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그렇다. 아직 산책할 때 애들 손을 잡고 다닌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손은 특히 찻길에서는 꼭 잡고 다니는데, 둘째 손만 잡으면 큰 애가 심통 난다. 좁은 길 갈 때 큰애한테 앞장 서라고 하려면 길거리에서 한참 토론을 해야 한다. 큰 애랑 둘이 갈 때에도 큰 애는 내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린이들 둘만 갈 때에는 서로 손을 잡지는 않는 것 같다. 큰 애가 속도 안 맞춰주고 너무 혼자만 앞으로 가서 힘들다고, 둘째는 큰 애랑 둘이 가는 건 잘 안 하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 들어간 뒤로는 아버지 손을 잡은 기억이 없다. 기억이 안 나는 더 어린 순간은 모르지만, 아버지 손 잡고 걸은 기억 자체가 없다. 다섯 살 때인가, 영등포 역 앞에서 걸어가다가 아버지를 잃어버려서 당황해서 인파 속에서 한참 찾아다닌 기억이 있기는 하다. 몇 분 뒤에 아버지가 뒤에서 놀라서 나타나셨다. 나는 아버지가 앞 쪽에 계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버지 찾는다고 너무 앞으로 갔었나보다. 그 시절에 아버지는 영등포에 있는 다방에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셨는데, 담배 연기 가득한 다방에서 계란 반숙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다섯 살 때 기억이 아주 많다. 그때 마포에 있는 금은방에 어머니랑 갔었는데, 어머니가 결혼 반지 등 예물을 팔았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랑 갔던 다방 위치는 지금도 어느 정도는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마포 금은방은 마포라는 것만 기억나지, 어딘지는 전혀 잘 모르겠다. 버스 타고 건너갔던 다리가 양화대교인지 마포대교인지, 너무 이런 시절이라 그건 잘 모르겠다. 다리 건너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서, 길 건너편으로 좀 걸어간 것만 기억난다. 

하여간 아직까지는 우리 집 어린이들과는 길 가면서 손을 잡고 다니는데,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오늘 문득 했다. 우리 집 어린이들이 날 좋아하는 이유는, 아내는 질색을 하면서 사주지 않는 불량식품급 과자들을 나는 틈만 나면 사주는 것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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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와 신뢰.. 한덕수 사진이 박힌 기사에서 코로나 백신 좀 맞아달라고 하는 얘기가 봤다. 나는 꼬박꼬박 잘 맞아왔는데, 당장 올 겨울에 외국 나갈 계획도 없고.. 그냥 당분간은 맞기 싫다는 생각이 뇌가 아니라 눈으로부터 왔다. 

총리와 같은 지도자는 권위가 있거나, 최소한 신뢰는 있어야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최소한 참고 거리라도 되는 것 같다. 한덕수는 권위 같은 것은 아예 없었고, 이태원 참사 거치면서 신뢰도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이 사람이 하는 말은 그 얘기 그대로 들으면, 바보 병신이 되거나 호구 될 것 같은 느낌이 팍 든다. 이건 논리를 뛰어넘는 감정의 문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그 판에서 누구 호구인지 모르면 니가 바로 호구다, 그런 옛어른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한덕수는 나쁜 사람일지는 몰라도 호구는 아닐테니까, 그러면 내가 바로 호구? 그런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쳐갔다.

https://v.daum.net/v/20221114093403043

 

한덕수 총리 "코로나 재유행 본격화…백신접종 참여 당부" [TF사진관]

[더팩트ㅣ이동률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세를 조기 안정시키기 위한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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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잔하다..

잠시 생각을 2022. 11. 10. 16:23

mbc 싫어, 너 내 비행기 타지마. 

"쪼잔하다"는 말 말고는 더 보탤 말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교탁에 38선이라고 금 긋고, 짝꿍이랑 서로 넘어오지 말라고 하루 종일 신경전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런 쪼잔한 짓은 초등학교 시절에나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중학생만 되도 교탁에 38선 긋는 일은 안 한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66651.html?_fr=mt2&fbclid=IwAR1KdWydgm0Q3jPzjY5xR2CjcXWFVTh8GXM77Q1G0rE4yzpqMxP0zkKtTU0 

 

<한겨레>는 이번 취재에 대통령 전용기를 거부합니다

11~16일 동남아시아 순방 취재대통령 전용기 대신 민항기 이용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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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에 세탁기 가득 빨래 돌려놓았던 게 생각이 났다. 애들 빨래가 있어서 좀 많다. 아내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얼마 전에 병원 응급실에 갔다왔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 보면 진짜 패 죽이고 싶다. 좁은 건조대에서 자리 잡아서 빨래 너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종류별로 늘어선 양말 짝 맞추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게다가 애들 양말은 짝이 잘 안 맞는다. 중얼중얼, 어린이들 양말 짝 맞추고 있는데, 고양이가 맑은 물 토하는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린다. 에휴. 또 일이네. 

