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경제학 앞부분을 고치기 시작할 즈음에 ‘따뜻함’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기 시작하였다. 탄핵 1차 투표에 반대표를 던지고, 2차 투표에 탄핵한 김창욱이라는 보수 정치인의 인터뷰 방송을 본 게 계기였다. 보고 나서 감정이 깊게 남아서, 그 인터뷰 방송을 몇 번을 더 돌려봤다. 그리고 남은 감정이 따스함이었다. 

따뜻하다는 말이 제일 인상적인 대목은 영화 <짝패>에서 봤다. “네가 옛날부터 손은 참 따뜻했어.” 조폭 친구가 찌른 칼을 배에 맞고, 그의 손을 잡은 경찰이 한 말이다. 그 다음 장면에서 조폭은 등 뒤에 칼을 맞고 죽는다. 

따뜻함과 따스함이 뭐가 다를까? 뜻은 같은데, 뉘앙스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같은 뜻이고, 별 차이 없이 사용되기는 하는데, 따스함 쪽이 좀 더 부드럽다. 

글을 쓰면서 따스함을 추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나는 반대 쪽이었다. ‘차가운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박사 논문에서 쓴 적이 있다. 로자 룩셈부르크 버전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차가운데, 따스함이라니. 나에게는 그저 어처구니가 없는 용어였다.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대혐오의 시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만나게 되었다. 진보와 보수가 지금처럼 멀어졌던 적은 없었다. 정치는 정치, 일상은 일상이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트롬프 이후로 정치 양극화 현상이 생겨나면서, 선거가 끝나도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제는 진영이 다르면 정말로 밥 한 끼 같이 먹기로 힘들어졌다. 

도서관 경제학을 고치는 것은 당장 해야할 일이다. 초고는 진작에 끝났고, 톤을 좀 조정하려고 한다. 안 해봤던 실험이지만, ‘따스함’이라는 방향을 가지고 원고를 다시 한 번 손을 볼 생각이다. 

어쨌든 스타일 실험을 한 번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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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얘기까지 정리를 했고, 이제야 도서관 경제학 초고가 끝났다. 최근에 받은 자료들은 아직 다 못 읽었다. 일단 읽어야 할 것을 읽고, 전체적으로 한 번 고칠 생각이다. 중간중간 결론이 바뀔 부분도 있다. 초기에 내가 미처 몰랐던 것들이 몇 가지 생겼다. 윤석열의 도서관 정책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들이 있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좀 황당하고 전격적인 것들이 있다. 

모든 것이 정치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 도서관의 경우도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초등학생 의대반에 대해서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운영위원을 맡아달라고 해서 한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임명장 준다고 차 한 잔 하자고 하는데.. 여기에서 곤란한 순간이 생겼다. 차 한 잔 하는 건데도, 이게 날짜를 정하기가 곤란했다. 

얼마 전부터 둘째가 수영강습을 시작했다. 화요일, 목요일인데, 가는 건 버스 타고 알아서 가는데, 오는 게 저녁 시간이다. 수영장이 너무 멀다. 혼자서 오면 한 시간 넘게 걸린다. 그래서 데리고 온다. 한 달 전에 둘째는 병원에 입원했었다. 내년에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넘어가야 나도 좀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목숨 같은 일이다. 수요일은 당분간 어머니 항암 치료 주사 맞는 날이다. 여기도 가야 한다. 이렇게 며칠을 움직일 수 없게 되니까, 꼭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날이 얼마 없다. 

작년까지는 찾아오는 사람들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그것도 어렵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진짜 하는 일도 없는데.. 커피 한 잔 마실 약속을 정하는 것도 어렵다. 왜 이러고 사나, 현타가 오는 순간들이 있다.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밀린 일들을 해결하는 데에 몇년이 걸리는 것 같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 같다. 그 뒤에도 밀린 일들이 있다. 결국은 둘째가 초등학교는 졸업을 해야, 나도 지금의 히키코모리 모드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올해 시작할 때에만 해도 누군가 물어보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고 대답을 하고는 했다. 실제로 그랬다. 지금 이 순간을 그렇게 정리하면 뭐라고 할까? 하는 일도 없이 인생에서 가장 바쁜 순간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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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경제학의 마지막 추가는 히키코모리 문제다. 원래는 처음부터 이 얘기를 끝날 때쯤 넣으려고 생각했었다. 도서관 복지 중간쯤에 넣으려던 것이 애초의 구상이었는데, 다른 부분하고 잘 붙지를 않았다. 그리고 톤도 너무 우울해져서, 흐름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포기했다. 

