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만 잡아놓은 책에 살붙이기를 오늘부터 시작했다. 흑백 무성영화에 설명을 해주는 변사가 되는 기분으로 해볼려고 한다.

첫 질문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내 삶을 되돌아보았다. 앞으로 또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2016년 7월이다.

둘째가 폐렴으로 연거푸 입원하다, 겨우겨우 자기 힘으로 입원은 안 하고 버티던 시절. 그 해 여름은 아주 더웠다. 서해 바닷가, 아이들은 너무 행복하게 바닷가에서 놀았고.

그리고 내가 하던 일들을 대부분 정리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앞 일도 복잡했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별로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던 시기였다.

그 바닷가에서의 어느 하루, 그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언제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고 회상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삶 아닌가 싶다..

이 느낌으로 책의 맨 앞 구절들을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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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능기부라는 말이 싫다. 누굴 돕고, 서로 힘을 모으고, 거의 평생을 그러고 살았다. 그래도 재능기부라는 말은 싫다.

1. 뭐, 약간의 편견이 있기는 하다. 재능기부로 예술활동하는 사람이 거룩하고 숭고한 일 하는 거 본 적이 있는데.. 인턴급 학생들이나 초년 예술가들, 모두 재능기부라고 나한테 자랑을 했다. 이 얼마나 거룩한 뜻이냐. 그런가보다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된장.. bmw 최신형을 뙇. 에라이, 인턴들 월급이나 제대로 주셨으면.

2. 기부라는 말은 좀 더 근본적으로 검토해 볼 말인데.. 좋은 의미의 기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막연한 형태의 기부로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국제간 기부가 만드는 구조악들에 대해서, '세상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무지막지한 스테디 셀러가 그 중의 일부, 식량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고. 나도 기부를 하고, 점점 그 돈을 늘려나갈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기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그 모순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랑 결합한 기관들의 사업비 등, 정말 내용을 알면 기부하기 좀 그런 경우도 많고.

3. 그리고 재능이라는 말에는 완전히 돌아버린다. 이중의 딜레마다. 재능이 실제로 있는 사람에게도 당신의 재능이? 아뇨, 전 재능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보통 제 정신이다. 아, 제가 가진 탤런트가 좀 있어서요.. 기능이라는 말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재능이라는 말에 선뜻 수긍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예를 들어, 샤넬에게 그 말을 한다고 해보자. 자신이 용기 있고, 열심히 산다고는 생각하는 것 같은데, 누군가 샤넬에게, 당신이 가진 그 디자인 재능을 좀. 아마 샤넬은 빡 돌아서 쥐고 있던 실패라도 날리지 않을까? 이래저래 샤넬도 약점이 많고, 그것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한 사람으로 안다. 재능이라고 할 때 그걸 세상도 받아들이고 본인도 수긍한 것은, 유엔을 통해서 아동 보호 활동에 나선 오드리 햅번 정도가 아닐까 싶은. 햅번, 당신의 아름다움이 재능이십니다.. 뭐, 할머니가 다 된 저를 그렇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

반대의 경우는, 그냥 노동착취인데, 그것도 당신의 '재능'이라고 해서 그냥 일해라.. 보통 한국의 정부, 특히 지방 정부 같은 곳에서 많이 써먹는 공무원식 수법이다. 에라이..

4.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회를 위해서 쓰는 것, 그게 나쁜 일은 아니다. IT 초창기에 무지막지하게 유능한 디벨로퍼들이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 봉사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존경스럽다. 그래도 그걸 재능기부라고, 니가 자발적으로 날 좀 도와라, 그런 얘기는 별로 못 들었다.

5. 시민단체 같은 곳은 돈이 없다. 그래서 도움을 받아도 제대로 사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냥 도와달라고 하고, 후원을 받았다고 하면 된다. in kind contribution, 얼마든지 기쁘게 서로 돕고 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재능기부라는 아주 기분 나쁘게 하는 용어를 턱턱 쓴다.

니가 좋아서 한 거 쟎아?

물론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런 뉘앙스가 있다. 자발적 후원과 재능기부라는, 그 말이 그 말 같아 보이는 곳에 흐르는 장강의 간격은 과연?

