 같이 보낸다. 권양숙의 경우는 1시간이 좀 넘기는 했지만, 몇 사람 같이 만난 거라서.. 그 시간 동안에 도서관 얘기를 가장 열정적으로 한 경우였다. 한참 된 일이지만, 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하게 된 게 그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원래는 필라델피아에 가서 처음 몇 페이지를 쓰는 걸로 일정을 잡았었다. 실제 계획도 세웠는데, 그 후에 바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택도 없게 되었다. 현대식 도서관의 역사와 근대식 소방서의 역사가 같다. 도시가 형성되면 제일 급한 것 중의 하나가 소방서다. 그런 얘기가 나는 너무너무 재밌었다. 가정에 비치하는 소화기가 소방서를 대치할 수 있나? 도서관은 그런 것이다. 

도서관 경제학보다 젠더 경제학을 먼저 하는 게 나을 거라고 조언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그 뒤로 순서를 바꾸었다. 제일 큰 건 인터뷰 작업을 좀 할 필요가 있어서, 절대 시간이 좀 필요하다. 사실 여기에 배치하려고 했던 많은 것들을 직장 민주주의와 좌파 에세이 등에서 많이 빼서서, 새롭게 내용을 재구성할 필요가 생겼다. 내용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좀 더 디테일을 살리려면 결국은 인터뷰 작업을 좀 해야 한다. 올 겨울 방학까지는 애들 보느라, 택도 없고.. 내년 봄은 되어야 최소한의 여건이 될 것 같다. 내년까지만 애들 학교 하는 거 도와주면, 길고 길었던 육아도 이제 끝나간다. 둘째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나도 해방이다! 

아주 오래 전에 약속해 놓은 책이 두 권이 더 있는데, 그건 젠더 경제학까지 정리하고 다시 생각해볼 생각이다. 

처음 데뷔할 때에 비하면, 책의 힘이 사회적으로 엄청 약해졌고, 한 명 한 명 버티는 것들도 다들 힘들어하는 것 같다. 하루 세 끼 먹고 사는 것 걱정하지 않으면서 글 쓰고, 보고 싶은 것 살펴보면서 살 수 있는 것만 해도 대단히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은 든다. 사회과학 저자 중에서 몇 명이나 그냥 책 쓰면서 삶이 대단히 고통스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60년대 후반, 경제인류학의 길을 열었던 마살 살린스가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말이 있었다. “want not, lack not”, 원하지 않으면 부족한 것도 없다.. 나의 넉넉함도 이런 것과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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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나는 가끔 확 열 받는 일이 생긴다. 아직도 인간이 좀 덜 되었다. 

어제도 사소한 일로 잠시 열 받았는데, 그냥 잠이나 자자고, 그냥 누워 버렸다. 

영화 <여배우들>에 윤여정이 지나가면서 하는 대사가 하나 있다. 개런티나 출연료 깎겠다고 하면 좀 마음이 그랬다가, “내가 피부가 좀 그렇지”, 하면서 속으로 삼킨다는 얘기다. 그게 좋은 자세인 것인지, 논리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그 장면이 마음 속 깊이 남았다. 그게 2009년 영화다. 

<여배우들>에 보그 편집장으로 나온 기자가 요즘 인터뷰 기사로 탑을 찍은 김지수다. 김지수 기자 얘기는 패션지 관련된 곳에서 몇 번 듣기는 했는데, 얼굴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윤여정의 대사는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대사인데, 그게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래서 dvd도 사고, 가끔 보고, 또 본다. 그때 당대 최고라고 하는 여배우들 중에서, 10년이 넘게 지났을 때, 가장 성공한 사람은 윤여정이 되었다. 윤여정이 그렇게 성공하고 싶어서 발버둥쳤을까?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그냥 충실히 살다 보니까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윤여정도 그렇게 “내 피부가 좀 그래” 하면서 속상한 순간들을 넘겼는데.. 몇 년 전부터 누가 내 인생의 스승이 누구냐고 하면 주저 없이 윤여정이라고 말한다. 아마 그 대사가 아니었으면, 나는 혼자 열폭하고, 벌써 내 화를 못 참고 쓰러져서 완전 망했을 것 같다. 삶이나 어려움을 더더욱 잘 참게 되었다. 

