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큰 애가 TV 광고에서 나오는 문구를 물어봤다.

 

아빠, 차보다 사람이 먼저니까요, 저게 무슨 말이야?”

 

, 차는 무조건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야.

 

프랑스 살던 시절에 차와 사람이 나면 무조건 차의 잘못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운전사와 보행자 사이의 과실을 따진다. 그런데 프랑스는 차와 사람 사이의 사고로 문제를 인식한다. 운전자는, 금속으로 된 차에 의해서 보호되는 사람이고, 보행자는 아무 보호 없이 차와 충돌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같은 원칙으로, 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하면 오토바이가 우선이다. 그건 프랑스 얘기가, 아직도 우리는 차와 사람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의 의사결정 문제로 이 문제를 본다. 공평한가? 뭐가 공평한가? 유전무죄의 연속일 뿐이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명제는 자연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가 생각해도 사람이 존재론적으로 사람보다 먼저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우리에게는 사람보다 차가 먼저인 시대를 살았다. 그래서 이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명제가 최소한 한국에서는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패러독스를 형성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차가 사람보다 먼저다. 도로 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산업적으로도 그렇고, 시장 논리로도 그렇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차가 가장 존중 받는 동네는 나름 중산층 거주지역이라고 생각하는 목동이다.

 

목동은 애매한 지역이다. 강남만큼 재건축을 밀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송파구 일부에서 하는 것처럼 자기가 자기 돈 내고 집을 고치는 리모델링으로 갈만큼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다 넉넉하지도 않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재건축으로 가야하는 동네다. 그런데 이 재건축 논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생각해낸 것이 차가 먼저다.”

 

9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은 충분한 주차 면적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은마 등 강남 아파트들도 그렇지만 목동은 거의 전역이 주차장이 없다. 난리다. 주차 타워를 짓거나, 지하주차장을 좀 더 확보하면 된다. 그리고 거주지역의 주차장 정비라는 차원에서 구청이나 시에서 일정한 재정 지원을 해줄 명분도 충분히 있다. 단지 전체가 리모델링으로 가면 장기적 지구단위계획 같은 것을 통해서 주차 시설을 확보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가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지만 목동은 재개발을 원한다. 리모델링으로 자기 돈 내고 집 고치는 것으로 갈만큼 넉넉하지는 않다.

 

그래서 주차장이 없으니까, 재건축으로 가자”, 이 논리를 찾아냈다. 사람이 사는 데 편하든 불편하든, 주거지역이 쾌적하든 말든, 아무 상관도 없다. 차가 밤에 잠을 잘 공간, 주차장을 위해서 모든 것이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 목동 아파트들이 지금 가려고 하는 방향이다. 서울시 공무원들? 물론 손 들어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니까요?”

 

아직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나 하는 얘기다. 이것이 1차 패러독스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겠지만, 차가 먼저던, 사람이 먼저든, 이 공익성 광고를 하는 주체는 자동차 보험을 하는 보험회사다. 차도, 사람도, 다 수단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돈이 먼저다. 간단한 명제지만, 2중적 패러독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떤 경우로 해석하든,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 명제의 패러독스가 해소되는 순간은, “사람이 차보다 먼저다”, 이런 상식적이고 보편적으로 옳은 명제를 위해서 누군가 돈을 대서 광고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오래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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