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얘기 등 최근의 토건 열풍을 모아서 한겨레 토요일자에 글을 쓰기로 했다. 모르는 척 혹은 못 본 척 그냥 넘어가면 그만인데, 나중에 내가 이 순간을 돌아보면 괴로울 것 같아서 결국 쓰기로 했다. 

학자라는 게 뭔가 싶다. 전문가라고 하면 입장이 훨씬 편하다. 아는 건 아는 대로 말하고, 지식을 돈과 바꿔도 크게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다. 반면에 학자라고 하면, 뭔가 의무감이 생긴다. 그런데도 왜 난 학자라고 말할까? 나중에 내 삶을 돌아봐, 양아치로 살았다고 회상하기 싫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로펌에서 제안이 오기 전에 외국 컨설팅 회사에서 제안이 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제안들이 그 시절에는 많았다. 요즘에야 하버드 대학에서 제안이 왔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만, 뭐.. 실제로는 왔었다. 그렇게 살아도 되기는 했는데, 좀 더 좁고 배고픈 길을 선택한 이유는.. 해탈까지는 아니더라도 20대의 나에게 당당하게 살고 싶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그 바람에 아내는 결혼 초 된통 고생을 했다. 원형 탈모증까지 생긴..) 

이게 그렇다. 뭔가 하자고 하는 데에는 돈과 권력이 움직이는데, 뭔가 하지 말자고 하는 데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배고픔과 시련만이 따른다. 하긴.. 배고픔은 좀 덜 먹으면 그만이고, 시련은 버티면 그만이고. 

매사에 양심을 기준으로 살았다고, 뭐 그렇게는 말 못한다. 나도 적당히 눈 감기도 했고, 은근슬쩍 모르는 척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큰 사건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눈 감지는 않고 살았다. 

이런 젠장, 신문 칼럼 하나 쓰기 전에 이렇게 한숨부터 크게 쉬고 살아야 하니.. 대통령 만세 외치면서 쉽게 사는 길을 나는 왜 이렇게 돌아가며 사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글 쓰기가 너무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 말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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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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