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이들 메모'에 해당되는 글 281건

  1. 2023.04.14 둘째는 한 고비 넘어가고.. 1
  2. 2023.02.28 겨울 방학 끝나갈 때.. 7
  3. 2023.01.03 광어회 저녁.. 3
  4. 2022.12.24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4
  5. 2022.12.07 까다로운 고양이.. 3
  6. 2022.11.27 큰 애의 위기.. 1
  7. 2022.11.16 어린이들과 손잡고 가는 길.. 1
  8. 2022.11.09 새벽 두 시에.. 2
  9. 2022.10.30 이태원의 할로윈 파티.. 1
  10. 2022.10.21 제빵기 빵..

우리 집 둘째는 오늘 꼼짝 없이 입원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지난 밤에 잘 잤는지, 좀 상태가 나아졌다. 여전히 기침은 많이 하지만, 그래도 소리는 좀 나아졌다. 이제는 월요일날 학교 갈 수 있는 게 또 큰 도전이다. 사흘째 집에 있었다. 

저녁 때에는 둘째가 좀 나아져서 동네 식당에 가서 밥 먹고 왔다. 안 그러면 둘째는 정말 하루 종일 집에만 있게 되어서. 둘째는 간만에 크게 웃었다. 

둘째는 태어날 때 숨을 못 쉬었다. 세 살 때 봄, 연거푸 병원에 입원하면서 나는 하던 일들을 모두 그만두었다. 둘째가 계속 아파서 짧은 육아 휴직 후에 복직을 하지 못한 아내는 회사와 소송을 하는 것도 검토했는데, 이게 대법원까지 가고 워낙 힘들다고 해서 그냥 있었다. 나는 애들을 보기 시작했고, 아내는 취업 준비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둘째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아직은 봄, 가을에 미세먼지 심할 때쯤이면 병원에 입원을 한다. 작년 가을에는 정말 자다가 호흡곤란으로 죽을 뻔했다. 응급실에서 괜찮아지기는 했는데, 입원할 병동이 없어서 애를 좀 먹었다.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이라고 하면 뭐, 뭐 잘 먹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는 할텐데, 빨리 병원에 못 가면 정말 호흡곤란으로 위험해진다.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물론 병원에 빨리 가면 사실 별 일은 아니다. 병원 호흡기 치료는 좀 독한 약을 쓰는데, 가정에서 하는 치료약은 그렇게 독한 걸 주지는 않는다. 병원에 입원해서 2~3일 치료하면 정말 거짓말처럼 금방 낫는다. 물론 후유증이 한두 달은 간다. 

이번은 이렇게 넘어간 것 같은데,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이렇게 버텨야 할 것 같다. 아픈 애가 있어서 감기라도 걸리면 초비상 상태가 된다. 가끔 “애는 부인이 보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물론 웃고 “곤란하다”고 대답하기는 하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속으로 들기는 한다.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내 삶도 좀 변하기는 했다. 그냥 나는 내 호흡대로 살아간다.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그것도 최소한만 한다. 그나마도 제 시간에 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별로 흔들림이 없는 삶이 되었다. 그게, 별로 흔드는 사람도 없고, 흔들릴 것도 없어서 그렇다. 딱히 하는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집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살살 아주 살살 살아간다. 그런 삶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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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방 출장 갔던 아내가 저녁 시간에 맞춰 돌아오게 되었다. 뭐 준비한 게 따로 없어서 꽁치 통조림 넣고 꽁치찌게 끓였다. 우리 집 꽁치찌게는 두 캔을 넣어야 한다. 안 그러면 우리 집 어린이들끼리 싸움 난다. 

요령은 별 거 없고, 고추장은 딱 한 숫가락만. 좀 더 맵게 하고 싶은데, 매운 기분만 내야지, 진짜로 맵게 하면 어린이들 못 먹고. 그러면 간이 안 맞는데, 까나리 액젓 조금 넣어서 약간만 보충. 큰 애는 조금만 짜도 뭐라고 한다. 

어린이들은 코 박고 먹었다. 어제 아침에는 볶음밥을 해줬다. 볶음밥 뒤에 후식으로 파인애플 짤라줬는데, 큰 애가 왜 볶음밥에 파인애플 안 넣어줬냐고. 미안해, 아빠가 시간이 없어서. 