초고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사서들을 만났는데, 다들 히키코모리 얘기는 넣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원래 넣으려고 했던 데에 짧게 몇 문단 넣는 거로 마무리지을까 했었다. 

최근에도 히키코모리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기본적인 자료들은 그때 한 번 살펴봤었다. 추가적으로 좀 더 자료들을 보려고 논문 몇 편을 읽었다. 

사람들은 논리만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감정과 정서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 히키코모리는 감정이 많이 움직이는 주제다. 일본의 차관이 히키코모리인 아들을 살해한 사건은, 여러 번 봐도 편하게 보기 어려운 뉴스다. 특히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가슴이 많이 움직이게 된다. 

결국 몇 문단 추가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까지 다 끝낸 후, 보론 형식으로 아주 드라이하게 조그만 절 하나를 추가하기로 했다. 원래 있던 원고에는 째고 들어갈 데가 없다. 또 그렇게 간단하게 몇 마디 하고 넘어갈 주제도 아니고. 

그리하야.. a4 2~3장 정도로 보론을 하나 새로 쓰기로 했다. 논리는, 할만큼 했으니, 이 정도 하고 털자는 결론이다. 그런데 마음이 그렇게 가지가 않는다. 최선을 다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건강하고, 활발한 사람들만을 위한 자본주의,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그런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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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경제학은 사람들이 추가적으로 넣었으면 하는 얘기가 있었다. 경제성에 대한 얘기랑 사서에 대한 얘기, 그렇게 절 두 개를 넣었다. 죽는 줄 알았다. 일단 덮은 다음에 다시 원고를 열기는 쉽지 않다. 딱 맞춰놨는데, 균형을 깨지 않고 새 얘기를 밀어넣기가 쉽지 않다. 결국은 나머지 부분도 전체적으로 한 번 손을 봐야 한다. 

히키코모리 얘기는 처음부터 구상에 있었는데, 막상 그 순간이 왔을 때 결국 뺐다.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너무 우울한 얘기가 들어가서 톤이 깨진다는 느낌도 받았다. 결국 뺐다.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그래도 그 얘기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길지는 않게, 도서관 복지 얘기하는 데에서 몇 절 집어넣기로 했다. 

너무 며칠 동안 긴장을 했더니, 몸이 다 뻐근하다. 긴장도를 너무 높였다. 원래 구상했던 얘기가 아닌 얘기를 넣을 때에는, 머리를 몇 배로 돌려야 한다. 

도서관 경제학은 아마 내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경제학을 공부했는지, 그런 보람이 특히 많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쓸까, 그런 생각들을 특히 많이 했다. 영화 <졸업>은 충격적이었다. 와, 개막장 얘기네.. 좀 더 개막장 스타일의 얘기들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인생은 개막장이다. 세상의 구조에도 개막장이 많다. 좀 더 적극적으로 개막장 스타일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책은 언제나 시대의 최전선이다. 그 최전선에서 한 발 더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안 할 거면 뭐하러 책을 쓸 필요가 있겠나. 

도서관 책을 쓰면서 느낀 게 많았다, 다음에 쓸 책들의 스타일과 헤드,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워낙 집중적으로 생각을 하다 보니까, 다른 잡생각도 자연스럽게 많이 나는. 정말 중요한 주제 아니면 다루지 않을 생각이다. 이것저것, 많이 버렸다. 

이제 도서관 책 끝나면, 연초에 써놓은 죽음 에세이를 크게 고치려고 한다. 나는 재밌었는데, 사람들은 재미 없어하는 얘기들은 다 덜어내려고 한다. 한동안 제목을 못 잡았는데, 제목도 잡았다. 일단은 “사랑, 죽는 날까지”, 이렇게 사랑과 죽음, 두 개의 모티브를 가지고 가려고 한다. 내가 그렇게 살려고 한다. 미워하는 것들, 증오하는 것들이 고꾸라지는 걸 보기 위해서 사는 삶은 재미 없다. 이제 그런 건 덜 재밌다. 고독사 얘기를 좀 더 많이 해보려고 한다. 결국은 우리가 한 번쯤은 만나게 되는 문제다. 이걸 더 뒤로 미룰지, 그냥 할지, 고민을 좀 많이 했다. 원래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별 문제 없는 그런 상황에서 쓰려고 했다. 그 사이에서 어머니의 암이 발견되었고, 지금은 항암 치료 중이시다. 듣기만 해도 뒷골 빡빡한 상황이다. 