우리 집 고양이는 태어나서 몇 달 안 되어서 길에 쓰러진 걸 누군가 동물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정말 몰골이 아닌 애를 입양해서 데리고 왔는데, 지금은 완전 새로운 품종이 되었다. 두 살 때 장에 문제가 생겨서 큰 수술도 한 번 했다. 백만 원 넘게 들었는데,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가난한 20대 여성의 경우라면 이 돈을 어떻게 했을까? 고양이들에게도 평등을. 

그렇게 해서 지금은 14살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토한다. 워낙 장이 약해서 그렇단다. 여러가지 시도해 봤는데, 별 소용은 없고, 그냥 그때그때 잘 치우는 수밖에 없다. 4번에 한 번은 사료 없이 물만 나오는 경우가 있다. 

파리에 살던 시절에 보았던 일이다. 지하철에서 여고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 술에 취해서 토하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무 것도 없이 맑은 물만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가슴이 참 아팠다. 우리는 안주를 엄청 먹으니까, 술을 마셔서 정말 그렇게 맑은 물만 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0대 여성이 아무 것도 안 먹고 맑은 물만 토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저 사람은 무슨 삶의 고통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고양이가 토하고 나면 제일 큰 일은 그걸 찾는 것이다. 다행히 쉽게 찾았다. 고양이 토한 걸 치우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 내가 나중에 죽어서 지옥에 갈지도 모를 때, 살아서 착한 일 한 거 대보라고 하면 하나는 있을 것 같다. 

세탁기에서 빨래 널고, 고양이 토한 거 치우고 나니까, 2시가 훌쩍 넘었다. 해야 할 일이 밀려서 오늘도 꼬박 밤새게 생겼다. 별 하는 일도 없는데, 일이 밀리는 거 보면 나도 좀 한심하기는 하다. 그래도 속도가 그렇게 밖에 안 나는데 별 수가 없다. 

2022년,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 고단한 한 해가 될 줄은 미처 몰랐는데.. 막상 한 해 끝이 보이는 상황인데, 정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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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만에 비틀즈를 틀었다. 별 이유는 없고, 클래식 기타로 편곡한 비틀즈 연주를 며칠 계속 듣다보니, 원래 노래가 듣고 싶어져서. 생각해보면 내가 날 위해서 하는 유일한 일이 음악 듣는 것밖에 없다.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음악을 좀 더 듣기로 했다. 

오늘 막내 동생하고 통화했다. 짧게 통화했는데, 며칠 전에 사경을 헤매다가 깨어났고, 어제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실로 옮겼다. 아버지 병실에서 무리했던 후유증이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수술도 하기 힘들다고 그럴 때에는 좀 난감했다. 

몇 주 전에 병가 내고 좀 쉬라고 그랬는데, 그딴 거 없다고 들은 척도 안 했드랬다. 먹고 사는 게 뭔지. 

갑자기 회의를 해야 한다고 연락이 두 군 데서 왔는데, 사정상 나는 어렵다고 그랬다. 두 개 다 취소 되고, 다시 날자를 잡는다고 한다. 적당히 좀 하지.. 

큰 애는 손가락 욕을 해서 태권도장 관장님에게 크게 혼났고, 아직 반성문 쓰는 중이다. 둘째는 결국 비만 클리닉에 갔다. 다음 번 병원은 내가 데리러 가기로 했고. 다음 주에 합병증 검사를 하기로 했는데, 운동 많이 하는 것 외에는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비틀즈 앨범 한 장이 다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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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은 보수 축에도 못 드는 것들 아닌가 싶다. 진보와 보수가 거의 유일하게 모두 동의하는 것은 도서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도서관 국회로 옮겨가겠다, 이런 것들이 최근 도서관에 대해서 들었던 큰 논란거리였다. 

마포구의 작은 도서관은 거의 전설 같은 얘기들이었는데.. 

그냥 다 없애겠다는 구청장, 한국의 보수가 언제부터 도서관을 적으로 생각했는지.. 보수가 변한 건지, 보수도 아닌 것들이 저러고 있는 것인지.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66201.html?_fr=mt1&fbclid=IwAR1owuO-JT4VYoa-y3eaLlHcDyceT5VNyD90oBdKhYOqc0jJTljkcoNGjgI 

 

[단독] 책 읽지 말고 공부해라?…마포구, 작은도서관 9곳 없앤다

지난 20년 독서·돌봄 공동체로 확산 구 “예산 절감”…독서실로 전환 방침구민들, 구 누리집에 비판·항의 행렬“아이 낳으라는 정부 정책은 거짓”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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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ba pa ti