인생에 남을 진할 겨울방학이 이제 내일이면 끝난다. 둘째가 돌봄 교실 신청서를 까먹고 학교에 안 냈다. 게다가 봄방학이랑 겨울방학이 통합된 길고 긴 첫 겨울방학. 생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요일이 다 헤갈릴 정도로 비몽사몽, 그렇게 지낸 것 같다. 

자식 학폭 문제로 검사 한 명이 피곤하게 되었다. 

아마 경찰들이 경찰청장에게 귀뜸을 해주지 않은 게 사건의 중요 포인트 아닐까 한다. “물어보셨어요?”, 아마 이랬을 것 같다. 검사들이 경찰들 보는 눈이, 진짜 불가촉 천민 보듯했던 것 같다. “지들이 무슨 수사를 한다고 그래.” 검사들의 특권 의식 같은 게 좀 쩐다. 

경찰을 천민 보듯이 했던 검사들이 국민들을 어떻게 볼까? 몇 해 전 교육부 국장이 “국민들은 개•돼지”라고 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사실 검사 눈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겠나 싶다. 물론 모든 검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야말로 특수한 일을 하던 사람에게는,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보였겠나 싶다. 

욕하는 건 쉽다. 이제 자식교육이 관련된 거라서, 나도 우리 집 어린이들을 돌아보게 된다. 큰 애는 지난 가을에 태권도장에서 손가락욕을 해서 검은 띄를 뺏기고, 흰 띄 매고 다녔다. 큰 애는 태권도 그만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해서라도 고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돌아보면 태권도 관장을 나중에 은인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학원에서 누가 혼내겠나. 어린이들 가는 태권도장은 이래저래 애들 키우면서 고마운 시설이기는 했다. 코로나 한참 때 버스 운행도 쉬고, 사범들도 많이 그만두었다. 혹시라도 도움 될까, 두 어린이 학원비 몇 달치 미리 냈다. 특별한 건 아니고, 문 닫으면 나만 골통 먹으니까. 

내가 관찰한 것에 의하면 남자 아이들은 ‘성숙’이 좀 늦게 온다. 어쩌면 아예 안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참 키 크고, 덩치 커지기 시작하면, 힘 싸움하기 너무 좋아한다. 상어가 몸 길이로 자기들끼리 서열을 만든다고 하더니, 그게 딱 맞다.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아팠고, 요즘도 1년에 한 번씩은 연례행사처럼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을 한다. 큰 애는 아픈 데가 없고, 키도 크다. 그렇다고 딱 모범생, 그런 건 아니다. 매너도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맨날 혼난다. ‘상냥’, 그게 내가 큰 애한테 탑재시켜주고 싶은 개념이지만, 어렵다. 일단 주먹부터, 그런 스타일이다. 그래서 더 신경을 많이 쓴다. 

강남 근처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 가장 싫었던 것이 “남들도 다 이렇게 해”,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었다. 나는 좌파로 살아서 그런지, 딱 표적 한 명이 걸리면 그건 늘 나일 것인 형편이었다. 남들한테는 아무 문제도 아닌 것이 나에게는 문제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지만, 나는 곤란한, 그런 인생을 살았다. 욕 먹을 일 거의 안 하려고 하는데, 그랬더니 “감정 기복이 심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 이런 얘기들이 따라 붙었다. 그래, 같이 술 처먹은 내가 죄다.. 그 시기를 지난 뒤로는 남들하고는 거의 밥도 안 먹는 삶을 살게 되었다. 술자리도 엄청 가린다. 나도 나를 지켜야 하니까. 그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무작위로 많은 사람들하고 술 마시는 자리는 거의 안 간다. 

“남들도 다 이렇게 해”, 이게 나한테는 힘든 일이었다. 나는 원칙대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면서 강남을 떠났다. 원칙은 지킨다고 해도 잘 지키기 어렵다. 세상에 부조리는 많다. 그렇지만 자식들에게는 조금은 더 원칙적인 삶이 몸에 배어 있는 인생을 살고 싶게 해주고 싶었다. 

