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ba pa ti

책에 대한 단상 2022. 11. 4. 03:12

산타나는 지난 10년 동안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애 키우면서 산타나 들을 형편은 아니다. 저녁 때 어머니랑 잠시 통화하고 나서, 하이고.. 막내 동생은 병원에서 의식은 돌아오기는 했는데, 아직 자발 호흡은 못하고, 말은 못 한단다. 어머니에게 그 소식을 알려드렸다. 위급한 상황은 넘어갔고, 이제 중환자실에 있어서 한시름은 놓았다고. 어머니랑 같이 사는 바로 밑의 동생은 막내 쓰러졌다는 얘기 듣고 아프다고 누워서 아까 잠깐 일어났다가 다시 누워 있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는 아내가 응급실에 갔다왔고.. 다음 주에는 둘째 병원에 검사가 있어서.. 이래저래 올해는 병원에서 사는 것 같다. 

20대에는 산타나 정말 좋아했다. 카를로스 산타나, 이름만 들어도 그냥 좋았다. 유학 중에 너무 돈이 없을 때가 있어서, 가지고 있던 cd랑 비디오들 중고로 판 적이 있었다. 정말 팔기 싫었던 게 산타나 공연 실황 비디오였는데, 그게 그래도 꽤 괜찮은 가격을 받았던 기억이 얼핏. 그렇게 좀 버티다가, 방학 때에는 식당에서 서빙 알바도 하고 그랬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시절에 알바했던 경험이 사실 인생에 큰 도움이 되기는 했다. 

간만에 산타나 음악을 듣는데, samba pa ti, 아련하게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Super natural 나온 뒤에 산타나는 세계적으로 훨씬 더 유명한 사람이 되었는데, 비디오 테이프 판 뒤로는 이상하게 산타나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았다. 가끔 듣기는 했는데, 그냥 수많은 음악 중에 하나처럼 잠시 들었을 뿐이다. 

내가 살고 싶던 삶이 산타나 같은 삶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그래서 눈물이 잠시 났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생각하면 나도 참 먼 곳으로 왔다. 정말 너무 먼 곳으로 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맑스나 레닌을 인생의 모델로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고.. 굳이 인생의 모델이라면, 산타나와 이브 몽땅을 훨씬 더 감성적으로 좋아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땀 뻘뻘 흘리면서 얌전하게 눈 감고 음악을 음미하면서 연주하는 산타나의 모습이 너무 좋았었다. 도대체 삼바 파티라는 그 열정적인 상황에서 이 침착한 정열이란 뭘까 싶었다. 오랜만에 samba pa ti 들으면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잠시 그런 생각을. 

 

https://youtu.be/pqJXVvKb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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