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퇴원한 다음에 학교를 잘 못 간다. 몇 번 갔었는데, 1교시 채 마치지 못하고 조퇴하고는 했다. 원래 다니던 병원은 입원 병실이 못 갔고, 병실이 있던 고대 병원으로 갔는데.. 여기는 소아 호흡기 전문의가 없어서, 1주일에 한 번 외래 진료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정이 있어서 매주 진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정 견디기 힘들어하면 바로 응급실로 와서 입원하라는 정도가 병원에서 준 지침이라면 지침이다. 

작년에도 한 달 가량은 학교 갔다 조퇴하고, 또 못 가기도 하고, 그렇게 버텼다. 둘째가 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을 즈음,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다시 이번에는 아버지 병실로.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그냥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써야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아내는 요즘 나에게 거의 성인이 된 것 같다고 한다. 아버지 재산 정리하는 마지막 절차를 진행하는 중인데, 어머니가 치매가 시작되어서 판단은 사라지고 고집만 남았다. 그냥 맞춰드린다. 좀 이상한 게 있어도 그냥 넘어간다. 

아버지가 남겨놓으신 돈이 얼마 안 된다. 어머니가 사실 수 있는 집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로 옮기려고 많이 알아봤는데, 결국 돈이 많이 부족하다. 내년 아버지 1주기 되면 다시 생각해보는 걸로, 일단은 포기. 무리다. 

몇 년째 애들이 오락만 하고 있어서 혼낼 때 말고는 정말 크게 화내는 일도 거의 없고, 남한테 싫은 소리도 거의 안 하고 산다. 그 대신 뭘 하자고 하는 일도 이제는 거의 없다. 이런 걸 해보면 어떻겠느냐, 가끔은 그런 얘기도 하지만, 두 번 얘기하는 일도 없다. 애 아프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뭘 하자고 해도 도저히 내가 추스를 형편이 아니다.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은 전화를 하셔서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하고, 몇 번은 우신다. 하이고. 

일주일만이라도 좀 집중할 수 있으면 시간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일주일은 커녕 반나절도 좀 혼자서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래도 또 맞춰가면서 사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다. 

일정을 이렇게 저렇게 잡아보지만, 내가 잡은 일정은 잡으나 마나다. 가을이 아주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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