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이라는 이름을 다시 듣고 나서, 이래저래 심난하다. 김민전에 대해서는 그냥 좀 벙찔 뿐이다. 그래도 워낙 개념 상실 스타일이라서,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그보다 더 눈이 간 건, 그 뒤에 실제 기자회견의 주체인 청년들이다.
백골단이 문제가 된다고 하니까, 이름을 ‘해골단’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백골단이나 해골단이나. 저들은 어디서 왔고, 어쩌다 저렇게 되었을까, 그런 질문들이 사실 꽤 심난한 질문들이다. 사회학에서 사회계층적 연구라고 하는 것, 그런 게 필요할 것 같다.
그렇게 오래 붙잡고 한 건 아니지만, 일베에 대한 연구를 잠시 한 적이 있었다. 특히 일베 여성들에 대한 여러가지가 궁금했는데.. 둘째가 태어나면서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서, 그대로 뭍어둔 적이 있다.
이런 식의 연구는 예전에 취리히에 갔다가, 스위스의 극우파 정당에 불어 책을 한 권 샀던 적이 있었다. 참 많이 배웠다. 꼭 필요한 거 같아서, 번역을 하고 싶어서 이제는 돌아가신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과 상의를 한 적이 있었다. 불어권 내에서도 첨단 연구였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이걸 읽을 사람이 그렇게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결국 불발이 되었었다. 그때 실제 극우파 정당의 여러 세력들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게 엔지니어들과 의사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농민, 택시 기사 등 그런 직업들이 광범위하게 스위스 극우파를 형성하는데, 결국 이 세력이 정당이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의사들과 엔지니어들이었다. 아마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인데, 스위스에서 그런 역할을 좀 더 했던 것 뿐이다.
그 후에 이 연구를 나도 좀 진지하게 하기 위해서 제네바 대학에 초빙 교수로 가려고 했다. 그 시절에는 <88만원 세대>가 잘 팔리고 있었고, 이래저래 동경대에서도 초빙이 왔었다. 그 뒤에 나와는 관계 없는 복잡한 일들이 좀 생겼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아이가 태어났다. 진지한 극우파 연구는 그렇게 쫑이 났다.
일베 남성과 일베 여성에 대한 연구를 조금씩 해보려고 하던 때도 있었다. 그때는 둘째가 태어났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그 뒤에 문재인을 도와주게 되었다. 그렇게 극우파 연구는 다시 파일 속으로 들어갔다.
청년 백골단을 보면서, 그때 생각이 났다. 자료가 거의 없을 테지만, 저 사람들은 누구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런 것들이 사실 궁금하다. 그냥 통상적인 작업 가설은, 저 사람들 중에 의사가 있을까? 아니면 IT 등 최근 전망받는 IT 전문가가 있을까? 이런 사람들이 다수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극우파들 사이에서 접착제 역할을 하는 직종이 보통은 그렇다.
그냥 유명해지기 이전의 이준석 정도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의 이준석을 조금은 안다. 가끔 소주도 한 잔씩 마시고 그랬었다. 그때에 비하면 확 엇나갔지만, 그래도 이준석은 극우로 가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런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확 극우로 간다고 하면.. 그런 사람들이 지금 유럽의 극우파 정당의 약진기에 집단으로 존재했었다.
하여간 이번에 백골단 기자회견에 나온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준거집단, 그런 게 심히 궁금해지기는 했다. 그렇다고 내가 노트와 펜 집어들고 돌아다닐 형편은 아니고.
지금은 한줌처럼 보이지만, 저 청년들이 결국 커지고 커져서 별도의 정당이 되는 날이 한국에도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경제의 격차는 심해지는 중이고, 미래의 불안정성도 높아지는 중이다. 이런 구조에서 극우파가 급팽창할 조건이 형성된다. 많은 이념에는 그걸 뒷받침하는 사회경제적 구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청년 백골단의 등장에도 그런 구조적 요소가 있다고 본다.
심난하기는 하지만, 조금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생겼다. 어떻게 접근할지, 방법은 잘 모르겠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말 간만에.. (1) | 2025.01.09 |
---|---|
대환장의 시대.. (0) | 2025.01.08 |
지금은 21세기니까 (1) | 2025.01.07 |
조갑제도 아는 것.. (0) | 2025.01.04 |
죽음 에세이, 출간 일정 연기.. (1) | 2025.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