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에 해당되는 글 675건

  1. 2019.08.31 책의 마지막 문장..
  2. 2019.08.15 요즘 환갑 잔치
  3. 2019.08.10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 2
  4. 2019.08.09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
  5. 2019.08.03 릴리 마를렌
  6. 2019.07.05 친구와 차 한 잔.. 2
  7. 2019.06.27 아주 특이한 문장 하나.. 1
  8. 2019.06.16 도시틱한.. 1
  9. 2019.06.13 점심 먹자.. 2
  10. 2019.06.05 원폭 피해 한국 여성들 2

봄부터 쓰던 책의 마지막 문장을 썼다. 어제 오후에 썼었는데, 뭔가 이상해서. 저녁에 그냥 밥 안 먹고 그냥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몇 시간 들여다보다가 다 지우고 문단 하나를 써 넣었다.

책이라는 게, 좀 그렇다. 쓰다보면 지겨울 법도 한데, 쓰면서 그 세계로 자꾸 빠져 들어가서, 마무리할 때 되면 나오기가 싫어지기도 한다. 글에 정을 붙이고, 또 정도 들다보면 그만 보는 게 무서워지는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당분간 좀 쉬다가..

이제야 농업경제학 시작한다. '88만원 세대' 출간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친하게 지내던 에디터랑 몇 권의 책을 한꺼번에 계약한 적이 있다.

그리고 에디터가 출판사 옮기고. '문화로 먹고 살기'로 문화 경제학 한 번 정리하고, 바로 다음 작업이었는데..

처음 하기로 한 시점부터 10년이 넘어버린 셈이다.

며칠 전에 점심 시간쯤에 청와대 근처를 운전하면서 지나다가 딱 농업 비서관을 보게 되었다. 차 세우고 인사할까 말까 하다가.. 한동안 늘 보던 사이였는데, 이렇게 길에서 만나면 어색할 것 같아서.

전에 책 얘기를 잠시 했었는데, 자료는 필요한 건 충분히 주겠다고 했었다. 뭐, 그거야 청와대 가기 전의 일이고.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청와대로 가거나 장관이 되면, 연락하기가 좀 그렇다. 게다가 자료 좀 도와달라고 연락하기는 더더욱 어색.

맨 처음 농업경제학 구상했었을 때에는 스위스의 국민투표를 비롯한 농정이 주된 내용이었고, 그 다음에 구상했을 때에는 csa가 결론..

그 사이에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10대들의 삶이 주요 모티브다.

그 사이에 내 삶도 많이 바뀌었다.

오랫동안 바지를 33인치 입었는데, 지금은 34인치도 허덕허덕. 올 봄까지는 34인치도 버티면서 입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34인치는 넉넉하다.

내년 여름까지 33인치로 돌아가는 게, 앞으로 1년, 별 목표나 그런 게 없는 내 삶에서 그래도 '목표'라는 이름으로 불릴 작은 수치 같은 거.

만 28세, 현대에 처음 입사할 때 바지 치수가 33이었다. 그 때도 청바지는 33이 없어서 34 입었다. 대학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른 건 다 바뀌었는데, 청바지 치수만 바뀌지 않고.

둘째 아픈 다음에 아이들 보면서 허리 인치가 커졌다. 옛날 바지는 벌써 한 번씩 싹 버렸고.

일정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책 출간하면서, 바라는 게 한 가지만 더 있다면 20대 시절의 바지 치수인 33으로 돌아가는 것. 뭐, 목숨 걸고 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아무 목표도 없는 삶은 너무 긴장감 없기는 하다.

몇 년 전에 '이제는 강북 시대', 이런 제목의 책 한 번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었다. 뭐, 특별히 노력을 한 것은 없고, 그 때 막 태어난 마당 고양이 한 마리에게 강북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정도. 아직 살아있다..