30대에 윤여정을 만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 집에 같이 놀러가자는 얘기도 있었는데, 안 갔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얼굴을 많이 타서, 유명한 사람들 가능하면 잘 안 보려고 한다. 그 시절에는 윤여정이 지금처럼 될지 아무도 몰랐다. 그렇다고 내가 그녀를 봤다면? 아마 마음이 강퍅해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 같다. 

최근에 새로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는데, 성동일이 그렇다. 원래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바퀴 달린 집>을 보고 나서, 계속 보고 또 보고 그러는 중이다.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요즘 성동일 보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해본다. 봐도 잘 모르겠는데, 어른이 되는 건 어떤 것인가, 그런 생각을 성동일의 <바퀴 달린 집>을 보면서 새롭게 배워가는 중이다. 

내가 아는 어른들은, <바퀴 달린 집>의 성동일과는 많이 다른 스타일들이었다. 그 차이점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보는 중이다. 

인생의 스승이란 뭔가, 오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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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강연을 하고 돌아왔다. 요즘 강연 거의 안 하는데, 꽤 전에 약속한 거라서. 

세종시 정도면 만만하게 갔다올 줄 알았는데, 난 데 없이 비가 내려서 길이 엄청 막혔다. 점심 먹을 시간까지 넉넉하게 잡고 갔는데, 길이 밀려서 그럴 형편이 안 되었다. 이게 올해 마지막 강연이 아닐까 싶다. 요즘 시간 관리가 너무 어려워서 학교도 그만 둔 형편이라서, 다른 건 더 하기가 어렵다. 

사회적 경제 책 내면서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흐름과 세계적 흐름을 한 번 정리한 적이 있다. 최근에도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일을 계속하지는 않는데, 이래저래 기본에 해당하는 교양 강연 같은 부탁은 많이 온다. 다들 어렵고 형편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 어지간하면 도와주고는 싶은데, 나도 비상 상황이라. 

비가 오락가락, 길은 겁나게 밀리는 경부 고속도로에서 이것저것 생각을 좀 해보다가..

문득 지금 정도 시점이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에서 결정적인 티핑 포인트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동조합이 많이 생겨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질적으로 다른 상황을 맞을 수 있는 전환점에 온 것 같다. 

생협,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이런 새로운 시도들만 가지고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고, 얘기들도 만들어내는 그런 방송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익도 공익이지만, 고용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생 자치의 일환으로 학생 생협과 매점, 그런 것들도 의미가 있는 활동일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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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금리의 시대가 이제는 끝나간다. 미국의 연준은 대략 3.5%에서 4.5% 사이 어딘가를 적정 금리로 보는 것 같다. 돈을 빌렸으면 응당 지불해야 하는 이자율. 

아담 스미스 등 고전학파에게 자연 금리라는 개념이 있었다. 특별한 외부 효과가 없는 안정된 균형 상태에서 발생하게 되는 이자율 같은 것..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오랫동안 돈을 빌리면 이자를 어느 정도는 내는 것이 상식이었다. 

일본에서는 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는 2008년 이후,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제로 금리,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인 상태가 계속 되었다. 돈을 빌리는 것이 별로 무섭지 않은 시대가 전개되었고, 돈을 빌려서 더 많은 수익률을 찾는 것이 개개인의 삶에도 중요하다는 시대가 전개되었다. 

지난 주에 상암동에 있는 누리꿈 스퀘어에 갔었다. 오마이뉴스가 이 건물에 있어서 처음 와봤던 곳이었다. 나중에 ytn과 mbc가 옮겨오면서 상암동 방송가 한 가운데 있는 건물이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여기서 밥을 먹게 되었다. 시간상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들렀는데, 맙소사! 문 연, 아니 살아남은 가게가 몇 개 안 된다. 코로나 자가격리 한참 때 홍대 앞에 일부로 조사 차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점심 시간에 연 곳이 몇 군 데 안 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건 휴업이 많았지, 완전 망한 곳은 이렇게까지 많지 않았다. 