6. 재능기부, 받지도 말고, 주지도 않는 게 궁극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다고 해서 사회 운동이 없어지거나 문화적 운동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봉사, 후원, 지원, 참여,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

무엇보다도 재능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말일 것 같다.

(오늘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몇 달 전에 젊은 후배들 당하는 것 보면서 언젠가 한 번 얘기해야지 생각하다가 오늘 잠깐 생각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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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어린이집 보내고 나서 책상에 앉으니까 당장 뭔가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정말 몇 달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 인생으로 돌아보면, 이런 날이 며칠 안 되는 것 같다. 늘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상황을 만들고, 그걸 유지하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는 잘 안 된다. 아무 것도 안 해도, 해야 할 일을 미루어두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그렇지만 뭔가 예정된 일을 실제 시간보다 먼저 끝내서 당장은 뭘 할 게 없는 그런 순간은 잘 없다.

 

어제까지 내가 풀려고 하다고 결국 못 풀고, 언젠가는 생각이 나겠지, 그렇게 미루어둔 질문이.. 미워하지 않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그렇다. 늘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게 잘 안 된다. 문득문득 떠오른다. 논리적으로는 그렇게 해봐야 결국 더 큰 질곡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라는 게 금방 결론이 난다. 그러나 삶은 그렇지가 않다. 일단은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 떠올리고, 그리고 미워한다. 이걸 벗어나는 방법에 관한 두 문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술 처먹고 잔다.. 현실적으로는 이 방법 외에는 잘 모르겠다.

 

1주일이든 2주일이든, 미루어둔 책이나 읽으면서 문장이 떠오를 때까지, 그냥 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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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극우파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유럽 극우파 정당, 한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에 민주노동당하고 비교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유럽의 극우파 정당이 최소한 민주노동당 보다는 더 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는 것 같았다. 황당한 주장도, 다 당내 절차 지키면서 한다. 한국당은.. 당내 민주주의에 좀 더 신경 써야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선진국은 정당 운영 어떻게 하나, 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한국당 직장 민주주의, 만쉐이!

https://news.v.daum.net/v/20190508112701809?f=m&fbclid=IwAR0M80lpFC34QlHm5IPwkX3ifYuyeOuBManUYBNV2ATfX6a0itJ_UpMtAbg

 

한선교는 왜 욕을 했을까..보좌진들 "터질게 터졌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당 사무처 당직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해 사과했다. 당직자들과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①사건 개요 :사건은 7일 오후 자유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이 한 사무총장에게 공개 사과와 거취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사무처 노조는 "오늘(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사무총장실 회의에서 한선

news.v.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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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부터 내년 여름까지, 이승만에 대한 책 한 권을 준비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준비하던 이완용 얘기와 지금 쓰고 있던 당인리가 중간에 만나서 이승만 얘기가 되었다. 나도 내가 이승만 얘기를 쓰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예전에는 내가 욕심이 아주 없었을까? 아주 조금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둘째 아프고, 큰 애와 작은 애를 키우면서, 아주 조금 있던 욕심마저도 나에게서 빠져나갔다. 뭐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래서 이제는 이승만을 쓸 준비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가 뭘 더 바라겠나? 아주 객관적으로, 아주 중립적으로, 내가 본 사실만을 쓸 생각이다.

사진은 중학교 때 사진반을 하면서 처음 찍었다. 그 때 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인화되어 나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게, 너무 좋았다. 사진만 생각했다.

그게 싫어서 대학교 때 사진을 끊었다. 나중에는 사진 찍히는 것도 싫었다. 30대까지, 찍은 사진도 없고, 찍힌 사진도 거의 없다. 가지고 있는 것도 거의 없는..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사진을 다시 찍게 되었다. 특별히 기계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고, 렌즈도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쓴다. 그래도 지금 쓰는 것 보다는 좀 더 나은 걸 써야한다는 생각은 하는데, 도니가..

이승만을 찾아 다니면서, 간만에 포토 에세이 한 권을 준비하려고 한다. 이승만 동상 같은 거, 약간의 흔적, 그리고 그 때 그 때 만나게 되는 풍경들..

