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Freedom

아이들 메모 2022. 9. 30. 18:33

아침에 1교시도 마치지 않고 둘째가 조퇴하는 바람에 오전 내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회의도 하나 있었는데, 병원 응급실이라도 바로 가야할지, 호흡기 치료 정도로 괜찮을지 판단하느라 아주 생난리가. 다음 주 수요일에 예약이 되어 있기는 한데, 담당의가 1주일에 한 번만 계시니까, 사실 병원에 뛰어가도 입원하는 거 말고는 별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오전 지나고 나서 좀 괜찮아져서, 외부에 일이 있어서 둘째 데리고 나갔다왔다. 
차에서 예전에 녹음해둔 조안 바에즈의 we shall overcome, 1969년 우드스탁 버전이 흘러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간만에 아내 차도 세차를 하고. 올 가을에는 창틀 청소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에는 모기 때문에 못하고, 추워져도 못 하고.. 매직 블록 주문했다. 아자, 아자. 올해는 날 잡고 창틀 청소를 하고 말리라. 
그리고 나서 둘째 애 데리러 다시 나가고. 오늘은 방과후 로봇 교실하는 날이라, 장비 가방이 어마무시하다. 그러고 나가는데, 둘째가 케익 사달란다. 참, 생일이지, 얘가. 그 와중에 포켓몬 빵 예약해달라고, 둘 다. 돌아비리. 
나갔다, 들어왔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하루를 보내고.. 방에 돌아와서 낮에 들었던 조안 바에즈 앨범을 틀었다. 2017년에 나온 "Oh freedom"이라는 제목의 앨범이다. 오 자유여. 같은 '자유'인데, 윤석열 입에서 나온 자유와 조안 바에즈 입에서 나온 '자유'의 어감이 왜 이렇게 다른지. 
아내는 오늘 지방에 갔다가 늦게 온다. 둘째 생일인데, 미역국만 아내가 해놓고 간 게 있고.. 결국은 시켜먹기로 했다. 아내한테 뭐 먹고 싶냐고 했더니, 깐풍기. 비싸서 잘 안시켰는데, 오늘 저녁은 깐풍기 먹는 걸로. 
우리 집 어린이들은 깐풍기 먹는다고 난리 났다. 나는 잠깐 통장 잔고 생각해보고, 뭐, 별 상관은 없겠군. 내 통장에 너무 돈이 없다고 아내가 안 꺼내간지 두 달은 되는 것 같다. 아 참, 돈이 좀 있겠군. 
오늘 저녁에는 수영장 가기로 한 날인데, 도저히 갈 형편이 못 된다. 이것저것 계획을 빼곡하게 세우는데, 하나마나한 계획을 계속 새우고, 연장해서 갱신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며칠 전부터 사실 고민이 생기기는 했다. 아주 예전에는 우리 집에도 LPG 난로가 있기는 했었는데, 지금은 다 치웠고, 도시가스 난방만 한다. 올 겨울에 도시가스가 끊기지 않고 계속 나올까? 어른들만 있으면 전기장판 켜고 그냥 하루이틀은 버텨도 될 것 같지만, 어린이들이 있어서 그렇게는 어렵다. 아직 한가하고, 사재기 시작되지 않았을 때 전기 난로를 몇 개 사놔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거의 쓸 일이 없겠지만, 윤석열 하는 거 보면, 가스 꺼먹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사실 없다. 전기는 석탄 보일러까지 탈탈 털어서 어떻게든 버티고 갈 것 같은데, 도시가스는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가스 쪽 전문가한테 전화해서, 올 겨울 도시 가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냐고 물어보는 것도 모냥 빠지는 일이고. 수급 비상이라는 것까지는 아는데, 그때도 비싸다고 별로 급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던. 그리하여 아직 여유 있을 때 전기 난로를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이런 고민이 오늘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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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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