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부모가 이기기는 어렵다.
순진하기만 할 것 같은 둘째가 얼마 전부터 닌텐도를 자기 방에 가지고 가기 시작했다. 마루에 엄청 큰 tv로 닌텐도를 할 수 있게 해놨는데, 그래도 조그만 본체를 가지고 간다. 닌텐도로 유튜브 보는 법을 배웠다. 아내가 닌텐도에 사용 시간을 걸어놨는데, 또 다른 아이디를 만들어서 그걸 피한다. 뭐라고 하겠나. 이제 벌써 5학년인데.
가급적이면, 이래라 저래라 안 하고, 그냥 맛있는 것만 해주면서 그래도 나름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게, 요즘 나의 육아 방침이다.
오늘 처음으로 법원 난입한 청년들에 대한 얘기를 우리 집 어린이들하고 했다 .
“아빠가 바라는 건 딱 하나야. 너희가 저렇게 법원에 난입해서 감옥에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어린이들도 tv도 보고 뉴스도 보고 그런다. 질색을 한다. 일제랑 싸우거나, 독재랑 싸우다가 감옥 가는 건 아빠가 이해를 하겠어, 그런 얘기도 했다.
사실 저렇게 서부법원에 들어간 청년들이라고 다 문제 청년이겠는가? 그들도 다 부모가 있고, 친구가 있고, 지인이 있는 삶을 살아간다. 나는 그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유튜브의 상업성 때문이라고 설명을 하는데, 그건 너무 쉽고 안이한 설명이다. 그렇게 계산한다면, 감옥에 갈 수도 있는 행위의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혀 설명을 안 한 것과 같다. 보수 중의 보수 경제학자인 캐리 베커가 노벨상 받은 경제이론으로도 저건 설명이 안 된다.
둘째가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서 나에게 말했다. 감옥 가느니, 나는 그냥 아빠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집에서 살고 싶어요..
오늘 처음으로 살다가 어려우면, 그냥 아빠랑 살아도 된다고 말했다. 전에는 때 되면 자기 힘으로 독립해야 한다고만 말했었다. 둘째는 아빠가 해주는 맛난 거 먹는 게 좋다고 했다. 감옥 가는 거 생각도 하기 싫다고 했다.
법원에 난입해서 폭도로 욕만 먹고 있는 청년들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저들도 다 부모가 있을 거다. 지금 그 부모 심정이 어떻겠나,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들의 아픔에 대해서, 나도 부모로서, 가슴이 매우 아팠다.
엄벌백계, 그것만으로 사회가 돌아가지는 않는다. 구조와 개인이 만나는 교차로, 그 안에서 나는 서부법원에서 난동부린 청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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