그리고 거기에 늙어가는 내가 느끼게 되는 단상들 같은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

난 이제 내 친구들과 아주 다르게 산다. 내릴 수 있는 것들을 내리고, 꼭 내가 해야 할 것 같은 일들만 최소한으로 하면서 산다. 아이들에게 뭐 엄청나게 기대하는 것은 없다.

예전에 썼던 글이지만..

부모라고 자식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아쉬움이든 자신감이든, 사랑하는 대상의 삶을 설계하려는 것, 미친 짓이다.

50대에 내가 이렇게 욕심을 많이 내려놓는 삶을 살게 될지, 사실 몰랐다. 그리고 50대에 이렇게 재미있게 사진을 찍는 노년을 보낼지, 20대에는 몰랐다.

미래, 장래, 알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잘 모른다. 나도 내 미래를 잘 몰랐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 알겠다.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 거라는 말을, 중학교 2학년 때에는 정말 잘 몰랐다. 느낌도 안 들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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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하고 짧은 1박 2일 여행을 하고 왔다. 식구들 여행이라지만, 애들 자고 나면 술 한 잔 하는 시간이 무슨 세미나 하는 시간 같기도 한.. 집 안에 박사들이 너무 많다. 석학급 학자들도 너무 많고. 그렇지만 나도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강화도에 진짜로 집을 사려고 한 적도 있었다. 서울에서 사는 게 너무 피곤해서. 그 때 사려고 했던 집은, 어마무시하게 올랐다. 진짜로 그 때 샀으면? 인생 꼬였을 것 같다. 지금 나는 내 모습 그대로가 제일 좋다. 구질구질하기는 하지만 딱 맞는 츄리닝 있고 있는 것 같은.

잠시 쉬었으니, 이번 달 말까지는 또 달려야 한다. 길게 보면 몇 년, 짧게 봐도 몇 달, 너무 달렸다.

아내는 이제 나이도 먹었고 힘드니까, 1년에 딱 두 권씩만 쓰라고 한다. 그런데 계획은 그것보다는 좀 많다. 올해만 계획에 두 권인데, 아마 그것보다는 더 낼 것 같다.

갈메기는 참 사진 찍기 더럽게 어려운 존재다. 너무 빨라서 도저히 촛점 제대로 맞추기가.. 좀 좋은 넘을 쓰면 나을 수도 있지만, 자주 찍는 것도 아닌데.

돌아보면 속상할 일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특별하게 편법 안 쓰고, 반칙 안 하고, 그냥 되는 대로 버티고 참는데 좀 더 익숙해졌다. 삶이 그렇다. 물 흐르는 대로 가다가, 나중에 진짜 물이 되듯이 사라지는 것, 그런 게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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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꽃이 피었다. 사과는 어려서부터 먹었지만, 사과 꽃은 나이를 먹고서야 처음 봤다. 생각보다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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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튤립이 만개했다. 노란색, 큰 꽃, 극한의 화려함이다. 꽃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너무 화려해서 바로 앞에 실물을 보면서도 몽환적이다. 꿈에서 보는 것 같다.

이제 내 삶을 슬슬 마무리해가는 단계로 들어간다.

친구처럼 살았던 나이 많은 친구들이 환갑이 가까워지면서 뭔가 내려놓고 정리하기 보다는, 이제야말로 정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슬퍼진다.

꽃은 치매가 없다. 그리고 구질구질함도 없다. 화려하게 피고, 어느 날 지고 만다. 튤립이 우리 집에 온 건 5년 전이다. 있으나 마나, 잡초 사이에서 티도 없이 그냥 버티고 있다. 그리고 일년에 딱 한 번,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그 때, 아 튤립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삶은 그와는 다르다. 나이를 먹을수록,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더욱 욕심이 많아지나보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 그런 마음이라도 잃고 싶지 않다.

흰 머리가 나면, 이제 추스리고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온다는 신호가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 나의 시간이야, 그렇게 주접 떠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너무 크고 화려하게 핀 튤립을 보면서, 잠시 배운다.

너는 이 아름다운 꽃잎을 며칠 후면 내려놓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의 아름다움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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