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소소한 패러독스'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21.02.02 가덕도 신공항, 줌 토론회..
  2. 2021.02.01 긴장감 없는 삶..
  3. 2021.01.27 일상성에 관한 짧은 메모..
  4. 2021.01.16 무대 위, 조명이 켜지면..
  5. 2021.01.14 다시 토건 논쟁으로? 1
  6. 2020.12.31 살살 살기.. 5
  7. 2020.11.24 야구가 끝났다.. 1
  8. 2020.11.24 글 쓰기 전에, 쉼호흡.. 1
  9. 2020.11.21 수레 앞에 선 사마귀..
  10. 2020.11.08 값싼 위로라도.. 1

가덕도 신공항 토론회를 줌으로 두 시간 좀 넘게 했다. 줌으로 한 건데, 그것도 토론회라고 힘이 들었다. 애들 간식 챙겨주고 나서 바로 잠 들었다.

원래 대로라면 지금쯤 부산에서 저녁 먹고 있거나, 부랴부랴 서울로 돌아오고 있었을 일정인데, 줌으로 하니까 그런 부담은 없어서 좋다.

자주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여야 입장이 같고, 거기에 맞서는 매우 소수파가 되는 경우가 있다. 토건 사업에서 그런 경우가 많다.

제주도 일에 꽤 많이 관여하게 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 시절 부산과 제주, 이렇게 주로 관찰하던 지역 경제의 모델들이 있었다.

아라중학교에서 처음 친환경 급식 도입하던 시절이 기억에 크게 남는다.

그러다 건강이 크게 안 좋아지면서 돌아다녀야만 할 수 있던 일들을 정리를 좀 했다. 지역 경제 연구하던 것도 그렇게 좀 정리.

그 시절에 마지막으로 들여다보던 게 강정마을 사건이었다. 비교적 초기였는데,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이 보던 게 광주 패트리어트 부대 문제도 보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마지막으로 부탁받았던 일이 크루즈항에 대한 경제성 평가에 대한 의견. 원래 크루즈에 대해서 관심도 많았고, 서울 시장이던 오세훈이 한강에 크루즈 띄우겠다는 뻘소리하면서 크루즈 논쟁도 한 적이 있었다.

크루즈항에 대한 의견 보내고, 공식적으로 제주도에서 뭔가 하지는 않았다. 제주 도청에서 자리를 마련해줄테니까 대안 경제 모델 연구 같은 것을 해달라고 하기는 했는데.. 건강상 그렇게 하기가 어렵고.

그 시절에는 우리나라에서 GRDP 같은 거 들여다보면서 지역 경제 모델 같은 거 연구하다가, 좀 여유가 생기면 아프리카 경제학으로 넘어가려고 했었다. 30대 후반부터 건강이 아주 안 좋아지면서, 어지간한 일들은 다 접고.. 아프리카 경제학에 대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꿈을 접으면서 지역 경제에 대한 연구도 같이 접었다.

MB 집권한 다음에는 도대체 뭘 하고 사는지 아무 정신 없이 시간이 하다닥 흘러갔다. 그리고는 근혜였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5년+5년이 나의 40대와 겹쳤다. 그렇게 40대는 아무 것도 한 게 없이, 그냥그냥 흘러갔다.

그냥 황당한 일들을 막기 위해서 맨몸으로 버틴 것 외에는 40대의 기억이 거의 없다. 대선 거의 마지막 순간에 후보이던 문재인에게 몇 번 고맙다는 메일 답변을 받은 적이 있었다. 마지막 보고서를 보내면서, 이게 사실상 정말 인간적으로 맘 편하게 보는 건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50이 된 다음에는 아무 목표와 방향도 정하지 않고, 하지 않을 것만 정하고 아이들 보면서 지냈다. 공직에 가지 않기로 했고, 방송을 하지 않기로 했고. 그런 소소한 것들의 리스트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가덕도 문제로 지역 현안 맨 앞에 서 보니까, 살아온 삶들이 잠시 주마등처럼 흘러지나갔다. 2003년부터니까 30대 초반부터 이런 지역 현안과 주민들 싸움의 맨 앞에 서기 시작하면서, 거의 그냥 사람들 도와주기만 하면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결혼할 때에는 뭐 먹고 살거냐고, 아내 쪽 집에서도 좀 반대가 심했다. 밥이야 먹고 살지 않겠냐고, 나도 좀 뻔뻔한 대답을..