그래도 톤을 밝게 하고, 즐겁게 하려고 한다. 지난 번에 쓸 때는 내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상황의 무게에 잔뜩 늘렸던 것 같다. 이제는 그렇게는 안 하려고 한다. 내가 괴로우면, 보는 사람도 너무 괴롭다. 지금까지 그런 감정과 정서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목을 새로 잡았다. 죽음을 넘어설 수 있는 에너지는 글쎄, 내 경우에는 사랑 밖에는 없었다. 이념이 죽음을 넘을 수 있을까? 문학적 은유는 사용할 수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생활로 돌아오면 사람들 삶은 다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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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도서관에서 가장 핫한 이슈 중의 하나는 민간 위탁 문제다. 경기도에서 대표 도서관을 만들면서 운영을 외부에 맡기기로 하면서 진짜 불같은 논쟁이 생겼다. 도민들 서명 운동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술적 논쟁이 생겨났다. 과연 도서관이란 무엇인가, 그런 논의들이 많았다. 

결국 도의회에서 나섰고, 토론회가 생겨났다. 토론회가 이렇게 힘이 센 건 줄 미처 몰랐는데.. 토론회 직전에 민간 위탁을 안 하기로 결정이 났나보다. 결국 토론회 제목에서 민간위탁이 빠지고 '운영방안'이라는 말이 들어갔다. 토론회 시작하기 전에 이미 토론회의 효과를 보게 된. 

어쨌든 광역 대표도서관이란 게 있는지 없는지,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참 많은 토론회에서 발제를 했었다. 그래도 이런 토론회는 처음 본다. 역사적일 것까지는 아닌데, 기념비적이기는 할 것 같다. 

게다가 이 토론회 전과정을 직접 볼 수도 있다. (발제 초반 2~3분을 보시면 토론회 이전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토론회 제목이 왜 바뀌었는지 간단한 설명이 있다.)

 

https://www.youtube.com/live/SBI31VHHx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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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경제학 초고 끝내고 도서관 얘기는 잠시 잊고, 다른 일들을 좀 처리했다. 

유튜브는 거의 안 보는데, 우연히 마츠다의 오사카 유튜브들을 보게 되었다. 느무느무 재밌다. 저게 딱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 가도 어린이들과 같이 가기 때문에, 저렇게 이자까야에서 이것저것 집어먹는 건 해보기가 어렵다. 그냥 백화점 가서 꼬치구이 이것저것 사다가 숙소에서 잠시. 올 겨울에도 동경 갈 계획이 있기는 한데, 역시 이자카야 가는 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그냥 판타지의 영역이다. 

오늘부터 다시 도서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게 몇 가지 있었다. 여러 얘기들을 축으로 정리해보니까,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서관의 도서구입비 문제.. 그리고 공공도서관의 외주화 문제.

두 가지 다 매우 어렵다. 일단 생각보다 데이타가 별로 없다. 도서관 통계의 원자료들 보다가 기겁을 했다. 숫자가 너무 이상해서 엑셀 자료로 다시 받았는데, 마찬가지.. 돈 단위가 표기가 안 되어 있는데, 도서관마다 돈 단위가 다르다. 우와. 도저히 못 보겠는데? 급히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어떤 건 천 원 단위고, 어떤 건 원 단위가. 동그라미가 세 개가 다르다. 그야말로 마음으로 봐야 하는. 관련 논문도 찾아봤는데, 10년 전 논문이 하나가 있다. 거기서는 공식 통계를 보지 않고, 그냥 도서관에 공문 보내서 자료를 받았다. 안정적인 수치라서 좋기는 한데, 너무 옛날 통계라서 지금은 쓰기 어렵다. 

우리나라 통계만 이러면 막 뭐라고 그럴텐데, 미국이나 일본도 도서관 관련되어서는 그렇게 통계가 잘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 죽어라고 찾으면 찾을 수는 있을텐데, 일 년 걸릴 일이다. oecd를 통해서 잘 정리된 수치들 보고, 좀 아니다 싶으면 un 통계 찾고, 그렇게 분석하다가 도서관 통계를 보니까.. 돌아비리. 