책 한 권이 끝나고, 다음 책 작업 시작하기 전, 그 시간이 좀 애매한 시기이기는 하다. 그냥 놀면 좋겠는데, 그 때 밀린 책을 보거나, 미루어두고 있던 다른 일들을 좀.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순수 놀아보려고 한다. 원래도 노는데, 뭘 더 놀려고.. 일부러 놀 걸 찾지 않으면, 애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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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 가장 많이 바뀐 게 환갑 잔치. 최근에는 환갑 잔치에 부모님이 오신댄다. 와서 용돈도 주시고. 그렇네.

이런 적이 없었는데..

환갑 잔치 그냥 건너뛰고 싶어도, 부모들이 섭섭해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는.. 니 칠순 때까지 내가 살아있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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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라는 절 제목을 달았다. 내 나이 52세, 이 나이에 답하기가 이제는 쉽지 않다. 후회되는 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뭐를 하나 딱 고르기가 쉽지가 않다. 내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을까, 그것도 알기 어렵다.

재수할까 싶어서, 대학 들어가서 일단 대충 놀았다. 그리고 휴학하고 재수하기로 할 즈음에 교통사고가 났다. 그 때 곰곰 생각해봤는데, 그 때쯤 같이 노는 사람들이 너무 재밌었다. 그래, 재수는 해야 뭐하겠나.. 그냥 뭉개고 살았다. 그 순간이 후회될까? 지난 몇 년 사이 내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준 사람들이, 사실 그 시절에 같이 술 마시고 놀던 사람들이다. 그냥 내 삶이 되었다.

학위 마치고 싱가포르 대학과 호주의 몇 개 학교, 이런 데에 갈 기회가 되었다. 에이, 귀찮다. 무작정 한국으로 왔다. 오자마자 wto에 갈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귀찮다. 그냥 시간강사했다. 그게 후회스러울까? 이러거나 저러거나, 내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일본에서 짧은 민주당 집권기가 있었다. 동경대에서 연구 프로그램을 연결시켜주겠다는 얘기들이 좀 있었는데, 귀찮았다.

장관은 아니고 차관급 정도는 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이제 와서 새삼.. 그것도 뭉갰다. 후회될까? 아내도 후회하지 않고, 나도 후회하지 않는다. 후배들은 원망도 좀 하고, 그랬다. 그래도 별로 후회스럽지는 않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인생이 다른 방식으로 갈 순간이 있기는 했는데, 대체적으로 나는 주변 사람들이 반대하는 결정을 주로 내렸다.

사랑과 삶 그리고 일, 그런 데에 아쉬운 순간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후회한다고 해서 될 것 같지도 않고, 뭔가 결정적으로 바꾸고 싶은 것도 별로 없다.

중간에 경로가 어땠든, 지금 이 나이의 나는 결국 '인생에서 후회되는 순간'이라는 제목을 놓고 글을 쓰고 있었을 것 같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넉넉하고, 조금은 더 편안한 상황일 수도 있고, 지금보다 조금 더 빡빡하고 더 힘겨운 상황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결국에는 이 나이에 같은 제목의 글을 쓰고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라는 절의 제목을 달았다. 가끔은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는 것, 그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과거의 결정에 묶여, 죽어라고 앞만 보고 가는 삶, 그게 아름답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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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이라는 질문을 던져놓고는, 문득 마음이 먹먹해졌다. 내가 환갑쯤 되었을 때 누군가 그런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나는 뭐라고 답할까? 잘 모르겠다. 50이 넘고 나니까, 잘한 결정도 모르겠고, 잘못한 결정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서. 잘 한 것도 그냥 내 삶의 일부가 되어서 딱히 뭘 잘한 건지도 모르겠고. 잘못한 결정도 그 흐름의 그냥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제는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 이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점점 더 그럴 것 같다. 처음 술을 마신 순간, 처음 담배를 피운 순간. 그런 게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일까? 그런 것도 아닌 듯 싶다.

어쨌든 이 질문 하나가, 점심 먹고 끝내기로 한 원고를 오늘 끝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갔다.

지금 판단할 것은,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인가라는 질문이 유효한 질문인지, 아니면 질문으로서 별 매력 없는 질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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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에 작은 영화 박물관이 있다. 입구에 커다란 마를렌 디트리히 사진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기억인다.