지내보니까 밥이야 먹고 살았다. 비싼 음식 중에서 꼭 먹고 싶은 게 별로 없다. 곱창전골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하는 데가 별로 없다. 메기 매운탕이 최고의 음식으로 치지만, 동네에 자주 가던 데는 벌써 다 망했다. 이 정도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비싼 음식들 축에도 못 끼는 음식들이다. 한우 구워먹는 것도 그닥이고, 하다못해 남들 다 좋아한다는 삼겹살도 식당에서 먹는 건 별로다.

생각이 이리저리 길어진 것은, 30대 초반에도 남들 다 피하는 주제에 혼자 맨 앞에 서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 나이가 되어서도 그런 주제가 있다는 게, 약간 신기하기도 하고, 약간 서럽기도 하고.

내 뒤로 경제학 박사들이 얼마나 많이 나왔겠냐. 돈 안 되는 거 피하고, 위험한 거 피하고, 귀찮은 거 피하고.. 이리저리 다 피하다 보니까, 결국 애들 보다 말고 내가 줌 카메라 앞에 앉게 되는 거 아니겠나 싶다.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먹고 사는 게 다가 아니고, 높은 자리에 가는 게 다가 아니다. 인생은 눈 감을 때 웃고 죽는 놈이 이기는 거다.

내가 살아서 깨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죽을 때 웃고 죽고 싶다. 소망이 있다면, 그거 하나가 내 소망일 것 같다. 손에 쥔 거, 성취했다고 하는 거, 남들 이긴 거, 그런 게 죽음 앞에서 웃을 수 있게 해주겠나?

언젠가 죽을 때 기억에 남을 한 장면 같은 하루를 산 것 같다. 부산 시장 보궐 선거 앞두고, 민주당은 진작에 특별법 만든다고 했고, 김종인이 한일 해저터널 들고 나왔을 때.. 나는 부산의 시민단체와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줌으로 토론회 발제했다.

토론회 말미에 유튜브로 올라온 질문 대답하다 말고, 하교하는 아이들 초인종이 울렸다. 저, 점시만요, 뒤에 분 좀 먼저 하시면.. 결국 문 열어주고 왔다. 원래는 그 전에 끝날 예정이라서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딱 내 대답 차례에서 초인종 제대로 울렸던.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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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다보니 가스공사 사보에 글을 써주게 되었다. 쓰고 났더니, 이것저것 칼럼들이 연달아 밀려서 헉. 

돌아서고 나니까 이제 씨네 21 원고 달란다. 오늘 저녁에 잠시 한가한 틈이 미리 쓸까 했는데.. 그래도 언제까지 쓸지는 모르지만, 작전도 좀 짜고, 전체적으로 스토리 보드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정지. 

영화 잡지이기는 한데, 영화 얘기 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주로 하는 면이라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거.. 글쎄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사람들이 너무 분노에 가득 차서 살아간다는 건 좀 알겠다. 내가 세상이라고 기억하는 게, 그래봐야 전두환 때 부터이기는 한데, 언제 분노 가득한 세상이 아닌 적이 있었나 싶다. 이놈 죽여라, 저놈 죽여라, 그렇게 살아온 게 불행했던 근현대사 역사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요즘 딱히 더 사람들이 분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있나? 경제는 너무 수치로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수치로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해서 뭔가 얘기하려고 하면 어쩐지 좀 뻘쭘해지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뭔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다들 뭔가 결정하고 그러는 것 같은데.. 나는 그냥 혼자 조용히 지낸다. 가끔 사람들하고 차 마시는 것도 코로나 이후로 카페가 닫혀서 한동안 차도 안 마셨다. 결정이라고 해봐야, 몇 년에 한 번 큰 결정을 하고.. 나머지는 그냥 살아가면서 일상적으로 내리게 되는 소소한 결정들. 책을 낼지 말지, 좀 천천히 낼지, 빨리 낼지, 그 정도. 사실 다른 사람들이 결단하고, 뭔가 결정하는 것에 비하면 이런 건 결정 축에도 안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까, 진짜로 살아가는 게 더 등대 같아졌다. 다들 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갔다가, 좀 있으면 다시 우르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갔다가. 나는 계속 이 자리에 있었구만. 

