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그리고 미국, 그 사이에서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겪는 중이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실익을 찾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경제를 얘기하지만, 실제로 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한 대통령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경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보기 드물다. 윤석열은 그런 면에서는 매우 드물다. 그가 하는 거의 대부분의 일에 경제는 없고, 이념만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이념도 일반적인 보수들의 이념과는 좀 다른 것 같다. 굉장히 호전적이다. ‘가짜 평화’라는 말은, 좋게 얘기하면 처칠이 했던 얘기와 외형적으로는 비슷하다. 던케르크 작전 한 가운데에서 나치와 평화 조약을 맺자고 하던 주류 세력에 맞서서 전쟁론을 펼치던 처질의 강경한 입장이 이랬을 것이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와 뮌헨 협정을 맺었다. 여기에서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라는 말이 나왔다. 처칠은 강경파였고, 결국 체임벌린은 사퇴했다. 이후에 전시 내각의 일부가 히틀러와 일종의 평화 조약을 맺는 시도를 했는데, 다시 처칠이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면서 더 이상 영국은 히틀러와 협상을 시도하지 않고 전면적인 전쟁으로 들어간다. 좋게 얘기하면, ‘가짜 평화’라는 말이 유효할 상황이 이 정도 아니겠나 싶다. 냉전도 아니고 히틀러가 한참 기세 좋던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냉전도 아니고, 히틀러가 한참 전쟁 확전 중에 있던 그런 영국도 아니다.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모든 것을 여기에 맞춰서 하는 건 좀 이상하다 싶은데, 하여간 현실은 그렇게 가고 있다. “상대방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 이 시대를 관통하는 많은 것들은 여기서 나오지 않나 싶다. 

핵에 기반한 한미일, 이것을 위해서 우리가 내주는 게 너무 많다. 중국과는 이제 아무 것도 없을 것처럼 얘기하지만, 정작 미국의 주요 기업들 수뇌부들이 계속해서 중국을 방문하는 중이다. 정부는 정부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야, 이런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느라고 미국 기업들이 바쁘다. 어쩌면 미국의 진정한 힘은 그런 실용주의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도 기회만 닿으면 중국 수뇌부들을 만나고 싶을 것이다. 

한국이 지난 20년 동안 누린 번영은 어떻게 보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 위에 서 있는 것 아니겠나 싶다. 그리고 윤석열이 지금 가려고 하는 길은 이 틀을 깨고, 핵무장을 위해서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겠다.. 뭐, 그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겠나. 여기에서 원전파 전생 시대가 다시 오게 된 것이고. 

그럼 경제는?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나는 패던 거나 마저 할래요.. 노동자도 패고, 시민단체도 패고, 기자도 패고.. ‘핵 없는 세상’이 아니라 ‘핵 가진 세상’을 위한 공안정국, 그렇게 이 시대를 요약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여기까지는 알기가 어렵지 않은데, 이렇게 이념이 먼저고 경제가 나중인 시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박근혜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고. 그래도 그 주변에 경제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미국의 네오콘 중에서도 아주 강성들이 한국에서 집권했다고 하면 대체적으로 비슷한 모습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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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보조금 사업, 이제 털대로 털었다. 문제된 단체는 5년간 입찰 금지니까, 없이 살던 예전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지금이 중앙정부 내역 가지고 한 거니까, 지방정부와 협력하는 사업들 가지고 한 차례 더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기본으로", 말은 쉽지만, 충분히 성숙한 시민사회를 아직 갖추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진작에 일부 단체들은 정부 보조금 대신 외국 펀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는데.. 이게 꼭 좋다고 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는 해외 지원이 더 늘 것 같기는 하다. 참 어렵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94996.html?_fr=mt5 

 

진보는 보조금으로 오지 않는다

[세상읽기] 김정희원 |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지난해 정부가 ‘전수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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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공무원들에게 쓸 데 없는 생각하면 전부 인사 조치하라고 했다.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한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검사들 동원했던 지난 1년간은 공안 국면이었고. 이제 그 힘을 바탕으로 범죄자 아닌 사람에게도 인사권을 기반으로 언제든지 칠 수 있다고 하는 지금부터는 공포 국면이 아닐까 한다. 골프장 가지 말라고 했던 적은 있어도, 이렇게 대놓고 공무원들에게 말 잘 들으라고 했던 대통령이 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91141.html?_fr=mt2 

 

30%대 지지율 위기감…인사권 무기 ‘공직사회 충성’ 압박

[윤 대통령 취임 1년] 윤 대통령 “과감하게 인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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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 존..

