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소소한 패러독스'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20.06.01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2. 2020.05.31 등신으로는 살지 말자..
  3. 2020.05.29 아이 아빠들에게 주는 조언 2
  4. 2020.05.27 어떻게 살 것인가? 1
  5. 2020.05.18 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3
  6. 2020.03.14 분노에 대한 생각.. 2
  7. 2020.03.02 높이, 멀리, 가 아니라.. 2
  8. 2019.08.15 요즘 환갑 잔치
  9. 2019.05.14 재능 기부?
  10. 2019.04.05 돈과 명분 3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방원이 이런 시를 지었다고 하는데. 요즘 세상이 딱 이런 것 같다. 국운이 다 된 고려를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렇게 버텼을까 싶다.

정몽주에게 저런 시를 읽던 이방원의 마음도 아프고, 잠시 후에 도끼로 맞아죽을 자신의 운명 정도는 아마도 알았을 정몽주의 마음도 아프고.

역사도 오래 지나고 나면 이 편도 저 편도 사실 다 무의미해지기 마련이다.

햐, 진짜 세상이라는 게 그렇게 진지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정답처럼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난 왜 그렇게 편하게 생각을 하지 못할까, 이 나이를 처먹고도..

'남들은 모르지.. > 소소한 패러독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일의 나..  (0) 2020.06.10
주류의 교체..  (1) 2020.06.10
등신으로는 살지 말자..  (0) 2020.05.31
아이 아빠들에게 주는 조언  (2) 2020.05.29
어떻게 살 것인가?  (1) 2020.05.27
Posted by retired
,

하다보니까 요즘은 일요일이 주로 칼럼 쓰는 날이 되었다. 신문 칼럼 하나, 서평 하나.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고, 내 책은 잘 못 팔아도, 남의 책은 괜찮게 팔아주는.

공직 생활할 때 제일 싫은 스타일이 누구 잘 되게는 못 해도, 남 망하게 하는 건 기가 막히게 잘 할 수 있다고 하는 양반들. 진짜 훼방은 기가 막히게 놓는 걸 보았다. 공무원들이 또 그런 건 기가 막히게 머리가 잘 돌아가, 정말 혀를 휘두를 정도였다. 더 기가 막힌 건, 누가 어디서 심술 부린 건지 전혀 알 수 없도록 쓰리쿠션, 포쿠션, 기똥찼다. 나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결심을 했다.

누군가 도와준 적은 어마무시하게 많은 인생이기는 한데, 도와주고 고맙다는 소리라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한참 잘 나가는 사람들은 다 자기가 잘 나서 도와준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아뿔싸, 나도 그렇게 정신 못차리던 시절이 있기도..

50이 넘으면서 가슴에 새긴 건, 지 혼자 잘 나서 되는 일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지나보니까 여기서 저기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면서 그 때 그 일들이 기가 막히게 풀렸던 것. 나도 그 나이에는 몰랐다.

이제 남은 내 인생은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살려고 한다.

내가 추수할 일은 없다. 이런 것들이 자라고 열매를 맺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늙어서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 추수를 할 수 있게, 약간이라도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나도 누군가 뿌려놓은 씨앗에서 열린 열매를 먹으면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지 날난 맛에 사는 거는, 50이 되면 내려놓는 게 맞을 것 같다. 50이 넘어서도 지가 잘 나서 잘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등신이다..

Posted by retired
,

후라이팬 새거 사고, 냄비 새거 사면서 당연히 나도 주변의 친한 아줌마들과 상의한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애들 엄마들하고 수다떠는 일이 많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 엄마들이 애들 대학만 들어가면 이혼하기로 이미 결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결혼하면 이혼한다고 하는 엄마들은 종종 봤는데, 아이들 결혼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대학 입학으로 이혼 강행일 연령이 좀 내려갔다. 

나는 아내에게 이런 최후통첩을 받은 게, 둘째 태어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자기는 이혼할려면 지금 해야 하니까, 적당히 지금처럼 계속 살려면 지금 얘기해라.. 