이제는 열정, 정열, 그딴 것과도 상관 없이 내 주변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할 수 있으려면 내가 뭘 좀 더 하면 되나, 그 정도 생각만 하는. 기능적인 삶을 살아간다. 엄청난 에너지를 동원해서 뭔가 점프를 하고, 도약을 하고, 그딴 건 이제 내 인생에는 없다. 살살, 아주 살살 조금씩 속도 조절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시간 남으면 애들 맛 있는 거나 좀 해주고. 

그나마도 힘들고 고단해서, 더 내려 놓을 궁리만 한다. 어깨 위에 이것저것 잔뜩 올리고 살아가는 사람들 보면, 그 정성이 부럽기는 하다. 재는 아직도 저럴 힘이 남아있구만. 

생각해보면, 나도 참 긴장감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같다. 아주 가끔 초 읽기 같은 순간에 잠시 긴장도가 좀 높아졌다가, 내일은 뭐하고 시간을 보내나, 이내 다시 그런 긴장감 없는 삶으로 돌아간다. 시간은 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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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키우다 보면 좋은 점이, 우울하거나 청승 떨 시간이 극도로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마스크 쓰고 어린이집 가고 태권도장 가서 힘든 애들하고 있다보니, 뭐라도 좀 맛있는 것도 해주고, 애들 얘기도 들어주고, 조금이라도 웃을거리를 찾게 된다.

사람이라는 게 묘하다. 한 몇십 분 애들하고 같이 웃다보면, 무슨 생각하고 있었는지, 감정과 함께 기억도 같이 사라진다. 그러면 또 책상에 앉아서, 내가 어디까지 썼더라, 그렇게 된다. 그러면 이것저것 골 아픈 얘기들, 벌써 다 까먹었다.

일상성이라는 생각을 요즘은 부쩍 많이 하게 된다. 하루에 몇 시간은 꼼짝 없이 애들하고 시간을 보내고, 시장도 보고, 이것저것 사오고, 또 간식도 적당히 챙기고. 그냥 그게 사는 일상이다. 애들은 크면 이런 시간 기억 못 할 거다. 그리고 심지어 내 기억에서도 흐릿해질 것이다. 애들 기저귀 갈던 시절이 벌써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많이 편해졌다는 감정만이 얼핏 몸에 새겨져 있다.

명랑을 모토로 산 게 한 15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명랑하게 살려고 했더니 삶이 편해진 것인지, 삶이 편해져서 명랑하게 된 건지, 그 앞뒤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여간 동시에 벌어진 일이다.

예전에 읽은 "잠깐, 애덤 스미스씩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국부론의 그 아담 스미스도 누군가의 노동에 의해서 일상적인 삶을 꾸려갔다는 걸 모티브로 쓴 일종의 젠더 경제학 책이다.

시대마다 일상성은 바뀐다. 우리 시대의 일상성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어쨌든.. 그냥 하루에 몇 시간씩 애들하고 복닥거리고 있다보면, 슬퍼할 시간도 짧고, 그 기억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야구 볼 시간도 줄고.

