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취임식 때 용산 가기 어렵다. 그렇게 단기에 문제를 풀 행정적 절차도 쉽지 않고, 예비비 400억으로 될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청와대에는 극구 안 간다고 하고 있으니.. 


결국 취임식 때 국민의힘 당사가 대통령 임시 집무실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용산도 아니고, 청와대도 아니면 달리 갈 데가 없다.. 결국 당에서 책임지게 되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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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이 워낙 전문가들 만나서 하는 일들이 많다. 그런데 가면 보수 일색이다.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별반 차이 없다. 차이는 보수 정권일 때에는 신나게 떠들다가, 민주당 정권일 때에는 좀 다소곳하게 경청하는 자세를.. 이러 데들이 여전히 보수쪽 전문가 일색인 게, 끈 타고 내려온 진보 쪽 인사들이 정말 얼척 없는 소리만 하며서 스스로 왕따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모르면 가만히나 좀 있지. 아니면 정말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거 검토하는 회의는 무슨 대단한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영광도 없는데, 자료는 또 갑나게 복잡하고.. 힘든 거에 비하면 먹을 게 없다고, 일 마무리 될 때까지 잘 안 나오고 중간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성실 복무, 끝까지 자리를 채우는 사람들이 후속 회의에 계속 나오게 되는데, 그런 건 또 보수 인사들이 잘 한다. 

그럼 나는 왜 불러주나.. 워낙 그 세계에서 오래 살아서, 불쌍하다고 불러주기도 하고, 간만에 옛날 얘기하면서 밥이나 먹자고 불러주기도 하고. 뭐, 그런 노스탈지아 같은 이유도 좀 있는 것 같고. 아니면 결과 알면 생난리 칠 거니까, 미리 얘기를 같이 하는 게 낫다고 부르기도 하고. 하여간 그렇다. 

공교롭게도 대선 끝나고 이런 자리가 몇 번 있었는데, 후아.. 나는 듣지도 못한 인수위 내부 얘기들을 어찌다 잘들 알고 계시는지, 누구는 가려고 했는데 못 갔다. 누구는 오라고 했는데 안 갔다 등등. 고개 박고 묵묵히 짜장면 먹으면서 듣고 있는데, 짜장면발이 전봇대처럼 뻣뻣해서 목으로 넘어가지가 않는. (맛있는 짜장면이었는데, 훌륭한 짜장면님 탓을 해서 그저 송구스러울 뿐이다.)

속으로 열불이 나고, 입맛이 뚝 떨어져서 비싼 중국집에서 결국 고추가루 달라고 해서, 왕 맵게 해서 겨우겨우 먹었드랬다. 열량폭발 짜장면을 놓고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문 걸어잠그고 못 본 척 하면 그만인데, 아직은 나도 현업이라, 동종업계에 돌아가는 일들을 그냥 모른 척하고만 있으면 먹고 살 수가 없다.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나도 알고는 있어야, 먹고는 살 것 아닌가. 

짜장면 먹고 나서 ‘대오대불’은 아니더라도 ‘대오각성’ 정도는 한 게, 잘난 척들 하는 거 얄밉다고 등 돌릴 것도 아니고, 괜히 심통난다고 궁상떨 게 아니라는 것. 그래봐야 골리는 사람들만 더 재밌고, 신날 것 아닌가 싶다. 

영화 <전우치>에 보면 초랭이가 괴한들을 물리친 후 이렇게 말한다. 

“이럴 시간 있으면 책이라도 한 자 더 디다봐!”

그렇다. 궁상떨 시간 있으면 한 자라도 더 디다보거나, 한 번이라도 더 웃길 수 있는 유머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낫다. 오늘부로 나의 궁상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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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콘퍼런스 하나에 발제를 해주기로 되어 있어서, 이제 발제문 쓰기 위해서 행사 개요 등 본격적으로 살펴보는데.. 