잠시 생각을 2023. 5. 5. 02:05

용혜인 멋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내가 세상에서 본 가장 황당한 혐오가 아동 혐오였다. 좀 이상했다.

한동안 연남동에 자주 갔었는데, 노키즈존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안 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 간 게, 국밥 집에서 우리 집 어린이들 받기가 좀 그렇다고 한 이후로.. 아직 제주도에 안 갔다. 그 사이 제주도에서 하는 행사가 아주 없지는 않았는데, 그냥 행사를 안 가고 말았다. 

노키즈 존에 대해서 저항할 수 있는 게, 현재로서는 그냥 안 가는 것 외에는 없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90582.html?fbclid=IwAR0jxI07SrKBsDW-q6T8diea0iXnfiShBviCOO_4BMSKJJ1Gk5MeSFPdYxo 

 

용혜인 “노키즈존 없애자”…두 살배기 아들과 국회 기자회견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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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가격..

잠시 생각을 2023. 2. 26. 22:47

소주 가격을 목숨 걸고 낮춰야 한다고 자문하는 경제학자들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주가 꼭 이렇게 국력을 투입해서 낮추어야 하는 필수재화인가? 비싸지면 소비를 줄여야 하는 게 인플레이션에 임하는 기본 방식인데, 관세까지 움직여가면서 낮은 가격을 꼭 소주에 대해서 유지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소주가 국내 농산물과 엄청나게 관련되어서 관련 산업의 붕괴를 얘기할 그런 제조 공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영유아들의 분유와 서민의 소주를 같은 위치에 놓고 정책을 설계하는 게 맞나 싶다. 소주 소비가 줄면, 부수적으로 성인병 관련 지출도 줄고, 건보 지출도 줄기는 할 것 같다. 

국가가 목숨 걸고 소주 가격을 지키는 게 맞나 싶다.

https://v.daum.net/v/20230226152400965?fbclid=IwAR29rYxqayThhaxjSEWPSuxml5-ljVtky-RAYJoM2JRklPWrCLfKAr7meo8 

 

“국밥에 소주 한잔도 못한다”...민심 들끓자 정부 실태조사

정부가 잇딴 원가 인상에 서민 술값 인상을 막기 위해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와 국세청은 주류업계가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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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재 유감

잠시 생각을 2023. 1. 29. 21:26

김부겸 인터뷰를 보다가 잠시 그가 고문을 맡은 사의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스스로 진보라고 불렀던 운동권 일부의 부패와 낮은 도덕감이 청년들이 말하는 ‘공정’ 논의의 격발제가 되었다. 그게 과연 개선되었을까? 정권은 날려먹었지만,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한 때 민주당의 중추를 형성했던 운동권 엘리트들이 얼마나 세상의 흐름과 먼 곳에 있나, 사의재라는 단어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의재, 솔직히 나도 사의재 뜻이 뭔지 잘 몰랐다. 아주 예전에 그런 걸 읽은 기억은 있지만, 잊어버린지 오래인 단어다. 그냥 언뜻 떠오른 게, 연말이면 교수신문에서 나오는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다. 10년 전에는 그런 게 나오면, 뭔가 정권에 대한 비판이라서 사람들이 좀 재밌게 생각한 것 같다. 요즘은 그게 무슨 뜻인지, 학생들은 별로 관심 없어 하는 것 같다. 관심 없는 정도가 아니라 재수 없어 한다. 시대가 변한 거다. 몇 년 전에 어떤 학생이 나한테 거기에 의견을 냈느냐고 물어봤다. 솔직히 매번 연말이면 연락이 오기는 하는데, 나는 그런 어려운 단어는 잘 몰라서 한 번도 의견을 낸 적은 없다. 그 얘기 그대로 했더니 “그러시냐”, 그렇게 넘어갔다. 등에 땀이 흘렀다. 만약 냈다고 했으면 “재수 없는 인사”로 그 학생의 인명 DB에 등록될 판이다. 

지금 20대~30대는 사자성어와 한문투에 대해서 “모른다”가 아니라 적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어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관대한데, 한자어에 대해서는 아주 싫어한다. 나도 꼭 필요할 때 아니면 가급적 사자성어를 잘 안 쓰려고 한다. 그게 효율적이라도 워낙 젊은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다. 꼭 내가 너보다 많이 알아, 그렇게 일부러 보일 필요는 없다. 그런 변화가 좋은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싫다고 하는데 일부러 그걸 쓸 필요는 없다. 

