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큰 딸 결혼식이다. 워낙 친했던 친구인데다, 친구 자식 결혼식에 아직 못 가서, 이래저래 꼭 가고 싶었다. 둘째가 코로나로 격리 중이라, 이래저래 영 좀 그래서, 못 갔다. 

정권이 교체하는 데다가 기존의 문법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좀 이상한 대통령이 곧 취임할 시기라, 아주 어수선한 시기다. 그렇지만 내 삶이 더 어수선하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남은 것들 정리해야 하는데, 어머니 상태가 영 안 좋으셔서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어머니가 이사를 가시게 할지, 그냥 등기만 바꾸는 걸로 처리해야 할지, 이것저것 골 아픈 일들 투성이다. 

여기에 둘째가 코로나 확진으로, 또 일주일 정도 최소 활동만 하면서 밀린 일들 조금씩 처리하는데.. 속도가 제대로 안 난다. 

지난 11월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지신 후, 오랫동안 묶여놓고 있던 우리 집의 아픈 부분들이 하나씩 다시 다 겉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정리한다고 해서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뒤로뒤로 미루어 두기만 했던 일들이다. 생각하면 머리만 아프다. 

연세대 총장을 지내신 정갑영 선생이랑 “슬기로운 우파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한 권 쓰기로 했다. “슬기로운 좌파 생활”의 연장이 굉장히 우연한 계기로 생겨나게 된. 이런 책을 누가 볼까, 그런 염려가 전혀 안 드는 건 아니다. 정갑영 선생이랑 잘 아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책 작업을 같이 해 본 적이 있는 건 아니라서.. 부담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정갑영 선생이 해보자고 하셔서 시작된 건데, 사실 누가 기획을 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려면 또 쉽게 마련될 수 있는 기회는 아니다. 판매에 여전히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팔릴지 걱정 되서 안 했다고 해봐야 잘 했다고 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 같다. 좀 고민을 했는데, 일단은 하기로 했다. 내가 책을 쓸 때 가장 큰 원칙 중의 하나는 “전에 없던 책”이다. 그런 원칙에는 맞는 책이다. 

어떤 주제를 어떤 형식으로 다루게 될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하는데, 일단은 시작하기로 했다. 연내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출판사 희망 사항이다. 

다음 주까지만 헤매면 그간 밀린 일들 어지간히 정리하고, 나도 본격적으로 내가 하는 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주에는 다시 수영장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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