오매나야. 축사를 물경 윤석열 당선자가 한다는. 몰랐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행사인 줄 알았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제목을 보니까 부제로 "20대 민선정부 국정과제와 코리아 비전"이라고 되어 있다. 


이론이론.. 워낙에 보수 쪽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서 하는 행사에, 나는 그냥 끼워넣기로 들어가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나이를 처먹다 보니까, 묻어가기 전략이 통하는 데가 별로 없다. 막연한 주제인데, 여기서는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하이고 정신 없다. (이거 원고 묶어서 책으로도 나온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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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녹색당 평당원이다. 사실 당원도 아니고, 후원하듯이 후원회비 내는 게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실 거의 모른다. 하승수와 이유진이 있을 때까지는 좀 알았다. 그 이후로는 거의 잘 모른다. 이제는 아무도 기억을 못할 것 같지만, 녹준이라고 불리는 녹색정치 준비모임 시절부터 초록정치연대 시절까지는 상근을 했었다. 그 시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고, 예금 잔액도 제로로 떨어졌다. 

마지막 잔고에 5만 원이 남았던 적이 있었다. 그걸 찾아서 같이 상근하던 사람들 아구찜 사줬다. 일종의 작별 인사라고나 할까. 하승수가 운영을 맡으면서 비로소 녹색당은 공식적인 당으로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후로도 내내 당원이기는 했지만, 뭘 한 적은 없다. 그럴 여력도 안 되고. 

녹색당 사람들이 얼마 전부터 차 한 잔 하자고 계속 연락을 해서, 다음 주로 약속을 했다. 만나는 거야 상관은 없지만, 사실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최선을 다 해서 도와주겠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만나기가 편한데, 그럴 형편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녹색당 활동을 계속하면 송파 구청장 같은 데 출마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송파구에 살았다. 내 인생에서 딱 한 번 출마를 고민했던 순간이었다. 송파구에서 종로로 이사 오면서, 그것도 다 옛날 일이 되었다. 성격 탓이다. 나는 남들 앞에 서는 걸 안 좋아한다. 

mb 때와 근혜 때에는 그래도 누구라도 공간을 열어서 방송에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좀 있었다. 그래서 좀 했었는데.. 지금 같아서는 그것도 별로다. 애들 보느라고 여건도 안 된다. 

지난 대선 때에는 녹색당에 아쉬운 게 하나 생겼다. 수많은 소수 정당 중에서 녹색당 대선 후보가 있었으면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한 표 꾹, 했을 것 같다. 현실적 의미는 없을지라도 가치가 없지는 않다. 그래도 작은 정당에서 대선에 나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그냥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 

인생에서 ‘명랑’이라는 기조를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은 녹색당 시절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웃음도 잃으면 다 잃을 것 같았다. 

윤석열 시대, 생태 같은 것은 뭐 어디 장식품으로 쓸래도 쓸 데가 없는 가치가 되었다. 그건 이재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더욱 가열차게 전선을? 

이게 어려운 것은, 생태와 같은 미래 가치들이 청년과 청소년의 꿈과 연결된 것인데, 청년의 보수화와 함께.. 시민단체들 등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곳들이 다 위기이고, 점점 더 위기가 심화되는 중이다. 그렇다면 현장 중심으로 지역 운동을? 여기도 동력이 많이 떨어져서, 녹색당 같이 어려운 곳에서 할 수 있는 게 현실적으로 협소한다. 

한국의 시민 운동이 지금 딛고 서 있는 어려움과도 일맥 상통한다. 우리가 했던 시민운동이라는 게, 참 어려운 시도였다. 배가 가려면 물이 필요한데, 배가 물을 만들면서 갔던 것과 같다. 시민이 시민운동을 만든 것이 아니라, 죽도록 고생해서 시민운동을 만들고, 회원들과 함께 시민 사회 자체를 만들면서 나아갔던 것. 