자식 키우기는 늘 어렵다. 난 좀 답답할 정도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칙을 지키면서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창피하고 지우고 싶은 일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내가 지키려고 하는 건, 대단한 건 아니고 글로벌 스탠다드 정도다. “남들도 다 이렇게 해”, 그럴 때면 속으로는 “아니, 니들만 그렇게, 전세계에 이렇게 하는 사람들 거의 없어”,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검사를 비롯해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너무 오랫동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한국은 점점 더 그런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일종의 선진국 현상이 아닐까 한다. 국민들은 선진국 국민으로 바뀌어 가는데, 특권층은 갈라파코스처럼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세상 바뀌는 걸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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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야근이다. 회 시켜 먹기로 어린이들과 합의를 봤다.

광어회 배달이 왔다. 맛은 있는데, 이게 포장이 너무 많다. 하나하나 포장 뜯다가, 매운탕은 끓이지도 못했다. 새우 까주고 나니까 뭘 먹을 기력이 없다. 그냥 상추 찢어넣고 회 조금 넣어서 후다닥 회덮밥 해 먹었다. 어린이들 아직 먹고 있을 때 이제는 다시 남은 회 챙겨넣고, 쓰레기 버리고, 남은 음식 싸넣고. 그렇게 하면 어린이들 식사 마쳤을 때 대충 식탁 정리가 끝난다. 가게에서 소주도 한 병 보내줬는데, 그런 건 열어볼 엄두도 못 냈다. 


좀 우아하게 회도 좀 먹어가면서, 이런 저녁 시간은 여전히 상상 속에만 있다. 포장 뜯는 게 끝나는 순간, 다시 포장 뒷정리해야 하는 어린이들과의 저녁 식사. 배는 찼는데, 뭘 먹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멍게도 회덮밥에 때려넣어서 같이 먹었던 기억인데. 아스라한 기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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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한 달 전에 태권도 사범님하고 축구 코치님한테 연달아 잘못을 하면서, 태권도 자체 징계로 검은 띄 몰수, 흰띄. 그리고 나한테 많이 혼나고, 한 달간 tv 시청권 금지, 컴퓨터 금지, 그랬다. 원래 한 달인데, 조금 당겨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한 달로 치기로 했었다. 나한테 크리스마스 이브가 포함되느냐, 포함되지 않느냐, 몇 번이나 물어봤다. 

오늘 새벽에 큰 애는 다섯 시에 일어나서 드디어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 신나게 봤다. 컴퓨터 너무 많이 한다고 나한테 혼나고, 그리고는 다시 tv를 아주 길게. 

그 사이에 역시 또 크고 작은 사고를 치기는 했는데, 컴퓨터 금지를 연장하는 것은 참아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 오늘부로 벌은 종료. 

큰 애는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예 포기한 것 같다. 둘째는 잘못한 게 좀 있기는 한데, 얼마 전에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꼭 받고 싶다고 편지를 썼다. 며칠 전에 마루에 조그맣게 해마다 설치하는 크리스마스 츄리도 놓았고, 전구에 불도 켰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마냥 즐겁기만 해도 되는 날이 1년에 몇 번 없는데, 오늘은 그냥 즐겁기만 해도 좋은 날이다. 

모두들 잠시라도 평안한 마음과 행복이 가득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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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쯤 전에 캣타워가 너무 낡아서, 골판지로 된 스크래처로 바꿔줬다. 아내 의견이었다. 그랬더니 야옹구가 누워 있을 데가 없어서 급하게 좀 큰 쿠션을 사줬다. 개, 고양이 겸용이라고 되어 있는데, 전혀 사용을 안 했다. 잘 보니까 뜨게질 한 털이 발톱에 걸린다. 몇만 원 바로 다이. 그리고 극세사로 된 다른 깔개를 바로 주문했다. 쓸지 안 쓸지 몰라서, 좀 작은 걸로. 