아내는 행정학 전공이다. 행정 처리는 칼이다. 

나는 쓸 데 없는 외부 활동을 다 접고, 아내에게 짤리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지금 아이 키우고, 회사 생활하고, 엄마들은 인내의 한계치다. 

그나마 불평이라도 하고, 뭐라도 도우라고 하는 건, 아직 이혼 날자와 집행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 

얼마 전부터 잔소리도 줄고, 육아 가담에 대한 요청도 줄고, 설거지만 좀 하면 별 얘기 안 하는 것..

이건 좋은 신호가 아니라 D-day를 결정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자녀가 한 번에 대학 가느냐, 재수를 하느냐, 아니면 아예 대학을 포기하게 되느냐, 그에 따른 시간의 결정 뿐.

아내가 자신에게 너그러워진다고 생각한다면, 짤릴 확률 100%다. 

인생 길다. 돈은 잠깐이고, 아내는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 

정신 차리고, 술 좀 적당히 처먹고, 돈 좀 살살 벌고, 회사일 대충 할 것.

아니면 어느 날 가정법원 통지서를 받아들고 인생이 무너진 것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잘 해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보다 100배 더 한다고 생각해도 아내의 눈에는 차지 않는다. 

(졸혼, 그딴 거 없다, 파혼이 먼저다. 현실을 직시하라!)

Posted by retired
,

 

사랑하는 후배, 김종철 술 사주고 왔다.

죽도록, 밤새도록 술 마시고 싶었지만, 애 봐야하는 아빠가 그럴 수는 없고.

노회찬 죽고..

내 인생관도 바뀌었다.

노회찬 시절의 친구들, 틈만 나면 밥도 사고, 술도 사고. 전화도 건다. 하소연도 들어주고, 심통도 들어주고, 뭐라고 하면, 미안미안, 내가 잘 못했다, 사과도 하고.

우리는 좋은 세상 만든다고 폼만 잡았지, 서로 잘 못 챙겼다.

요즘 나한테 30분씩 전화통 붙잡고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술먹고 울다가 생각나서 문자 보낸다고 하는 사람들도있다. 그리고 밑도끝도 없이 섭섭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괜찮다.

우리의 운동이 어려워서 그렇다.

종철이랑 같이 술 먹고 같이 운동하던 우리들의 친구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그 시절,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그렇게 일찍 죽을 줄 몰랐다.

나는 아직 괜찮다. 살 좀 찐 거 말고는 내 자리에서 잘 버틴다. 먹고 살만하다.

틈 나는대로, 맛 있는 거 같이 먹고, 시간 나는 대로 좋은 술도 같이 먹고, 여유 되는대로 수다도 떨고..

좋은 세상 만든다고 했는데, 우리는 다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너무 많이 죽었다.. 이렇게 친구들이 많이 죽을 줄, 나는 30대에 미처 몰랐다. 그 시절, 우리는 미처 몰랐다.

집에 돌아왔더니, 간만에 좋은 술 마셔서 고마웠다고 문자가 와있었다.

나도 즐거웠다고 문자 보냈다.

니가 맞니, 내가 맞니, 우리는 30대에 죽도록 싸웠다. 틈만 나면 삐지고, 심통 냈다. 그걸 우리는 사상이라고 불렀다.

개뿔이다..

죽지만 않으면, 그깟 무슨무슨 위스키, 그게 무슨 상관이랴.

다시는 단 한 명도 나의 친구들을 노회찬처럼 보내고 싶지 않다.

좀 놀고, 좀 마시고, 좀 택도 없는 소리 좀 하면 어떠냐. 살아있어야 친구고, 살아서 웃어야 친구지.

나는 친구들 비위 맞춰주고, 농담하고, 맛있는 거 사주면서 여생을 보내도 좋다.

살아있을 때 잘 하자, 노회찬에게 배웠다..

그리고 가능하면, 살아서 영광도 보고, 빛도 보자.

세상이 먼저가 아니다. 삶의 즐거움이 먼저다.