그런데 폭넓은 시민의식, 이런 게 20대와 부딪히면서 물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일부 단체의 일이지만, 지도부의 일부가 청와대나 정부 기관에 폭넓게 들어가면서 기득권 세력으로 청년들에게 기득권 세력으로 비춰진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시민단체들도 운신의 폭이 아주 좁아졌다. 

녹색당이야 뭐 얻어먹은 것도 없는데, 이래저래 움직일 공간이 너무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머리 빡빡하다.. 그냥 있는 것 같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자신의 청춘과 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다. 심심해서 혹은 여유가 있어서 녹색당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도 다 걸고 하는 것이다. 

간단한 목표를 바란다면, 다음 대선에서는 녹색당 대선 후보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정도일 것 같은데, 그게 만만한 일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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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저녁 먹자마자 수영이고 뭐고, 그냥 골아떨어져서 자고 새벽에 깼다. 대선이 끝나고, 너무 무리했다. 내일 아침에는 강남에서 회의가 있다. 

둘째가 덥다고 계속 옷을 벗고 자더니, 숨쉬는 소리가 안 좋다. 검진키트.. 음성이다. 환절기 때마다 한바탕씩 하고 넘어가는 아이라, 이 시기면 골골 거린다. 아이 확진이면, 회의고 뭐고 일단 다 정지인데.. 이젠 어디서 누가 확진이라도 하나도 안 이상하다. 

습관적으로 적당한 노래를 틀었는데, 모차르트의 엘비라 마디건이 나왔다. 뭐라고 할까. 가슴 깊은 곳에서 편안함이.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콘서트를 틀었다. 모차르트 음악이 무슨 갑자기 창작 욕구나 그런 것을 막 터져나오게 하지는 않지만,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해지기는 한다. 이 시대와는 상관 없는 음악이기는 하지만, 손열음의 손을 거치면 다시 우리 시대로 소환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마흔살이 되었을 때 mb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근혜 시대.. 돌이켜보면 나의 40대는 그렇게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증오하고,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갔는데, 그 시기에 한 일이 거의 없다. 하고 싶던 거, 원하는 거, 그냥 미루면서 10년을 버텼는데… 

과연 증오가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진정한 자세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거고, 내 삶은 내 삶이고.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논리가 얘기하는 거고, 윤석열 이후에 앞으로 벌어질 얼척 없는 일들을 생각하면, 모차르트 아니라 모차르트 할아버지가 와도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동안 탈계몽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누가 누구에게 뭘 가르친다는 말인가? enlightment라고 하는, 그런 계몽은 21세기에는 사라진지 오래다. 원로라고 하는 것도 사라졌다. 백기완 선생의 죽음이 상징적인 사건일까? 나이 많다고 해서 원로라고 하는 건 이미 옛날 얘기다. 지성이라고 하는 가슴 떨리는 단어가 있었지만, 그런 것도 의미를 잃은지 오래 되는 것 같다. 지성은 이제 ‘셀럽’으로 교체되었고, 셀럽은 지성과는 작동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 

IMF 이후로 학자라는 말이 전문가라는 용어로 대체되는 시기가 있었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전문가주의도 이제는 사라진 것 같다. 전문가라고 해서 권위가 더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한동안 이외수의 ‘존버’가 유행했다. 버티고 버텨서, 뭘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에 대한 거대한 사보타쥬가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국방부의 시계는 그래도 째각째각 돌아간다는 말처럼 한국 자본주의는 이러거나 저러거나, 이윤 극대화 아니 지대 극대화를 위해서 째각째각 돌아간다. 집 들고 ‘존버’, 이 사람들이 결국 다 가져간 거 아닌가 싶다. 