결혼하고 나서는 술 마셔도 보통은 9시에 들어오는 게 아내랑 한 약속이라서, 9시에 식당 문이 닫아도 사실 나는 큰 변화는 잘 모르겠다. 너무 평범하게 살아가는데, 그 평범함이 코로나 국면에서는 오히려 버티는 데 좀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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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소극장 같은 곳에 자주 다니던 시절이 내 삶에도 있었다. 김광석 콘서트도 두 번이나 갔던 것 같다.

중간에 하일라이트 조명이 무대 위를 비치는 순간이 있다. 강렬한 빛 사이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먼지들이 보인다. 원래 무대 특히 연극 문대에는 먼지가 많다.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강력한 조명과 먼지가 만나면.. 뭔가 삶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고, 강렬한 페이소스가 느껴지고는 했다. LP 스크래치 소리 듣는 기분이다. 틱, 틱, 틱, 틱..

그게 무대를 보는 기분이라고 지금도 기억한다. 여기에 대해서 가장 멋진 얘기는 송승환이 얼마 전에 한 것 같다.

"회를 통조림에 넣어 팔 수 있나요?"

생각보다 연극 공연이나 그런 무대를 자주 가보지는 못 한다. 아이들 태어나면서, 카봇 뮤지컬 보러 다니는 신세.

내 인생이 왜 이런지는 모르겠는데, 거의 일평생,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득실득실하다. 여전히 그렇다. 그리고 조명에 비춘 무대 위의 먼지를 보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한 때 내 주변에 화가들이 득실거리던 시절도 있었다. 아이고, 술만 마시면 그렇게들 싸워대던..

10년도 더 된 일인데, 국전 심사위원이라는 엄청나다는 원로 그림 전시회에 갔다가..

참, 우리가 친일파들을 원로로 모시는 사회에 살고 있지, 그림 보면서 아, 진짜 아니다 싶은 느낌이. 그 이후로 큰 전시회는 잘 안 갔다.

한 때 신정아가 큐레이터로 있던 작은 미술관도 자주 갔었다. 신인들 작품 보면서.. 마음이 아팠던 시절이. 한참 '88만원 세대' 구상하던 시절.

소더비에 관한 보고서 읽으면서, 왜 내가 소더비 같은 미술시장 분석을 문화경제학 하면서 그렇게 하기 싫어했나, 그런 생각이 문득. 미국 여행할 수 있게 되면 뉴욕과 필라델피아 갈 계획이 있다. 미국 열리면 소더비도 한 번 가보기로..

작년 11월까지, 코로나 와중에도 경매 시장에 나오는 미술품 수익률이 6.7%였다고 한다. 우와.. 다른 유가증권은 마이너스로 기어다녔는데.

그 중에 가장 특징적인 것이 공룡 화석 경매, 그중에서도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우표수집 보다 백 배 낫다는데.

그리고보니 파리에서 현대미술관 갔던 게 벌써 10년 도 넘는 일이다.. 외국에서 박물관은 많이 갔었는데, 미술관 간 기억이 가물가물.

내 인생의 마지막은 조명에서 먼지 날리는 소극장 무대에서 소더비까지, 아마 그런 거 들여다보면서 마무리하게 되지 않으라 싶은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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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시장 시절, 토건 경제의 문제를 지적할 때, 나만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닌 듯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시절이 나의 전성기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애들 보면서 슬슬 더 많은 것을 내려놓으려고 하는 시점. 내 생애 이런 토건 러쉬를 다시 볼까 싶었는데, mb 시장 시절, 서울 25개구에 모두 뉴타운 하고, 강남북 균형 특구도 하겠다는.. 그 이상의 광풍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근혜 시절, 창조 경제 얘기하면서 이게 되니, 안 되느니 그러고 논쟁하던 시절은 지금에 비하면 럭셔리 논쟁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잠깐 주변을 돌아보니, 토건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은 이제 나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이 얘기를 다시 꺼낼지 말지, 나도 고민 중이다..

나도 이제 30대 후반, 40대 초반, 청와대 홍보수석이랑 붙어도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하는 그런 펄펄 날던 시절은 끝났다. 도시공학 교과서부터 꺼내들고 하나씩 짚어보던 시절만큼, 그런 힘은 없다. 이제는 노안도 심해졌고, 시절처럼 그렇게 밤 새기도 어렵다.