'릴리 마를렌'이라는 노래는 2차 세계대전에서 엄청나게 유명해졌는데, 마를렌 디트리히의 버전으로 거의 통일. 독일어본, 영어본, 심지어 불어본도 있다.

원래는 연합군이 독일군에 대한 심리전 차원에서 만든 노래로 알고 있다. 그런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독일군만이 아니라 연합군과 미군도 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전쟁이 끝나고 릴리 마를렌은 총질을 했던 나라들끼리 일종의 문화적 화해의 상징 같은 것이 되었다.

마를렌 디트리히는 원래는 케네디 아버지의 연인이기도 했었는데, 케네디가 대통령 되고 나서 백악관에 초정되기도.. "피차 서로 시간이 없을테니까", 이런 유명한 말쌈이 여기에서 나왔다는 전설적인 얘기가.

한참 때, 이 노래 LP를 구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 내가 귀찮아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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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지 고민하던 친구와 잠시 차 한 잔 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좀 더 버텨보라고 했었다. 얼마 전에 기관장이 좀 대가리 나쁜 사람이 왔다. 방법 없다. 나도 잘 아는 사람이다. 대가리가 좀 나쁜데, 본인은 자기 대가리 나쁜지 전혀 모른다.

"내가 지내보니까, 인생에 남는 건 돈하고 기술 밖에 없는 것 같다, 야."

"그래, 근데 내가 모아둔 돈이 없쟎아?"

"그러게, 대부분 그렇지, 뭐."

50이 넘으면 돌아나오기 힘든 막다른 골목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얼마 전에 생각해보니까, 내가 사지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친구가 말했다. 그렇겠지.. 한 때 우리 또래에서 글을 제일 잘 쓰고, 가장 스마트하다는 평을 받았던 친구다. 인생 후반부가 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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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개새끼들이 모여서 개좆 같은 나라가 만들어진다"

마음 가는대로 쓰다 보니까, 이런 문장을 하나 책에서 쓰게 되었다. 아마 편집 하면서도 이 문장은 건드리지 않을 것 같다. 전후맥락상, 꼭 필요한 문장이다. 한국을 내부에서 관찰하면, 이런 문장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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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애들 데리고 시내 나갔었다. 박물관 가려고 했었는데, 박물관은 택도 없고, 그냥 기웃기웃 시간이 다 갔다. 간만에 50미리 렌즈. 일부러 그렇게 도시 느낌으로 하려고 한 건 아닌데, 꽤 도시틱한 사진들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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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쓸 때 한 부분을 싹 드러내고 다시 쓰는 결정을 가끔 하게 된다. 뭔가 잘 안 읽히고, 어색하면 고치느라고 헤매고 있는 것보다는 그냥 드러내고 다시 쓰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책의 앞부분이나 뒷부분은 그냥 새로 쓰는 게 무조건 나은데.. 중간을 드러내고 다시 쓰는 건 어려운 결정이다. 분명히 기능적인 뭔가가 있어서 거기 그렇게 해놓은 건데. 그 기능적인 부분을 유지할지, 그것도 바꿀지, 중첩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시 쓰면, 필요한 내용들이 날라가서, 반드시 더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 주 내내 뭔가 마음에 들지 않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잘 몰라서, 내내 먹구름이었다. 그냥 드러내고 다시 쓰기로 했다. 어떻게든 덜 고쳐보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방법이 없다는 게 결론.

날리기로 결정을 했으니.. 점심 먹자. 점심 먹을 자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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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주문했다. 원폭 피해 한국 여성들.. 피폭 문제를 좀 다른 시각으로 다루어볼까, 몇 년 전부터 생각해보던 게 있었는데. 마침 피폭에 관한 글을 작게 쓸 기회가 있어서, 책이라도 좀 몇 권 보려고. 예전에 정혜윤 피디가 합천에서 피폭 관련된 라디오 다큐 만들던 얘기를 들은 게, 우리나라 얘기는 사실 거의 전부다. 다행히 최근에 나온 책이 한 권 있다. 이런 책들은.. 나올 때 바로 사지 않으면, 잠시 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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