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어머니의 폐암 소식과 함께 왔다. 지지부진한 내 삶 한 가운데에 갑자기 던져진 이 소식은 잠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꼭 한국인이 수상을 한 것이라서 기쁜 것만은 아니다. 책의 위기, 소설의 위기, 문학의 위기, 기초 학문의 위기, 이런 것들이 요즘 내가 다루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그 참기 어려운 속물주의.. 그 무게감을 이겨내기 힘들었고, 그냥 지지부진하게 살고 있었다. 겨우겨우 이 시절을 버티면서 그냥 살고만 있었다. 그 속에서 가치를 지키는 것, 그런 삶의 의미를 잠시 생각했다.
대학교 때까지는 노벨상 탄 소설들을 읽었었다. 중학교 때 일본 소설들을 읽으면서, 이게 노벨상 탄 거라매? 재미 없는 데도 그냥 참고 읽던 시절들 생각이 잠시 났다. 김대중이 노벨상 탈 때에는 사실 기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한강의 노벨상은, 기뻤다. 김대중과 한강, 사실 윤석열의 시간과는 정반대에 있다. 이제 이 시간을 좀 더 기쁘고 의미 있게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한강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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