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야근이다. 회 시켜 먹기로 어린이들과 합의를 봤다.

광어회 배달이 왔다. 맛은 있는데, 이게 포장이 너무 많다. 하나하나 포장 뜯다가, 매운탕은 끓이지도 못했다. 새우 까주고 나니까 뭘 먹을 기력이 없다. 그냥 상추 찢어넣고 회 조금 넣어서 후다닥 회덮밥 해 먹었다. 어린이들 아직 먹고 있을 때 이제는 다시 남은 회 챙겨넣고, 쓰레기 버리고, 남은 음식 싸넣고. 그렇게 하면 어린이들 식사 마쳤을 때 대충 식탁 정리가 끝난다. 가게에서 소주도 한 병 보내줬는데, 그런 건 열어볼 엄두도 못 냈다. 


좀 우아하게 회도 좀 먹어가면서, 이런 저녁 시간은 여전히 상상 속에만 있다. 포장 뜯는 게 끝나는 순간, 다시 포장 뒷정리해야 하는 어린이들과의 저녁 식사. 배는 찼는데, 뭘 먹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멍게도 회덮밥에 때려넣어서 같이 먹었던 기억인데. 아스라한 기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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