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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풀려서, 간만에 아이들하고 운동장에 나갔다. 둘째는 골키퍼 하다가 큰 애가 찬 공을 배에 정면으로 맞고 한참 울었다. 농구공 잡다가 농구공 턱에 맞기도 하고. 또 울었다. 철봉에 매달리고 싶다고 해서 올려줬는데, 큰 애 철봉에서 신발 다 떨어트리는 거 보다 보니까, 바닥에 떨여져 있다. 에고고.. 그래도 웃고 좋아한다. "아빠, 엉덩방아 찍었어.."
봄은 봄인가보다. 다시 운동장에서 노는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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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명분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대부분 명분을 선택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명분이 필요 없는 일에도 명분을 선택한다. 귀찮기는 하지만, 길게 보면 그게 더 편하다. 돈이 커 보이지만, 사실 길게 보면 그것도 별 거 아니다. 제일 힘들 때에는 큰 명분과 작은 명분이 부딪힐 때이다. 명박부터 근혜까지 오던 시절이 그랬다. 돈은 어차피 포기한 건데, 정권 교체라는 큰 명분과, 그래도 여기가 더 힘든데.. 그렇게 크고 작은 명분이 부딪힌다. 선택하기가 어렵다.
요즘은 명분이고 나발이고, 재미라는 요소 하나를 더 생각한다. 재미 없는 건, 안 해. 머리 숙여야 하는 일, 안 해. 누구한텐가 부탁해야 하는 일, 안 해. 그리고 나면? 애들 보는 일만 남는다. 별 상관 없다. 유일한 아쉬움은, 애들 보는 게 늘 재밌지는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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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밑에서, 서평을 썼다. 문득.. 청년을 위한 서평집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들을 위한 독서 목록집 비슷한 느낌으로. 움베르트 에코는 축구의 나라이자, 축구광의 나라인 이탈리아에서 축구 싫어하면서 살았다. 그냥 싫어한 게 아니라, 축구 싫다고 아주 공개적으로 칼럼을 쓰면서 살았다. 그렇게 살고 싶은 청소년도 있을 거 아니냐.. 부모가 알았으면 절대로 못 보게 할 금서 같은 책들만 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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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파트 층고 제한 재검토.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집값 너무 올라서 서울에서 신혼 부부나 애 키우는 집들이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중이다. 뭐가 부족해서 아파트를 더 높이자고 서울시가 나서는지, 잘 모르겠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24602&PAGE_CD=N0002&CMPT_CD=M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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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게시판 중에서는 진보누리 시절이 제일 재밌었던 것 같다. 진중권 날라다니고, 진중권 잡는다고 난리나고, 또 진중권 뭐라 하고, 또 잡는다고 난리나고. 그래도 진보누리 게시판에는 '다구리' 문화는 없었던 것 같다. 손님 접대는 진중권이 참 잘 했던 것 같다.
본격 다구리 문화는 영화 '디워' 때 시작한 것 같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영화라고, 쇼비니즘의 상승기 때 아주 난리들을 쳤다. 디워 타고, 황우석 타고, 한국의 쇼비니즘은 점점 국뽕의 위대한 단계로 승화하던 막 그 초기 시점 정도였을 것 같다. 진중권 블로그에 다구리하러 막 몰려간 그 날..
진, 그는 블로그 싹 다 밀어버리고, 살수대첩 수공하듯이 '메롱 쇼'를 펼쳤던. 와, 그 때는 정말 진 장군처럼 보였다. 백만 대군 앞에 홀로 스시어.. 하여간 그 뒤로는, 다구리는 정말로 다구리 문화로 승화하시어, 국뽕 다구리에서 점차적으로 분화되어 나갔다. 일부 문화학자는 지금의 다구리 문화를 서양식 팬덤 문화의 기원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디워' 때 시작된 쇼비니즘 다구리가 21세기 다구리로 승화 발전한 거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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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내일부터 아내는 다시 출근을 시작한다. 일요일 오후, 애들하고 야구하고, 쌀쌀한 날씨지만 놀이터까지 산책하고 왔다. 둘째는 야구 공 가지고 축구 연습했다. 나는 골키퍼. 주문이 복잡하다. 여섯 살 둘째는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골인. 그리고 다시 힙합풍의 동요 틀어주고, 애들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주말인데, 오늘 저녁은 아내가 밥 했다. 내가 사다 놓은 키조개 관자 굽고, 된장 찌게 끓이고.
여섯 살인 둘째가 2학년 마칠 때까지, 그러니까 앞으로 4년 간, 별 일 없으면 지금 같은 루틴으로 지내게 될 것 같다. 애들의 시간에 맞춰서 살면, 뭐 크게 바뀔 게 거의 없다.
이렇게 사는 게 재밌냐고 하면, 재밌지는 않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별 다른 대안도 없다. 만약 내가 엄청난 꿈이나 희망 같은 것을 사는 스타일이라면, 이런 삶이 따분할 수도 있겠지만.. 난 원래도 그런 게 없었다. 특별히 내 인생에서 기대하는 것도 없다. 그냥 이렇게 살면서, 하던 일들이나 주변 사람들 피곤하지 않게 제 때 제 때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그저 내 통장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넉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지금의 삶도 사실 감지덕지다.
둘째가 크게 안 아픈 지금과 같은 상황.. 더 바랄 게 없다. 이것만 해도, 별로 더 크게 바랄 게 없다.
요즘도 가끔 무슨 연구 같이 하자는 제안이 오기도 하고, 연구교수 같은 거라도 좀 하자는 얘기가 오기도 한다. 겸임교수도 몇 번이나 했고.. 지금 이 나이에 연구 교수씩이나, 그렇게 열심히 살기에는 삶이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헉헉대는.
큰 애 초등학교 담임도 애를 키웠던. 엄마들 카톡방 만들지 말라고 했단다. 오 예.. 이거거던.
큰 애 알림장에 보니까, 아픈 애들이 많댄다.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간 한 달, 큰 변화인데, 안 아픈 것도 이상하다. 큰 애도 살이 쏙 빠졌고, 초저녁에 머리만 닿으면 꾸벅꾸벅 졸거나 잔다.
인생, 별 거 없다. 연타석 병살타만 안 쳐도 삶은 그냥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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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꽁다리에 물을 줬더니, 그새 꽤 자라서 꽃이 피었다. 무꽃.. 은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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