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소소한 패러독스'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18.08.20 냄비뚜껑과 사각 접시의 만남 1
  2. 2018.07.18 나 말고는 다 바보...
  3. 2018.06.18 차보다 사람이 먼저니까요
  4. 2018.05.11 어른들의 얘기 1
  5. 2018.05.11 젊은 날의 공포...
  6. 2018.05.11 멘토

 

거지하다 보니까 법랑 냄비 뚜껑에 4각 접시가 기가 막히게 들어갔다. 우찌 들어갔는지. 빼려고 보니까 네 귀퉁이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아서 안 빠진다. 법랑 냄비도 휘지 않고, 접시도 휘지 않는다 부러지면 부러지지, 휘지는 않는 성질 더러븐 녀석 둘이 제대로 만났다. 게다가 포기 하기에는, 비싼 녀석들. 

30분을 낑낑대고, 젓가락 두 개를 동원해서 겨우 뻬냈다. 

울 뻔했다, 땀범벅이 되어. 주여, 나는 오늘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접시 빼고 나서, 냉장고에 있는 소주 꺼냈다. 삐뚤어질테다... 세상이 착하게 살려고 맘 먹은 사람의 삶을 너무 도와주지 않는다. 이제는 접시 마저도.. (아내가 나랑 결혼한다고 저금통 털어서 산 접시라, 깰 수가 없었다..) 들어갔으니까 나오기도 하겠지, 이 신념 하나로 버텼다. 해결하고도, 행복하지 않고, 서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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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많은 경우 "자기 말고는 다 바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남자들일수록 그렇고, 나이가 많을수록 그렇고, 잘 살수록 그렇고, 좋은 학교 나왔을수록 그렇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다 맞고 자기만 혼자 틀렸을 수도 있다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직장을 둘러싼 게임 유형을 분류하다보니까, "나 말고는 다 바보" 현상이 회사 안에서 종종 보이는 것 같다. 사례 분석하다 문득, 그렇게 잘 나신 분이 왜 여기서 이 일을 하고 계실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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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큰 애가 TV 광고에서 나오는 문구를 물어봤다.

 

아빠, 차보다 사람이 먼저니까요, 저게 무슨 말이야?”

 

, 차는 무조건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야.

 

프랑스 살던 시절에 차와 사람이 나면 무조건 차의 잘못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운전사와 보행자 사이의 과실을 따진다. 그런데 프랑스는 차와 사람 사이의 사고로 문제를 인식한다. 운전자는, 금속으로 된 차에 의해서 보호되는 사람이고, 보행자는 아무 보호 없이 차와 충돌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같은 원칙으로, 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하면 오토바이가 우선이다. 그건 프랑스 얘기가, 아직도 우리는 차와 사람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의 의사결정 문제로 이 문제를 본다. 공평한가? 뭐가 공평한가? 유전무죄의 연속일 뿐이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명제는 자연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가 생각해도 사람이 존재론적으로 사람보다 먼저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우리에게는 사람보다 차가 먼저인 시대를 살았다. 그래서 이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명제가 최소한 한국에서는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패러독스를 형성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차가 사람보다 먼저다. 도로 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산업적으로도 그렇고, 시장 논리로도 그렇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차가 가장 존중 받는 동네는 나름 중산층 거주지역이라고 생각하는 목동이다.

 

목동은 애매한 지역이다. 강남만큼 재건축을 밀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송파구 일부에서 하는 것처럼 자기가 자기 돈 내고 집을 고치는 리모델링으로 갈만큼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다 넉넉하지도 않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재건축으로 가야하는 동네다. 그런데 이 재건축 논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생각해낸 것이 차가 먼저다.”

 

9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은 충분한 주차 면적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은마 등 강남 아파트들도 그렇지만 목동은 거의 전역이 주차장이 없다. 난리다. 주차 타워를 짓거나, 지하주차장을 좀 더 확보하면 된다. 그리고 거주지역의 주차장 정비라는 차원에서 구청이나 시에서 일정한 재정 지원을 해줄 명분도 충분히 있다. 단지 전체가 리모델링으로 가면 장기적 지구단위계획 같은 것을 통해서 주차 시설을 확보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가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지만 목동은 재개발을 원한다. 리모델링으로 자기 돈 내고 집 고치는 것으로 갈만큼 넉넉하지는 않다.

 

그래서 주차장이 없으니까, 재건축으로 가자”, 이 논리를 찾아냈다. 사람이 사는 데 편하든 불편하든, 주거지역이 쾌적하든 말든, 아무 상관도 없다. 차가 밤에 잠을 잘 공간, 주차장을 위해서 모든 것이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 목동 아파트들이 지금 가려고 하는 방향이다. 서울시 공무원들? 물론 손 들어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니까요?”