명랑할 수 있으면 더 좋고..

Posted by retired
,

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삶이라는 게 신나고 흥 나는 일로만 채워지나, 그렇지 않다. 늘 긴박하고, 종종 속상하고, 아주 자주 허무하다. 

책 때문에 아는 후배에게 연락을 했는데, 암 말기 진단이라고, 조용히 정리하는 중이라고 한다. 

한 때 거의 매일 보던 사이였는데, 마음이 덜컥 무거워졌다. 조만간 차라도 한 잔 하기로 했다. 

잠시 내 삶을 돌아본다. 

요즘 책이 자리를 못 잡아서 좀 속상한 시기이기는 한데, 그래도 마음을 편하게 갖고, 조금이라도 더 웃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제 영화 <럭키>를 다시 봤다. 코미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된 영화였다. 그냥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봤다. 김밥집에서 당근꽃 만드는 장면은 예전에도 재밌게 봤는데, 다시 봐도 재밌다. 

내 삶에 웃음을 더 채우고, 잠깐 통화하더라도 더 밝고 즐겁게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겠나 싶다. 

태어난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이 생각, 어렵다. 그래도 돌아보면 그런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내가 다루는 주제나 소제나, 다 슬프고 어려운 얘기들이다.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 난 그런 주제만 다루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 내용에 마음이 넘어가면, 온통 눈물 바다를 만들기는 커녕, 온통 하품 바다를 만들게 된다. 그건 곤란하다. 

며칠 전에 정부 연구원 원장들하고 밥 먹는 자리가 있었다. 그 중의 한 명이 예전 팟캐스트 시절 나꼽살을 자기 전에 종종 들었다고 한다. 잠은 참 잘 오더라고.. 웃기는 했는데, 된장. 재우려고 했던 방송은 아닌데. 

난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유쾌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이 시대는 싫어한다. 

전또깡 시절, 슬픈 사람이 우는 것이 정의였다. 지금은 그런 게 아예 안 먹힌다. 슬퍼서 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사람이 부패하고 못되었다.. 이 얘기에는 이 시대가 열망한다.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별 수 없다. 더 많이 웃고, 더 명랑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수밖에.

'남들은 모르지.. > 소소한 패러독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 아빠들에게 주는 조언  (2) 2020.05.29
어떻게 살 것인가?  (1) 2020.05.27
분노에 대한 생각..  (2) 2020.03.14
높이, 멀리, 가 아니라..  (2) 2020.03.02
요즘 환갑 잔치  (0) 2019.08.15
Posted by retired
,

사람의 감정 중에서 가장 어떻게 하기 어려운 것이 분노가 아닐까 싶다. mb 서울시장 되고 일 같이 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 시절 치고도 꽤 높은 자리였다. 며칠 고민은 했는데, 되었다고 했다. 인생의 갈림길 같은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가끔 그 시절 생각이 나는 게, 명박 시대, 성격도 버렸고, 삶도 개판이 되었다. 되는 둥 마는 둥, 정말 그렇게 살았다.

그 정권 내내 분노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근혜 시대.. 분노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 시절, 분노하는 나에 대해서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그 시대가 거의 끝나갈 때, 큰 애가 태어났다.

2016년, 분노를 내 몸에서 떼어내기 위해서 노력한 게, 아마 그 해에 한 일의 거의 전부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분노가 나에게서 사라졌느냐, 그런 건 아니다. 가끔, 빡 돈다.. 그렇지만 그 상태에서 뭔가 하거나, 결정하거나, 그런 일은 안 한다. 분노를 막을 수는 없지만, 분노한 나에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정도로 약속을 하는 정도는 할 수 있다. 며칠 아니, 몇 분만 잠시 생각해보면 분노는 금방 사라진다.

최근에 내가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은 덜 분노하는 게 아니라, 훨씬 귀찮은 일을 안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다. 특히 나를 위해 하는 귀찮은 일, 절대로 안 한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 필요가 없다.

분노를 덜 하니까, 열심히 사는 것도 사라졌다. 그래서?

