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한 가운데에 살이 엄청 쪘드랬다. 겨우겨우 10칼로 줄였는데, 의사 선생님이 10킬로 더 줄이라고 한다. 나도 3~4킬로는 더 줄일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 

근육도 3킬로 더 필요하단다.. 그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고.

선거 있는 주에는 별 것도 아닌 일들이 가득 차서 수영장에 한 번도 못 갔다. 주말 오후에 진짜 수영장 가기 싫었는데 – 그것만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하기 싫은 -, 그래도 “살아야 한다”, 그런 마음 하나로 억지로 갔다왔다. 수영장 거의 매일 가던 작년에는 근육량도 나이 평균 치보다 더 높게 나왔었고, 신체 모든 지수가 다 괜찮았다. 한동안 먹던 약들도 다 필요 없다고 해서, 몇 달 동안 아무 약도 안 먹었다. 

일주일 동안 너무 무리였던지, 저녁 먹자마자 쓰러져서 자서, 아침 아홉시도 넘어서 일어났다. 그래도 피곤하다. 

주말 내에 월간지 글 A4 4장 그리고 짧은 칼럼 하나를 써야 하고. 정운찬 선생 아니 전총리에게 부탁 받은 컨퍼런스용 논문 하나를 써야 한다. 이건 책에도 실린다고 하는데, 자 보자, 마감이 1주 남았다. 이글들의 취지가 모두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란다”, 돌아삐리. 

시민단체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발제를 토요일 자기 직전에 전화를 받았다. 어렵다고 하는 게 맞는데, 또 워낙 오래된 혈맹이라, 차마 힘들다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돌아비리. 

나도 이제 50대 중반이다. 이제 MB나 근혜 때처럼 반 정부 투쟁 맨 앞에 서서 그렇게 지낼 여건이 안 된다. 그 시절에는 김미화 등과 함께 매주 팟캐스트도 했었다. 이제 그렇게 살기는 어렵다. 

좌파 에세이 쓰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아주 많이 했었다. 내가 무슨 영광을 더 보겠다고 남은 시간을 보내겠나 싶었다. 좌파답게, 더 춥고 배고픈 사람들과 남은 내 시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여력 닿는대로, 조금 더 하는 거지, 이제 막사 제쳐놓고 길거리로 뛰어나가는 일은 하기 어렵다. 

대선 끝난 첫 일요일 오후, 조안 바에즈의 75세 기념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게 있었나? 며칠 전에 조안 바에즈 버전의 <No woman no cry>를 아주 감동적으로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가 젊었을 때 아주 열정적으로 불렀던 <도나, 도나>, 이런 걸 듣고 싶은데, 이제 할머니가 된 조안 바에즈 앨범을 듣다 보면 뭔가 또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는, 그야말로 느낌적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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