코로나 경제의 여파로 아주 긴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과 고이자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두 가지 충격이 동시에 오는 것인데, 하나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의 여파다. 또 하나는 장기간 제로 금리가 만들어 놓은 과잉 생산의 위기다. 돈 빌리는 것에 대한 위기가 별로 없으니 재화든 서비스든, 과잉 공급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이게 조절되는 과정이 아주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70년대 석유파동이 경제위기가 되는 과정에서도 과잉 생산이 조건으로 존재했었다. 그 시절과 비슷하다. 

지금의 20대와 30대는 고금리 시절을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다. IMF 경제위기가 끝나고, 21세기로 넘어오면서 한국은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잡은 나라가 되었고, 자본 과잉의 조건이 생겨나면서 이자율도 제로 금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늦은 상황이 되었다. 이 시기가 이제 끝나고, 꽤 긴 기간 동안 이어질 적정 금리 – 느끼기에는 고금리 – 상황이 진행될 것 같다. 

그럼 고금리는 얼마나 오래 전개될 것인가? 여기에는 또 다른 장파동이 하나가 변수로 작동한다. 미국의 강달러 정책, 이 기조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것인가, 혹은 그 후폭풍이 어디까지 갈 것인 것, 그런 또 다른 질문이 같이 있다. 90년대 이후 동구의 붕괴와 함께 형성된 세계화 국면이 전환되는, 그야말로 30년짜리 사이클이 개입하게 된다. 

트럼프의 정치는 많이들 얘기하지만, 경제는 거의 안 보는 것 같다. 트럼프는 외국에 간 기업들 다시 미국으로 오라고 했고,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려고 했다. 이게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오바마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차이점은 오바마는 말만 그렇게 했는데, 트럼프는 흔히 슈퍼 301조라고 불리던 공법 301조 같은 것들을 다시 총동원하다시피 한.. wto, 그딴 건 난 모른다, 그렇게 강압적으로 했다. 그게 지금의 연준의 인플레이션 논쟁의 뿌리에 있다고 본다. 

바이든 역시 그런 ‘제조업 미국’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고금리와 강달러 그리고 풍부한 고용을 제공해줄 제조업 강국, 그런 게 현재의 국제 상황을 만드는 세 축이다. 방향은 다 한 뱡향이다. 다른 나라야 죽든 살든, 미국에 풍부한 일자리를 만드는 “영광의 미국 경제”… 이걸 뭐라고 하겠나? 이 새로운 조건에 살 나라 살고, 죽을 나라 죽고.. 엄청난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마구 찍어대며 약달러 정책을 할 때는 유태인이 장악한 연준 등 음모론도 꽤 나왔었다. 지금 딱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는 중인데, 사실 미국의 힘을 회복하기 위한 음모적 배경도 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음모론 얘기는 거의 안 나온다. 미국이 자기네 상황부터 먼저 챙기겠다는 데야..  

연준의 기준금리 상승이 끝나면 금방 이자율이 내려갈 것 같이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마 적정 금리 혹은 자연이자율 같은 논쟁이 다시 나오게 될 것이다. 고전학파가 만개하던 시절과 비슷한 논의구도가.. 정책적 개입이 없고 평온한 시기, 얼마의 이자율이 과연 자연 이자율인가? 이런 논쟁들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자율을 낮추면 자본주의적이고, 이자율을 올리면 그렇지 않은 것이냐? 아니다. 자본주의의 내부 조절 과정의 연장이다. 재화와 서비스 그리고 화폐 사이의 균형 과정이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고, 여기에 정치가 얹히는 것 아니겠는가? 힐퍼딩의 <금융자본론>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머지 일들이야 거의 법칙처럼 진행될 것이기는 한데, 한국에서는 그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국민 경제의 상당 부분이 빚으로 버티는 걸 너무 오래 했다. 이자율이 낮을 때 생겨난 구조인데, 이 정도 극적인 변화가 생기면 내부적으로도 또 다른 흐름이 생겨나게 된다. 

