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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신학기가 시작된다.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학기가 시작되는데, 이런저런 복잡한 일이 생겨서 둘 다 돌봄 교실은 안 하고, 방과후만 하기로 했다. 

큰 애 또래에는 예원 갈 애들은 벌써 본격적인 입시에 들어갔다는 것 같고, 하나고 같은 데 들어가기로 맘 먹은 애들도 본격적인 입시에 들어가는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아직 먼 세상의 일이고, 나는 그냥 애들 데리고 오고, 간식 먹이고, 그런 것만으로도 허덕허덕.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데, 어느덧 사교육 길과 그렇지 않은 길이 갈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집에 놀러오는 큰 애 단짝 친구는 애당초 사립으로 갔다. 쟤들이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겨울 방학 때 애들 데리고 허걱허걱 했는데, 아버지, 어머니, 하여간 이 양반들 말년에 속 엄청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나를 어렵게 한 것은 애들 태권도 버스기사 확진이다. 내일부터는 버스 정상 운영된다고 하는데. 

내일은 아침 일찍 어머니 병원 가는 날이다. 담당 의사가 휴가 가게 되었다고, 날짜 바꾸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던.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닌데, 하다 보니까 막내 동생이 아버지를 맡고, 내가 어머니를 맡고.. 그렇게 몇 달을 버텼다. 

시내에 지나가면서 괜히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이럴 때 연락할 사람이 참 없다. 한참 돌아다니던 시절에는 동네마다 꼭 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겸사겸사 그랬드랬다. 이제 연락도 거의 안 했고, 만난 것도 오래 되는데, 지나가다가 커피 한 잔, 이렇게 얘기할 데가 정말 없어졌다. 하긴..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 높은 자리에 갔다. 대충 아무 때나 커피 한 잔 하기에는 좀 미안한, 며칠 전에 약속을 하지 않으면 욕 먹기 딱 좋은. 그렇다고 며칠 전에 차 마시기로 약속하기에는, 내 삶이 너무 들쑥날쑥. 

결국 일상에서 가장 큰 유희가 애들하고 햄버거집 가서 콜라 신나게 마시면서, 악마의 유혹을 만끽. 

오미크론 클라이막스로 올라가는 중에 학교 문 연다, 안 연다, 말이 많았다. 어쨌든 문이 열린다. 

이 아이들끼리 서로 협력하고 살라고 말하면 아주 어색한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늘 돕고, 심통부리지 말고, 친구 때리지 말고, 결국 이렇게 잔소리만 늘어놓게 된다. 큰 애는 힘이 넘쳐서, 자기도 부쩍 킨 키가 감당이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내내 작은 키였는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한 해에 9센치씩 3년을 커서, 성격도 많이 변하고 그러던 시절을 겪었었다. 어렸을 때에는 아주 작았다. 맨날 맞고 다녔다. 특히 여자 애들이, 우와 키도 너무 크고, 힘도 너무 세서, 엄청 맞고 살았다. 초등 5학년 때 내 뒷자리에서 맨날 때리던 여자 친구를 대학가서 우연히 만났다. 여전히 크고 강해 보였다. 내가 맞았던 게 당연하네! 연세문학회에 가입하려고 갔을 때, 그때 딱 나보다 잠시 먼저 와서.. 보자마자 허걱. 또 맞고 살 생각하니까,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바로 문학회 가입 포기했다. 나의 문학 생활은 그날부로 아디오스.

작은 아이로 살다 보니, 키 크고 힘 좋은 큰 애 마음을 사실 잘 이해를 못한다. 나는 그래봤던 적이 없어서. 

어쨌든 개학,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이 땅의 어린이들이 다들 무사하고 즐겁게 학교 생활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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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수업 듣는 학생들하고 준비해서 만든 책이다. 이래저래 평균치는 한 책이다. 

성결대에서 4학기째 수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전혀 몰랐는데, 이것도 시간이 좀 지나다보니까 약간의 이해가 생겼다. 지난 학기에 처음 가능성을 보았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수업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쓴 학생들이 좀 생겨났다. 그때 처음부터 책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면 할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 내내 고민을 했는데,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그냥 하기로 했다. 얼마나 팔릴 지는 자신은 없는데.. 출판사에서는 필요하면 진행해도 된다고. 좌파 에세이가 판매에서도 어느 정도 되었으면 안 해도 되는 고민이었는데, 현실이 또 그렇지가 않아서. 

청년 그것도 예술을 키워드로 한 일종의 문화관찰지 같은 것을 생각한다. 경제 인류학 공부하던 시절에 종종 하던 작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대체적인 틀이 잡힌다. 

일부러 4학년 학생들 대상으로 했고, 문화와 예술 그리고 서브컬처 같은 게 키워드다. 

올해는 일정이 빡빡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이 정도 작업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렇게까지 빡빡하지는 않다. 원래 올해 있던 책 몇 권을 내년으로 넘겼다. 

나도 이제 50대 중반이다. 필드 작업을 하기에는 점점 더 힘이 부치고, 아마 실제 대상들을 만나서 하는 거로는 내 인생의 마지막 작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전문가들 인터뷰 이런 건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그 사람들은 훨씬 더 준비된 사람들이다. 짧게 만나고 필요한 얘기만 주고 받아도 된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은 좀 다르다. 훨씬 힘이 더 많이 들고, 더 조심스럽다. 문화기술지는 나도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 점점 힘이 떨어지고, 내 시간을 만들기가 더 어려워진다. 

