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어머니의 폐암 소식과 함께 왔다. 지지부진한 내 삶 한 가운데에 갑자기 던져진 이 소식은 잠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꼭 한국인이 수상을 한 것이라서 기쁜 것만은 아니다. 책의 위기, 소설의 위기, 문학의 위기, 기초 학문의 위기, 이런 것들이 요즘 내가 다루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그 참기 어려운 속물주의.. 그 무게감을 이겨내기 힘들었고, 그냥 지지부진하게 살고 있었다. 겨우겨우 이 시절을 버티면서 그냥 살고만 있었다. 그 속에서 가치를 지키는 것, 그런 삶의 의미를 잠시 생각했다. 

대학교 때까지는 노벨상 탄 소설들을 읽었었다. 중학교 때 일본 소설들을 읽으면서, 이게 노벨상 탄 거라매? 재미 없는 데도 그냥 참고 읽던 시절들 생각이 잠시 났다. 김대중이 노벨상 탈 때에는 사실 기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한강의 노벨상은, 기뻤다. 김대중과 한강, 사실 윤석열의 시간과는 정반대에 있다. 이제 이 시간을 좀 더 기쁘고 의미 있게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한강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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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흑인 소프라노인 바바라 헨드릭스는 정말 부러운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못 살아본 삶이라,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녀의 자서전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아직 사지도 못했다.) 그녀의 대표곡 중에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라는 노래가 있다. 흑인 영가인데, 지금 재즈의 원형 중에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 전쟁 만들어진 노래의 특징을 보여준다는데.. (나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노래 가사에 흑인 방언이 많다는데, fit도 fight의 방언이라는. (나머지 가사는 잘 모름.) 하여간 이 제리코가 예전에 여리고 전투라고 배웠던, 바로 그 여리고다. 하나님의 명에 의하여 난공불락의 여리고 성을 일곱 바퀴 도니, 성이 함락하였다.. 바로 그 여리고가 이 노래의 제리코다. 

누군가 구약성경을 다 외운다는 얘기를 보면서 마시던 커피를 뿜었다. 거기 나오는 얘기들도 다 모르겠는데, 그걸 외운다니. (나는 제리코가 여리고라는 사실도 마흔이 넘어서야 알았다. 그래도 조슈아가 여호수아라는 건 알고 있었다.)

 

https://youtu.be/-WGil0v8QVE?si=u-na6SUnG3I7AIX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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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경제학 3장 끝냈다. 그 사이에 둘째는 병원에 입원했었다. 어머니는 암 검사 중이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버티면서 산다. 그러다보니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일정이 늦어졌다. 스필오버 이펙트를 중심으로 한 장을 꾸렸다. 흘러넘치기 효과라고 번역을 했다. 몇 가지 대안들을 생각해봤는데, 흐름상 이게 제일 나은 것 같았다. 

4장은 마지막 장이다. 3장에서 이미 보통 책 분량이 되었는데, 4장을 쓰면 300페이지는 넘어갈 것 같다. 그래도 특별히 분량을 줄여서 4장을 쓸 생각은 없다. 

1장이 미국 도서관사, 2장이 한국 도서관사 얘기를 다루고 있고, 3장은 도서관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았다. 4장은 현안 문제다. 여기가 책의 클라이막스다. 좀 시간을 가지고 하나씩 주제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남들한테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에게는 피가 끓는 얘기다. 도서관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도서관이 지금은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도 꼭 필요한 주제를 다룰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보람이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인생에서 사실 보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랑을 비롯한 많은 감정은 잠시 뜨겁지만, 오랫동안 남는 감정은 아니다. 보람은 순간적인 피크치가 높은 감정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잔상이 오래 간다. 

자신을 위해서 사는 삶은 어느 순간 공허함이 느껴진다. 손에 쥐고 있는 것과 자신이 희생한 것을 비교해보게 되는데, 아무리 많이 쥐어도 더 쥐쥐 못한 아쉬움을 피하기 어렵다. 보람에는 그런 게 없다. 제로, 영보다만 높으면 된다. 

남들 신경 안 쓰거나, 내버려둔 주제는 그런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도서관 경제학이 보람이 높은 책이다. 은근히 중요한 제도인데, 그냥 그런가보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뭘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그냥 흔들리는 기관이라서, 정치적 힘은 약하다. 그냥, 지도자들이 어느 정도 양식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보통 때는 티가 별로 안 나는데, 황당한 정권이 들어오다 보니까.. 이거 뭐하는 거야, 그렇게 흔들리고 있다. 그런 얘기들을 하는 게, 보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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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장관이 돌아가셨다. 뒤늦게 소식을 알게 되서.. 내일이 발인이라서, 오늘 가야 한다. 선배 한 분이랑 같이 가기로 했다. 내가 크게 도움을 받은 사람이 두 분인데, 한 분은 작년에 그리고 남재희 장관은 이번에.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남재희 장관한테 너무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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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고".. 요즘 누가 안부를 물어보면 주로 하는 말이다. 연초에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시간들을 보냈었다. 세상 사는 게 맘대로 되는 건 아니라서,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일단은 버티는 방법 밖에 없다.
 
