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가 초등학생에 입학했다. 주변에서는 영어 공부시킨다고 난리다. 방과후 학교에 일본어나 중국어 하나 정도는 다 시키려고 하는 것 같고. 아내는 마술 등 노는 거 위주로 몇 개 신청하자고 했고, 나도 그러자고 했다.

일단 나 닮았으면, 학교 안 간다고 겁나게 난리 칠 거다. 학교에 즐겁게 다니기만 해도 대단한 거다.

내가 애들한테 꼭 알게 해주고 싶은 거는, 간단한 식사 빵 정도 만들 수 있는 남자. 그리고 무슨 대단한 요리는 아니더라도 집에서 식구들 먹는 간단한 국이나 음식 정도는 할 수 있고, 손님들 놀러 왔을 때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정도 해낼 수 있는 남자. 그리고 농사에 조금은 더 익숙한 삶.

같이 살든 혼자 살든, 자기 먹을 거 정도는 자기가 해먹을 수 있는 것은 남자든 여자든 삶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냥 한국의 표준적 삶을 살면 남자는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한다. 그리고 과시용 요리만 배우려고 하는데, 그냥 간단하게 세 끼 밥 먹는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내는 결혼 초에 할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아기들 태어나고 나서 요리 대발전, 요즘은 겁나게 맛있게 한다. 결혼 초에는 밥은 내가 했다. 그걸 가지고 누가 하니 마니,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바쁘면 나가서 사먹기도 하고. 짜장면도 하고, 짬뽕도 하고, 육개장도 만들고..

아들 둘 키우다 보니, 중국어나 일본어보다 자기 일상 생활에 필요한 음식 정도 하는 게 더 실용적이고 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만 잘 하면 돼? 일생은 그런 거 아니다.

주변 사람들 편안하게 해주는 게 공부보다 몇 배 더 중요하다. 그리고 자기가 편하기 위해서 남들 달달 볶지 않는 거.

엄마와 아내의 희생 위에 남자가 큰 공을 세우는 것, 이게 내가 배운 교육이었다. 그게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무슨 페미니즘이나 그런 어려운 건 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자기 해먹을 건 자기가 해먹는 정도, 그건 이념이나 가치와 상관 없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은 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

살면서 진짜로 중요한 지식이 무엇일까, 그런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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