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보니까 요즘은 일요일이 주로 칼럼 쓰는 날이 되었다. 신문 칼럼 하나, 서평 하나.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고, 내 책은 잘 못 팔아도, 남의 책은 괜찮게 팔아주는.
공직 생활할 때 제일 싫은 스타일이 누구 잘 되게는 못 해도, 남 망하게 하는 건 기가 막히게 잘 할 수 있다고 하는 양반들. 진짜 훼방은 기가 막히게 놓는 걸 보았다. 공무원들이 또 그런 건 기가 막히게 머리가 잘 돌아가, 정말 혀를 휘두를 정도였다. 더 기가 막힌 건, 누가 어디서 심술 부린 건지 전혀 알 수 없도록 쓰리쿠션, 포쿠션, 기똥찼다. 나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결심을 했다.
누군가 도와준 적은 어마무시하게 많은 인생이기는 한데, 도와주고 고맙다는 소리라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한참 잘 나가는 사람들은 다 자기가 잘 나서 도와준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아뿔싸, 나도 그렇게 정신 못차리던 시절이 있기도..
50이 넘으면서 가슴에 새긴 건, 지 혼자 잘 나서 되는 일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지나보니까 여기서 저기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면서 그 때 그 일들이 기가 막히게 풀렸던 것. 나도 그 나이에는 몰랐다.
이제 남은 내 인생은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살려고 한다.
내가 추수할 일은 없다. 이런 것들이 자라고 열매를 맺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늙어서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 추수를 할 수 있게, 약간이라도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나도 누군가 뿌려놓은 씨앗에서 열린 열매를 먹으면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지 날난 맛에 사는 거는, 50이 되면 내려놓는 게 맞을 것 같다. 50이 넘어서도 지가 잘 나서 잘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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