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토요일날 탄핵과 교육 관련 집담회를 한다고 급하게 연락이 왔다. 간다고 했다. 여기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코 앞이다. 차를 댈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까, 조금이기는 하지만, 댈 수는 있다고 한다. 여기가 용산 대통령실 코 앞이다. 게다가 같은 블록에 있다. 내가 아는 그 자리가 맞는지, 확인해보려고 했다. 하도 간만에 가는 거랑.
얼래? 다음 지도랑 네이버 지도에 대통령실 자리가 텅 비어 있다. 모르고 보면, 그냥 공원이거나 산인 줄 알 것 같다. 구글맵 보니까, 뜨문뜨문이지만, 대충 표시되어 있다. 이게 뭐 대단한 위치 정보라고, 국내 업체들 이렇게까지 꼭꼭 묶어놓고 있을 게 뭔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에는 아주 많이 갔었다. 오른 쪽 옆에 주차하는 데가 있는데, 여기가 아주 좁다. 예전에 프라이드 타던 시절, 여기서 벽에 긁어먹은 적이 있다. 주차하고 걸어가면 그렇게 멀지 않다. 그냥 정문으로 가서 표 바꾸고 들어가도 살벌하게 멀지는 않다. 용산 대통령실은 겨우겨우 들어가도 걸어갈 형편이 아니다. 셔틀 버스 타고 가게 되어 있다. 구중궁궐이라는 눈으로만보면, 용산이 훨씬 구중궁궐이다. 방문하는 입장에서, 겁나게 복잡하고 멀다. 게다가 사방이 군 시설이라서, 아주 분위기 지랄 맞다. 주차하라고 안내받은 데도 군 시설이라서, 내비에 안 나온다.
어쨌든 대통령은 바뀐다. 이 참에 아예 세종시로 가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던지, 청와대로 가던지, 그래야 할 것 같다. 용산은 영 아니다 싶다. 게다가 옆에 군시설만 잔뜩이라, 왔다갔다하면서 자주 보니까, 군인들하고 쓸 데 없는 정이 너무 드는 것 같다..
윤석열 체포 영장 집행 중. 오늘 내란이 종식되게 된다. 21세기 들어와서 가장 중요한 하루다. 극우라고 하는데, 21세기 극우도 한국 극우 같지 않다. EU의 1당이 극우파 정당이고, 많은 나라에서도 1당이다. 집권당까지 되기는 쉽지 않지만, 주요 정당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당내 민주주의는 어지간한 보수당 보다 훨씬 잘 되어 있다. 법도 다 지킨다. 이렇게 법도 안 지키고, 내력 세력 지지하는 그런 선진국 극우는 없다. 이 정도면 극우도 아니다. anachronism, 시대 착오를 의미하는 단어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헌재 재판관으로 정계선, 조한창, 두 명을 임명했다. 마은혁 후보는 여야 합의가 아직 안 되었다는 게 이유다.
이렇게 국무회의가 진행. 내가 듣기로는 헌재 재판관 6명 중 한 명이 7명이 안 되면 판결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결정 판결이 미루어지고 있었다는. 이렇게 헌재 재판관이 여덟 명이 되었으므로, 본격적인 탄핵 결정 과정이 진행될 수 있게 되었다. 탄핵 결정에 한 달 정도로 걸릴 거라는 예측과, 두 달 혹은 그 이상은 간다는 예상이 있다. 어쨌든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들 보는 것 같다.
윤석열 체포영장이 나왔다. 보고 자고 싶어서 새벽까지 버텨봤는데, 이게 밤 샌다고 될 일이 아닐 것 같아서 그냥 잤다. 이거 기다리면서 책을 읽을까 했는데, 나도 신경이 그렇게까지 굵은 편은 아니다.
신부님들 미사 동영상을 몇 개 봤다. 지랄발광 동영상은 처음 봤다. 김용태 신부는 김대건의 마지막 후손이라는데, 진짜 한 방이 있다. 안 웃으려고 했는데, ‘용산’ 대목에서 안 웃을 수가 없었다. 김대건 초상화와 얼굴 비교해보니까, 진짜 닮았다. 저런 스타일로 조선 말에 미사를 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사 동영상 하나를 더 보았는데, 미사 내용도 재밌었지만, 미사 끝나고 “그날이 오면”을 부르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참 오랜만에 들었다.
오늘, 내일, 결국 윤석열은 체포될 것이다. 계엄 해제 이후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진짜 좀 어이가 없는 일이기는 한데, 3월달부터 계엄을 준비했다는 거 아니냐. 지나간 시간이 기억에서 주르르 지나간다. 총선 전부터 대화하고 토론하고, 협상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인간.
윤석열이 구속되고 나면, 많은 흐름이 급변할 것 같다. 무엇보다 보수 쪽에서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물을 버리면서 아이를 같이 버린다는 말이 있다. 지금 국민의힘이 그렇다. 버티고 버티면서, 민주주의를 같이 버렸다.
박근혜 생각이 가끔 난다. 천막당사하던 시절 박근혜는 진짜 멋있었다. 사람이 어수룩해서 그렇지, 윤석열과 비교할 그런 악랄한 인간은 아니다. 오죽하면 박근혜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생각이 다 날까 싶다.
쿠데타 나던 밤, 당사로 모이면서 사실상 민주 공화국의 거의 대부분의 정당성을 잃었다. 그 뒤는 어떻게 될까? 윤석열 구속 이후, 뒤로 미루어두었던 이 변화가 현실로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