살살 살고, 꼭 필요한 일만 한다.

작년부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 그냥 들어주기만 하고, 별 뾰족한 답이 없을 때 "방법 없다"는 정도만 얘기를 한다. 사실 혼자서 얘기하다가 혼자서 답을 찾는 것 아니겠나 싶다. 해라, 하지마라, 그런 얘기는 거의 안 한다.

그리고 "나는 아무 것도 안 한다"는 답만 한다.

삶의 마지막까지, 이렇게 살려고 한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악플 다는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난 아무리 짬을 내도, 그렇게까지 여유가 나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지는 않는다.

분노하지 않고, 열심히 살지 않고. 그렇게 살면 분노가 눈을 가려, 뭔가 아주 이상하게 판단하는 일도 줄어든다.

'남들은 모르지.. > 소소한 패러독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살 것인가?  (1) 2020.05.27
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3) 2020.05.18
높이, 멀리, 가 아니라..  (2) 2020.03.02
요즘 환갑 잔치  (0) 2019.08.15
재능 기부?  (0) 2019.05.14
Posted by retired
,

오후에 예전 동료랑 차 한 잔 마시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높이 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멀리 나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높이 난다고 멀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멀리 난다고 해서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 나느니 마느니, 그런 것도 하나도 안 중요하다. 증오에 눈이 멀어, 남들 다 보는 것도 못 보는 것, 그런 바보 짓이라도 덜 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남들은 모르지.. > 소소한 패러독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3) 2020.05.18
분노에 대한 생각..  (2) 2020.03.14
요즘 환갑 잔치  (0) 2019.08.15
재능 기부?  (0) 2019.05.14
돈과 명분  (3) 2019.04.05
Posted by retired
,

어제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 가장 많이 바뀐 게 환갑 잔치. 최근에는 환갑 잔치에 부모님이 오신댄다. 와서 용돈도 주시고. 그렇네.

이런 적이 없었는데..

환갑 잔치 그냥 건너뛰고 싶어도, 부모들이 섭섭해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는.. 니 칠순 때까지 내가 살아있다는 보장이 없다.

'남들은 모르지.. > 소소한 패러독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노에 대한 생각..  (2) 2020.03.14
높이, 멀리, 가 아니라..  (2) 2020.03.02
재능 기부?  (0) 2019.05.14
돈과 명분  (3) 2019.04.05
까칠함과 명분에 대하여..  (1) 2019.02.27
Posted by retired
,

나는 재능기부라는 말이 싫다. 누굴 돕고, 서로 힘을 모으고, 거의 평생을 그러고 살았다. 그래도 재능기부라는 말은 싫다.

1. 뭐, 약간의 편견이 있기는 하다. 재능기부로 예술활동하는 사람이 거룩하고 숭고한 일 하는 거 본 적이 있는데.. 인턴급 학생들이나 초년 예술가들, 모두 재능기부라고 나한테 자랑을 했다. 이 얼마나 거룩한 뜻이냐. 그런가보다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된장.. bmw 최신형을 뙇. 에라이, 인턴들 월급이나 제대로 주셨으면.

2. 기부라는 말은 좀 더 근본적으로 검토해 볼 말인데.. 좋은 의미의 기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막연한 형태의 기부로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국제간 기부가 만드는 구조악들에 대해서, '세상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무지막지한 스테디 셀러가 그 중의 일부, 식량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고. 나도 기부를 하고, 점점 그 돈을 늘려나갈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기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그 모순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랑 결합한 기관들의 사업비 등, 정말 내용을 알면 기부하기 좀 그런 경우도 많고.