현대건설이 내 첫 직장이었다. 현대를 떠난다고 했을 때, 현대에서 마지막으로 제안한 것이 현대건설 기획실이었다.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는 한데, 너무 깊게 발을 담그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고.

적당히 디벨로퍼 행세하고, 여기도 하나, 저기도 하나, 그런 걸 할 줄 몰라서 안 한 것이 아니다. 일본이 걸어갔던 우울하던 시절의 그 길 그대로 한국 경제가 안 걸어갔으면 하는 생각에, 춥고 배고픈 광야에서 혼자 외치는 사나이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이제 나도 50대 중반, 그 짓을 또 해야 하나.. 엄두가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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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갑니다. SARS-CoV-2, 흔히 사스2라고 부르는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와 함께 많은 것이 예상과 달리 지나간 한 해입니다. 경제사만이 아니라 인류사에도 한 페이지 정도 기록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살살 살기”를 내년 소망으로 정했습니다. 어차피 잘 안 될 건데, 마음이라도 편히 갖자는 생각도 있고요. 그리고 힘들다고 더 열심히, 그러면 그럴수록 무리하게 되고, 점점 더 안 좋아질 것 같습니다. 

올해는 계획에 없게 살살 살았고, 내년에는 계획적으로 살살 살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큰 이파리들을 가진 큰 나무가 되기에는 이제 저는 글렀고. 그래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잠시 위안을 가지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살려고 합니다. 올 한 해, 참 많은 사람들이 집 근처에 왔었습니다.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거의 유일한 고정적인 사회 생활이었는데, 코로나 2.5 단계로 넘어가면서 그것도 겨울이 되면서 정지했습니다. 좀 더 살살 살면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좀 돌아보고, 약간씩 살펴줄 수 있는 사람들 살펴보면서 그렇게 살아갈까 합니다. 

아내의 친척 어르신 중 한 분이 어제 코로나로 돌아가셨습니다. 내외가 곧 떠날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산 사람들은 살아야겠기에, 상갓집에서 아무도 오지 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한 평생을 경제학자로 살았는데, 사람들 마음을 돌아보는 일에 대해서 너무 무감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요즘 했습니다.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에, 비겁한 것도 있고, 겁먹는 것도 있고, 치사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 게 다 모여서 삶이 됩니다. 

나는 늘 옳은 것만 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적당히 타협하기도 했고, 숨 죽여서 살기도 했고, 못 본 척 하기도 했습니다. 실수한 것도 많습니다. 맨날 정의를 얘기하는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똑똑히 잘 보고 살았습니다. 팀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들끼리 왕국을 만들면서 호의호식하는 보수 인사들의 사적인 삶도 똑똑히 보면서 살았습니다. 

그냥,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한 해는 그저 살살 살기, 그런 걸 해보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들에게 욕망과 함께 공포라는 두 가지 자극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버티면서 살아가야 하고, 그 속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여전히 명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살 살다보면 저도 조금은 더 명랑해질 날이 오겠지요. 

모두에게, 살살 살 수 있는 기회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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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끝났다. 올해는 늦게 끝나서, 정말로 한 해가 다 간 것 같다. 사실 다 간 것이 맞기도 하다. 

연말에 망년회 안 하면 망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작년은 완전 망한 해라서 망년회도 안 했다. 올해도 살짝 망한 해이기는 하지만, 작년급으로 망하지는 않은 것 같고. 코로나 때문에 망년회는 어려울 것 같다. 요번 주에 첫번째 망년회가 있었는데, 이래저래 취소. 

야구 시즌에는 삶이 단조롭더라도 매일 누군가 박 터지게 붙고 있으니까, 그걸로 신경을 많이 분산시킬 수 있다. 물론 그래도 머리 빡빡한 건 마찬가지지만, 잠시라도 다른 것들을 집어넣고.. 