사의재라는 단어가 제목이 된 건 이중으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뜻이 아무리 좋아도 아는 사람 거의 없는 한자를 제목으로 쓰는 건, 40대 이하의 한국 대중들하고 별로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정서적으로 싫다는데, 굳이 그런 걸 대중적 활동을 하면서 쓸 필요가 있나? 무슨무슨 어벤저스, 차라리 그랬다면 그냥 웃고 넘어갔을 것이다. 사의재라는 단어는 그런 의미로 드러나게 된다. 한국에서 그걸 알아먹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모르면 배워”, 이런 강압감이 정서적으로 느껴지는 단어를 왜 단체 이름으로 쓰나? 운동권 엘리트 티 내고 싶은 거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싶다. 

결국 사의재로 결정된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이 아마도 더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내부에 없었을 것 같다. 있었다면 그런 이름으로 결정되었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너무 나이를 먹어서인지, 아니면 너무 높은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어서 그런 건지, 하여간 이제 대중과는 문화적으로 너무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의 폐쇄적 공통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단어도 그렇지만, 뜻은 더 나쁘다. “맑은 생각과 엄숙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태도”, 듣기만 해도 재수 없다고 생각할 의미다. 정약용 선생은 이걸 자기가 떠난 후에 원래의 집주인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자기가 그렇다는 게 아니다. 자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부여한 것이다. 이걸 자기 이름으로 딱 붙이면, 정말로 재수 없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칭하는 걸 자신에게 칭하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 제목도 이상하지만, 뜻은 더 이상하다. 

도대체 이 시대의 사람들하고 대화할 생각이 있는 집단인지, 아니면 자기들끼리 고상한 얘기를 하려는 집단인지, 제목만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지난 정권에서 이제는 나이 먹은 운동권 엘리트들이 부패했다고 많은 청년들이 느끼면서 정권이 날아간 것 아닌가? 상징의 세계에서 이 엘리트들이 정서적으로 그 패배에서 한 발도 걸어 나오지 못했다는 생각이 ‘사의재’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생각이 났다. 

시대는 변했고, 또 변하고 있다. ‘사의재’ 같은 단체 제목을 쓰다가는 한 방에 훅 간다. 청년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면서 훅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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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때문에 난리다. 우리 집도 가스 요금이 10만 원 정도 더 나오는 것 같다. 전기 요금도 좀 늘어서, 소위 수도광열비가 늘어난 것은 맞다. 애들 있는 집이라서 그렇다고 난방을 줄이기도 어렵다. 몇 달 전에 둘째가 천식으로 입원을 해서, 괜히 감기라도 걸리면 완전 망한다. 

국민의힘이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지금 정권에서 그 부담을 안게 된 것이라는 얘기가 제일 이상하기는 하다. 이 정도까지 대충 설명하고 넘어갈 줄은 몰랐다. 가스 요금을 덜 올려서 적자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게 전기랑 무슨 상관이 있겠나 싶다. 해명은 좀 성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사실 이번 겨울에 도시가스와 관련해서 가장 큰 위기는 가격 문제가 아니라 물량 확보 자체였다. 러시아 전쟁 한참 위기로 고조되던 순간에는 가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겨울을 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느냐, 그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야말로 국제적 입도선매, 미리 가스 안 사뒀다고 완전 줄경을 칠 판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난방비 어떻게 할 거냐가 먼저는 아니고, 그나마 가스라도 제대로 나오는 게 잘 한 거다, 그게 1차적인 논평이 되는 게 맞을 것 같다. 꼭 전쟁 아니더라도 가스는 늘 수급이 문제였다. 영국을 비롯해서 유럽에서는 겨울에 가스 공급이 중단된 전례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슈퍼에서 그냥 사오면 되는 물건과 달리 국가 계약이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는 가스 같은 천연 자원은 없으면 그냥 없는 거다. 비싼 건 다음 문제다. 

이번 겨울은 가스 물량 확보가 1차 관건인 경우라서, 공급 중단이나 순환 공급 같은 거 없이 가스 난방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잘 했다고 하는 게 맞지 않겠나 싶다. 사실 가을에는 애들 때문에 전기 난로를 좀 사야하나, 고민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보일러가 워낙 잘 돌아서 우리 집에는 이제는 전기 난로 등 보조 열기구가 없다. 전에 세검정에 살 때에는 난방이 부실해서 프로판 난로가 두 개나 있었다. 