3. 그리고 재능이라는 말에는 완전히 돌아버린다. 이중의 딜레마다. 재능이 실제로 있는 사람에게도 당신의 재능이? 아뇨, 전 재능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보통 제 정신이다. 아, 제가 가진 탤런트가 좀 있어서요.. 기능이라는 말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재능이라는 말에 선뜻 수긍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예를 들어, 샤넬에게 그 말을 한다고 해보자. 자신이 용기 있고, 열심히 산다고는 생각하는 것 같은데, 누군가 샤넬에게, 당신이 가진 그 디자인 재능을 좀. 아마 샤넬은 빡 돌아서 쥐고 있던 실패라도 날리지 않을까? 이래저래 샤넬도 약점이 많고, 그것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한 사람으로 안다. 재능이라고 할 때 그걸 세상도 받아들이고 본인도 수긍한 것은, 유엔을 통해서 아동 보호 활동에 나선 오드리 햅번 정도가 아닐까 싶은. 햅번, 당신의 아름다움이 재능이십니다.. 뭐, 할머니가 다 된 저를 그렇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

반대의 경우는, 그냥 노동착취인데, 그것도 당신의 '재능'이라고 해서 그냥 일해라.. 보통 한국의 정부, 특히 지방 정부 같은 곳에서 많이 써먹는 공무원식 수법이다. 에라이..

4.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회를 위해서 쓰는 것, 그게 나쁜 일은 아니다. IT 초창기에 무지막지하게 유능한 디벨로퍼들이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 봉사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존경스럽다. 그래도 그걸 재능기부라고, 니가 자발적으로 날 좀 도와라, 그런 얘기는 별로 못 들었다.

5. 시민단체 같은 곳은 돈이 없다. 그래서 도움을 받아도 제대로 사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냥 도와달라고 하고, 후원을 받았다고 하면 된다. in kind contribution, 얼마든지 기쁘게 서로 돕고 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재능기부라는 아주 기분 나쁘게 하는 용어를 턱턱 쓴다.

니가 좋아서 한 거 쟎아?

물론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런 뉘앙스가 있다. 자발적 후원과 재능기부라는, 그 말이 그 말 같아 보이는 곳에 흐르는 장강의 간격은 과연?

6. 재능기부, 받지도 말고, 주지도 않는 게 궁극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다고 해서 사회 운동이 없어지거나 문화적 운동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봉사, 후원, 지원, 참여,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

무엇보다도 재능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말일 것 같다.

(오늘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몇 달 전에 젊은 후배들 당하는 것 보면서 언젠가 한 번 얘기해야지 생각하다가 오늘 잠깐 생각 정리..)

'남들은 모르지.. > 소소한 패러독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높이, 멀리, 가 아니라..  (2) 2020.03.02
요즘 환갑 잔치  (0) 2019.08.15
돈과 명분  (3) 2019.04.05
까칠함과 명분에 대하여..  (1) 2019.02.27
모른다고 말하는 것의 딜레마  (0) 2019.02.13
Posted by retired
,

돈과 명분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대부분 명분을 선택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명분이 필요 없는 일에도 명분을 선택한다. 귀찮기는 하지만, 길게 보면 그게 더 편하다. 돈이 커 보이지만, 사실 길게 보면 그것도 별 거 아니다. 제일 힘들 때에는 큰 명분과 작은 명분이 부딪힐 때이다. 명박부터 근혜까지 오던 시절이 그랬다. 돈은 어차피 포기한 건데, 정권 교체라는 큰 명분과, 그래도 여기가 더 힘든데.. 그렇게 크고 작은 명분이 부딪힌다. 선택하기가 어렵다.

요즘은 명분이고 나발이고, 재미라는 요소 하나를 더 생각한다. 재미 없는 건, 안 해. 머리 숙여야 하는 일, 안 해. 누구한텐가 부탁해야 하는 일, 안 해. 그리고 나면? 애들 보는 일만 남는다. 별 상관 없다. 유일한 아쉬움은, 애들 보는 게 늘 재밌지는 않다는 것.

'남들은 모르지.. > 소소한 패러독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환갑 잔치  (0) 2019.08.15
재능 기부?  (0) 2019.05.14
까칠함과 명분에 대하여..  (1) 2019.02.27
모른다고 말하는 것의 딜레마  (0) 2019.02.13
안바쁘당의 이념..  (4) 2019.01.23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