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잡지에서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경제 책을 좀 분야별로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정말 며칠을 끙끙거렸다. 그런 기준에 맞는 책이 거의 없거나, 너무 오래 되었거나.. 

한 때 장하준 책이 이 분야에서 거의 독보적으로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마땅한 책이 없다. 돈 버는 법, 이런 건 엄청 많다. 어린이 증권 교육 등 최근에는 아주 많아진 것 같다. 그렇지만 좀 더 균형잡힌 시각으로, 돈이 아니라 경제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은 이제 아주 씨가 마른 것 같다. 

예전에는 ‘대안 경제’ 같은 이름으로 이 분야가 형성되어 있기는 했는데, 이제는 그런 얘기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성인용 책에서도 그렇지만, 이게 청소년 혹은 교육 분야로 들어가면 더욱 그렇다. 

요즘은 책이 아주 어렵다. 특히나 사회과학 같은 경우는, 이런 장르가 존재한 적이 있었나 싶게, 존재 자체가 거의 화석처럼 변했다. 나도 겨우겨우 버티고만 있는 것 같다. 책 한 권 한 권 내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10대용 책은 더욱 어렵다. 인터넷 서점에서 10대용 인터페이스 자체를 아예 없애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책의 위기는 더더욱 빨라져서, 10대들의 책들은 내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나도 몇 권을 시도했다가, 영 여의치가 않아서 포기했다. 

그러다 보니까 대안 담론 같은 것은 10대 안에서 아예 형성되기가 어렵다. 뭐 그걸 꼭 책으로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자기가 가진 가장 최상의 내용들을 책의 형태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냥 유튜브로 하면 안 돼? 글쎄올시다.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책을 쓰기에 최적화된 사람들의 경우에는 몇 곱의 힘과 품이 들어간다. 현실적으로는 개인이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소재가 매일매일 발생하는 정치평론과 달리, 경제 담론은 정리하고 사색하는 여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책이 지식을 만드는 최전선에 여전히 서 있는 것은, 책이 그런 특징이 있어서 그렇다. 

여기에 또 하나 문제가 생긴 게,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역할을 사서 선생님들이 움직일 공간이 팬데믹 이후로 매우 협소해졌다는 사실이다. 학교도 대면 수업과 원격 수업을 왔다갔다 하는 몇 년 동안, 학교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 사이에 청소년 도서 시장 자체가 거의 붕괴하디시피 한 변화가 벌어진 것 같다. 

나도 우선 순위에서 약간 떨어져서 10대용 경제책을 준비하고는 있는데.. 이게 내 삶의 준비가 아직 안 되어서 계속 미루어지는 중이다. 내 삶의 경제적 기준이라는 게, 단순하다. 지금보다는 더 넉넉하게 몇 년치 생활비가 충분히 확보되면, 나도 그냥 최소 판매만 생각하고 이런 책들을 좀 더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는 있다. 

최근에 낸 좌파 에세이와 10대용 경제책을 비교해보자. 둘 다 최악의 경우에 손익분기점을 못 넘길 것을 염두에 두면서 준비할 수밖에 없는 책인데, 이 책 두 권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좌파 에세이가 더 앞이다. “나는 좌파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나는 좀 더 큰 불이익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걸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건 내 삶에도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10대용 경제책은 그렇게까지 내가 모든 것을 제치고 앞으로 나올 분야는 아니다. 보람은 있지만, 내 모든 것을 걸 정도로 나에게 시급한 주제는 아니다. 도서관 경제학 같은 경우도 10대용 경제책에 비하면 우선 순위가 훨씬 더 높다. 그러니까 결국은 다시 뒤로 밀리게 된다. 

이런 구차한 얘기를 하는 것은, 이게 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라고 사정이 좀 낫겠나 싶다. 사정은 그만큼 안 좋다. 

그래도 내가 10대용 경제학책과 같은 10대용 책을 계속 준비하는 이유는, 정말로 개인적인 이유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애가 곧 중학생이 될 거고, 이 아이들과 그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나에게도 있다. 설마 아비가 자식에게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얘기를 이념적으로 해주겠느냐? 세상에 그런 아비가 어디 있겠느냐? 그런 전차로… 10대용 책들이 아직 나의 출간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있는.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