90년대 세계화 국면부터 따지면 그야말로 30년짜리 장파동을 지금부터 겪게 될 것이다. 코로나가 이러한 변화를 격발시킨 것이지만, 더욱 더 압축적으로 폭발적으로 발생했을 뿐이지, 어차피 한 번은 생겨났을 변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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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넬라 메도우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의 원형 같은 것이었다. 급작스런 사망 후, 전 남편을 비롯한 로마 클럽 보고서 시절 그의 동료들이 그녀가 하던 작업을 모아서 유고집을 낸 적이 있었다. 이 책에 나온 결론들을 동북아 관점으로 재해석을 했던 책이 <촌놈들의 제국주의>였다. 이걸 한 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는 책을 50권째 책으로 하려고 생각 중이다. 


전쟁은 왜 벌어지는가, 그런 질문을 하게 한 책이 도넬라 메도우의 마지막 책이었던.. 오랜만에 그 시절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260300075?fbclid=IwAR1SC8Z5BYPdyMNFW9bTkg2YIg4BzLl1CkEu68537N_m82kKxq49WwSGOEY 

 

[녹색세상] ‘성장의 한계’, 그 후 50년

지금부터 딱 50년 전인 1972년 3월2일, 로마클럽의 유명한 <성장의 한계>가 발표되었다. ...

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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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북스 송성호 대표가 뇌출혈로 불귀의 객이 되셨다. 

차 마신 적이 있었고, 포도주를 선물로 받았었다. 소주라도 한 잔 하자고 했었는데, 코로나로 왕래하기가 어려운 시간이.. 

 

부디 세상의 모든 걱정은 여기에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영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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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많기는 많은 인생을 살았던 것 같은데.. 50이 넘으면서 내가 나에 대해 깨달은 것은,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점이다. 왕따 당하는 건 잘 모르겠는데, 전부 왕따 놓고 그냥 처박혀 있는 게, 대체적으로 편안하고 좋다. 

안 그래도 애들 방학이라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데, 둘째 빼고는 식구들이 전부 코로나 한 탕씩 하느라.. 일정도 개판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격리 기간이 생겨나서, 아무도 안 만나도 좋은 시간이 생겼다. 코로나라서 움직일 수가 없다는데.. 이것만큼 좋은 핑계도 없다. 

집안에 차분히 앉아서, 내 인생에서 내가 제일 잘 한 선택이 뭐였나 생각을 해봤더니.. 많은 선택의 뒤에는 대가가 있다. 그리고 때때로 그렇게 치룬 대가가 그 시절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너무 치명적인 경우들도 있었다. 가끔이라도 뒤돌아보며 후회할 여지가 생겨난다. 과연 그런 게 좋은 선택이었을까? 

작년에 아내가 차를 바꿀 때가 되어서 하이브리드 차를 사기로 했는데, 막판에 마음이 바뀌어서 전기차로 방향을 바꾸었다. 갑자기 돈이 몇 천만 원이 더 들어가게 되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수동 차라고 생각하고 잘 타고 있던 아반떼 스포츠를 차 사면서 끼워 팔았다. 내 이름으로 된 차 중에서는 수동이 아닌 적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아내가 타던 모닝으로 돌아왔고, 아내는 전기차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내 차도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었는데.. 그 후로 여유가 생기지는 않았다. 뭐, 그래도 별로 불편하지는 않다. 이 선택이 후회가 없는 거의 유일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 외의 선택은, 사실 조금씩은 후회가 남았다. 그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도 몇 십 년 후에는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2012년, 둘째가 아파서 결국 육아를 시작하면서 내 삶은 이전과는 많이 다른 곳으로 가버리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공직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할 수 있는 여유도 사실 없었다. 내가 집 밖으로 나가버리면 아내의 삶이 아주 곤란해지고, 피곤해진다. 그런 대가를 치루면서까지도 하고 싶은 일도 사실 없었다. 

50이 넘으면 많은 사람들은 직접 뭔가를 쓰거나 분석하기 보다는 좀 더 사무적인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는 자리.. 그냥 나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한국 자본주의에 대해서 얼마나 더 분석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런 걸 하면서 조용히 내 삶을 마무리하는 편을 선택했다. 어차피 난 앞에 서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무리지어 움직이는 것을 그렇게 즐기는 편도 아니다. 

