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서울신문에 글을 쓰게 되었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그렇게 되었다. 처음 칼럼 데뷔했던 곳이라서, 나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칼럼 타이틀을 정하느라 한동안 고생을 좀 했다. 결국 최종 타이틀은 ‘청년이 행복한 나라’로 하기로 했다. 좀 길고, 조금은 올드한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그래도 확실하게 방향성을 갖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결국 이렇게 정했다.
요즘은 청년 얘기는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이것도 유행이 있어서, 한 때 많이 하다가 조금 식상하다 싶으면, 금방 다른 거로 옮겨가고는 한다. 그래도 쿠데타 이후의 세상을 얘기할 때, 나는 청년 얘기를 맨 앞으로 하고 싶었다. 인기랑 상관 없이, 실제로 그게 제일 중요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일 실험도 좀 더 발랄하게 해보려고 한다. 읽으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시원하기도 하고, 그럴 스타일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보는 중이다. 어쨌든 글은 내용이 다가 아니다. 기분학적인 것은 거의 생각 안 하고 글을 썼는데, 이제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고 한다. 쉽게 글을 쓰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 시대의 텍스트는 쉬운 것만 가지고는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
신문에 쓰는 글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좀 허무하기도 하다. 하루가 지나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 같다. 가끔은 몇 년 후에 어떤 사람 손에 들려서 의미를 갖게 되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가끔만 발생하는 일이다.
처음 데뷔하던 시절에는 칼럼집이 출간되기도 했고, 나도 칼럼집을 냈었다. 지금은 죽어라고 쓴 책들도 잘 안 팔리는 시절이고, 언제든지 검색해서 읽을 수 있는 칼럼집이 출간되기는 아주 어려운 형편이다.
상황은 그렇지만, 이번에 글을 쓰면서는 하나하나가 칼럼집에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쓰기로 했다. 그냥 내 마음 가짐이다. 아주 어렸을 때, 이현세 만화에서 봤던 한 구절이 있다. “이 한 번의 스윙으로 죽어도 좋아.” 멋지긴 한데, 실제로 죽었다. 안타 치고 슬라이딩 하다가 머리에 공을 맞고. 맥락상 그렇게 아름다운 얘기는 아니지만, 이 얘기에 딱 꽂혀서 한동안 노트 첫 페이지에 이 글을 적어놓기도 했다. 다부지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악착 같이 살기는 했었던 것 같다.
그냥 그 시절 생각이 잠시 났다. 딱 한 번의 스윙 기회만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글 하나하나가 사실 귀한 기회다. 그 지면을 만들기 위해서 나름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 딱 한 번의 기회만 있다고 생각하고, 안 해 본 것들을 계속 시도할 생각이다. 10년 전 글이나, 지금 글이나, 날짜만 가리면 언제 쓴 건지 모르겠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