어머니의 암 조직 검사 결과 기다리는 중이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별 거 없다.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많은 것들이 지금 그렇다. 간만에 탄호이저 서곡을 들었다. 바그너를 좋아했던 때도 있고, 싫어했던 때도 있다. 그래도 탄호이저 서곡을 듣다 보면, 이 세상 노래가 아니라 하늘의 노래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그렇게 뭔가 좋아했던 것들을 찾아 듣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좀 보내려고 한다. 안 되는 일만 생각하면 너무 늘어지고, 우울해진다. 그래도 되는 일을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명랑한 삶을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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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녀 내내 한가위만 같으라는 바로 그 한가위인데,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이래저래 걱정이 많습니다. 둘째가 퇴원한 게 이제 일주일 되었습니다만. 살면서 걱정이 없는 날이 며칠이나 될까 싶은. 

요즘 제 삶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고”, 그런 상황입니다.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버티고,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는 일이 없고, 괜히 욕하는 일이 없고, 그 정도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내년 한가위는 올해 한가위보다 100배는 편안하고 즐거우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지금 심난하고 뭔가 남의 행사 같다고 착잡하게 겪고 계신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내년 한가위는 올해보다 훨씬 편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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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지율이 20%가 되었다. 대통령의 이 정도 지지율은 누군가 뭘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나오기가 어렵다. 보통 이 정도면 비상 대책을 내거나 뭔가 한다. 김영삼 시대도 그랬고, 김대중 시대도 그랬다. 

다사다난하면서도 비극이 가득 찬 근현대사를 지켜보면서 내가 배운 건 딱 하나다. 듣기 싫은 얘기를 매일매일 해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치운 사람들의 끝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아직 충분한 힘이 없으니까 그 주변에 잔소리꾼들이 많다. 그 잔소리꾼의 일부는 악의가 있고, 일부는 선의였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전문성, 인기, 다양한 이유를 대서 잔소리꾼들을 주변에서 치우고, 새로 들어온 사람은 충분히 서로 알지 못하니까 현안만 얘기하거나 싫은 소리는 감추게 된다. 끝이 좋지 않았거나, 충분히 더 인기가 있을 수 있는 데도 중간에 꺾인 사람들이 대부분 이랬던 것 같다. 

세상 이치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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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도서관학 운동>, 이상복 책 거의 다 읽었다. 미국에서 사서들 논쟁이 어떻게 진행되어 온 건지, 최근 흐름은 이해를 좀 하기는 했다. 다른 건 대충 알고 있던 건데, 메카시 때 벌어진 일과 레이건 때 일은 나도 처음 본 얘기들이다. 

진보, progressive라는 단어로 뭔가를 구분하고 배열하는 일이 사실 나에게는 익숙치 않은 일이다. 유럽에서는 좌파, 우파 이렇게 구분을 하는데, 미국에 대해서는, 특히 한국 사람이 미국의 역사를 서술할 때에는 이런 식으로 많이 한다.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사실 '진보'라는 단어에 어거지로 지난 일들을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 종종 들기도 한다. 하여간 좌파 역사가 강하지 않은 미국이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어쨌든 공공도서관을 만들어내고, 그 담론을 이끌어온 것은 미국이라서 피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는 한데.. 은근히 좀 쫄리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것은, 나중에 '경제와 인권'이라는 책 정리할 때 이게 과연 쟁점이 잡힐지, 어떻게 정리할지 갑자기 막막하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도서관과 인권이 연관된 주제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서 생각해보니까, 흐름상으로는 이 두 가지가 아주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의 위기와 인권의 위기가 결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동시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 얘기가 그 얘기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시작된 것은 직접적으로는 윤석열이라는 아주 독특한 사람이 나타나면서부터이고, 기본적으로는 한국 보수의 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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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관련된 책 몇 권만 더 읽고, 도서관 경제학 쓰기 시작할 생각이다. 도서관 경제학은 컨셉이고, 컨셉을 그냥 책 제목으로 쓰지는 않는다. 물론 컨셉을 그냥 제목으로 쓸 계획을 가진 책이 아주 없지는 않다. 불가피한 경우다. 며칠 전부터, 도서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제목을 이것저것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물론 제목은 마지막 순간에 바뀌기도 하는데, 어쨌든 제목이 없으면 첫 줄을 시작할 수가 없다. 내 경우는 그렇다. 

책맹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해볼까 했는데, 이미 적지 않게 쓰이는 단어다. 그래도 책의 의미를 잘 나타내줄 것 같아서, 이리저리 활용을 생각을 해보다가, 결국 포기했다. 너무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책을 안 보던 사람들도 책을 조금 더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책맹으로 몬다고 해서 책을 더 볼 것 같지는 않다. 이것도 일종의 구조라서, 책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의 문제지, 개개인의 문제라고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뻥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단어도 아니다. 결국 책맹이라는 단어는 제목으로 포기했다. 

가장 정직한 제목은 "책의 역할과 도서관의 미래" 정도가 될 것이다. 정직한 제목이기는 한데, 이 제목으로는 100권도 팔기 힘들다. 안 봐도 다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몇 가지 가능성을 더 생각해봤는데, 다 이런 범주 안에 들어간다. 

별의별 얄팍한 생각을 하면서, 이것저것 쥐어짜 봤는데.. 현재까지 제일 마음에 드는 제목은 "힘내라, 도서관!"이다. 하고 싶은 얘기를 응축해 보니까, 결국 이 얘기다. 도서관이 힘을 냈으면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 그 중에서 경제적인 얘기들, 사실 그런 얘기다. 사서들의 얘기인 것도 아니고, 도서관인의 얘기들만도 아니라,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 등 포괄적으로  담을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희망하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그리하야.. 일단은 이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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