 

아직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나 하는 얘기다. 이것이 1차 패러독스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겠지만, 차가 먼저던, 사람이 먼저든, 이 공익성 광고를 하는 주체는 자동차 보험을 하는 보험회사다. 차도, 사람도, 다 수단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돈이 먼저다. 간단한 명제지만, 2중적 패러독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떤 경우로 해석하든,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 명제의 패러독스가 해소되는 순간은, “사람이 차보다 먼저다”, 이런 상식적이고 보편적으로 옳은 명제를 위해서 누군가 돈을 대서 광고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오래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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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원혜영 의원하고 한참 통화를 했다. 기분이 확 좋아졌다. 사람들은 원혜영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하여간 겁나게 웃기는 사람이다. 그 해석이 약간 해석을 해야 웃기는 웃음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내가 아는 한국인 중에서는 원혜영만큼 통쾌한 웃음을 주는 사람은 없다.

그 웃음의 여운이 하루 종일 갔다. 블로그에 '지랄한다 싶었다'라는 제목의 폴더를 새로 만들었다. 요즘 내가 애들 키우다 보니, 너무 언어 순화해서, 고운 말 바른 말만 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뭔가 바른생활 증후군 같은 데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나꼽살 등, 방송도 너무 많이 했다. 자꾸 언어순화하고, 바른 말 고운 말 그러나 답답한 말, 이런 말만 하고 있었다. 정신 건강에 안 좋다.

하여... 매일은 아니더라도, 며칠에 한 번씩은 '지랄한다 싶었다' 폴더에 짧은 글들을 좀 써보려고 한다.

성인들의 얘기라는 게 우리에게 너무 없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게 어른들의 얘기는 아니다. 어른들의 얘기가 너무 없으니까, 나이 처먹고 나면 결국 퇴행 현상들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 싶다.

프랑스의 스탠딩 코메디를 참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이게 좀 어른들 얘기다. 반드시 섹스 코드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정치 얘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 맞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그래? 이 얘기를 정색을 하고 하면 재미 없다. 찰지게 욕을 좀 섞어야...

우리가 요즘 하는 유머라는 게 뻔하다. 순실이 욕 아니면 박근혜 욕. 순실의 시대가 끝나고 나니, 유머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준표는 순실이 따라갈려면 멀었다. 맨날 한국당 욕만 하는 게, 이게 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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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로 공포를 느꼈던 것은 한 번인 것 같다. 동구가 무너지고 동독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택시 운전수가 되었다는 짧은 신문 기사.

그게 내 인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바게트 만드는 학교를 다닐까 생각했다. 제대로 하려면 담배를 끊어야 한단다. 그건 곤란하지. 그래서 보석 세공을 배울까 했다. 이 눈으로는 택도 없다는. 마지막으로 고미술 복원을 배울까 했다. 내 무딘 손가락으로는 역시 입학시험도 통과 못 할...

학위를 받기는 받겠는데, 먹고 살기는 힘들겠다고 거진 포기한 상태. 그 때 진짜로 무서웠었다. 어차피 굶어죽을 거, 하고 싶은 거나 하자고 자포자기 상태로, 전혀 돈 되지 않을 분야로 박사논문을 썼다. 후회는 없다.

그리하여 많은 것을 포기하고, 굶어죽어도 좋다고 생각.

그 시절의 나를 지금 돌아보면, 병신 육갑하네... 잘 처먹고 잘 놀고 살았다. 50이 되었다. 자칫하면 똥돼지로 50을 보내게 생겼다는 두려움에 만보기를 켜고, 이틀째 꼬박꼬박 만보 채워서 걷는 중이다.

굶어죽기는 커녕, 자꾸 배에 살이 붙어서 고민스럽게 되었다. 전혀 쓸 데 없는 공포를 가지고 몇 년간 시름시름, 센티멘탈 블루스.

그래서 난 20대에 낭만이나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 그런 게 거의 하나도 없다. 병신이지... 안해도 되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하면서 살았다. 그걸 내려놓고 나니,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냥 아저씨가 되었다. 디룩디룩, 살이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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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나는 멘토라는 말이 그렇게 싫었다. 평등한 인간들이 뭐가 그리 잘났다고 누구는 멘토고 누구는 멘티냐. 지랄한다 싶었다. 허울좋은 껍데기만 남은 도제 시절의 관습일 뿐이다. 삶 앞에 인간은 다 평등하다. 멘토라고 나섰던 사람들의 일부는 나도 좀 안다. 자기 삶이 풍전등화인데, 무슨 멘토라고 썰래발을. 어휴 무셔라. 그저 인생 앞에 최소한의 예의라도 서로 지키면서 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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