도서관 외주 문제는 복잡해서 좀 피해가고 싶었는데, 워낙 이게 핫한 얘기라서, 결국은 해야할 것 같다. 현안이라서, 피해가기가 어렵다. 공공 도서관의 공공에 대한 정의가 다른 분야와는 달라서, 논리 세우기가 아주 어렵다. 도서관이 산업이 아니라서 산업 분야에서 흔히 쓰는 논리와도 좀 다르다. 전기를 비롯해서, 많이 다루었던 문제이기는 한데, 도서관이 묘하게 조금 다르다. 

어쨌든 절 두 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일정이 좀 늦어지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고. 

그 와중에 저출생 책 정말 마지막 검토를 끝냈다. 조만간 표지 디자인 나온다고 한다. 몇 년 동안 이래저래 인생이 개판이었다. 그동안 늘어진 것들 처리하는 시간이 한동안 길게 이어질 것 같다. 그리고 나면 나에게도 환갑이라는 나이가 올 것이다. 그 뒤에는 뭐할지 아직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 버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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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경제학에서 미루어 두었던 학교 도서관 절을 마쳤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그리고 당사자들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무엇보다도 하나마나한 얘기가 될 위험이 너무 컸다. 마지막 순간까지, 별 의미 없는 얘기를 쓸 거면 그냥 빼자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도 막판에 생각이 났다. 늘 생각이 잘 나면 좋겠지만, 나는 그렇게 능력 있는 편이 아니다. 죽어라고 생각을 해야 겨우 조금 생각이 나는 편이다. 어쩌겠나. 그렇게 생겨먹은 것을.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도서관 경제학 초고는 마무리하게 되었다. 도서관 얘기는 아마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참 인기 없고, 관심 없는 주제를 다룬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람이 가득했다. 도서관이 위기인 시대가 되었다. 그래도 뭐라고 할 수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얘기가 마무리되면, 연초에 써놓고 이래저래 뒤로 미루어두었던 죽음 에세이에 대한 수정을 시작할 생각이다. 즐거운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피해가고 싶지는 않다. 재택사로 포인트를 맞춰서 다시 정리하려고 한다. 제목은 모르겠다. 집에서 맞는 죽음, 그런 정도의 컨셉이다. 물론 그 얘기만 할 건 아니다. 58년 개띠의 선택, 그런 얘기들은 그냥 유지하려고 한다. 어쨌든 이래저래 그 사람들이 흐름이 변곡점에 서 있게 되었다. 

죽음 에세이까지 마무리되면, 10대들을 위한 경제학 책으로 간다. 이건 나름대로 시리즈인데, 경제, 인권이 일단은 계획이 잡혀 있다. 요즘은 내 책이 너무 안 팔려서 긴 시리즈 준비를 하기가 어렵다. 간만에 환경 얘기를 이 시리즈에 이어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자신이 없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면, 바로 준비를 했었는데, 요즘은 이것저것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워낙 안 팔리는 데, 방법이 없다. 어쨌든 그건 지금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일단 하면서 상황을 보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한 번 출간을 시도하다가 아버지 돌아가시는 때랑 겹쳐서 결국은 뒤로 미루게 된 농업 경제학도 고민 중이다. 농업은 변화가 없을 것 같지만, 이것도 시대에 따라 패러다임이 계속 변하는 분야다. 지난 번에 쓸 때는 농업 교육 쪽에 많이 초점을 맞추었는데, 지금은 또 다루다. 하여간 한 번은 할 생각인데, 아직까지는 딱 이거다 싶은 포인트가 잡히지는 않는다. 이것도 다음에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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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청소기 돌리고, 고양이 모래 치우고 났더니 한 시간이 금방 갔다. 그냥 일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다 이 정도는 하고 살아간다. 큰 애 방 창문이 열려서 닫으면서 보니까, 창틀에 먼지가 한가득이다. 생각해보니까 3년 전 겨을에 집안 여기저기 닦으면서, 내년 봄되면 창틀을 닦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리고는 아버지 돌아가시느라 정신 없고, 그 뒤에도 큰 일들이 계속 생겨서 창틀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때 사놓은 매직 스폰지가 아직도 그대로 있다. 사는 게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게 그렇다. 마음이 편해야 창틀의 먼지도 눈에 들어오지, 마음이 편치 않고 정신 없을 때에는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보여도 인지하지 못 한다. 