세상에는 문제가 많다. 그런 건 언제나 많을 거고, 그래도 사람들은 또 하루를 살아간다. 헤밍웨위의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막막한 바다 위에서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삶, 도대체 위안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결과. 그래도 약간의 유머로 또 하루를 살아가는. 삶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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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끝냈어야 하는 씨네21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양해를 구하고 하루 늦게 마감이다. 선거 이후에 아직도 내 입장이 잘 정리되지가 않았다. 젠더 갈등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다가, 이게 너무 틀에 박힌 것처럼 뻔한 얘기일 거라서, 잠시 생각하다가 포기. 


'일탈'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나는 아이들 키우면서 너무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다. 나에게도 일탈이 가끔 필요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탈이라는 게 너무 뻔하다. 별 재미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탈이라는 게 뻔하다. 애들 학교에서 오기 전에 잠시 별로 상관 없는 일을 하거나.. 그래봐야 이동 거리는 목동에서 대학로 사이 어딘가이다. 멀리 가기도 어렵다. 게다가 언제 확진이라고 아이 데리고 가라고 할지 몰라서, 그나마도 요즘은 거의 안 간다. 


문득.. 컴에다 "보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이라고 제목을 썼다. 사실 이게 나에게 가장 간절한 얘기 아니겠나 싶다. 사실 나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나머지는 점심 먹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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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산이야 항심이라..

낸글 2022. 3. 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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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한 가운데에 살이 엄청 쪘드랬다. 겨우겨우 10칼로 줄였는데, 의사 선생님이 10킬로 더 줄이라고 한다. 나도 3~4킬로는 더 줄일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 

근육도 3킬로 더 필요하단다.. 그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고.

선거 있는 주에는 별 것도 아닌 일들이 가득 차서 수영장에 한 번도 못 갔다. 주말 오후에 진짜 수영장 가기 싫었는데 – 그것만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하기 싫은 -, 그래도 “살아야 한다”, 그런 마음 하나로 억지로 갔다왔다. 수영장 거의 매일 가던 작년에는 근육량도 나이 평균 치보다 더 높게 나왔었고, 신체 모든 지수가 다 괜찮았다. 한동안 먹던 약들도 다 필요 없다고 해서, 몇 달 동안 아무 약도 안 먹었다. 

일주일 동안 너무 무리였던지, 저녁 먹자마자 쓰러져서 자서, 아침 아홉시도 넘어서 일어났다. 그래도 피곤하다. 

주말 내에 월간지 글 A4 4장 그리고 짧은 칼럼 하나를 써야 하고. 정운찬 선생 아니 전총리에게 부탁 받은 컨퍼런스용 논문 하나를 써야 한다. 이건 책에도 실린다고 하는데, 자 보자, 마감이 1주 남았다. 이글들의 취지가 모두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란다”, 돌아삐리. 

시민단체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발제를 토요일 자기 직전에 전화를 받았다. 어렵다고 하는 게 맞는데, 또 워낙 오래된 혈맹이라, 차마 힘들다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돌아비리. 

나도 이제 50대 중반이다. 이제 MB나 근혜 때처럼 반 정부 투쟁 맨 앞에 서서 그렇게 지낼 여건이 안 된다. 그 시절에는 김미화 등과 함께 매주 팟캐스트도 했었다. 이제 그렇게 살기는 어렵다. 

좌파 에세이 쓰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아주 많이 했었다. 내가 무슨 영광을 더 보겠다고 남은 시간을 보내겠나 싶었다. 좌파답게, 더 춥고 배고픈 사람들과 남은 내 시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여력 닿는대로, 조금 더 하는 거지, 이제 막사 제쳐놓고 길거리로 뛰어나가는 일은 하기 어렵다. 

대선 끝난 첫 일요일 오후, 조안 바에즈의 75세 기념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게 있었나? 며칠 전에 조안 바에즈 버전의 <No woman no cry>를 아주 감동적으로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가 젊었을 때 아주 열정적으로 불렀던 <도나, 도나>, 이런 걸 듣고 싶은데, 이제 할머니가 된 조안 바에즈 앨범을 듣다 보면 뭔가 또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는, 그야말로 느낌적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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