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삶이라는 게 신나고 흥 나는 일로만 채워지나, 그렇지 않다. 늘 긴박하고, 종종 속상하고, 아주 자주 허무하다. 

책 때문에 아는 후배에게 연락을 했는데, 암 말기 진단이라고, 조용히 정리하는 중이라고 한다. 

한 때 거의 매일 보던 사이였는데, 마음이 덜컥 무거워졌다. 조만간 차라도 한 잔 하기로 했다. 

잠시 내 삶을 돌아본다. 

요즘 책이 자리를 못 잡아서 좀 속상한 시기이기는 한데, 그래도 마음을 편하게 갖고, 조금이라도 더 웃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제 영화 <럭키>를 다시 봤다. 코미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된 영화였다. 그냥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봤다. 김밥집에서 당근꽃 만드는 장면은 예전에도 재밌게 봤는데, 다시 봐도 재밌다. 

내 삶에 웃음을 더 채우고, 잠깐 통화하더라도 더 밝고 즐겁게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겠나 싶다. 

태어난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이 생각, 어렵다. 그래도 돌아보면 그런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내가 다루는 주제나 소제나, 다 슬프고 어려운 얘기들이다.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 난 그런 주제만 다루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 내용에 마음이 넘어가면, 온통 눈물 바다를 만들기는 커녕, 온통 하품 바다를 만들게 된다. 그건 곤란하다. 

며칠 전에 정부 연구원 원장들하고 밥 먹는 자리가 있었다. 그 중의 한 명이 예전 팟캐스트 시절 나꼽살을 자기 전에 종종 들었다고 한다. 잠은 참 잘 오더라고.. 웃기는 했는데, 된장. 재우려고 했던 방송은 아닌데. 

난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유쾌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이 시대는 싫어한다. 

전또깡 시절, 슬픈 사람이 우는 것이 정의였다. 지금은 그런 게 아예 안 먹힌다. 슬퍼서 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사람이 부패하고 못되었다.. 이 얘기에는 이 시대가 열망한다.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별 수 없다. 더 많이 웃고, 더 명랑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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