가을에 전기 난로를 알아보니까 다른 요금이 올라간 것에 비해서 전기요금이 안 올라가서 중고 전기 난로가 완전 인기였다. 사면 뭘 사야하나, 몇 개나 사야 하나, 그런 고민을 했었다. 대충 올겨울 나는 데 부족하지 않은 가스 물량 확보가 되었다고 해서, 전기 난로를 안 샀다. 사실 앞으로 살면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비상용으로 보조 난방을 갖춰두는 게 맞기는 하는데, 둘 데도 마땅치 않고, 결국 안 샀다. 

가스요금이 폭등이라서 문제는 문제인데, 추세적으로 난방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를 조금 더 올리는 게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15만 원 정도 하다가 18만 원 정도로 올린 걸로 알고 있다. 물론 단기 대책이다. 한시적으로 이걸 확 높이는 정도는 합의만 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흔히 에너지 리모델링이라고 하는 주택 단열사업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길게 보면 지금 대책으로 낼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요소가 여러 가지 있다. 아파트들은 베란다 확장하면서 단열이 아주 어려워졌다. 여기에 중문을 달면 난방과 냉방에 모두 도움이 된다. 미국의 2층짜리 단독 주택에 중문이 아주 많아진 것은 거기도 광열비 부담이 되니까 리모델링을 한 번씩 한 거다. 당연한 얘기지만, 단열이 좋아지면 난방 효율도 좋아진다. 

좀 더 어려운 것은 저소득층 주거지 등 건물 자체를 리모델링하는 것인데, 여기는 애로사항이 아주 많다. 하자고 하면 못할 것은 없는데, 건교부랑 산업부 그리고 복지부로 업무가 나뉘어서 어려운 문제를 풀기가 좀 어렵다. 에너지 리모델링에 대한 인허가 자체가 아주 어렵고, 오래된 건물은 도면 자체가 없다. 그렇다고 못할 건 아닌데, 인허가가 너무 힘들어서 민간은 아예 시도 자체를 안 한다. 특별법 같은 것을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에너지 리모델링을 하기는 해야 한다. 이게 어려우니까 건물을 구축과 신축으로 나누어서, 신축에 대해서만 접근하고 있는 게 현재 실정이다. 

횡재세 애기는 좀 뜬굼 없다. 물론 나도 횡재세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광열비용에 대한 구조적 해법이 되지는 않는다. 그건 사회 정의 등 좀 다른 차원의 논의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걸 목적세로 바꾸어서 그걸로 저소득층 에너지 비용에 환원하겠다, 한국의 조세 메커니즘메카니 실현하기 아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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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초기에 인사 너무너무 이상하게 했었다. 인사도 이상하지만, 인사 결정하는 과정이 더 이상했다. 이러다가 5년만에 정권 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래도 정말 5년만에 정권 내줄 줄은 몰랐다. 

조국 장관 임명할 때 주변의 20대 특히 남성들은 물론이고 여성들이 싸늘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서, 재집권은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20대와 10대는 연구 대상이라서 늘 세밀하게 살피던 편이었다. 20대가 그렇게 집단적으로 민주당 쪽에 등돌리는 건 처음 봤다. 큰 변화가 온 거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20대는 진보적, 그렇게 보면 어렵고, 일상적으로 중산층 분석할 때 쓰는 스윙보트처럼 보는 게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뭐,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작업가설 하나를 만들고 넘어갔다. 

정권이 바뀌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특별한 전환점이나 엄청난 자살골 없으면 국민의힘이 두 번은 하지 않을까, 그렇게 일상적인 방식으로 상황을 봤다. 

이준석 제낄 때만 해도 어떻게 될지 잘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당대표는 당원이 뽑는 거, 그렇게 하면서 게임의 법칙을 바꿀 때만 해도, 저렇게 저렇게 하다가 또 제 자리들 찾아가겠지, 그 정도 생각했다. 

사실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정부 많은 기관들은 이미 정지한 것 같다. 내년 총선 결과보고 움직이겠다. 이게 공무원들 분위기이기는 하다. 장관 조사하고 감사 죽어라고 때리는 것 보면서, 시키는 대로 했다가 저 꼴 난다, 그렇게 잔뜩 쫄아있는 것 같다. 

유승민 당대표 출마 안 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국민의힘 정권이 5년 한 번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치에서 지나치게 극한으로 가서 무리한 것을 추구하면 결국 망한다. 

유승민이 출마라도 하고 아깝게 지는 건 몰라도, 아예 나와보지도 못할 정도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그래서 결국 그가 “느그끼리 다 처묵으세요”, 이렇게 나가 떨어지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어쩔 도리가 없다. 물론 총선에서 지고, 대선에서 이기겠다고 나름 꾀를 내보려고 하겠지만.. 

