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관련된 발표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이라는 정말 긴 직함을 가진 민간인이 자문위원장 자격으로 나와서 한다. 이게 윤석열 정부의 현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자문위원은 어디까지나 자문위원이고, 공무원은 공무원이다. 자문위원장 자격으로 별의별 소리를 다 하는데, 이걸 왜 이렇게 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엄연한 정부 대책기구가 있고, 장관도 있고, 총리도 있다. 그런 거 잘 하겠다고 질병관리청으로 본부를 코로나 한참 때 격상시키기도 했다. 그럴 거면 뭐하러 청으로 독립시켰나 싶다. 

‘과학 방역’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소리를 막 해대더니, 자문위원장이 국민들 앞에 서서 백신 맞아라, 말아라, 별의별 소리를 두서 없이 막 하는 게 과학방역인가 싶다. 

코로나 대응처럼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만 않는 일은 공무원들이 직접 나와서 발표하고 설명하는 게 맞다. 꼭 설명이 필요하면 자문위원은 보조하면 된다. 이런 간단한 시스템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과학방역은 과학자들이 앞에 나서고 다 책임지는 그런 건가? 그딴 건 국가 행정에는 없다. 

총리는 경제 정책 한다고 뒤에 숨어 있는데, 그렇다고 경제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강원도 레고 사태를 비롯해서, 문제가 곪고 곪아서 터지기 전까지는 뒷짐 지고 구경만 한다. 구경이라도 하는지 모르겠다, 뭐가 그렇게들 바쁘신 건지. 

방역은 지금 한국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경제도 이상하고, 외교도 이상하다. 행정으로만 보면, 언론도 아주 이상하고. 

행정의 정치화,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해도, 그렇게 설명이 잘 되지가 않는다. 뭔가 행정행위를 했으면 책임도 져야하는 분들은 다 뒤에 숨고, 신의와 성실로 앞에 나와서 설명하게 된 자문위원장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코로나 행정, 이게 지금 한국 행정의 현주소 아닌가 싶은 생각이. 

행정은 똑똑한 사람이 앞에 나서고, 안 그런 사람이 뒤에 서고, 그런 게 아니다. 구조와 시스템에 의해서 하게 된 사람이 그 일을 하면 되고, 계통대로 작동하면 된다. 코로나 방역을 보면, 지금 그게 안 돌아간다. 그리고 그게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도 없다. 이게 내 눈에만 이상해보여? 방역도 자문위원장이 할 거면, 경제도 그렇게 하고, 다른 행정도 그렇게 하면 더 편할 거 아냐? 사실상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좀 슬픈 과거이기는 하지만, 전두환 때 아웅산 사건으로 많은 경제관료들이 불귀의 객이 된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큰 일 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사실 그 뒤에 별 일 안 벌어졌다. 80년대 한국 경제는 최소한 지표만으로 보면 다 좋았다. 게다가 고질적으로, 도저히 고칠 수 없을 거라고 하던 인플레도 그때 잡았다. 신화적인 공무원이 있어서 뭔가 잘 되었다, 그건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에 만들어낸 신화다. 행정에는 그딴 거 없다. 시스템대로 움직여나가고, 잘 되든 안 되든, 일정 수준의 품질관리를 하는 것, 그게 관료주의다. 코로나 행정을 보면, 한국에서 그래도 몇 번의 정권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그 최소한의 관료주의마저 근본부터 흔들리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문제인지, 그야말로 진단이라도 해주고 싶은 상황이기는 하다. 

문제는 드러난 것부터 푸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단 코로나 행정에서.. 총리든 장관이든 아니면 그걸 하도록 하는 게 자신의 직인 사람들이 나와서 국민들에게 지금 어떤 상황이고, 어떤 게 더 필요하고, 어떤 협조가 필요한지, 직접 나와서 얘기하는 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괜히 자문위원 뒤에 숨어서 협작질 할 궁리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과학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인에게, 지금 사람들이 검사를 잘 안 받아서 실제로 환자가 얼마인지 잘 모른다,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은 너무 어색하다. 그건 신문 사설이나 뉴스 논평으로 봐도 충분하다. 그래서 뭘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공무원이 직접 나와서 협조를 요총하는 게 맞다. 제3자의 시각으로 논평하듯이 하는 자문위원장 얘기를 정부의 공식 행정으로 지켜볼 이유가 있는가? 나는 도통 모르겠다. 대구에서 한참 코로나 심각할 때, 대구 시장은 싹 빠지고 민간위원이 지금처럼 한 적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건 특수 상황이라서 그런가보다 했다. 지금은 뭐가 문제인 건지 정말 잘 모르겠다. 

지금 한국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행정이 어디인가, 그런 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 자체가 용산구청처럼 되어 있는 건 아닌지, 그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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