매주는 아니더라도 1~2주에 한 번은 집 밖으로 나가서 술도 좀 마시고 그랬는데.. 몇 주 동안 집밖에서 술은 커녕, 식사도 같이 한 적이 없다. 코로나 이후로 몸을 많이 사리게 되는. 이게 술도 그렇다. 자주 보던 사람이랑 술을 마셔야 편하게 남들 흉도 좀 보고, 생각도 좀 얘기하게 되는데.. 너무 간만에 만나면, 할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잘 살어? “어, 그렇지, 뭐.” 그렇지, 뭐, 많이 쓰는 말이기는 한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무 의미 없이, 빈 공간에 채워넣기 위한 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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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까지로 코로나 격리는 끝났다. 크게 아픈 데는 없는데, 계속 잠이 온다. 시도 때도 없이 잤다. 오늘도 낮에 너무 졸려서, 또 잤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여전히 방학 중이고, 이번 주부터 태권도장을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아내도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격리되는 중에, 잠이 많이 오는 것 말고는 딱히 힘든 것은 없었는데.. 우리 집에서 제일 더운 둘째 방에서 자는 게 가장 힘들었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올해는 그 방에도 에어컨을 놓으려고 했는데, 내년에 좀 더 좋은 거 나오면 달기로 하고 한 해 미루었다. 우와. 더워서 정말 죽을 뻔. 

그 와중에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즐거운 얘기도, 그렇게 웃기는 얘기도 아니지만.. 다시 보니까 장면 하나하나가 그림 엽서 같다. 맥락도 없이 보케가 끝없이 잡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맥락 없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엄청 온다. 80년 빈도, 100년 빈도, 통계로만 다루던 수치들이다. 100년 빈도, 200년 빈도, 이런 걸 가지고 논쟁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까마득해서 잘 기억도 안 난다. 100년 빈도 논쟁 같이하던 어떤 엔지니어가 결혼식 때 엄청 큰 돈을 보냈던 게 기억이 났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인지,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고맙다는 얘기도 못 했다. 80년 빈도의 홍수.. mv가 100년 빈도로 4대강 설계하겠다고 했던 얘기가 잠시 기억이 났다. 

아직도 잠이 너무 많이 온다.. 계속 졸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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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목 아픈 건 좀 내려갔는데, 열이 아직 덜 떨어졌다.
나는 화 별로 안 내려고 노력하고, 짜증도 잘 안 내려고 한다. 남들 일상적으로 화내는 만큼 내가 화를 내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서 못 살아간다.
화가 날 것 같으면, 집안에 있는 스피커 위치들을 바꾼다. 당연하겠지만, 소리가 바뀐다. 그리고 바뀐 소리의 특징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익숙한 노래들을 좀 듣는다.
어제 밤에 마루와 내 방의 북쉘프를 바꿨다.
그냥 소리 확인차 양희은 노래들 들었는데.. 그러다 천리길을 정말 오랜만에 앞뒤로 다 들었다.
혹시 양희은이 천리길 부르는 게 있나 찾아보다가, 크라잉넛이 부른 것도 봤고. 그러다가 딱 우리 또래가 부르는 게 보였다.
참 많은 생각이 오고갔다.
당시 사회학과에 수진이도 있고, 소진이도 있었다. 그냥 합쳐서 소진수진, 그렇게 불렀다. 나는 둘 다 친했다. 인연이 되려다 보니까 이 인간들 고등학교 선생님과도 한동안 술 마시는 사이가 되었고.. 소진이는 나중에 강사 시절에 같이 강사하는 사이가 되기도.
그 소진수진의 수진과 북한산에 놀러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수진이 부르는 천리길이 내가 처음 들은 천리길이었다. 그날 같이 갔던 선배들은 잘 기억이 안 나고, 또 한 명이 타박네야를 불렀던 건 기억이 나는데..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난다.
요 며칠, 흑사회 1, 2를 봤고, 오랫동안 안 보던 무간도 3편도 보았다.
너무 옛날 감성일 것 같아서, 무간도는 일부러 좀 안 봤다.
그렇기는 한데, 무간도 1편 보는데, 눈물 나올 뻔.
감성이라는 건, 참 잘 안 변하는 것 같다. 새로운 감성을 채워넣어도, 옛날 감성이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
술은 어떤 술을 마셔도, 결국에는 알콜 총량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은데..
감성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온 감성인지, 그 기원의 꼬리표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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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공공기관 혁신안에 대한 생각

