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꽃이 환하게 피어올랐다. 삶의 작은 위안이다.

나이를 먹으면, 상처가 남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상처가 남는다. 그래도 살아가는 것은, 상처 때문에 죽는 일은 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을 본다. 나무에 상처가 없겠는가. 꽃이라고 아픔이 없겠는가. 그래도 매년 때가 되면 피어오른다. 그리고 다시 저문다.

나이를 먹는 것은,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 작은 꽃이라도 조금 더 피어보고 싶은 몸부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 꽃은 멋지고, 저 꽃은 덜 멋지고, 그런 건 아니다.

앵두꽃이 환하게 피어올랐다. 저라고 상처가 없겠느냐. 그러나 그런 걸 신경 쓰기에는, 꽃은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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