어쨌든 야구가 끝나면 다음 시즌 시작할 때까지, 멍하다. 그만큼 재밌는 일이 없는 듯. 대체 이놈의 야구를 왜 보느냐 하면서, 30대까지는 야구장 종종 쫓아다녔는데.. 아이 태어나고는 야구장 못 갔다. 지금 같이 지내서는 아마도 내 생에 야구장 다시 가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맨날 지는 야구를 뭐하러 보냐면서도 틈만 나면 야구장 가던 30대를 지나고.. 

이제는 득도의 경지다. 지면 지나보다, 이기면 이기나보다.. 지는 게임은 보다가 그만 보면 안 보면 그만이다. 그러다가 이길 분위기면 다시 보면 된다 (핸펀으로 결과 계속 확인하는 걸 보면, 완전 득도의 경지다..) 

다른 데서는 이렇게 무념무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틈틈이 분노하고, 가끔 크게 열받는다. 아직 멀었다. 내 인생에 작은 소망이 있다면, 죽을 때 추접스럽지 않게, 그리고 웃으면서 죽고 싶다. 말만 그렇게 하고 아직도 추접스러운 욕망들이 좀 남아있는 것 같은데, 야구 보는 순간 만큼은 거의 득도의 경지다. 팀과 상관 없이, 저 아저씨 정말 잘 하신다, 야아! 다른 일은 이 정도로는 못 한다. 그런 이유로 야구를 보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더욱 야구를 사랑하게 된다. 

얼핏 NHK 보니까 히로시마 토요카프의 투수가 이번 달 최우수 선수상을 탄 것 같다. 그것도 괜히 기쁘다. 반쯤은 시민구단.. 맨날 꼴찌에서 헤매더니 몇 년 전에는 우승도 했다. 괜히 응원한다. 자주 보는 것도 아닌데.. (히로시마 돔구장에도 갔다왔고, 모자도 사왔다..)

증오를 내려놓고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직도 머나먼 경지다. 그렇지만 팀이 이기든 지든, 크게 분노하지 않고 크게 낙담하지 않는, 그런 경지까지는 간 것 같다. 물론 롯데의 끈질긴 팬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몇 년 전 부산 삼겹살집에서 야구 보다가 롯데한테 역전하는 순간이 있었다. 옆을 돌아다보니까, 티 내면 맞아죽을 것 같았다. 

인생을 야구처럼 살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이기든 지든, 매 순간을 나의 게임으로 생각하고 뛸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매일 이길 수도 없고, 늘 상위권에 있을 수도 없다. 그냥 그날그날의 게임을 뛸 뿐이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면, 내려놓는다,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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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얘기 등 최근의 토건 열풍을 모아서 한겨레 토요일자에 글을 쓰기로 했다. 모르는 척 혹은 못 본 척 그냥 넘어가면 그만인데, 나중에 내가 이 순간을 돌아보면 괴로울 것 같아서 결국 쓰기로 했다. 

학자라는 게 뭔가 싶다. 전문가라고 하면 입장이 훨씬 편하다. 아는 건 아는 대로 말하고, 지식을 돈과 바꿔도 크게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다. 반면에 학자라고 하면, 뭔가 의무감이 생긴다. 그런데도 왜 난 학자라고 말할까? 나중에 내 삶을 돌아봐, 양아치로 살았다고 회상하기 싫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로펌에서 제안이 오기 전에 외국 컨설팅 회사에서 제안이 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제안들이 그 시절에는 많았다. 요즘에야 하버드 대학에서 제안이 왔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만, 뭐.. 실제로는 왔었다. 그렇게 살아도 되기는 했는데, 좀 더 좁고 배고픈 길을 선택한 이유는.. 해탈까지는 아니더라도 20대의 나에게 당당하게 살고 싶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그 바람에 아내는 결혼 초 된통 고생을 했다. 원형 탈모증까지 생긴..) 