역시 본 척도 안 한다. 가슴에 작은 상처를.. 나도 그냥 포기했다. 바로 버릴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정신이 없어서 바로 치우지 않고 그냥 한 달 넘게 방치.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오늘 보니까 야옹구가 여기서 자고 있다. 하여간 길고양이 출신인데, 까다롭기는 더럽게 까다롭다. 좀 더 큰 거 사줄 마음도 있기는 한데, 쓸지 안 쓸지를 몰라서. 작아도 이리저리 몸을 꾸겨서 잘 올라가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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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요즘 위기다. 지난 달에 태권도 품세하다가 손가락 욕을 해서 검은 띠 뺏기고, 아직 흰 띄 차고 다니는 상황이다. 그때도 혼 많이 났는데, 지난 주말에는 구청에서 하는 축구 클럽에서 발로 욕하다가 코치님한테 혼났다. 

사실 난 그래본 적이 없어서 상황을 이해하는 게 좀 어려웠다. 언제부터 이랬는지, 정확한 이유가 뭔지, 아직 알 듯하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 그리고 한 달간 tv 시청과 컴퓨터 금지를 하기로 했다. 대충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다. 그리고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는 걸로. tv 보는 걸 못 보게 한 건 처음이다. 

그리고 같이 문방구에 가서 편지지와 편지 봉투를 사왔다. 축구 사범님한테 보내는 사과 편지, 태권도 관장님한테 보내는 사과 편지 그리고 담임 선생님한테 보내는 감사 편지. 

살다 보면 몇 번의 위기가 온다. 그때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삶이 전혀 달라진다고 얘기해줬다. 큰 애 인생에서 이제 첫 번째 위기가 온 것일 뿐이라고 말해줬다. Tv 한 달간 못 본다고 하니까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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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그렇다. 아직 산책할 때 애들 손을 잡고 다닌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손은 특히 찻길에서는 꼭 잡고 다니는데, 둘째 손만 잡으면 큰 애가 심통 난다. 좁은 길 갈 때 큰애한테 앞장 서라고 하려면 길거리에서 한참 토론을 해야 한다. 큰 애랑 둘이 갈 때에도 큰 애는 내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린이들 둘만 갈 때에는 서로 손을 잡지는 않는 것 같다. 큰 애가 속도 안 맞춰주고 너무 혼자만 앞으로 가서 힘들다고, 둘째는 큰 애랑 둘이 가는 건 잘 안 하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 들어간 뒤로는 아버지 손을 잡은 기억이 없다. 기억이 안 나는 더 어린 순간은 모르지만, 아버지 손 잡고 걸은 기억 자체가 없다. 다섯 살 때인가, 영등포 역 앞에서 걸어가다가 아버지를 잃어버려서 당황해서 인파 속에서 한참 찾아다닌 기억이 있기는 하다. 몇 분 뒤에 아버지가 뒤에서 놀라서 나타나셨다. 나는 아버지가 앞 쪽에 계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버지 찾는다고 너무 앞으로 갔었나보다. 그 시절에 아버지는 영등포에 있는 다방에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셨는데, 담배 연기 가득한 다방에서 계란 반숙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다섯 살 때 기억이 아주 많다. 그때 마포에 있는 금은방에 어머니랑 갔었는데, 어머니가 결혼 반지 등 예물을 팔았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랑 갔던 다방 위치는 지금도 어느 정도는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마포 금은방은 마포라는 것만 기억나지, 어딘지는 전혀 잘 모르겠다. 버스 타고 건너갔던 다리가 양화대교인지 마포대교인지, 너무 이런 시절이라 그건 잘 모르겠다. 다리 건너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서, 길 건너편으로 좀 걸어간 것만 기억난다. 

하여간 아직까지는 우리 집 어린이들과는 길 가면서 손을 잡고 다니는데,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오늘 문득 했다. 우리 집 어린이들이 날 좋아하는 이유는, 아내는 질색을 하면서 사주지 않는 불량식품급 과자들을 나는 틈만 나면 사주는 것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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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에 세탁기 가득 빨래 돌려놓았던 게 생각이 났다. 애들 빨래가 있어서 좀 많다. 아내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얼마 전에 병원 응급실에 갔다왔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 보면 진짜 패 죽이고 싶다. 좁은 건조대에서 자리 잡아서 빨래 너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종류별로 늘어선 양말 짝 맞추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게다가 애들 양말은 짝이 잘 안 맞는다. 중얼중얼, 어린이들 양말 짝 맞추고 있는데, 고양이가 맑은 물 토하는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린다. 에휴. 또 일이네. 

