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경제학 초고를 차분히 한 번 읽어봤고, 오늘부터 고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래 안 된 것 같은데도, 몇 년은 지난 글을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윤석열의 얼척 없는 친위 쿠데타가 있었고, 여의도 촛불 집회가 있었다. 뉴스가 쏟아진다. 나는 유튜브 거의 안 봤었는데, 쿠테타 이후로 유튜브도 좀 봤다. 황당한 사건이다.
김종대 방송 그렇게 잘 하는 줄은 몰랐다. 군대가 동원된 사건이라서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가끔 여의도에서 커피 마시던 시절이 정말로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이제는 구수하게 얘기를 전달하는데, 정말 달인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름 그 시간을 너무 인상 쓰면서 버티지 않으려고는 했지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냥 넘어가기가 쉽지는 않다. 온 국민이 한 번쯤은 심리상담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나도 사실 쿠데타 당일, 많이 놀랐다. 큰 애는 왜 그런 상황에서 안 깨워줬느냐고 지금도 나한테 뭐라고 한다. 뉴스 보면서 밤 샜다. 예전 컬프전 때 폭격 장면이 cnn으로 중계되는 걸 가지고 상당히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이제는 쿠테타도 생중계하는 시대가 되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지만, 그 일상이 과연 예전과 같은 일상일까? 좋든 싫든, 한국 사회와 경제는 형질 변경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제도는 그대로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행위가 변하게 된다. 과연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미 많은 것들이 그날 이후로 변했다.
두 달 전에 내가 쓰던 원고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데뷔 전에 처음 쓸 책들을 준비하던 시절이 다시 생각난다. ‘국가의 기본’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좋은 국가가 되기 위해서 살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살펴보자고 생각을 했다. 참, 나도 먼 길을 왔다는 생각이 문득. 조금만 더 가면 어쨌든 그 시절 내가 보려고 했던 것들은 대충 마무리가 된다.
책이라는 게, 아주 편안한 상황이 아니면,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사는 데 걱정 없는 순간이 한 순이라도 있겠냐. 그래도 잠시 그런 생각을 멀리 떼어놓아야 한 줄이라도 쓴다.
윤석열의 황당한 친위 쿠데타를 겪고 나서, 그런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게 어렵다는 걸 문득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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