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소극장 같은 곳에 자주 다니던 시절이 내 삶에도 있었다. 김광석 콘서트도 두 번이나 갔던 것 같다.
중간에 하일라이트 조명이 무대 위를 비치는 순간이 있다. 강렬한 빛 사이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먼지들이 보인다. 원래 무대 특히 연극 문대에는 먼지가 많다.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강력한 조명과 먼지가 만나면.. 뭔가 삶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고, 강렬한 페이소스가 느껴지고는 했다. LP 스크래치 소리 듣는 기분이다. 틱, 틱, 틱, 틱..
그게 무대를 보는 기분이라고 지금도 기억한다. 여기에 대해서 가장 멋진 얘기는 송승환이 얼마 전에 한 것 같다.
"회를 통조림에 넣어 팔 수 있나요?"
생각보다 연극 공연이나 그런 무대를 자주 가보지는 못 한다. 아이들 태어나면서, 카봇 뮤지컬 보러 다니는 신세.
내 인생이 왜 이런지는 모르겠는데, 거의 일평생,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득실득실하다. 여전히 그렇다. 그리고 조명에 비춘 무대 위의 먼지를 보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한 때 내 주변에 화가들이 득실거리던 시절도 있었다. 아이고, 술만 마시면 그렇게들 싸워대던..
10년도 더 된 일인데, 국전 심사위원이라는 엄청나다는 원로 그림 전시회에 갔다가..
참, 우리가 친일파들을 원로로 모시는 사회에 살고 있지, 그림 보면서 아, 진짜 아니다 싶은 느낌이. 그 이후로 큰 전시회는 잘 안 갔다.
한 때 신정아가 큐레이터로 있던 작은 미술관도 자주 갔었다. 신인들 작품 보면서.. 마음이 아팠던 시절이. 한참 '88만원 세대' 구상하던 시절.
소더비에 관한 보고서 읽으면서, 왜 내가 소더비 같은 미술시장 분석을 문화경제학 하면서 그렇게 하기 싫어했나, 그런 생각이 문득. 미국 여행할 수 있게 되면 뉴욕과 필라델피아 갈 계획이 있다. 미국 열리면 소더비도 한 번 가보기로..
작년 11월까지, 코로나 와중에도 경매 시장에 나오는 미술품 수익률이 6.7%였다고 한다. 우와.. 다른 유가증권은 마이너스로 기어다녔는데.
그 중에 가장 특징적인 것이 공룡 화석 경매, 그중에서도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우표수집 보다 백 배 낫다는데.
그리고보니 파리에서 현대미술관 갔던 게 벌써 10년 도 넘는 일이다.. 외국에서 박물관은 많이 갔었는데, 미술관 간 기억이 가물가물.
내 인생의 마지막은 조명에서 먼지 날리는 소극장 무대에서 소더비까지, 아마 그런 거 들여다보면서 마무리하게 되지 않으라 싶은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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