우리 집 고양이는 태어나서 몇 달 안 되어서 길에 쓰러진 걸 누군가 동물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정말 몰골이 아닌 애를 입양해서 데리고 왔는데, 지금은 완전 새로운 품종이 되었다. 두 살 때 장에 문제가 생겨서 큰 수술도 한 번 했다. 백만 원 넘게 들었는데,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가난한 20대 여성의 경우라면 이 돈을 어떻게 했을까? 고양이들에게도 평등을. 

그렇게 해서 지금은 14살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토한다. 워낙 장이 약해서 그렇단다. 여러가지 시도해 봤는데, 별 소용은 없고, 그냥 그때그때 잘 치우는 수밖에 없다. 4번에 한 번은 사료 없이 물만 나오는 경우가 있다. 

파리에 살던 시절에 보았던 일이다. 지하철에서 여고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 술에 취해서 토하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무 것도 없이 맑은 물만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가슴이 참 아팠다. 우리는 안주를 엄청 먹으니까, 술을 마셔서 정말 그렇게 맑은 물만 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0대 여성이 아무 것도 안 먹고 맑은 물만 토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저 사람은 무슨 삶의 고통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고양이가 토하고 나면 제일 큰 일은 그걸 찾는 것이다. 다행히 쉽게 찾았다. 고양이 토한 걸 치우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 내가 나중에 죽어서 지옥에 갈지도 모를 때, 살아서 착한 일 한 거 대보라고 하면 하나는 있을 것 같다. 

세탁기에서 빨래 널고, 고양이 토한 거 치우고 나니까, 2시가 훌쩍 넘었다. 해야 할 일이 밀려서 오늘도 꼬박 밤새게 생겼다. 별 하는 일도 없는데, 일이 밀리는 거 보면 나도 좀 한심하기는 하다. 그래도 속도가 그렇게 밖에 안 나는데 별 수가 없다. 

2022년,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 고단한 한 해가 될 줄은 미처 몰랐는데.. 막상 한 해 끝이 보이는 상황인데, 정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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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애는 반에서 할로윈 파티 한다고 색연필로 녹색을 잔뜩 칠한 가면을 만들었다. 그 반은 반에서 할로윈 파티를 따로 하는데, 둘째는 안 하나 보다. 엄청 부러워했다. 아마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파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담임 선생님 재량으로 하는 반도 있고, 아닌 반도 있나보다. 태권도장에서도 할로윈 파티 같은 것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 할로윈은 굉장히 큰 행사다. 아마 얘들이 어른이 되면, 가장 가고 싶은 행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할로윈도 가고, 어디 가서 술도 마시고, 나 닮았으면 적당히 깽판도 치고 그럴 것이다. 

그냥 친구들과 놀러 나왔을 뿐인데,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앞으로 10년은 더 키워야 그 나이가 된다. 한 해 한 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렇게 다 큰 청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 심정이 어떻겠나 싶다. 

그렇다고 우리 집 어린이들은 점점 커가는데, “사람들 많은 곳은 가지 마라”,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종류의 문제는 선진국이 된다고 해서 없어지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행정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느냐, 그런 국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아직 우리나라 행정은 좀 투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잘못은 아니라고 발뺌부터 하는 행안부 장관의 기자회견은 운전하다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누가 물어봤어”, 그런 생각이 문득. 

아이들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나도 이태원 자주 가던 시절이 있기는 했는데, 마지막 갔던 게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기억에서도 까마득하다. 

애도를 해야 하는데, 가슴이 하도 먹먹해서, 어떻게 애도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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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기 빵..

아린이들 메모 2022. 10. 21. 04:36

 

당분간 파리 바게뜨 가기가 좀 그래서.. 제빵기 돌려서 빵 구웠다. 보통은 우리 집 어린이들 보여주고 나서 먹는데, 배가 고파서 일단 한 덩어리 먼저 먹었다.. 아직 뜨거워서 맛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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