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토론회에 나가면 발제 아니면 안 간다고 하는 입장이었다. 어차피 시간을 써야하는 일이니까, 뭔가 하려던 얘기를 새로 하는 거 아니면 시간 내기가 어렵다는.. 

물론 그때만 해도 아이들 태어나기 전이라서 내가 힘과 정열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요즘도 가끔은 발제를 하기는 하는데, 그건 아주 드물고. 그럼 토론은? 신세진 사람이나 그렇게 피치 못 할 경우 아니면 토론은 이제 거의 나가기 어렵다. 

글을 쓸 때에도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인기가 있거나 없거나, 새로운 시점이나 문제를 드러내는 글 아니면 가급적이면 안 쓰려고 한다. 나중에 내가 들여다 봤거나 “이걸 내가 왜 썼지”, 이런 마음이 드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공을 들여 쓰는 글들이 있다. 주로 모아서 내는 책에 들어가게 될 글이 그렇다. 한 번도 하지 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시기를 조망하는 글 같은 걸 쓰려고 한다. 현안에 대해서 맞냐, 틀리냐, 이렇게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은 한 번 썼다. 팬데믹 상황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행정 목표로 그린 뉴딜이 들어갔을 때, 여기에 원격 진료가 끼어들어갔다. 로비도 좀 있었고, 매우 특별하게 의료 쪽 행정관료들이 너무 전진배치된 시대 상황도 좀 있었다. 그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린 뉴딜 내에서 원격 진료의 위치가 좀 내려갔다. 아주 효과가 없는 글은 아니었지만, 이런 글을 자주 쓰는 게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현안에 대해서 치열하게 부딪히는 글만 쓰는 건 좀 그렇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좀 이유가 있다. 

내 앞에서 글을 쓰던 사람들 중에는 거의 같은 글을 서로 다른 매체에 여러 번 반복해서 쓰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물어봤더니, 글을 써도 효과가 없어서 결국 반복하게 된다고 한다. 이해는 가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워낙에 마이너의 마이너라서, 그렇게 반복할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미학적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매체든 작은 매체든, 기왕 쓰기로 한 것은 최선을 다 한다. 그리고 매번 거기에 맞게, 새로운 접근이나 틀이나 아니면 해석이라도 바꿔서 새로운 글을 쓰려고 한다. 

정권이 교체하는 시기에는 글쓰기가 어렵다. 특히 경제에 관한 글은 더욱 그렇다. 그냥 공약 하나하나 들고, 이게 맞다 틀리다, 그렇게 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실제 그렇게 될지, 아니면 인수우 과정을 거치고 현실로 나오는 과정에서 어떻게 될지, 그걸 미리 알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무슨 글을 써야 하느냐? 

이런 고민을 이제 써줘야 하는 글 몇 개를 놓고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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