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녹색당 평당원이다. 사실 당원도 아니고, 후원하듯이 후원회비 내는 게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실 거의 모른다. 하승수와 이유진이 있을 때까지는 좀 알았다. 그 이후로는 거의 잘 모른다. 이제는 아무도 기억을 못할 것 같지만, 녹준이라고 불리는 녹색정치 준비모임 시절부터 초록정치연대 시절까지는 상근을 했었다. 그 시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고, 예금 잔액도 제로로 떨어졌다. 

마지막 잔고에 5만 원이 남았던 적이 있었다. 그걸 찾아서 같이 상근하던 사람들 아구찜 사줬다. 일종의 작별 인사라고나 할까. 하승수가 운영을 맡으면서 비로소 녹색당은 공식적인 당으로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후로도 내내 당원이기는 했지만, 뭘 한 적은 없다. 그럴 여력도 안 되고. 

녹색당 사람들이 얼마 전부터 차 한 잔 하자고 계속 연락을 해서, 다음 주로 약속을 했다. 만나는 거야 상관은 없지만, 사실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최선을 다 해서 도와주겠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만나기가 편한데, 그럴 형편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녹색당 활동을 계속하면 송파 구청장 같은 데 출마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송파구에 살았다. 내 인생에서 딱 한 번 출마를 고민했던 순간이었다. 송파구에서 종로로 이사 오면서, 그것도 다 옛날 일이 되었다. 성격 탓이다. 나는 남들 앞에 서는 걸 안 좋아한다. 

mb 때와 근혜 때에는 그래도 누구라도 공간을 열어서 방송에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좀 있었다. 그래서 좀 했었는데.. 지금 같아서는 그것도 별로다. 애들 보느라고 여건도 안 된다. 

지난 대선 때에는 녹색당에 아쉬운 게 하나 생겼다. 수많은 소수 정당 중에서 녹색당 대선 후보가 있었으면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한 표 꾹, 했을 것 같다. 현실적 의미는 없을지라도 가치가 없지는 않다. 그래도 작은 정당에서 대선에 나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그냥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 

인생에서 ‘명랑’이라는 기조를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은 녹색당 시절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웃음도 잃으면 다 잃을 것 같았다. 

윤석열 시대, 생태 같은 것은 뭐 어디 장식품으로 쓸래도 쓸 데가 없는 가치가 되었다. 그건 이재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더욱 가열차게 전선을? 

이게 어려운 것은, 생태와 같은 미래 가치들이 청년과 청소년의 꿈과 연결된 것인데, 청년의 보수화와 함께.. 시민단체들 등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곳들이 다 위기이고, 점점 더 위기가 심화되는 중이다. 그렇다면 현장 중심으로 지역 운동을? 여기도 동력이 많이 떨어져서, 녹색당 같이 어려운 곳에서 할 수 있는 게 현실적으로 협소한다. 

한국의 시민 운동이 지금 딛고 서 있는 어려움과도 일맥 상통한다. 우리가 했던 시민운동이라는 게, 참 어려운 시도였다. 배가 가려면 물이 필요한데, 배가 물을 만들면서 갔던 것과 같다. 시민이 시민운동을 만든 것이 아니라, 죽도록 고생해서 시민운동을 만들고, 회원들과 함께 시민 사회 자체를 만들면서 나아갔던 것. 

그런데 폭넓은 시민의식, 이런 게 20대와 부딪히면서 물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일부 단체의 일이지만, 지도부의 일부가 청와대나 정부 기관에 폭넓게 들어가면서 기득권 세력으로 청년들에게 기득권 세력으로 비춰진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시민단체들도 운신의 폭이 아주 좁아졌다. 

녹색당이야 뭐 얻어먹은 것도 없는데, 이래저래 움직일 공간이 너무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머리 빡빡하다.. 그냥 있는 것 같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자신의 청춘과 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다. 심심해서 혹은 여유가 있어서 녹색당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도 다 걸고 하는 것이다. 

간단한 목표를 바란다면, 다음 대선에서는 녹색당 대선 후보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정도일 것 같은데, 그게 만만한 일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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