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애는 반에서 할로윈 파티 한다고 색연필로 녹색을 잔뜩 칠한 가면을 만들었다. 그 반은 반에서 할로윈 파티를 따로 하는데, 둘째는 안 하나 보다. 엄청 부러워했다. 아마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파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담임 선생님 재량으로 하는 반도 있고, 아닌 반도 있나보다. 태권도장에서도 할로윈 파티 같은 것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 할로윈은 굉장히 큰 행사다. 아마 얘들이 어른이 되면, 가장 가고 싶은 행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할로윈도 가고, 어디 가서 술도 마시고, 나 닮았으면 적당히 깽판도 치고 그럴 것이다. 

그냥 친구들과 놀러 나왔을 뿐인데,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앞으로 10년은 더 키워야 그 나이가 된다. 한 해 한 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렇게 다 큰 청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 심정이 어떻겠나 싶다. 

그렇다고 우리 집 어린이들은 점점 커가는데, “사람들 많은 곳은 가지 마라”,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종류의 문제는 선진국이 된다고 해서 없어지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행정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느냐, 그런 국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아직 우리나라 행정은 좀 투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잘못은 아니라고 발뺌부터 하는 행안부 장관의 기자회견은 운전하다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누가 물어봤어”, 그런 생각이 문득. 

아이들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나도 이태원 자주 가던 시절이 있기는 했는데, 마지막 갔던 게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기억에서도 까마득하다. 

애도를 해야 하는데, 가슴이 하도 먹먹해서, 어떻게 애도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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