이게 그렇다. 뭔가 하자고 하는 데에는 돈과 권력이 움직이는데, 뭔가 하지 말자고 하는 데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배고픔과 시련만이 따른다. 하긴.. 배고픔은 좀 덜 먹으면 그만이고, 시련은 버티면 그만이고. 

매사에 양심을 기준으로 살았다고, 뭐 그렇게는 말 못한다. 나도 적당히 눈 감기도 했고, 은근슬쩍 모르는 척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큰 사건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눈 감지는 않고 살았다. 

이런 젠장, 신문 칼럼 하나 쓰기 전에 이렇게 한숨부터 크게 쉬고 살아야 하니.. 대통령 만세 외치면서 쉽게 사는 길을 나는 왜 이렇게 돌아가며 사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글 쓰기가 너무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 말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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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인데, 해야 할 일이 겁나게 밀렸다. 뭐, 심사해달라는 게 있고, 읽고 검토해달라는 게 있고. 이제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꼭 내일이 마감인. 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그냥 해줘야 하는 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지 모르겠다.

부산 공항 문제로, 공항에 관한 것들 모아서 글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되어서, 담당자 전화번호도 어딨는지 잘 모르겠다. 귀찮다 싶은.

문득 수레바퀴 앞에 선 사마귀 얘기가 생각이 났다. 당랑거철.. 내 인생 자체가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맨날 되도 않는 싸움 앞에 서서, 맨날 지면서 살았다.

내가 쓴 글들 보기 싫은 사람이 뭐라고 하면, 그냥 시간이 안 가서 심심해서 썼다고 말하고 만다. 사실 심심해서 그렇게 정부 불편하게 하는 글을 쓰지는 않는다.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 이제 글 같은 건 쓰지 말고 애들하고 시간이나 보내면서 살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민주당 여당 3년차 되니까, 사실 정부만 놓고 보면 mb 3년차하고 뭐 그렇게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자원외교 한다고 하고.. 와, 그때 대단했다. 공항 짓는다고 하는 그때나 지금이나, 뭐가 그렇게 다른가 싶다. 자원 빈국인 한국이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 자원시장에 좀 참여해서 미래를 대비한다는데, 왜 이렇게 지랄이냐고..

그냥 그렇게 도도하고 강하게 지나가는 수레 앞에 서서 버텨보는 사마귀처럼 산 것 같다.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이렇게 살 것 같다.

월요일에 큰 애 학교 개교기념일이라고 학교 안 간다. 다행히 그날은 아무 일정이 없다. 둘째는 어린이집의 부모가 확진자라고 하는데, 오늘 검사 나온다고 하더니 아직 연락이 없다. 이래저래, 둘째도 그날 그냥 집에 있고 싶다고 한다. 둘 다 데리고 있기로 했다. 애들 둘 보다 보면, 사실 아무 것도 못하고 한나절 그냥 간다.

그 와중에 공항은 어떻고, 토건은 어떻고, 짬을 내서 그런 글을 쓸 생각하니까, 에고.. 사는 게 왜 이런가 싶다.

수레 앞에 마주서는 사마귀가 무슨 마음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토요일 밤을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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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책도 없는데, 위로만 한다고 뭐가 해결될까, 그런 생각을 했다. 방법을 찾고, 돌파구를 찾는 방식으로 늘 사유했다.

어느 항공사 20대 승무원의 자살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코로나 이후의 항공사에 대해서는 누구도 별 대책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도 좀 그렇다.

다시 한 번 위로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위로 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을 때, 위로라도 해야할 것 같다.

나도 내 주변을 좀 더 살펴보고, 꼭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더라도 위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가 무슨 힘이 되겠느냐 싶지만, 그래도 마음의 무게라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국면은 길게 갈 것이다. 언제 또 격리 단계가 높아져서 다들 집에 있어야 할지 모른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 그것이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값싼 위로라는 얘기를 들어도 지금은 괜찮을 것 같다. 내 마음의 일부를 아픈 마음 위에 조금이라도 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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