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노동자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잘 안 쓰는 표현이다. 수영장 갔다가 캑캑, 에고 힘들어 하면서 나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새로운 것들에 대한 생각만 하면서 살았다는.. 그나마도 요즘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까지 공부해가면서 다시 새로운 생각을 하려고 깽깽거리고 있는..
현대 다시던 시절부터 나에게 던져진 질문은 대부분 나중에 '한국 최초' 혹은 '한국 최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신문에 나가게 될 일들이었다. 참고할 사례도 별로 없고, 주어진 시간은 짧고. 하여간 만들어내..
그 시절에 내가 제일 잘 했던 걸로 기억하는 건, 한반도 대운하가 책상 위에 올라왔는데.. 이거는 경제성이 너무 없다, 그렇게 빨간 딱지 딱 붙여서 위로 올렸던. 그렇게 그 사업을 죽였는데, 나중에 명박이 다시 꺼내서 결국 현실로 만들었던.
두뇌노동자라면 나도 일종의 두뇌노동자인데, 돈 안 받고 해주는 그냥 해주는 일이 워낙 많아서 노동자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나에게 부탁하면 뭔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 짓만 20년 넘게 했다. 돌아비리.
내가 수영하면서 뭔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는데, 캑캑, 힘들어죽겠네, 그런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 안 난다. 몸은 더럽게 힘든데, 그래도 그 순간 정도가 아무 생각 안 하고 있는 유일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20대에 대한 생각은 몇 년 동안 거의 안 하고 지내고, 그 대신 10대들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 뭔가 하나만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것을 생각해보는데, 그 사이 뭐가 많이 바뀌어서 나도 잘 모르겠다. 하이고 머리 아파라.
방송은 어지간하면 안 한다고 스케쥴에서 딱 빼놓고 있는데, 박용진-김세연 책 새로 나와서 이래저래 세 번은 나가야 한다. 바빠서 안 나간다고 하면 싸장님 돌아비리.. 그리고 스케쥴 표 보고 딱 돌아서려는데, 큰 애는 방과후 교실 연계 돌봄교실인데, 방과후 교실은 10며칠부터 시작한다고.. 뭔 소리야? 내일이랑 모래는 내가 집에서 큰 애 원격 수업 하는 거 도와줘야 한다고. 캑.
강준만 선생 은퇴했다는 뉴스 보면서 마음이 좀 짠해졌다. 몇 년 전인가, 고속터미널 근처에서 길지 않게 술 한 잔 했던 게 마지막 뵈었던.. 그 시절만 해도 그 양반 정정해서, 무슨 포럼 같은 것도 만들고 막 그랬던 시절이다. 이대 김수진 선생과도 자주 만나지는 못했어도, 몇 번 아주 굵게 마셨던 술이 아직도 즐거운 시절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시절만 해도 아직 둘째 태어나기 전이라, 나도 팔팔대던 시절. 이제는 그 양반들도 다 은퇴 모드고, 예전처럼 술 때려먹기는 어려워진.
앞에 넘어서기 어려운 벽 앞에 막혀 있는 느낌이다. 그것도 벽이 겹겹히 서서, 이리저리 삐뚤빼뚤, 발 디딜 틈 없이 혼잡스러운.
그래도 희망이 딱 하나 있다. 장마철 지나고, 여름도 한참 더위가 꺾일 때쯤 되면, 많은 일들은 어쨌든 지나갔을 것이고.. 지난 몇 달 동안은 내가 관리하기 어려운 변수가 너무 많았다. 이제 3월인데, 8월까지는 지금의 비상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하고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자신이 있는 게 아니라, 일정상 그렇다.
농업경제학은 어떻게든 손을 봐서 올해 냈으면 좋겠고, 결국 사연 많고 곡절 많은 책이 될 젠더 경제학은 올해를 넘기지 않고 마무리하고 싶다. 하반가의 일들은 훨씬 더 편안하고 느긋하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