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튤립이 만개했다. 노란색, 큰 꽃, 극한의 화려함이다. 꽃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너무 화려해서 바로 앞에 실물을 보면서도 몽환적이다. 꿈에서 보는 것 같다.
이제 내 삶을 슬슬 마무리해가는 단계로 들어간다.
친구처럼 살았던 나이 많은 친구들이 환갑이 가까워지면서 뭔가 내려놓고 정리하기 보다는, 이제야말로 정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슬퍼진다.
꽃은 치매가 없다. 그리고 구질구질함도 없다. 화려하게 피고, 어느 날 지고 만다. 튤립이 우리 집에 온 건 5년 전이다. 있으나 마나, 잡초 사이에서 티도 없이 그냥 버티고 있다. 그리고 일년에 딱 한 번,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그 때, 아 튤립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삶은 그와는 다르다. 나이를 먹을수록,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더욱 욕심이 많아지나보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 그런 마음이라도 잃고 싶지 않다.
흰 머리가 나면, 이제 추스리고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온다는 신호가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 나의 시간이야, 그렇게 주접 떠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너무 크고 화려하게 핀 튤립을 보면서, 잠시 배운다.
너는 이 아름다운 꽃잎을 며칠 후면 내려놓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의 아름다움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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