공직 분위기로는 사실상 그때부터는 레임덕이다. 공무원들 문 걸어 잠그고 복지부동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말린다. 게다가 한덕수 실력으로는 그런 공무원들 움직이게 절대 못할 것이다. 지금도 한덕수, 총리로서의 리더십 그렇게 튼튼한 편은 아니다. 

총선 이기고 대선 진 적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극적으로 분위기 반전이 이루어진 경우는 아니다. 

유승민 당대표 출마 포기, 어쩌면 국민의힘이 5년 하고 정권 넘겨줄지도 모른다고 처음 생각하게 된 순간이다. 이게 힘으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힘으로만 한다. 국민의힘, 5년 한 번으로 정권이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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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이렇게 전쟁 선언을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노동개혁의 형태도 다양하겠지만, 정치인이라면 이렇게 전쟁의 언어로 국민들에게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치인이라면 돌려가면서 말하고, 간접적으로 부드럽게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1월 1일부터 전쟁 선언을 듣고 싶어하는 노동자는 없다. 이게 힘으로 될 일인가 싶다. 박근혜도 '줄푸세' 정도로 돌려가면서 부드럽게 그리고 간접적으로 말했다. 

공업입국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원전 입국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시대와 안 맞는다. 

지방 대학 일부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게 '교육 개혁'이라는 말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이름에 걸맞는 성과가 날지도 불확실하지만, 무엇보다도 이게 정부의 3대 개혁의 위치에 가는 게 맞는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https://v.daum.net/v/20230101101032516?fbclid=IwAR1l_Hq0tBJQWPxkO0vhuRvtUSYgAdTfouLG4RiKDxK-ivVFU_HNyPUSS60 

 

尹대통령 "3대 개혁 미룰수 없어…먼저 노동개혁으로 성장견인"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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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혁신파크에 대한 기억이 참 많다. 

정태인 선배 살아있던 시절, 여기에 폴라니 연구소를 만들 게 되었으니까 같이 하자고 했었드랬다. 나도 참 인간 야박하기는.. 난 할 생각 없고, 형도 하지 말라, 그랬드랬다. 박원순이.. 그래서 박원순이 뭘 얼마나 돕겠냐? 그거 믿고는 못 한다, 그랬드랬다. 그랬더니 이 주변에 카페를 낼 생각이 있다고 해서, 카페는 더더군다나 아니올시다, 특히 불광역 주변, 생각보다 카페 수요 없다.. 막 뜯어말렸드랬다. 아마 내가 애들 보느라고 정신이 없지 않았으면 더 말렸을텐데, 결국 연구소는 만들었고, 그는 소장이 되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때 더 말렸어야 했다. 

이 공간에서 몇 사람이 한다고 한 건 잘 해보라고 했고,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몇 개는 뜯어말렸고, 몇 개는 그래서 결국 중단. 정태인 선배는 이유는 잘 모르는데, 엄청나게 그걸 하고 싶어했다. 

그것도 다 옛날 일이다. 강북 살리기 일환으로 이 자리에 서울연구원이 오기로 결정이 되었었다. 그게 꼭 의미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런가보다 했다. 

오세훈이 시장이 되었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사람들이 모여서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공원 같은 거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은 잠깐 했었는데..

그냥 다 밀어버리고 고밀도 개발, 이것저것 다 때려 넣어서... 하여간 높은 빌딩 짓겠다는 거다. 

그리고 그 명분이 서울에 남은 시유지 중에서는 가장 크다는 거. 

아니 크기가 크고 중요하면 뭘 어떻게 할지 좀 생각을 해보는 게 맞는 거지, 그냥 내 맘대로, 옛날에 하고 싶은 거 할 거예요, 이러는 게 맞나 싶다. 

예전 오세훈 시장할 때에는 '혁신 시정'이라는 이름 걸고 뭔가 좀 의견을 모아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다시 시장이 되고 나서는, 그냥 내 맘대로 할 거예요, 그런다. 

밀도 같은 거, 공유지의 역할, 이런 얘기도 이 나라에서는 너무너무 예전의 얘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72274.html?_fr=mt2 

 

박원순표 서울혁신파크 역사 속으로…대형 복합 시설 개발

서울시 “코엑스급 50만㎡ 산업·문화·주거 시설 조성”사회적기업·공익적 민간단체 설 자리 없어질 우려도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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