기재부에서 공공 기관 혁신안을 냈다. 하따, 안 선생, 안철수 향기가 물씬 났다. 공공기관에서 청년 취업 증가시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나쁘게 봤는데, 그 중에 제일은 역시 안철수 아닌가 싶다. 정권이 넘어갔으니까 이걸 다시 원상태로 복귀시키겠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공기업 증가분이 대략 11만 명 정도 되는데, 이걸 없던 걸로.. 

정권이 바뀌면 늘상 기관 길들이기 차원에서 ‘방만한 경영’을 내걸고 한바탕씩 쥐잡기 놀이를 한다. 이번에는 통상적인 그런 쥐잡기 놀이에 문재인 정부 때 늘어난 공공 부문 인력감축이 하나 추가되는 셈이다. 이긴 자가 “내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막을 방법은 없다. 다른 생각은 없어, 민영화는 아냐, 그냥 군기잡기..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장관 직무실과 비교해서 기관장 직무실 크기를 재고, 공무원 1급 집무실과 비교해서 간부들 방 크기를 비교하고.. 

하이고, 조선 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쪼잔함이 극치다. 줄 세우기를 하려면 그래도 뭔가 생산적인 걸 가지고 하는 게 낫지, 방 크기로 ‘호사스러움’의 딱지를 붙이니,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좀스럽기’ 짝이 없다. 해당 기관에서는, 그야말로 어쩌라구! 방을 잘라내기라도 하고, 뒤에다 판넬이라도 덧대서 방 크기를 줄이라는 말이냐? 네,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러다가 점심 메뉴도 비교하게 생겼다. 

이런 걸 경영평가랑 연계시킨다고 하면서, 절대로 탑다운 방식 아니라고 하는 기재부 차관 얘기를 들으면서, 조선시대 당상관 생각이 문득 났다. 

의미 없는 산하기관 정리하는 것은 나도 찬성이지만.. 의미 없는 산하기관이라는 게, 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게 의미 없는 것만도 아니다. 연계 서비스들이 자회사인데, 이걸 정리하라면, 이게 바로 민영화 아닌가 싶다. 하나하나 들여다볼 일을, 위에서 한꺼번에 실적내라고 하면 결국 공적 서비스의 중요한 고리들 하나하나가 민간에 넘어간다. 넘겨도 좋은 경우도 많지만, 이렇게 “줄을 서시오, 줄을 서!”, 그렇게 할 건 아니라고 본다. 

보유 자산 매각도 그렇다. 콘도 회원권, 골프장 회원권, 이런 게 왜 필요하냐고 하면, 당연 필요 없다. 이런 건 매각이 맞다. 

그렇지만 공기업 자산이 전부 다 이렇게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넓게 보면, 이게 ‘공유지’다. 그린벨트 기능을 하는 것도 있고, 공공 보유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공유지 비율이 가뜩이나 적어서 공공 택지 개발 같은 거 하려면 정부 땅이 너무 없다고 하면서, 이렇게 기회 날 때마다 공유지를 그냥 민간에 매각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고, 이게 개혁이냐,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건 몰라도 보유 자산 매각은 하나씩 평가를 하고, 이게 공적 기능이 정말 없는지, 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완충지로서 공간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그냥 냅다 팔아, 이러고 말 일이 아니다. 

인력 조정이나 사업 업무 같은 것은 정권이 바뀌면 다시 해석해서 조정하면 되지만, 매각된 공유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건 단순히 구조조정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MB 때 “니 돈이라면 이렇게 하겠냐”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윤석열 시대에는 조금 지나면 “니 땅이라면 이렇게 하겠냐”, 이런 말이 유행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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