책에 대한 단상 2022. 11. 4. 03:12

산타나는 지난 10년 동안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애 키우면서 산타나 들을 형편은 아니다. 저녁 때 어머니랑 잠시 통화하고 나서, 하이고.. 막내 동생은 병원에서 의식은 돌아오기는 했는데, 아직 자발 호흡은 못하고, 말은 못 한단다. 어머니에게 그 소식을 알려드렸다. 위급한 상황은 넘어갔고, 이제 중환자실에 있어서 한시름은 놓았다고. 어머니랑 같이 사는 바로 밑의 동생은 막내 쓰러졌다는 얘기 듣고 아프다고 누워서 아까 잠깐 일어났다가 다시 누워 있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는 아내가 응급실에 갔다왔고.. 다음 주에는 둘째 병원에 검사가 있어서.. 이래저래 올해는 병원에서 사는 것 같다. 

20대에는 산타나 정말 좋아했다. 카를로스 산타나, 이름만 들어도 그냥 좋았다. 유학 중에 너무 돈이 없을 때가 있어서, 가지고 있던 cd랑 비디오들 중고로 판 적이 있었다. 정말 팔기 싫었던 게 산타나 공연 실황 비디오였는데, 그게 그래도 꽤 괜찮은 가격을 받았던 기억이 얼핏. 그렇게 좀 버티다가, 방학 때에는 식당에서 서빙 알바도 하고 그랬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시절에 알바했던 경험이 사실 인생에 큰 도움이 되기는 했다. 

간만에 산타나 음악을 듣는데, samba pa ti, 아련하게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Super natural 나온 뒤에 산타나는 세계적으로 훨씬 더 유명한 사람이 되었는데, 비디오 테이프 판 뒤로는 이상하게 산타나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았다. 가끔 듣기는 했는데, 그냥 수많은 음악 중에 하나처럼 잠시 들었을 뿐이다. 

내가 살고 싶던 삶이 산타나 같은 삶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그래서 눈물이 잠시 났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생각하면 나도 참 먼 곳으로 왔다. 정말 너무 먼 곳으로 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맑스나 레닌을 인생의 모델로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고.. 굳이 인생의 모델이라면, 산타나와 이브 몽땅을 훨씬 더 감성적으로 좋아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땀 뻘뻘 흘리면서 얌전하게 눈 감고 음악을 음미하면서 연주하는 산타나의 모습이 너무 좋았었다. 도대체 삼바 파티라는 그 열정적인 상황에서 이 침착한 정열이란 뭘까 싶었다. 오랜만에 samba pa ti 들으면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잠시 그런 생각을. 

 

https://youtu.be/pqJXVvKb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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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명의 생때 같은 청년이 죽었는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죽도록 미안하다. 다 자기 잘못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 길거리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경찰과 구청을 기대하지 누구를 기대해야 하겠는가? 행사할 때마다 자경단이라도 구성해서 자체적으로 질서 유지를 해야한다는 말인가? 

하루를 곰곰이 생각했는데, 이런 사건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시스템 개선이 아니라, 행안부, 경찰청장 그리고 구청장 등 '안전' 지도부 사퇴다. 그래야 다음에 이런 일이 안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높은 분들은, 다 자기 일 아니라고 한다. 시스템 개선은 다음 사람이 하면 되는 거고, 일단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최선의 개선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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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애는 반에서 할로윈 파티 한다고 색연필로 녹색을 잔뜩 칠한 가면을 만들었다. 그 반은 반에서 할로윈 파티를 따로 하는데, 둘째는 안 하나 보다. 엄청 부러워했다. 아마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파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담임 선생님 재량으로 하는 반도 있고, 아닌 반도 있나보다. 태권도장에서도 할로윈 파티 같은 것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 할로윈은 굉장히 큰 행사다. 아마 얘들이 어른이 되면, 가장 가고 싶은 행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할로윈도 가고, 어디 가서 술도 마시고, 나 닮았으면 적당히 깽판도 치고 그럴 것이다. 

그냥 친구들과 놀러 나왔을 뿐인데,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앞으로 10년은 더 키워야 그 나이가 된다. 한 해 한 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렇게 다 큰 청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 심정이 어떻겠나 싶다. 

그렇다고 우리 집 어린이들은 점점 커가는데, “사람들 많은 곳은 가지 마라”,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종류의 문제는 선진국이 된다고 해서 없어지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행정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느냐, 그런 국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아직 우리나라 행정은 좀 투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잘못은 아니라고 발뺌부터 하는 행안부 장관의 기자회견은 운전하다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누가 물어봤어”, 그런 생각이 문득. 

아이들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나도 이태원 자주 가던 시절이 있기는 했는데, 마지막 갔던 게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기억에서도 까마득하다. 

애도를 해야 하는데, 가슴이 하도 먹먹해서, 어떻게 애도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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