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책 나올 때쯤이면 다음 책 한참 쓰고 있을 시기다. 일부러 그렇게 맞춘다. 좌파 에세이 뒤에는 이것저것 잡일과 토막일들이 널려 있어서 그렇게 되지 않은 것도 있고, 또 그 다음 책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도 있어서.. 

좌파 에세이는 원래 작년 가을에는 나왔을 수도 있었을 책이 이것저것 손을 보다 보니 늦어져서 올해로 넘어온 것이고. 

올해의 첫 작업을 무엇으로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하고 마냥 헤매는 중이다. 나는 도서관 경제학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하고, 출판사에서는 연결된 주제를 가지고 계속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고. 하여,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는. 

도서관 경제학은 원래 앞부분은 필라델피아에서 쓰려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일정도 잡았었는데, 바로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냥 뒤로 밀려왔다. 지금 쓰려고 하면, 필라델피아 대신 여의도에 있는 국회 도서관 가서 쓰게 생겼다. 

처음에 도서관 경제학 생각하던 시절, 국회도서관 관장이던 황창하랑 자주 만났었다. 가끔 낮술도 하고. 그 시절에는 도서관 관련된 사람들을 아주 많이 만났었다. 그렇게 도서관 경제학이 처음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 박근혜 시절 얘기다. 

그즈음 권양숙 여사를 만난 일도 영향을 받기는 했다. 거제에서 꽤 길게 만났는데, 세상에서 들은 도서관 얘기 중에 가장 재밌는 얘기를 그때 들었다. 그 얘기를 한 번쯤은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숙 여사는 그보다는 좀 더 뒤에 만났다. 그때도 도서관 얘기를 많이 했었다. 그렇게 하겠다는 것 같았는데.. 실제 집권하고는 좀 다르게 움직인 것 같다. MB 시절에는 한식 세계화가 영부인 사업이었다. 

도서관에 관한 얘기들은 그런 모티브를 가지고 형상화되기 시작하였다. 

젠더 경제학은 더 위로 올라간다. <88만원 세대>가 포함된 발간 리스트 정리하던 시절에 같이 있었던 것 중의 하나다. 그게 밀리고 밀려서, 지금까지 온. 처음 나에게 그런 책을 써보라고 한 사람은 아직 국회에 가기 이전의 최미희 박사였다. 그 사이에 이 양반은 벌써 은퇴한. 

여성정책연구원의 젊은 박사 몇 명이 같이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기는 했는데, 나도 사는 게 정신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기까지 밀려온 책이다. 

결정적으로 이걸 다시 해야겠다고 한 동인을 다시 얻은 것은, 은행 등 금융계 전문직 여성들의 최근 사정에 대한 얘기들을 알게 되면서.. 아직 인터뷰 리스트를 정리하지는 못했는데, 이건 인터뷰를 좀 많이 하는 그런 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여간 이런 사정이 있는 책 두 권이 나에게는 다 중요하기는 한데, 하나는 다음 달부터 바로 작업을 시작하고, 하나는 다음 해로 넘겨야 할 상황이다. 나머지 책들은 박혀 있는 것들이라서 움직이기가 어렵다. 

도서관 얘기와 젠더 얘기, 다 재밌는 얘기들이고, 또 각기 장단점이 있다. 그래서 아직 순서를 못 정하고 있다. 보통 이 정도 작업이 되고, 어느 정도 형성이 되면 크게 신경 안 쓰고 바로바로 결정하는 게 내 스타일이기는 한데.. 

요즘 또 내 형편이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이래저래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도서관 얘기나 젠더 얘기나, 별로 인기 있을 얘기는 아니다. 도서관이야 이러거나 저러거나, 그런 게 요즘 분위기고. 젠더 얘기도 인기와는 좀 거리가 멀 얘기다. 

그런 상황들 별로 고려하지 않는 편이지만, 올해는 상을 두 번이나 치루어야 할 것 같고, 이래저래 나도 가볍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직 무엇부터 할지, 마음을 못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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