하여간 할까, 말까, 이걸 놓고 두 달 동안 고민을 했는데.. 오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배는 곧 출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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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장기 기증하고 시신 기증 절차를 밟으려고 했는데, 애들 학교 방학이 2달이나 되었고, 정신이 없어서 뭘 못했다. 그래도 겨울 지나기 전에 마무리할까 싶어서 이것저것 마무리하는 중이다. 

시신 기증을 먼저 하려고 알아봤더니, 이건 정부 절차는 아니고 그냥 병원에서 알아서 하는 절차다. 유언장 작성하고, 가족동의서 같은 거 미리 만들어놓는 건데.. 미성년자인 자녀 동의도 필요한가? 그게 나중에도 유효한가? 머리 복잡해져서, 바로 처리하려던 걸 잠시 정지. 

아내하고는 몇 년 전에 얘기를 했다. 내가 죽고 나서 원하는 건 딱 하나였다. 장례식 하지 말 것. 나는 생일도 안 했고, 애들 좀 큰 다음에는 생일날 케익 자르는 것도 안 한다. 

그냥 나 때문에 뭔가 번접해지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그냥 조용히 사는 게 제일 좋고, 복닥복닥거리는 것도 별로다. 죽을 때라도, 아주 조용히 하고 싶었다. 

장기 기증은 전부터 생각은 했었는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보면서 그래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도 더럽게 나쁘고, 간도 별로다. 폐도 아마 쓸 데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도 뭐라도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절차는 내일 알아볼까 한다. 연초에 할까 했었는데, 오늘 내일 미루다 보니, 벌써 봄이 오는 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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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집값 관리에 실패한 것은 맞다. 
복덕방 몇 군데 샘플 방문했을 때, 집값 올려서 세금 확충하고 자기들 지지세 늘리려고 하는 거라는 소문이 돈다는 얘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그냥 웃었다. 
민주당 그렇게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들이 그렇게 부동산을 통한 세수와 지지 집단까지 계산할 정도로 유능한 집단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렇게까지 이것저것 계산을 잘 할 수 있는 집단이라면 집값을 잡았지.. 
내가 음모론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은, 그런 의도와는 별도로, 그걸 진짜로 계산하고 수행하는 능력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술 먹다가 잠깐 할 얘기를 연설에서 진짜로 얘기하는 건, 좀 그렇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31582.html?fbclid=IwAR2_qM3SBBcqeonKEagzuHUejXQqoORdH_0Wzt9yViY0mYwRQ5UGPR6bj0w 

 

[사설] ‘집 없는 서민 표 얻으려고 집값 올렸다’는 윤석열의 궤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핵심 선거전략이 ‘반문 정서’ 자극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 우려...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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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는데, 큰 애랑 둘째랑 누구를 지지할지 토론을 했다.
"나는 탄소중립이 어느 정도 틀이라도 잡을 것 같아, 이재명이."
이재명 찬조 연설방송을 본 큰 애는 얘기했다.
"형, 나는 어쩐지 심상정이 잘 할 것 같아. 난 심상정 지지할래."
둘째 의견은 심상정 쪽이다. 둘째는 ytn에 나오는 후보 경력 정보 공개 방송을 아주 유심히 보았었다.
애들이 나 기다리면서 태권도장 앞에 이재명 유세차를 한참 구경한 후에, 본격적으로 누구를 지지할지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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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회식 끝나고 출발하면서 전화를 했다. 큰 애가 받았는데, 지금까지 잘 놀고 있더니, 전화에 대고 울면서 말한다. 


"엄마, 아빠가 후식 안 줘요."


이것들이 하루 종일 처먹였는데.. 후다닥 과일 꺼내줬다. 


"아빠가 분명히 너네들 마루에 어지른 장난감하고 책 다 치울 때까지 후식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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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애들 태권도 끝나고 햄버거 먹으러 가기로 했다.
둘째는 햄버거를 안 먹는다. 방학 내내 큰 애는 햄버거를 먹고 싶어했는데, 둘째가 안 먹으니까 식사 시간에는 갈 수가 없다. 이것저것 다 먹을 수 있는 푸드뱅크도 한 번 갔는데, 수제 햄버거 집이 그새 문을 닫았다.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사라져간다.
이제 방학도 끝나가는데, 햄버거 한 번만 사달라고 큰 애가 하도 졸라서, 이따 태권도 끝나고 간만에 햄버거집에..
점심 먹고 나서 애들하고 잠깐 tv 뉴스 보는데, <한국인의 밥상> 광고가 나왔다. 둘째가 우리 집은 왜 저기 안 나오느냐고 한다? 우리 집? 아내가 방학 때 열심히 밥을 했다. 나도 몇 번 하기는 했는데, 애들 입맛 맞게 이것저것. 애들은 방학 때 밥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우리 집도 밥 맛있는데, 왜 저기 안 나오느냐는.
“우리 집에는 전통 음식이 없잖아.”
둘째가 한참 생각하더니, 오늘 점심에 먹었던 두부 구이! 이것도 전통이잖아.
그냥 웃었다. 요즘 우리 집 식사의 특징은 전통이나 맛이 아니라, 양이다. 애들 먹기에 부족하지 않게 양으로 밀어붙이는.
요즘 아내가 이런저런 일로 저녁에 늦게 들어와서, 하루 두 끼씩 애들 밥을 먹인다.
그래도 좋은 뉴스가 왔다. 3월 2일부터는 애들 태권도차가 정상 운행된다고 한다. 그나마 좀 낫다. 방학의 것은 방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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