오늘 밤에는 미루고 미루어두었던 학교 도서관에 관한 절을 다시 한 번 시도해보려고 한다. 이전 버전은 일본의 학교도서관법 개정 과정으로부터 시작을 했었다. 일본도 이 문제를 잘 못 풀었다. 그 뒤에 한두 페이지만 더 붙이면 될 정도로 해놓았었는데, 이건 좀 아닌 듯 싶어서.. 일단 세웠다. 그리고 장애인 도서관 등 그 뒤의 얘기로 넘어갔었다. 

내가 다루는 주제들은 매우 복잡하고 무거운 것들이다. 슬프거나 분노했을 때에는, 사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다루기가 어렵다. 아주 편안한 마음의 상태가 되어야 어려운 얘기들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다. 나는 늘 그렇게 편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지는 못 한다.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한 날들이 더 많다. 

오늘은 간만에 찾아온 편안한 날인갑다. 다시 한 번 학교 도서관 문제를 써볼 시도를 하려고 한다. 아무 때나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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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경제학은 학교 도서관을 건너 뛰고 일단 마무리를 했다. 사실 도서관에 관해서 책을 써야겠다고 맨 처음 생각한 게 사서교사 문제였다. 이게 생각보다 복잡해서, 간단하게 얘기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여러 해가 지나고 지나서 지금의 도서관 경제학 책이 되었다. 

며칠 차분히 자료들을 찾아봤는데, 역시 어렵다. 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겁나게 어렵다. 겁나게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진짜 뭣 같이 어렵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책에서 다룬 주제 중에서 난이도로는 이게 제일 높은 것 같다. 비정규직 문제도 이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다. 그건 해법이 몇 개로 축약되는데, 하냐, 안 하냐, 그런 문제다. 학교 도서관은 국민경제에 비하면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그 복잡성은 어마무시하다. 교육부와 문화부가 걸쳐 있고, 각 지역의 교육청들이 들어온다. 행정적으로도 엄청 복잡하다. 그냥 일원화하자, 그렇게 될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장학사들이 맹활약이 있었다. 게다가 시민단체도 역할이 있었다. 

외국도 생각처럼 이게 깔끔하게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사서교사 자격 기준도 국가별로 다르다. 제각각인데, 그나마도 자료 찾기가 너무 힘들다. 진짜 잔디밭에서 바늘 찾는 기분이다. 

내용은 어느 정도 이해는 했는데, 서술의 방식도 잘 모르겠다. 흐름이 딱 하나인 게 아니라서, 짧은 한 개의 절에 이걸 녹여낼 방법이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몇 가지 방법이 생각나기는 했는데, 주제로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서 영 아니다 싶어서, 포기. 

하여간 난제 중의 난제를 만나서 계속 헤매는 중이다. 그렇다고 이게 작은 문제는 아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든 학생들이 걸린 문제다. 하여간 어려운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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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는 자료가 덜 모여서 일단 넘겨 두고, 그 뒤를 마무리했다. 추가로 자료들을 좀 더 모으고, 다시 할 생각인데. 사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야할지, 시작 전에 대체적인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책의 클라이막스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규모가 커서가 아니라 복잡해서 그렇다. 나는 학교도서관 운동이 90년대에 시작해서, 2000년대에 효과를 본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있는 것만 알고, 전체를 알지는 못했다. 아 그랬더니.. 60년대에 이미 중요한 학교 도서관 운동이 있었고, 심지어 운동사 책도 나왔다. (이 책 아직도 못 구했다. 기본적으로는 절판이고, 국회도서관에도 없다 ㅠㅠ.) 

기왕에 늦은 김에, 심호흡 크게 하고, 한 템포 죽여서 가기로 했다. 사실 이 문제만 잘 분석하고, 어떻게 가는 게 맞을지, 그야말로 내가 납득할 정도의 결론을 낼 수 있으면.. 도서관 경제학 책은 그것만으로도 출간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어쨌든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상관이 있는 문제다. 기왕에 다룰 거면, 잘 풀고 싶은 마음이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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